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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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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은 잠의 심도를 가리지 않고 찾아왔다

 

 

 

 

 

 

 

어느덧 시험 기간이었다. 허니는 어김없이 장학금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맥카이는 그를 때로는 방해하고, 때로는 바짝 붙어 구경했다. 그들은 매일 같이 학교를 갔고, 가끔 교수실에서 키스도 했으며, 맥카이의 집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일상이 됐다.

 

 

 

 

 

“허니, 쿠키 먹을래.”

 

 

 

 

 

그러나 허니는 불안했다. 평화로운 나날들이 마치 폭풍전야 같았다. 맥카이가 친구들을 다 끊어냈던 사건이 반복되는 걸까 주변을 확인했지만, 아니었다. 맥카이는 사랑을 빌미로 옭아매지 않았고, 허니도 그를 피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안감이 덮쳐와서 자주 맥카이를 들여다봐야만 했다.

 

 

 

 

 

“우유도 데워줄게.”

 

 

 

 

 

그 결과 허니는 정답에 가까운 것을 알아냈다. 맥카이가 변했다. 아니, 그의 사랑이 변했다. 여기저기 곪아 상처투성이라 그런 건지, 그저 녹슨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 변했다. 허니는 다정히 저를 바라보는 맥카이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맥카이의 웃음이 짙어졌다. 그는 허니를 따라 고개를 끄덕이더니 제 입가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뽀뽀.”

 

 

 

 

 

맥카이는 종종 그답지 않게 애교를 부렸다. 그와의 첫 만남을 생각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허니를 시험에 빠지게 하는 단계는 이미 끝났다는 듯 착실히 ‘평범한 애인’의 역할을 수행 중이었다. 허니는 ‘대신 교수님도 같이 먹어요’ 낯간지러운 단어를 못 들은 척했다.

 

 

 

 

 

“그럼 뽀뽀 세 번.”

“왜 세 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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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교수님이라고 해서.”

 

 

 

 

 

문가에 서 있던 맥카이가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 허니는 살이 빠져 더욱 날카로워진 맥카이를 쳐다보았다.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는데 어쩐지 건강해질 기미가 안 보였다. 그가 걱정된 허니가 느릿하게 손을 올렸다. 맥카이는 기다렸다는 듯 볼을 갖다 댔다.

 

 

 

 

 

“입술을 기대했는데.”

 

 

 

 

 

허니는 아직도 소소한 스킨십이 간지러워 겨우 입을 맞췄다. 맥카이는 아쉬워 제 입술을 혀로 훑으면서도 더 다가가지 않았다.

 

첫 번째 변화였다. 허니가 맥카이에게 돌아온 후, 그들은 몸을 섞지 않았다. 지난 시험 기간처럼 허니가 공부를 내세워 선을 긋지 않았는데도. 맥카이가 허니의 머리를 한참 쓰다듬다 주방으로 향했다. 허니는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금세 달콤한 초콜릿 향이 진동했다.

 

 

 

 

 

“모르겠어?”

“네?”

 

 

 

 

 

그릇에 쿠키를 담아 온 맥카이가 따뜻한 머그잔을 내려놓으면서 책을 가리켰다. 허니가 만든 흑점과 짧은 선들이 문제를 더럽히고 있었다. 허니는 검은색으로 점철된 곳에 제 생각이 담긴 것 같아 서둘러 지웠다.

 

 

 

 

 

“설마요.”

“그래, 넌 똑똑하니까.”

“칭찬이에요?”

“응.”

 

 

 

 

 

허니가 쿠키를 먹으면서 맥카이를 올려다보았다. 언젠가 맥카이는 술 취한 허니보다 똑똑한 허니가 더 꼴린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얼마나 걸려?’ 물은 맥카이는 허니한테 묻은 부스러기를 털어줄뿐 다른 의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허니는 쿠키를 넘기는 목이 까끌거려 우유를 마셨다.

 

 

 

 

 

“한 시간 정도요.”

“한 시간.”

“네, 일찍 씻고 자려고요.”

 

 

 

 

 

허니가 계속 타오르는 갈증을 무시하면서 씻는다는 말을 꺼내 맥카이의 반응을 살폈다.

 

 

 

 

 

“한 시간 넘어가면?”

“네?”

“어제도 일찍 씻고 잔다면서 늦게까지 공부했잖아.”

“…….”

“왜?”

 

 

 

 

 

허니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는지 맥카이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두 번째 변화였다. 맥카이는 허니의 부정적인 표현에 예민해졌다. 표정이 굳거나, 한숨을 쉬거나, 머리만 짜증스레 넘겨도 그는 심각한 일이 일어난 것 마냥 달려들었다. 허니는 제 이마를 문지르면서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버무렸다. 맥카이가 허니의 의자를 잡고 제 쪽으로 돌렸다. 그의 품에 갇힌 꼴이 된 허니는 시퍼런 눈동자를 맞닥뜨렸다.

