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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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11:48
정우성을 사랑하는 건 불가항력적인 것이었다. 나 갖긴 싫고 남 주긴 아깝다라는 말이 있다지만 송태섭은 나 갖긴 아깝고 남 주긴 싫고였다. 저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애가 왜 나랑 만나. 그래도 고백도 안 해보고 끝내기는 억울했다. 그래서 위스키를 깠다. 숨도 안 쉬고 들이부었다. 야 정우성아, 나 취한 거 같아? 얼굴 보고 말 할 자신도 없어서 십 분 한 번씩 정우성한테 전화를 걸어서 취했는지를 확인 받았다. 걸고, 나 취했냐? 응. 끊고, 마시고. 걸고, 나 취했냐? 응. 끊고, 마시고. 네 번째 걸 때 즈음 전화 연결이 안 됐다. 에이씨, 뒤지게 취해서 고백하려고 했는데 술만 퍼부은 사람 됐다. 웬 주책이냐. 캘리포니아의 열대야는 선풍기 없이 견디기 힘들었다. 무빙세일을 통해 20달러 언저리로 가져온 선풍기는 소음이 심했다. 고쳐보려고 드라이버를 들고 난리를 피우다 목도 꺾여서, 어떻게 박스테이프로 고정만 해뒀다. 소음도 적응이 돼서, 틀고 잠을 잘 수도 있었다. 발가락으로 선풍기 버튼을 누른채 이불을 주섬주섬 덮던 송태섭은 눈을 감음과 동시에 문을 부술듯한 소리로 다시금 눈을 떠야만 했다.
“,,,,,뭐냐?”
“씨, 송태섭, 나는 너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체력 하나는 말짱한 놈이 헥헥대는데 술에 취해서 그런 건지 웃음이 막 나왔다. 정우성은 또 자긴 걱정해서 뛰어왔는데 너무하다고 하는데, 그것마저 너무 귀여웠다. 아 나 정우성 존나 사랑하네….
“나 너 진짜 좋아하나봐, 그러니까. 좋아한다고.”
그래서 저질렀다. 고작 그거 하나로 무슨일 난 줄 알고 뛰어온 정우성이 제정신 아닌 거 같아서, 참을 수가 없어서 말했다. 술이라는 핑계가 있지 않은가.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면 얼버무린 다음 취했다고 하면 된다. 정우성 얼굴은 못 보겠어서 신발을 쳐다봤다. 짝짝이로 신고온 나이키 슬리퍼 한 짝이랑 운동화 한 짝.
“안 취했어”
정우성이 말했다.
“아닌데?”
송태섭이 대답했다.
“아냐 너 안 취했어”
“그런가…”
송태섭이 고개를 들었다. 정우성과 눈이 마주쳤다. 송태섭은 정우성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좋으면 좋은 표정을 짓던지, 경멸하는 표정을 짓던지.
“사귈까?”
정우성은 좋은 선수였다. 상황을 잽싸게 파악하고 자기에게 유리하게끔 판을 돌리는. 송태섭은 순간 깨달았다.
내가 좋은 건 아닌데, 이런 걸로 잃긴 싫구나?
“그래, 뭐.”
이미 송태섭이 엎지른 물이었다. 책임도 송태섭이 져야 했다.
“,,,,,뭐냐?”
“씨, 송태섭, 나는 너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체력 하나는 말짱한 놈이 헥헥대는데 술에 취해서 그런 건지 웃음이 막 나왔다. 정우성은 또 자긴 걱정해서 뛰어왔는데 너무하다고 하는데, 그것마저 너무 귀여웠다. 아 나 정우성 존나 사랑하네….
“나 너 진짜 좋아하나봐, 그러니까. 좋아한다고.”
그래서 저질렀다. 고작 그거 하나로 무슨일 난 줄 알고 뛰어온 정우성이 제정신 아닌 거 같아서, 참을 수가 없어서 말했다. 술이라는 핑계가 있지 않은가.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면 얼버무린 다음 취했다고 하면 된다. 정우성 얼굴은 못 보겠어서 신발을 쳐다봤다. 짝짝이로 신고온 나이키 슬리퍼 한 짝이랑 운동화 한 짝.
“안 취했어”
정우성이 말했다.
“아닌데?”
송태섭이 대답했다.
“아냐 너 안 취했어”
“그런가…”
송태섭이 고개를 들었다. 정우성과 눈이 마주쳤다. 송태섭은 정우성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좋으면 좋은 표정을 짓던지, 경멸하는 표정을 짓던지.
“사귈까?”
정우성은 좋은 선수였다. 상황을 잽싸게 파악하고 자기에게 유리하게끔 판을 돌리는. 송태섭은 순간 깨달았다.
내가 좋은 건 아닌데, 이런 걸로 잃긴 싫구나?
“그래, 뭐.”
이미 송태섭이 엎지른 물이었다. 책임도 송태섭이 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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