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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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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의 파르테논 대리석상을 아테네로 돌려주세요."

파르테논 대리석상의 반환은 멜리나 메르쿠리 당시 그리스 문화부 장관이 추진했던 계획 중 하나임. 멜리나 메르쿠리는 그리스 최초의 여성 문화부/문화체육부 장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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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 조각군은 현재 대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음 
그리스 아테네에 있어야 할 파르테논 신전의 석상이 영국으로 반출된 계기는 다음과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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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그리스는 오토만 제국(터키)의 지배를 받았는데, 그때 오토만과 영국은 우방이었음 
당시 주 오토만 영국 대사였던 엘긴 경(위의 그림)은 예술가들을 고용해서 그리스 신전 예술품을 본 뜨거나 기록하고는 했는데,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아예 파르테논과 기타 신전의 일부를 떼어내 영국으로 반출하기 시작했음 
이에 영국 하원 특별 위원회는 이 행위의 합법 여부를 심사했는데, 이때 엘긴은 자신의 아크로폴리스 문화재 반출이 1801년 오토만 술탄의 칙령에 의해 허가된 사항이라고 주장하여 혐의를 벗음 
그러나 이 칙령 원본은 터키 쪽 문서고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다만 이탈리아어 번역본이 대영박물관에 있으며 영어 번역본을 당시 특별 위원회가 받아 보았을 뿐임. 그러나 그 소위 '칙령'이라 불리는 문서는 증거로서 효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그 비판의 근거는 보존된 번역본에 비록 문자가 새겨진 돌 조각이나 조각상을 가져갈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기는 하나, 그 문서는 1. 술탄의 사적 편지로 애초에 칙령의 법적 효력을 갖지 않으며, 2. 해당 구문을 신전 건축의 일부인 조각상을 절단해서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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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나 메르쿠리 장관 사후 그 남편인 줄스 다신 감독은 (영화 페드라 감독) 해당 문구가 과연 대형 톱 및 다른 도구를 이용해 신전으로부터 조각을 떼어내어 반출하는 행위를 허용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 질문에 대해 수많은 고고학자와 역사학자들 외에도 유네스코와 유럽 의회 회원국들도 아니라고 답할 뿐더러 심지어 반출 당사자인 엘긴 경 본인조차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점을 밝힘. 그 근거는 엘긴 경이 생전에 남긴 서신의 구절들인데, "나는 원래 본 뜬 것 말고는 반출할 계획이 없었어", "터키 정부는 그 대리석상들을 나한테 판 사람한테는 처분권이 없었다고 강하게 주장했어" 등이 이에 해당함. 줄스 다신의 이 기고문은 멜리나 메르쿠리 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함 

반면 대영박물관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파르테논 대리석상은 1816년 영국 의회 특별 위원회의 확인 하에 칙령에 의해 온전히 합법적(entirely legal)으로 취득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문서가 법적 칙령(firman)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나 문제가 되는 문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음. 그러면서 조각상은 박물관에 보관할 때 가장 잘 보존된다는 것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지식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리스도 그렇기에 2009년 새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을 설립한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음. 이 부분은 무슨 연관이 있어 언급한 것인지 의문임. 자기들이 잘 보존해줬다는 뜻일까? 하지만 그건 사실이라고 보기 힘든 것이, 엘긴이 당시 반출한 파르테논 조각상은 전체의 절반 가량이었는데, 대영박물관에 의하면 지금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상은 세계적으로 약 절반이 보존되어 있으며, 그 중 반은 대영박물관에, 반은 아테네에 있다고 함. 즉 반으로 나눈 다음 양측 다 반 정도 보존했다는 거임. 결국 아테네에 남겨진 유물과 대영박물관이 가져간 유물은 보존도가 거의 같다는 뜻으로 볼 수 있을 듯함

그리고 반환 요구에 대해서도 대영박물관 측은, 그리스는 오직 완전한 반환을 요구했을 뿐 미디어에서 다룬 대여 요청은 공식적으로 제출한 적이 없다면서, 이사회는 그리스 측의 대여 요청을 충분히 검토할 의향이 있으나 단지 그리스가 이사회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함. 그러니까 원래 그리스 유물인 것을 대영 박물관 소유라고 인정해주면서 대신 좀 빌려달라고 부탁하면 자기들이 너그럽게 빌려줬을 텐데, 감히 돌려달라고 하니까 1816년에 자기 나라에서 합법으로 결론내렸다는 점을 근거로 버티겠다는 뜻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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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인 줄스 다신에 의하면 멜리나 메르쿠리 전 장관은 생전에 "나는 죽기 전에 그 대리석상들이 아테네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겠지" 라는 말을 남겼다고 함. 멜리나 메르쿠리는 1994년 폐암으로 뉴욕에서 별세하였음. 그리고 30주기인 지금, 아직도 대영박물관의 파르테논 대리석상은 그리스로 반환되지 않았음

언제가 되어야 멜리나 메르쿠리는 환생해서 염원이 이루어진 모습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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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대영박물관에서 파르테논 대리석상을 보는 멜리나 메르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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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나 메르쿠리는 장관이기 오래 전부터 전설적인 배우이기도 했음. 대표작으로는 <일요일은 참으세요>, <페드라>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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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중 남편 줄스 다신 감독과의 합작인 <페드라>를 이번주 토요일 9시 곥 올나에서 본다! 이 글은 영업글 맞음

"나는 그리스인으로 태어났으며 그리스인으로 죽을 것이다" 라고 했던 멜리나 메르쿠리가 그리스에서, 그리스 신화의 파이드라 설화를 바탕으로 촬영한 <페드라>. 많이 많이 보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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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ina Mercouri and Tony Perkins on set of movie S.S. Phaedra.1961a.jpg

마지막으로 페드라 촬영 당시 그리스 이드라(히드라) 섬에서의 멜리나 메르쿠리와 앤서니 퍼킨스. 그 태양처럼 찬란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곥올나 토요일 9시!


자유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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