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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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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만두 먹뱉사건 이후로 눈새 공주님 최동오는 은근히 눈치를 보게 됐을 거임. 성구가 손을 대주니 정말 얼떨결에 뱉은 건데 자기가 생각해도 ㅈㄴ말이 안 되는 거지...!

난 곧 성인이고...친구들도 있었고 후배들까지 다 보고 있었는데ㅠㅠㅠ이런 가오 떨어지는 장면이 농구부 100빡빡이들 앞에서 벌어지다니ㅠㅠㅠㅠㅜㅜㅠㅜㅠㅜㅠㅜ

동오 며칠 동안 밤마다 이거 생각나서 이불 뻥뻥 차는데 낙수가 또 개빡친 목소리로 '...좋은 말로 할 때 자라.' 라고 해서 이불 뒤집어쓰고 몰래 조금 울었음...

 

 

 


그러고나서야 생각이 드는 거야.

근데 내가 왜 뭔지도 모르는 그 만두를 냅다 먹어 버린 거지? 평소답지 않게?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지난 날들~
아...그래서 명헌이가 그때 집사 구한 거냐 한 건가?!!?!!

 

동오 얘도 그냥 평범한 고딩 아기라서 친구들 앞에서 그런 가오 떨어지는 거 못 견딘단 말임...

그래서 성구한테 너 대체 요즘 왜 이러는 거냐고 물어보려 했는데 타이밍을 자꾸 놓쳐버림. 다른 애들 다 있을 때 물어보는 건 좀 그런 거 같고...근데 정성구 얘는 뭐가 그렇게 하는 일이 많은지 훈련 전엔 늘 애들이랑 얘기하고 있고 훈련 끝나면 감독님이 명헌이랑 성구 불러서 뭐라 뭐라 얘기하심ㅠㅠ(그거야 걔네가 주장, 부주장이기에...)

그래서 결국 동오 아무 것도 못 물어봤고 혼자서 계속 정성구 의식하면서 눈치를 보게 됨.

 

 

 

 

그렇게 며칠이 지나서, 오후 훈련 끝내고 석식을 먹는데 하필 반찬으로 조기가 통으로 한 마리씩 나온 거야. 동오 평소 같으면 껍질 벗겨 먹는 것도 귀찮고 생선 눈이랑 입이랑 다 너무 징그러워서 손도 안 댔을 거임. 근데 그러면 또 정성구가 뭔가를 해주는 장면이 연출 될까 봐 잘 바르지도 못하는 생선 거의 으깨가면서 흰 살만 어찌저찌 골라 먹고 있는 거지.

으 솔직히 너무 비리고 번거롭고 별로야ㅠㅠ게다가 너무 징그러움...이거 먹기 싫어ㅠㅠㅠ

근데 최동오 그러던 말던 성구 이미 자기 몫의 생선 다 먹고 지 식판에 있던 메추리알 장조림 동오 식판에 부어주고는 최동오가 다 으깬 생선 자기가 가져와서 하압 먹음.

 

아이씨 이게 아닌데...

 

뭔가 이번에도 애들이 이쪽을 슬쩍 보는 시선이 너무 창피한 것 같고...혹시 뒤쪽 2학년 테이블에서도 봤나 싶어서 돌아보고 싶은데 신경 쓰는 거 티 날까 봐 못 돌아 보겠음;; 아 진짜 정성구 짜증나...ㅠㅠ 근데 성구 저 놈은 너무 태연하게 밥 더 받으려고 줄 서러 가 있어서 또 뭐라 말도 못 했음.

 

 

 

 

또 하루는 모의 시합 해주러 선배들이 학교에 왔는데 우리 준다고 도넛을 사 왔대. 다들 감사히 먹겠습니다! 하며 우렁차게 인사하고 하나씩 손에 드는데 최동오 목이 너무 타서 물 좀 마시고 가니까 남은 게 딸기시럽 뿌려진 것들 뿐이네...?

도넛 맛있어 보이는데...폭신한 도넛 위에 딸기시럽...
평소였으면 그냥 조용히 안 먹고 말 텐데 또 아예 안 먹으면 성구 쟤가 뭘 해줄지 모르니 걍 겉에 시럽만 덜어내고 먹으려고 도넛 집음. 근데 갑자기 손에 들었던 딸기시럽 가득한 도넛이 휙 빠지더니 초콜릿 코팅된 도넛이 내 손에 들려있네? 으어어..하며 얼타다 뒤 돌아보면 딸기시럽 입가에 묻히면서 와구와구 도넛 뜯고 있는 정성구...

