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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9 10:45
산토리니는 지금은 아기자기한 건축물이 있는 휴양지로 유명하지만 사실은 고고학적으로도 다른 어떤 지역에 뒤지지 않는 가치를 지닌 장소임
산토리니는 이탈리아어 이름이고, 그 이전에는 테라, 칼리스테(가장 아름다운) 등의 이름으로 불렸음. 미노아 시기의 이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테라가 알려진 가장 옛 이름이므로 대개 당시 산토리니도 테라라고 부름
화산 폭발 이전의 테라는 크레타 섬에 버금가는 미노아 문화의 중심지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고 있었음.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 건축임
이것은 산토리니 아크로티리에서 발굴된 화산 폭발 이전의 가옥 복원도인데 다큐멘터리와 논문에도 사용된 바 있음. 당시 테라의 건물은 견고한 다층 건축에 심지어 상하수 배관이 있었음. 상수는 냉온수가 모두 공급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고 (온수의 출처는 화산 온천수로 추정), 하수 배관은 벽을 따라 위층에서 1층으로, 1층에서 길에 설치된 하수로로 이어지는 구조라 상층에서도 사용 가능했음. 뿐만 아니라 가내 수세식 화장실과 바닥 난방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됨. 농담 아님 ㅋㅋㅋ 도저히 믿기 어렵지만 연구를 통해 점점 더 밝혀지는 중임. 다큐에서 저 부분 얘기할 때 나레이터들도 약간 황당해 하는 것 같음. 그런데 학자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함. 그냥 자기 집 배관 뚫은 얘기 하는 것 같음. 하지만 물론 아크로티리는 엄청난 유적에 비해 인력과 투자가 부족해서 연구 속도가 몹시 더디므로 더 자세한 결과는 차차 알 수 있을 거임
건축 외에도 미노아 문명에 있어서 흥미로운 점은 신앙인데, 미노아는 여신(들)을 숭배했던 것으로 추정됨. 아직 미노아 문자가 해독되지 않았고 사료가 적어 이름을 알아내지 못했기에 그 여신들이 같은 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신으로 추정되는 존재가 상당히 많이 등장함
산토리니 아크로티리의 '동물/자연의 여신과 사프론 따는 사람' 벽화. 비공식적으로 사프론 여신 벽화라고도 불림
앞에 있는 건 벽화에 자주 나오는 파란 원숭이인데,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파란 원숭이가 진짜 있다고 함 ㅋㅋㅋ 지금은 저 원숭이가 진짜 이집트와의 교역을 통해 들어온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음
실제로 미노아와 고대 이집트는 교역을 많이 했는데 배로 2주 정도 걸렸다고 함
크레타의 크노소스 궁전에서 발굴된 '뱀 여신'상
위의 여신들은 이름만 밝혀지지 않았을 뿐 인류문화학적 의미가 큼. 이 여신들의 숭배는 올림포스 다신 숭배를 앞서는 그리스 신앙일 가능성이 제기되었음 (이 시기 자체가 일리아드에서 다룬 시대와 아테네 전성기를 아득히 앞섬)
그리고 미노아 문화는 여신(들)을 이렇게 깊게 숭배해서인지, 유적에서 여성들의 모습을 상당히 존재감 있게 표현함
역시 산토리니 아크로티리의 벽화. 사프론을 따는 여성들을 묘사하고 있음 (사프론은 산토리니에서 많이 발견되며 월경통 완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짐). 비록 저 여성들이 인간인지 신화적 존재인지 정확한 맥락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여성들이 벽화에 많이 등장한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움
역시 아크로티리 벽화. 여성의 가슴을 성적으로 여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드러낸 것이 미노아의 복식의 특징임. 사실 미노아는 그리스 영토 중에서도 남단인데 그걸 생각하면 기후에 아주 적절한 복장임 ㅋㅋㅋ
아무튼 미노아 예술은 확실히 여성의 모습으로 각인되며, 그 예술적 심미성 또한 아주 우수함
그런데...
