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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4:31

 

 

 


센티넬 너붕과 그를 혐오하던 가이드 다임이 후회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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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의 일과는 단순했다. 기상해서 소대와 조금 떨어져 있는 개인 막사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가 명령을 받고 임무에 나간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차가운 새벽바람이 시리도록 불던 능력을 이용해서 모든 임무를 다 마쳐야 다시 막사로 돌아올 수 있다. 비척이면서 돌아와 몇 번을 찔렀는지 모를 주삿바늘을 다시 팔에 찌르면은, 그날의 일과가 다 끝나는 것이다.

 

 

“이거 용량보다 더 드린 거 알고 계십니까?”

“네.”

 

건조하게 대답한 허니는 의무병이 손에 들고 있는 유리 약병들이 담긴 지퍼백을 낚아챘다. 언제부터 신경이나 썼다고. 자신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그를 무시한 채 의무실 문으로 향했다. 

 

 

“허니, 잠깐만-”

“저 피곤한데.”

“....계속 그런 식으로 한다면 몸이 못 버틸 겁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알아서 할게요. 이만 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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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몇 개월은 데이비드가 손을 내밀어주면은 너무 좋았다. 마치 동아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허니의 손보다 한마디는 더 큰 그의 손을 두 손으로 꼭 붙잡았다. 데이비드가 가이딩 시간을 귀찮아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가이딩 시간만 기다리는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것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니는 데이비드가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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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가이딩할 겁니다.”

 

데이비드의 투박한 손을 잡고 있으면은 실험실에선 느끼지 못했던 따뜻함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도, 가슴이 답답했던 자질구레한 통증들이 가셨다. 주사로 연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너무 좋아 싸늘한 얼굴을 한 데이비드의 손을 잡는 그 시간이 허니에게 있어선 유일한 숨통이었다. 

 

 

브라보 소대에서 생활이 6개월이 넘어갔을 무렵, 허니는 상부에서 내려오는 능력 발휘에 대한 압박에 억지로 쉴드를 만들려고 매일같이 힘을 쥐어 짜냈다.

 

떨어지는 천장의 콘크리트 더미를 미처 못 본 빌리를 위해 처음으로 능력을 써 보일 수 있었다. 콘크리트가 쉴드 위에 부딪히고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허니는 안심했다. 무언가 제대로 해냈다는 사실에 데이비드에게 칭찬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그를 바라봤지만,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소대원이었지 ‘무기’ 따위가 아니었다.

 

시선은 뒤로 넘어져 당황해 있는 빌리에게 고정한 채 아주 건조하게 칭찬했다.

 

“잘했습니다.”

 

형식적인 문장임에도 허니는 기뻐했다. 임무가 끝난 후 자신의 막사 안에서 데이비드와 함께 가이딩 시간을 여느 때처럼 가지고 있었다. 평소라면 임무가 끝나도 팔찌의 수치는 적어도 60% 후반이었지만, 처음으로 쉴드를 성공했던 날에는 조절을 못 했기에 50%대를 가리키고 있었다. 

 

평소보다 더 지친 허니는 약속된 시간 30분을 알리는 타이머가 울리자, 조금 절박한 표정으로 데이비드를 바라봤지만, 그는 가이딩하는 내내 허니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알람 소리에 데이비드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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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하..하사님..!”

“이만 가보겠습니다. 쉬십쇼.”

 

 

순간적인 충동이었다.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자신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허니는 데이비드의 가이딩이 절실했고 그의 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가이딩이 자신의 몸을 감싸는 것을 느껴질 때면은 전쟁터가 아닌 푹신한 매트리스에 누워있는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달려가서 데이비드의 넓은 등판에 안겼다. 그의 파장을 잠시라도 더 느끼고 싶은 욕구가 이성을 지배하고 몸이 먼저 튀어 나갔다. 허니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차가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채 넘어져 있었고, 여태껏 본 적 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는 데이비드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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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 정도는 알아서 제어하십시오. 센티넬과 가이드 사이의 접촉은 서로 간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거 모르십니까. 꽤나 불쾌합니다.”

 

넘어져 있는 허니를 일으켜주지도 않고 데이비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막사를 나갔다. 허니는 닫히는 문틈 사이로 보았다. 그가 자신의 어깨에 마치 먼지가 묻은 것처럼 탁탁 쳐내는 모습을. 그의 표정이 어땠지? 능력을 제대로 쓰지 못할 때 자신을 꾸짖던 한심하단 눈빛도 아니고, 겁을 먹으며 덜덜 떨 때 윽박지르던 무서운 표정도 아니었다. 