 

 

동오 뭔가 노력은 하는데 눈새 탈출은 근본적으로 안 돼서 하나를 알고 둘셋까진 생각이 가도 그 이상으로 예측을 못함ㅋㅋ그래서 여전히 성구한테 챙김 받고 당황하고가 반복되는 거지.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다가 또 급식에 동오가 못 먹는 반찬들이 가득한 날이었음. 대충 맨밥 국에 말아서 퍼먹고 교실로 올라왔지. 이렇게 밥 부실하게 먹은 날은 이따가 간식 사 먹어도 배가 금방 꺼지니까 점심시간이라도 최대한 늘어져 있는 게 체력 비축하는 길이라서 그럼.

평소처럼 낮잠이나 자려고 책상에 엎드렸는데 그날따라 잠이 안 오는 거야. 그래서 그냥 엎드린 채로 고개만 옆으로 돌려 창밖 풍경 구경 하면서 시답잖은 생각들 하며 쉬고 있었음.

 

 

 

 

드륵-

 

 

 

 

교실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안으로 들어 오는 걸음 소리가 들려. 반 애들이겠거니 싶어서 신경 안 쓰고 계속 엎드려 있는데 묵직한 걸음 소리가 자기 자리 근처로 오더니 귓가에 바스락거리는 비닐 소리가 나는 거지.
고개를 휙 들었는데 자기 책상에 놓인 바나나 우유 한 개와 크림빵 두 개. 한참을 위로 올라가서 보이는 큼직큼직한 이목구비...두꺼운 입술과 짙은 눈썹......

 

정성구??!?!?!!!

 

뭐야??? 여태 이거 팬이랍시고 찾아오는 후배들이 두고 가는 거인 줄 알았는데 이거 얘가 매번 두고 간 거야??!?!!

 

최동오 어버버 거리면서 올려다보는데 정성구 딱히 별 말도 없고 다시 뒤돌아서 나가려는 거야. 동오 일단 냅다 '야!! 정성구 너 일로 와봐!' 소리 질러선 성구 불러 세워서 자기 앞에 앉혔음.

 

 

 

 

"..."

"..."

 

 

 

 

최동오 팔짱 딱 끼고서는 성구 위아래로 훑어보며 머리를 굴려 보는 거지. 이 새끼가 대체 왜 이러는 걸까...근데 아무리 생각을 해도 도저히 답이 안 나와;;

 

 

 

 

"야, 여태 이거 계속 사다 준 거 너야?"

"응."

"지난주 화요일이랑...지지난주랑...그...언제더라..어쨌든...전부??

"응."

"......왜?"

 

 

 

 

동오는 진짜 의문이겠지. 쟤는 3반이고 나는 11반이라 층도 다른데 굳이 우리 반까지 와서 이걸 주고 간다고? ...뭐 그건 그럴 수 있다 쳐, 근데 얜 왜 여태 그걸 말도 안 하고 준 거야????

 

 

 

 

"너 이따가 배고파서 빵 사 먹을 거잖아."

"맞긴 한데...그걸 네가 왜 사다 줘?"
"그냥 생각이 나서."
"....어?"
"생각이 안 나면 안 사 왔겠지."

 

 

 

 

그....으래???? 그치...?

생각이 안 났으면 안 사다 줬겠지????
맞긴 하네????? (뭐가맞니)
극한의 납득충 최동오(...) 일단 성구가 틀린 말 하는 거 같진 않아서 얼레벌레 납득하고서 빵 봉지 하나 뜯어서 한입 베어 물었음.
 

 

 


"(우물우물) 야 근데 넌 네가 주는 거라고 말이라도(우물) 하고가지. 난 후배들이 주고 간 줄 알았네."
"굳이 뭘 말까지 하냐 이런 걸."
"왜 굳이야~사다 줬는데 내가 모르면 섭섭하지 않아 너는?"
"글쎄. 뭐든 네가 먹었으니까 상관 없는데?"
"(우물우물) 그른가?"

 

 

 

 

야 근데 너 내가 빵 사 먹는 날은 어떻게 알았냐?

너 급식 멸치 볶음 못 먹잖아. 가지절임도 그렇고.

헐...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뭘 어떻게 알긴 어떻게 알어, 그냥 아는 거지.

......

 


어쩐지 동오 먹는 속도가 좀 줄고 계속 입에 넣은 빵만 우물우물 씹고 있으면 성구가 바나나 우유에 빨대도 꽂아 주겠지...그럼 동오는 계속 빵 먹으면서 그거 보는데 문득 생각이 드는 거야.