 

 

 

 

 

“허니.”

“시험 때문에 그래요.”

“…내가 잘못한 건?”

“없어요.”

“잘한 건?”

“쿠키랑 우유?”

 

 

 

 

 

허니의 대답에 의자를 잡은 맥카이의 힘이 슬며시 풀렸다. 허니는 저한테 이토록 신경 쓰는 맥카이의 사랑이 어떻게 변한 건지 감이 오질 않아 답답했다. 제가 맥카이한테 너무 큰 상처를 줘서 눈치 보게 만드는 걸까, 순종적인 태도가 아니라 억압된 걸까. 허니가 맥카이의 눈에 손을 갖다 댔다. 맥카이는 얌전히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피곤해 보여요.”

“시험 기간이잖아.”

“교수들은 시험 기간이 더 한가하지 않나.”

“네가 시험 기간이잖아.”

“다음 주면 끝나요.”

“오늘은?”

“…….”

“한 시간 넘어가면 내가 씻겨줄게.”

 

 

 

 

 

허니는 맥카이의 진심 담긴 농담에 마음이 놓였다. 허니가 슬그머니 미소 짓자 맥카이는 떼지 말라는 듯 허니의 손바닥에 볼을 비볐다. 허니는 맥카이의 눈썹을 그리다, 눈가를 어루만지다, 장난스레 이마를 밀었다. 맥카이는 밀려난 이마를 그대로 끌고 와 허니의 입술에 꾹 눌렀다. 허니는 맥카이가 방으로 가고 나서도 제 생각을 지우기 위해 지우개를 손에 쥐고 있어야 했다.

 

 

 

 

 

“조지.”

“왔어?”

 

 

 

 

 

맥카이가 침대 헤드에 기대 허니를 반겼다. 읽고 있던 책을 미련 없이 덮는 그의 손가락에 생채기가 나 있었다.

 

세 번째 변화였다. 맥카이는 허니가 혼자 시간을 보내면 미친 듯이 불안해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허니한테 티내진 않았으나 그의 손가락이나 피곤이 더해진 눈꺼풀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허니는 안쓰러움에 맥카이에게 다가갔고, 맥카이는 익숙하게 그를 끌어안아 배에 얼굴을 묻었다.

 

 

 

 

 

“약은 먹었어요?”

“아니.”

“왜요?”

“네가 먹여줘.”

 

 

 

 

 

허니는 빨개진 맥카이의 눈에 서랍을 열어 약통을 꺼냈다. 맥카이는 가만히 입을 벌려 허니를 올려다보았다. 허니가 건네주는 약은 미리 맥카이가 바꿔치기 해놓은 것이었다. 먹으면 잠들기는커녕 오히려 잠을 깨우는 약이나 다름없었다. 맥카이는 여유롭게 물을 마시면서 허니의 걱정을 마음껏 누렸다.

 

 

 

 

 

“졸리죠.”

“응.”

“먼저 자요.”

“기다릴게.”

“조지.”

“눈 감고 기다릴게.”

 

 

 

 

 

허니는 맥카이의 고집에 ‘금방 씻고 올게요’ 져주었다. 허니한테 한 말과 달리 맥카이의 시퍼런 눈동자는 욕실 문을 지켰다. 눈꺼풀이 무거웠지만 잠들 수는 없었다. 적어도 허니보다 늦게 잠들어야 했고, 허니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다. 새벽에 허니가 뒤척이면 제 품에 가두어야 했으며, 물 마시고 싶다고 하면 꼭 방문을 열어둔 채 주방에 다녀와야 했다.

 

 

 

 

 

“눈 감고 기다린다면서요.”

“응.”

 

 

 

 

 

맥카이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허니는 순간 그가 귀여워 보여 고개를 저었다. 맥카이는 허니를 화장대에 앉혀 드라이기를 켰다. 고작 머리카락을 말려주는 건데도 미간에 주름이 갈 만큼 그는 진지했다.

 

 

 

 

 

“허니.”

“네.”

“내가 걱정돼?”

 

 

 

 

 

허니가 거울로 맥카이를 쫓은 걸 들킨 모양이었다. 드라이기가 꺼지자 방 안이 조용해졌다.

 

 

 

 

 

“…조금요.”

 

 

 

 

 

허니가 제 어깨에 올려진 맥카이의 손가락을 만지작댔다. 맥카이는 허니의 손가락을 얼른 잡아챘다. 제게 먼저 내밀어진 손을 맥카이는 도무지 잡지 않을 수가 없었다. 허니가 반대 손으로 맥카이의 손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러지 마.”