 

허니는 자신을 바닥에 붙어있는 검은 먼지가 된 기분이었다. 마치 더러운 쓰레기를 보는듯한 그의 표정은 형용할 수 없었다. 수치심, 설움, 억울한 등이 몰려왔다. 그녀는 데이비드가 자신을 뿌리친 그 자세 그대로 바닥에 앉아 얼굴이 벌게진 채 눈물을 뚝뚝 흘렸다. 허니는 갈증에 허덕이며 그의 손을 먼저 덥석 잡는 일은 하지 않았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데이비드에게 가이딩을 부탁하였으며, 그의 허락이 떨어지고 난 후에야 손을 조심스레 붙잡았다. 

 

 

 

 

 

 

 

소대에서 허니는 유명 인사가 되었다.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유약한 그녀는 어느새 전장에서 먼저 앞장서며 총알받이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고, 말까지 잘 듣는 센티넬이라고 윗선에서 굉장히 좋아하였다. 불만도 없이, 몸을 사리지도 않은 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화염에 휩싸이는 허니의 모습은 소대의 든든한 무기이자, 방어막이었다. 대원들 모두가 성장한 허니의 모습에 감탄하였다. 

실험실에서는 매일같이 행해지는 고통스러운 실험들이 허니를 괴롭게 했다. 허니는 끝도 없이 받아냈어야 하는 고문에 가까운 실험은 아마 지금을 위해서 연습했던 걸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그녀는 전투에서 얻은 상처들이 치유되는 모습을 보고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처음부터 소대원들도 자신을 탐탁지 않아 하는 것을 알았다. 그랬기에 부상자가 생기면 허니는 자신이 앞에서 온몸으로 공격을 받아냈음에도 일반 대원들에게 양보하였다. 허니가 눈에 띄게 절뚝거려도 데이비드는 그런 그녀를 지나치고 자신의 소대원들을 챙기기 바빴다. 자신이 무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가 옆을 스쳐 지나가면은 울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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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하나 똑바로 못 해냅니까? 당신 손에 우리 목숨이 달려있다는 걸 잊지 말란 말입니다.”

“어차피 센티넬이잖습니까.”

“엄살 부리지 말고 이번엔 제대로 성공 시키는 겁니다.”

 

 

대놓고 반감을 드러내는 데이비드의 행동은 점점 허니를 지치게 만들었다.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도 날뛰는 파장을 안정시키는 그의 가이딩을 받기만을 기다리던 허니는 점차 그 시간이 지쳤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의무적으로 하는 이 행위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30분이던 가이딩 시간을 조금씩 줄여나갔다. 혹여라도 떨어질까 꼭 잡았던 허니의 손에 들어간 힘도 점차 약해졌다. 

 

부족한 가이딩은 의무병을 찾아 주사와 함께 약병들을 처방받아왔다. 처음엔 허니 스스로 혈관을 제대로 찾지 못해 애꿎은 살에만 구멍이 나 피가 흘러 따가웠다. 며칠, 몇 주를 하다보니 이젠 익숙해져 제대로 주사를 꽂을 수 있었다. 자신의 막사로 가져오는 약병들은 늘어났고, 데이비드와의 가이딩 시간은 줄어들었다. 

 

 

“약 4개만 더 받아갈게요. 허락해주세요.”

 

조금이나마 웃음을 보였던 허니는 이젠 더 이상 웃지 않았다. 집에서 주인을 마냥 기다리던 강아지처럼 데이비드를 기다리는 것도 싫었다. 현재는 가이딩 주사에만 의존하며 수시로 자신의 팔에 주사를 꽂아 넣었다. 살가죽이 관통되는 소름이 끼치는 느낌도 이제는 익숙해진 허니였다. 

 

소대원 전체를 감쌀 만큼 거대한 쉴드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으니 허니는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 살이 데이고, 찢기는 고통은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그저 덤덤히 무기로써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무런 인격체도 없는 기계처럼. 폭발을 일으키라면 일으키고, 돌격하라면 돌격했다. 

 

허니는 이제 스스로도 뭘 원하는지 모르고 그저 하라면 하란 대로, 죽으라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무채색이 되어버린 허니를 보고 데이비드는 이제서야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자신을 차갑게 지나쳐 그녀가 닫고 나간 문을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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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문제인거지?’

 

 

두 달간의 가이딩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허니의 가이딩 차트를 보고 데이비드는 자신이 많이 무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허니가 책임감 없는 센티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건물 하나를 날려 보낼 수 있는 힘을 가진 허니가 폭주라도 한다면? 그는 혀를 차면서 차트를 자신의 책상 위에 내팽개쳤다. 