 

 

 

 

"......근데 성구 너는..나 이러는 거 한심하고 답답하지 않아...?

"응?"

 

 

 

 

동오도 자기가 입맛 까다롭고 손 많이 가는 거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 사실 초등학생 때 까지는 정말 몰랐는데 중학교 입학하고 나서 친구들이 너 무슨 도련님이냐고, 뭘 그렇게 못 먹는 것도 많고 손이 많이 가냐~하면서 웃는 거 보고 엄청 충격 받았었음ㅋㅋ

그러고 나서 주위를 둘러봤겠지. 자기가 못 먹는 게 많으니 친구들이 뭐 먹고 싶은 게 있어도 같이 가자고 말을 못 하는 거 같고, 쟤네도 다 원하는 게 있을 텐데 나랑 바꿔주면 친구들은 자동으로 선택권이 줄어 들잖아...애들이 챙겨주는 게 고맙긴 하지만 마음이 불편하고 너무 미안하고 창피했음.

 

늦게나마 고쳐 보겠다고 카레에 당근 모아서 씹어 삼켜 봤지만 결국 다 토했고, 징그러워서 못 먹는 것들도 눈 딱 감고 먹었는데 억지로 먹어서 그런지 자꾸 체함. 그래서 결국 집에서나 편하게 양껏 먹지 밖에선 못 먹겠는 거 있으면 티 안 내고 조용히 안 먹고 하게 된 거야. 그래도 어쩌다 한 번씩 눈치 빠른 애들은 말 안 해도 동오가 못 먹는 음식 많은 거 알아채는데 그냥 바꿔달라 하면 될 거 저러는 거 답답하다고 하거나 아직도 편식을 그렇게 하냐고 한심하게 보는 게 대부분이었지.

그래서 고등학교 와서 만큼은 절대 친구들한테 티 내기 싫었던 건데...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그냥...다들 그렇다고 하길래.."
"...딱히?"
"뭐..그럼 다행이고. 아, 맞다 근데 너..!"

 

 



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놓고 네가 그렇게 굴면 내 입장이 뭐가 되냐! 요즘 내가 얼마나 난처한지 알어?! 어후...진짜 얼마나 창피한데!! 너나 괜찮지 다른 애들이 날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하겠어...우리 학년만 있는 것도 아니고 1, 2학년도 다 있는데! 맞아 너 그때 그 만두도!!!

정성구 너어는 진짜....! 내가 얼마나 당황 했는데!!!

...너 솔직히 말해 봐! 너 나 웃겨서 그러냐??

너 나 놀리는 거지!!!!

 

 

 

 

"뭐래. 내가 널 뭐 하러 놀리냐."

"......진짜?"

"그렇다니까."

"...그럼 너 진짜 왜 그러는 건데~"

"너 잘 먹는 거 신기하고 귀여워서 그런다."

 

 

 

 

최동오 순간 얼어붙었다가 또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역시 정성구 이 새끼 나 놀리는 거 맞잖아...!!ㅠㅠ
동오가 아무리 지랄지랄을 해도 성구는 이해 자체가 안 됨. 최동오 왜 내 말 안 믿지?? 진짠데??? 나 거짓말 하는 거 아닌데????

 

 

 

 

"암튼, 빵 고맙고! 앞으로는 내가 못 먹겠으면 알아서 바꿔달라 할 테니까 너 안 그래도 돼."
"...싫은데?
"이 미친놈이 뭘 싫은데야! 너 그럼 내가 뭐 못 먹는지 맨날 나만 관찰하려고 그러냐?
"응."
"이게 진짜!!!"
"그리고 이젠 관찰 안 해도 그냥 보여."
"???"
"그냥 보이니까 챙겨 주는 거고. 나는 원래 가리는 거 없이 다 잘 먹고. 그니까 나머지는 동오 너 알아서 해."

 

 

 

 

세상 무덤덤한 표정으로 지 할 말 하고선 일어나 자기 반으로 가는 정성구...
왜 이렇게 부끄럽지? 뭐야.....이거 진짜 뭔데......

 

 

 

 

 

 

 

-

 

 

 

 

그 뒤, 정성구는 정말 본인이 말한 대로 동오가 티를 안 내도 어떻게 알고선 최동오 입맛에 딱딱 맞춰서 손에 척척 쥐여 줬겠지. 그렇게 얼레벌레 한동안 지내다가 오랜만에 또 급식표에 못 먹는 반찬만 가득한 날이 온 거야.