이 좋은 곳이 어쩌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상상도
기원전 1600년 경 테라 화산 폭발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화산 폭발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음. 이 분출은 종합적 연구를 통해 화산 폭발 지수 7에 해당했던 것으로 추정 되는데, 폼페이를 멸망시킨 베수비오 폭발이 지수 5로 추정되는 걸 감안하면 가히 어마어마한 재앙이라 할 수 있음
이 사건은 미노아 문화의 제 1 본거지인 크레타 섬 북부에까지 파괴적 영향을 끼쳤고, 심지어는 중국 상나라 말기 죽서기년에 기록된 기후이변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정하는 학자들도 있음 (그냥 궤변이 아니고 진짜 고려되는 내용임 ㅋㅋㅋ)
또한 아틀란티스 전설에 영감을 주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음. 당시 지중해 인근 지역에 저 재해가 미쳤을 대충격을 생각해보면 일리 있는 추측임. 실제로 연구 결과 이 화산 폭발은 강력한 쓰나미를 일으켰을 것으로 추정됨. 터키에서 발굴된 유해가 저 사건으로 사망해 떠밀려간 유해일 가능성도 제기됨. 산토리니에 있다가 나중에 떠내려 간 게 아니라 쓰나미 때문에 진작 휩쓸려 갔을 걸로 추정한다고 함 (안 그랬으면 파괴됐을 거래). 산토리니에서부터 터키까지 떠밀려 갔다면 얼마나 엄청난 쓰나미였는지 짐작이 감
그럼 인근 지역에까지 저런 영향을 끼친 폭발이니 그 후에 테라 섬은 어떻게 됐을까? 아까 그 집들과, 벽화와, 사프론을 따는 여성들이 있던 그 곳은?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 화산 폭발로 아크로티리의 미노아 문화는 파괴된 것으로 보고 있음. 생존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이후에는 테라에서 거주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함. 심지어 그 이후 테라는 무려 청동기 시대가 끝날 때까지 무인도로 남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함. 그럴 만도 한 게 그때 쌓인 화산재가 무려 30미터임
다만 발굴을 통해 당시 대피했던 생존자들이 훗날 화산재가 조금 가라앉은 뒤 돌아와서 뒷처리를 했던 흔적이 발견되었음. 고고학자들은 이것이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추정함. 그토록 찬란했던 문화가 멸망한 후, 폐허가 된 섬에 돌아와 화산재에 묻힌 사망자들을 발굴해 장례를 치렀을 당시 사람들의 마음은 차마 헤아릴 수 없음. 이 부분은 아틀란티스 설화의 비극과 상당히 유사함
하지만 폼페이와 마찬가지의 역설로, 당시 테라가 화산재에 파묻혔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유적이 3600-400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우수하게 보존되었음. 그래서 산토리니는 오늘날까지 크레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노아 문화의 발굴지임
현재 산토리니 섬은 가운데 외딴 섬이 돼버린 분화구를 감싸고 있는 거꾸로 된 C 형태임. 저 분화구는 아직도 산토리니의 거의 모든 지점에서 보여서 존재감이 엄청난 데다 심지어 아직 사화산도 아님. 그냥 휴화산임. 휴화산 된지 그렇게 오래 되지도 않았음. 아직도 거기서 온천수가 퐁퐁 솟음. 크루즈 타고 그 온천 체험하는 투어도 있음
바닷물이 뜨거워질 정도면 얼마나 엄청난 에너지가 아직도 발산되는 중인지 짐작이 감. 하지만 현대에는 첨단 기술로 모니터링 중이기 때문에 폭발은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함 ㅋㅋㅋㅋ
현대의 산토리니 사람들은 1년에 한 번, 당시에는 비극이었던 화산 폭발이 가진 이면인 재탄생과 전환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새기며 그 분화구 섬에서 불꽃놀이 축제를 함. 테라 화산과 그 이전의 문화는 아직도 산토리니의 잊히지 않는 정체성임
그러면 생존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생존자들의 상당수는 크레타 등의 인근 지역으로 옮겨 그 명맥을 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음. 크레타는 미노아 문명의 중심지로, 그리스 신화 속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아 미노타우로스를 무찔렀다고 알려진 곳임. 그래서 나는 아리아드네를 상상할 때 테라의 화산재 아래서 발굴된 이 여인의 모습을 떠올림
사프론을 따다 다쳐 잠시 쉬는 여인의 벽화. 진짜 미노아인이 그린 미노아 여성의 그림임. 비록 실존 인물인지 알 수 없지만 어떤 경우든 미노아인의 관념으로 빚어낸 여성인 거임
테세우스는 미노아에 가서 저런 아리아드네를 봤겠지? 그러니 같이 도망가기로 한 것도 이해 됨. 근데 그랬으면 잘 살 것이지 테세우스는 구태여 아리아드네를 갖다 버리더니 무슨 생각인지 그 여동생인 파이드라 공주와 혼인을 함. 그런데 그 기행의 대가로 업보를 맞았는지 훗날 파이드라가 자기가 아닌 자기 아들을 사랑해서 왕궁을 뒤집어놓는 대참사를 맞음. 진짜 아무리 별 일이 다 있다지만 이게 대체 무슨 상황임? 이쯤 되면 테세우스는 그냥 미노아에 가지 말았어야 함. 그런데 이 대참사 상황을...
오늘, 토요일 밤 9시 곥 올나 <페드라>에서 본다!!!
미노아의 공주 파이드라 설화를 각색한 20세기판 그리스 영화!
그리스 여성 최초로 문화부/문화체육부 장관이 된 멜리나 메르쿠리와 히치콕 사이코 남주 앤서니 퍼킨스 주연! 이 둘이 새엄마-새아들인데 사랑하는 내용!
궁금하지 않아?
9시 곥 올나 많이 많이 보러 와라!
자유영업 멜리나메르쿠리 안소니퍼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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