 

의무실에 파리하게 누워있는 허니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데이비드는 곰곰이 생각하다 그녀의 막사로 무작정 찾아갔다. 

 

문을 강하게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허니는 조금 인상을 찌푸린 채 문을 열었다. 요새 약을 많이 먹는다며 주의를 주는 의무병인가 싶었다. 하지만 자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데이비드였다. 

 

“..웬 일이세요?”

“가이드가 센티넬한테 오는 게 문제가 있습니까?”

“지금 가이딩 시간 아닌데요.”

“두 달간 가이딩 안 받았으니, 그런 건 지금 상관 없습니다. 의자 앉으십쇼.”

 

허니는 의아하단 얼굴로 데이비드를 바라봤다. 도대체 이 남자가 갑자기 왜 이러냔 얼굴로 쳐다보자, 그는 짜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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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앉으라고 했잖습니까.”

“..제가 왜요?”

“왜라니, 하.. 지금 당신 차트 보면,”

“그러니까 제가 왜 그래야 하냐구요. 가이딩 시간도 아닐뿐더러 지금 휴식 시간인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짜증이 났다. 아무리 능력으로 수류탄을 몸으로 막은 상처들이 치유되었다지만, 오늘 겪은 고통과 스스로 치유되는 과정에서 느낀 피로감이 다시금 허니의 머리를 괴롭혔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데이비드를 지나쳐 서랍을 열었다. 그 서랍 안에는 유리 약병들이 가득했고 그중 하나를 밀봉된 주사기와 함께 꺼내 들었다. 유리가 잘그락거리는 소리를 듣자 데이비드는 인상을 찌푸리고 그녀를 바라봤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허니는 자연스레 왼쪽 팔에다 주사를 놓으려고 하였다. 그걸 본 데이비드는 성큼성큼 다가가 거칠게 주사기를 손으로 쳐냈다. 결국 가이딩 약은 하나도 들어가지 못했고, 애꿎은 유리 약병만 깨져 있었다. 

 

 

“...아....오늘 처방 더 못 받는데..”

“가이딩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앉으십쇼.”

“...피곤하실텐데, 저 이걸로 괜찮아요. 이걸로 여태까지 버텼고 충분하니까, 어..”

 

 

허니의 원초적인 질문에 데이비드는 기가 찬 듯이 그녀를 바라봤다. 여지껏 둘 사이에서 느낄 수 없었던 긴장감이 조용한 막사 안을 감돌았다. 허니는 아무런 감흥 없다는 듯 데이비드를 바라봤다. 어느새 생기는 사라진 칠흑 같은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하자 데이비드는 괜히 더 오기가 생겨 허니의 팔을 잡으려던 순간, 붉은 코피가 그녀의 코에서 흐르기 시작했다. 바닥에 피가 떨어지자 허니는 대수롭지 않은 듯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렇게 하면 어떡합니까?”

“금방 멈추니까 괜찮아요.”

 

데이비드는 신경질이 난 듯이 자신의 코를 붙잡고 있는 허니의 팔을 붙잡아 침대로 끌고 갔다. 허니를 침대에 앉히고는 몇 장의 티슈를 들고 와선 인중에 붉게 묻어난 피를 닦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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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이딩 제대로 하고 갈 겁니다.”

 

정말 오랜만에 가까이서 데이비드의 손을 보는 거 같았다. 손마디가 굵지만 길고 투박했지만 따뜻한 그의 손이 자신의 앞에 내밀어지자 허니는 그저 멍하니 쳐다만 봤다. 답답해진 데이비드는 그녀 옆에 털썩 앉더니 손을 덥석 잡았다. 

 

 

“하사님도 피곤하신데 무리 안 하셔도 되는데요.”

“누가 피곤하다 했습니까? 허니 당신이나 신경 쓰세요. 그러다가 폭주하면 당신뿐만 아니라 우리도 다 죽습니다.”

 

걱정을 하는건지 신경질을 부리는 건지 데이비드의 날이 선 말투에 허니는 한 발 뒤로 물러났다. 허니는 마지못해 그에게서 가이딩을 받아냈다. 2달 만의 흘러들어오는 자연스러운 가이딩은 여태까지 긴장되어 있던 경직된 근육들을 풀어주는 것처럼 편안했다. 15분 정도 지나자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가이딩으로 인해 허니는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숨을 짧게 내뱉은 허니를 보자 데이비드는 작게 조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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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거부하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군요. 뭐가 문제입니까?”

“.........”

“주사 가이딩과 가이드로 직접 받는 가이딩은 수준이 다르다 들었습니다.”