 

 

 

 

 

맥카이는 뻔뻔하게도 거짓말했다. 걱정이든 동정이든, 사랑이 담겨만 있다면 반기는 그는 일부러 허니를 자극했다. 예상대로 거울을 등지고 맥카이를 쳐다보는 허니였다.

 

 

 

 

 

“조지도 그만 물어뜯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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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

 

 

 

 

 

“허니 비!”

 

 

 

 

 

카페테리아에서 샌드위치를 먹던 허니가 가방을 치웠다. 샌드위치는 맥카이가 직접 만들어준 것이었다. 허니가 사 먹어도 된다고 했지만 맥카이한테 통할 리가 없었다. 그는 시험 기간일수록 건강하게 먹어야 된다면서 주스까지 갈아주었다.

 

 

 

 

 

“점심은?”

“먹었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나 좆카이 봄.”

“나도.”

“난 여자랑 있는 거 봤다고!”

 

 

 

 

 

허니가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주스를 마셨다.

 

 

 

 

 

“근데?”

“좆카이가 웃었다니까?”

“…근데?”

“저번에 너랑 같이 본 그 여자랑 웃었어!”

 

 

 

 

 

허니는 맥카이가 낯선 여자랑 웃는 광경을 존이랑 걷다가 본 적이 있었다. 이상하게 배탈이 난 것 같았던 날, 맥카이가 저에게 헌신하고 있지만 그 사랑이 변한다면 현실만이 남을까 봐 혹은 그마저도 남지 않을까 봐 두려웠었다. 맥카이는 허니와 연락이 안 돼 담배를 피웠고, 허니와 보내는 시간이 황홀해서 방심한 거라고 자책했었다. 허니는 저절로 떠오른 그날에 괜히 소화가 안 되는 기분이었다.

 

 

 

 

 

“여자친구 맞나 봐. 존나 소름 끼쳐.”

“여자친구 있을 수도 있지.”

“좆카이가? 그 새끼를 누가, 어떻게 만나? 너라면 만날 수 있냐?”

“글쎄.”

“생긴 건 나도 인정해. 근데 좆카이잖아!”

 

 

 

 

 

허니는 존이 난리 칠 동안 샌드위치를 꾸역꾸역 마저 먹었다. 말끔하게 비운 도시락을 정리한 허니가 어디 가냐는 존의 물음을 뒤로 하고 걸음을 옮겼다.

 

 

 

 

 

“…….”

 

 

 

 

 

교수실,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와 커튼이 너풀거리면 햇살이 맥카이를 비추었다. 허니가 있으면 잠들 수 없으니 교수실이 그가 잘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그마저도 허니가 언제 올지 몰라 버티다가 잠들고는 했다. 그의 손가락에는 생채기가 늘어나 있었고, 넥타이는 편히 숨쉬기 힘들 정도로 목을 조이고 있었다. 책상 서랍 안에는 담배가, 뒤쪽에는 진짜 약이 들어 있었다. 그러니까 맥카이는 제가 의도한 것보다 더 심하게, 서서히 망가지고 있었다.

 

 

 

 

 

“조지.”

 

 

 

 

 

그렇다 한들 제 눈앞에 허니가 있는데 무슨 상관인가.

 

 

 

 

 

“학교에서는 ‘교수님’이고, 단둘이 있을 때는 ‘조지’면, 다른 데서는 뭐라고 부를래.”

 

 

 

 

 

맥카이는 갑자기 나타난 허니에 당황하지 않고 능청스럽게 굴었다. 화장실에서 가글로 입을 헹구고 호흡을 고른 허니는 곧장 교수실로 왔다. 이번에는 샌드위치를 먹고 배탈이 난 것 같아 맥카이를 봐야 할 것만 같았다. 맥카이가 ‘응?’ 나른하게 물으면서 허니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자기?”

 

 

 

 

 

맥카이는 무덤덤한 허니를 지켜보면서 악몽을 애써 밀어냈다. 악몽은 잠의 심도를 가리지 않고 찾아왔다. 10분 남짓 눈만 감고 있어도 악몽을 꾸었다. 허니가 떠나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허니는 버젓이 제 눈앞에 있었다. 제 강의를 들었고, 오다가다 마주쳤고, 과제를 내러 오는데 허니는 저를 ‘교수’ 그 이상으로 대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죽을 수도 없었다. 죽지 않고 살고 있었다. 죽을 만큼 사랑하는데 죽지 않는 게 억울해서, 죽을 만큼 사랑하는데 죽을 수 없는 게 끔찍해서. 맥카이는 눈을 뜨면 종종 헛구역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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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싫으면 ‘허니’는 어때.”