하필 오늘은 국이 알탕이라 국도 거의 못 먹었음.

맨 밥이랑 그나마 먹을 수 있는 동치미 국물이나 좀 떠 먹고서 교실로 올라왔겠지. 벌써부터 배가 꺼지는 기분에 동오 축 처져서 책상에 엎드렸는데 문득 '아, 또 정성구가 빵 주러 오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음.

그렇게 안 자고 기다리고 있는데 얘가 오늘따라 늦네? 아 맞다...오늘 점심 먹고 바로 1반부터 8반까지 진학 상담인지 뭔지 한다고 했지? 흠...

잠도 안 잔 김에 일찍 매점이나 다녀올까 잠시 고민 하다가 그냥 다시 엎드려 버렸을 듯.

 

 

 

 

 

 

 

"최동오, 너 왜 이렇게 힘이 없냐 오늘따라?"

 

 

 

 

왜긴 왜야 배가 고프니까 그렇지~!

 

수업 마치고 농구부 훈련하러 체육관 와서는 옷 갈아입고 몸 풀고 있었는데 평소보다 파이팅이 부족한 동오 보고서 현철이가 어깨 툭 치며 물어 봤음. 동오는 대충 '아..그냥 약간 출출해서...' 하고 말 흐렸는데 그 순간 체육관 가득 우렁찬 꼬르륵 소리가 울려 퍼지는 거지ㅋㅋㅋ

 

뭐야 최동오 너 진짜 배고픈가 본데? 오늘 점심 안ㅁ....아아....으휴, 뻔하다 뻔해~

아 신현철 진짜!

왜~누가 뭐라 했어?ㅋㅋㅋ

 

 

 

 

"저어...동오 형 저 매점 갈 건데...뭐라도 사다 드릴까요? 헤헤..."

"어? 아냐 아냐 현필아. 나 괜찮아."

"야 괜찮긴 뭐가 괜찮냐! 현필아 형이 돈 줄 테니까 가서 빵이나 여러 개 사와. 너도 먹고."

 

 

 

 

진짜 괜찮다며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최동오와 그렇게 삐쩍 곯아서 농구를 어떻게 하냐는 신현철...

둘이 한참을 실랑이 하고 있고 현필이는 '어어...어떡하지...'하는 중임. 멀리서 그거 보던 1, 2학년들이 '선배들 싸우는 거야?' '나도 몰라..?' 웅성웅성 하고 있을 때 즈음...체육관 문이 덜컹 열리는 소리에 다 돌아봤음.

이제 종례 끝난 반 애들 우르르 들어 오고 있었겠지.

저 끝에서 제일 쑤욱 올라 온 머리통 하나.

딱 봐도 정성구네.

 

 

 

 

정성구 손에 들려진 매점 봉투.

크림빵 두 개와 바나나 우유.

자연스럽게 봉투를 받아 들고 크림빵을 꺼내 입에 무는 최동오.

 

 

 

 

산왕 애들 이제 너무 익숙해진 저 그림에 반응도 한 하겠지. 그저 최선을 다해 흐린눈을 할 뿐...

배고파 보이는 친구 빵 사 먹이려고 지갑까지 열었던 현철이는 좀 킹받아졌지만 말이야~!

 

 

 

 

"하! 이제는 뭐 성구가 주는 것만 드시겠다?"

 

 

 

 

동오 현철이가 하는 말 다 들었는데 그냥 모른 척 하기로 했음. 정성구가 봉투 주면서 북북 만지고 간 머리통이 너무 뜨거워서 얼굴이 좀 빨개지는 것 같았거든.

 

 

 

 

 

 

 

근데, 성구가 모르는 게 하나 있어.

 

사실 최동오 최애 빵은 크림빵이 아니란 거지ㅋ

동오 소시지빵이랑 초코빵을 좋아하지 크림빵을 굳이 찾아 먹지는 않음. 그냥 늘 점심시간에 자느라 훈련 가는 길에 매점 들르니 남은 게 없어서 크림빵을 샀을 뿐...

 

 

 

 

 

 

 

성구는 죽어도 모르겠지?

아 아닌가. 이제 최동오 최애 빵이 바뀐 것 같기도?

 

 

 

 

 

 

 

 

 

 

최동오 눈치 더럽게 없지만 그래도 용케 이건 눈치챘어.

정성구가 사다 주는 크림빵이 맛있는 게 자기 입맛이 바뀌어서 그런 건 아니란 거...!

 

 

 

 

 

 

 

 

 

 

 

 

 



슬램덩크 성구동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