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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13:40





 근무복을 꺼내던 아이스는 자신의 옷장 한쪽이 비어있음을 깨달았다. 한동안 쇼핑을 안했었지. 아이스는 직업적 특성 상 사복 입을 일이 적어 깜박하면 저렇게 비어버린곤 했다. 특히 지금은 좀도둑이 있기때문에 더 주의 해야 했다. 옷 매무새를 가다듬은 아이스는 자신의 침대까지 차지한 귀여운 강탈자에게 인사했다. 

“잘 잤어. 매버릭?”

아이스의 옷장에 걸려있던 푸른 셔츠를 입은 매버릭이 눈을 비비고는 굿모닝 키스를 전했다. 











 아이스는 유행에 맞춰 옷을 입는 남자는 아니었다. 옷이란 단순하고 몸에 잘 맞아야 한다. 쇼핑하는 시간을 지겨워하는 터라 그는 기본으로 옷장을 채웠다. 트랜디 하지는 않지만 남루하게 입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스는 자주 사지 않는 대신 질 좋은 옷을 사들였다. 일년에 두 번 정도 백화점에 가서 사들인 옷가지들은 보통 한장에  80달러거나 100달러를 훌쩍 넘기도 했다. 로고가 잔뜩 박힌 유명 브랜드가 아니라 만지면 가볍고 질긴 고급재료로 만든 시간을 잊은 옷들이었다. 

 









 그런가 하면 매버릭은 아이스보다 더 단촐하다 그는 저가의 옷 몇벌을 한 계절동안 돌려 입다가 버리는 생활을 했다. “이동할 때 짐 싸는게 귀찮아.” 매버릭은 바이크에 실을 만큼만 짐을 유지했다. 평소 옷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매버릭은 아이스가 입고 다니는 것들이 비싼것인지 몰랐다. 처음 아이스의 관사로 놀러온 날 매버릭은 음식을 준비하는 그의 등 뒤에서 대고 소리쳤다. 

“나 먼저 씻을게. 편한 옷 있어?”
”저 방 안에 있는거 아무거나 꺼내 입어.”

하루종일 움직였으니 많이 더울 터였다. 매버릭은 자신의 셔츠 목 쪽을 잡고 마구 펄럭거렸다. “더워!” 그는 아이스가 턱 끝으로 가리킨 쪽으로 쏙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스가 맥주와 사온 피자를 꺼내서 거실로 나오자, 본인보다 두 사이즈쯤 커서 허벅지를 반이나 가리는 티셔츠를 입은 촉촉한 머리결을 자랑하는 매버릭이 아이스를 반겼다. 

“야 빨리 앉아 피자 식겠다.”

매버릭은 잽싸게 피자를 받아 들었다. 매버릭이 뜨거운 피자에 치즈를 늘리며 콜라를 사오지 않은 그를 타박하는동안 아이스는 굳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셔츠는 아이스가 재작년에 160달러를 주고 산 한정판 티셔츠였다. 아이스 답지 않게 충동구매한 옷이라서 몇 번 입고 옷장 한구석에 박혀 있던건데 그걸 용케 찾아낸 모양이었다. 순식간에 피자 반쪽을 먹어치운 매버릭은 리모콘 없냐며 몸을 비틀었다. 그러자 얇은 천 위로 유두가 슬쩍 비쳤다. 아 저래서 안 입었지. 거기에 자신이 집에서 웨이트 할때나 입던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으니 바지를 안 입은 것 같았다. 

“아까 콜라 사올걸.”
“대신 맥주가 시원해.”

매버릭은 콜라가 없다며 아쉬워했지만 지금은 맥주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 무방비한 다람쥐와 더 깊은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맥주가 제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침대를 쓰게 되자 매버릭의 손은 더 거칠게 없었다. 아이스가 안 입는 것 같으면 순식간에 매버릭의 실내복이 되었다. 

“네 옷은 천이 좋은 것 같아.”

당연하다. 그건 이집트 면으로 만들었다. 잘 입고 있던 매버릭은 뭔가 불만인지 고급 이집트 면을 쭉 늘렸다가 손을 놓았다. 

“네가 나보다 한 사이즈 크던가?”
“아니 두 사이즈 커.”
“아닌 것 같은데.”

매버릭은 손으로 아이스의 셔츠를 펴보며 몸을 재고 있었다. 아이스는 하던 일을 놓고 헐렁한 셔츠 아래로 손을 넣었다. 

“너 바쁘다며.”
“응. 바빠.”

덥석 집어넣은 손가락에 작은 돌기가 걸리자 매버릭은 멈칫했다. “만지지 마.” 아이스는 애인의 말을 고분고분 들었다. 대신 바지춤을 풀러 이제 막 열기를 띠기 시작한 것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이내 매버릭의 발가락이 곱아들었다. 그쯤 되면 만지지 말라는 것을 입에 머금어도 어떤 불만도 나오지 않는다. 