 

 

 

 

 

오늘은 속이 울렁거리지 않았다. 저를 조용히 내려다보는 허니로 시야가 가득 찼다. 맥카이의 손가락이 허니의 입술에 닿았다.

 

 

 

 

 

“왜 젖었어.”

 

 

 

 

 

허니가 계속 아무 말을 하지 않자 맥카이가 입술을 눌렀다. 축축하고 말랑한 입술이 자연스레 벌어졌다. 맥카이는 허니의 숨을 느끼면서 입술 사이로 엄지를 넣었다. 허니의 혀가 물러서자 맥카이가 입술을 문지르면서 ‘나 뭐 잘못했어?’ 물었다.

 

 

 

 

 

“교수님.”

“…그건 선택지에 없었는데.”

 

 

 

 

 

맥카이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 그는 악몽이 현실로 일어나는 게 극도로 두려웠다. 자꾸 호칭에 집착하는 이유였다. 맥카이는 당장이라도 허니의 입속에 다른 게 넣고 싶어져 마른침을 삼켰다. 바람이 불었고, 커튼이 바스락댔고, 가글의 상쾌한 향이 풍겼다.

 

 

 

 

 

“존이랑 만났어요.”

“그 이름도 선택지에 없었고.”

“…….”

“내가 뭐 잘못했어?”

 

 

 

 

 

맥카이가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목소리는 여전히 싸늘했으나 허니의 입술을 매만지는 손가락에서 초조함이 묻어났다.

 

 

 

 

 

“조지를 봤대요.”

“응.”

“웃고 있었대요.”

“내가.”

“네.”

 

 

 

 

 

허니한테는 맥카이의 웃음이 흔한 것이었다. 이름만 불러도 환하게 웃는 그는 하다못해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라는 시시한 말에도 웃었다. 그러나 허니가 없으면 맥카이의 웃음도 사라지는 게 당연했다. 허니는 저 없이 맥카이가 웃을 수 있다는 게 거북했다. 일종의 자만심이자 우월감이었다.

 

 

 

 

 

“왜 웃었어요?”

“…싫었어?”

“아니요.”

 

 

 

 

 

허니가 입술을 말아 물었다. 오갈 데 없어진 맥카이의 손가락은 허니의 눈 밑을 쓸었다. 가지런한 속눈썹을 헤쳐 들어가 눈동자를 만지고 싶었다. 처음으로 질투하는 허니를 바라만 보는 게 고역이었다. 맥카이의 입꼬리가 올라가자 허니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맥카이는 허니의 눈동자가 잠시라도 가려지는 게 싫어 도로 속이 울렁거렸다.

 

 

 

 

 

“모르겠어요.”

“…….”

“그냥….”

“…….”

“그냥 보고 싶었어요.”

 

 

 

 

 

허니는 그날처럼 사랑을 고백했다. 생각을 많이 하는 대신 맥카이에게 달려온 게 사랑이었고, 질투를 드러낸 게 사랑이었고, 저를 만지는 맥카이의 소유욕을 내버려두는 것도 사랑이었다. 모든 게 그날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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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싶었어?”

 

 

 

 

 

단 하나, 맥카이는 그날처럼 방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맥카이는 제가 적당히 아파야겠다 결심한 후로 ‘적당히’의 정도를 조절했다. 허니가 저한테서 눈길을 떼지 않을 만큼. 저에게 시간을 전부 쏟아부을 만큼. 저를 가졌다는 걸 상기시킬 만큼. 거기다 허니가 제 아픔에 질리거나 지치면 안 되니 새로운 이벤트도 필요했다.

 

 

 

 

 

“네.”

“…….”

“그리고….”

 

 

 

 

 

허니가 교수실로 막 들어왔을 때 본 맥카이는 비현실적이었다. 흘러내린 맥카이의 앞머리 위로 햇빛이 반짝였고, 바람을 타고 그 특유의 시가렛과 바닐라, 나무가 섞인 향이 퍼졌으며,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옅은 숨소리가 들렸다. 허니는 오랜만에 잠든 맥카이를 보면서 제가 왜 불안해했는지 깨달았다. 허니가 눈 주위를 서성이는 맥카이의 손을 끌어다 잡았다.

 

 

 

 

 

“그리고 내 생각보다 많이 보고 싶었나 봐요.”

 

 

 

 

 

정답에 가까운 것은 정답이 아니었다. 변한 건 맥카이가 아니라 저였다. 빌어먹게도 맥카이를 깊이 사랑하게 됐다. 목숨을 거는 것을 넘어서서 맥카이 사랑에 다치든, 깔려 죽든 상관 없어졌다. 그리고 맥카이는 역시 이번에도 제 사랑을 눈치챈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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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저렇게 만족스럽게 웃을 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