  불편함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아이스는 매버릭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자기 옷을 입은 매버릭은 말도 못하게 사랑스러웠다. 본인 손으로 몇 번 찢어먹을만큼. 그리고 옷장을 기웃거리는 매버릭이 다람쥐 같았기 때문에 아이스에게는 손해 보는 일이 전혀 아니었다. 

  아이스가 빈 옷장을 언제쯤 채울까 고민하는 차에 매버릭이 먼저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우리 쇼핑하러 가자. 내가 옷 많이 가져갔잖아. 새로 사줄게.”











그래서 아이스는 원래 가려던 백화점 대신에 매버릭이 애용하는 쇼핑센터로 향했다. 매버릭은 1장에 6 달러 3장에 15달러 팻말이 붙은 옷더미로 달려갔다. 

“오 싸다 와 봐. 아이스.”

생소하게 구경중이던 아이스를 잡아온 매버릭은 엄선한 셔츠 몇 개를 아이스 목 밑에 대어보았다. 이건 색이 별로고 얘는 목이 답답하고...아주 진지한 얼굴로 옷을 골라내고 있었는데 아이스는 매버릭이 손에 쥔 옷은 그냥 다 사고 싶었다. 수차례 피팅까지 마친 결과 둘은 무지 티셔츠 세 장과 아울렛을 뒤집어서 찾아낸 랄프로렌 데님셔츠 하나, 그리고 처음 들어본 브랜드의 도톰한 검정 운동복을 사기로 결정했다. 







 점원은 맵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옷들을 손잡이 달린 비닐에 담았다 매버릭이 들려고 하자 아이스가 냉큼 뺏어 들었다. 

“네가 사줬는데 내가 들어야지” 매버릭은 피식 웃더니 그럼 밥도 사라고 하자 아이스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푸드코트로 향하자 손을 잡고 나온 가족 손님들과 용돈을 탕진하러 온 청소년들의 소리로 시끄러웠다. 둘은 타코와 핫도그 두개와 감자튀김을 각각 다른 가게에서 나눠사서 모였다. 아이스가 기름이 베어 투명해진 핫도그 포장지를 푸트코트 테이블에 펼쳐놓자 레몬에이드와 콜라를 들고 옆구리에 감자튀김봉지를 낀 매버릭이 왔다. 

“얼른 먹자!”

많이 걷고 봐서 배고팠는지 매버릭은 핫도그를 한 입 크게 물었다. 아이스도 타코를 베어 물었다. 평소 식사를 할 때는 대화를 하는 편이 아니라서 조용하지만, 오늘은 산 옷에 대해 간간히 이야기 하였다. 

“오늘 산 거 집에 있는 재킷이랑 입으면 좋을것 같아”
“그거 생각하고 골랐어.”

매버릭이 으쓱하자 아이스는 소리 없이 웃으며 레모네이드를 마셨다. 



 한참을 오물오물 씹던 매버릭의 눈동자에 별이 번뜩였다. “오락실이 있네.” 요란하게 깨지고 터지는 소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이스는 평소에 오락실 소음이 카지노와 비슷하다 여겼다. 그는 활짝 웃으며 매버릭에게 말했다. 

“다 먹고 갈래? 나 접시치기 잘해.”
“와 나 그거하는 사람 처음 봐. 누가 그런거 하나 했더니 너 같은 노잼인간이 하는 거였구나.”
“그 게임 잘 못하나봐?”

매버릭은 먹던 타코를 내려놓고 아이스의 도전을 엄숙히 받아들였다. 가속노화식단을 빠르게 해치운 둘은 음료 컵 하나 씩 끼고 오락실로 달려갔다. 납작한 손잡이를 쥔 매버릭은 자신만만하게 질 준비나 하라고 소리쳤지만 아이스가 너무 잘했다. 작은 접시가 야속하게도 매버릭의 쪽을 빨려 들어가자 매버릭은 아쉬운 탄성을 지르며 한번만 더 하자며 아이스를 붙잡았다. 

끝내 겨우 한번 이겼지만 매버릭은 어딘가 토라져보였다. 그는 아이스의 옆구리를 툭툭치면서 비겁한 자식이라고 비난했다. “일부러 이거 하자고 했지?” “난 잘한다고 말했어.”

 다행히 남는 동전 털려고 한 인형뽑기에서 매버릭이 제일 큰 토끼인형을 뽑아서 계속 지던 일은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야 우리 다음에도 오자”

아이스는 그러자고 약속했다 아이스는 다음에도 옷 한 벌 고르는데 몇 시간을 돌아다니고 유사카지노기계에 동전을 쏟아붓고 매버릭이 웃는 걸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