“........”

“그렇게 애처럼 입 다물고 있으면 뭔가 달라질 거 같습니까? 제 가이딩이 시원찮은 건지, 뭐 다른 문제가 있는 건지 말을 해야 제가 알 거 아닙니까.”

“..........”

“당신 가이딩 수치 떨어져서 폭주라도 하거나 임무에서 실수라도 하면 목숨 날아가는 건 내 소대원들입니다. 허니 비 당신은 지금 능력 믿고 이러는 건지 몰라도,”

“....다 됐어요.”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허니는 자신을 붙잡고 있는 손을 오른손으로 떼어냈다. 데이비드는 황당하다는 듯 침대에서 일어난 허니를 바라봤다. 그녀는 데이비드가 뭐라 하든 말든 손목시계를 보면서 건조하게 대답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아직 다-”

“15분 이상 가이딩했고, 수치도 82%. 정상이잖아요. 이제 나가셔도 좋아요.”

“...센티넬은 가이딩 수치가 100%에 가까울수록 본인의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다고,”

“이 정도면 충분해요.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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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하사님은 항상 80%만 채우고 나가셨잖아요. 오늘도 언제나 그런 것처럼 해주세요.”

 

 

허니는 문을 열면서 말했다. 나가달라는 비언어적 표현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데이비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말을 덧붙이려던 순간 허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가이드와의 접촉은 서로 간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거 모르시나 봐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내일부터. 매일 직접 가이딩 할 것입니다. 명령이니 더 이상 토 달지 마십쇼.”

 

 

데이비드는 허니의 강경한 태도에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예전이었다면 먼저 일어난 데이비드를 안절부절하게 바라보는 허니였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가이딩을 받고 싶어 어떻게든 말을 더 붙여보는 허니를 그는 철저히 밀어내었다. 성가시다. 데이비드가 절박하게 매달려오는 허니를 보고 느낀 감정이었다. 

 

철없는 소대원을 챙기기에도 바쁜 그는 자신의 체력을 쓰면서까지 가이딩을 해야 하는 사실에 허니가 짐짝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허니가 자신을 찾지도 않고, 오히려 밀어내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성가신 일이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데이비드 가슴 속 저 아래에서는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는 감정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다. 

 

 

 

가이드와 센티넬은 항상 함께 있어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데이비드와 허니는 어제의 삭막한 대화가 있었음에도 함께 험비에 올랐어야했다. 허니는 앞을 보다가 묘하게 편해진 신체를 느끼고 의아했다가 왜인지를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방사 가이딩 안 해도 되니까 그만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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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대는 당신 하나 믿고 나가는데 컨디션 조절을 스스로 못 하는 거 같기에 하는 겁니다.”

“지금 작전 나가는 데 힘 빼지나 마세요. 나는 당신 명령 믿고 나가는 건데 컨디션 조절 안 하세요?”

 

 

언제부터 이렇게 따박따박 말대답을 할 수 있었는지, 허니가 쏘아붙이자 데이비드는 방사 가이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다시금 험비에 적막이 돌자 허니는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고집스러운 허니의 태도에 데이비드는 적잖이 화가 났지만 이내 다시 운전에 집중하였다. 

 

 

허니의 제대로 된 쉴드 능력을 보고받자 윗선에는 몇 년 전에 점령당한 고지를 다시 탈환할 수 있다는 희망을 떠올렸다. 물론 여기엔 그 누구도 동의하진 않았지만. 몇 개월간의 전투 끝에 얻은 고지를 적군이 쉽게 내놓지 않을 거란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허니의 쉴드 능력이라면 수월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그들은 기어코 고지 탈환 작전을 명령하였다. 

 

점령할 곳은 능선을 사이로 두고 두 세력이 서로를 견제하는 곳이었다. 극우 테러단체인 수장이 장악한 점령지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남쪽을 점령한 ㅁㅁ집단과 협력해서 함께 그들을 공격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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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은 출발하기 전과 똑같이, 변경 없다. 우리의 목표는 언제나 하나다. 생존 그것이 최우선이니 모두 정신 바짝 차리도록 해.”

 

데이비드는 소대원들을 일렬로 세워 그들의 옷매무새나, 무기를 체크하면서 작전 시작 전 마음을 다잡도록 하였다. 그 옆에는 허니가 석양이 지고있는 능선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ㅁㅁ집단의 무리와 접선한 그들은 천천히 전투가 벌어질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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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수치 몇입니까?”

“85%요.”

 

 

소대원들이 ㅁㅁ집단의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 걸어가고 있을 무렵 데이비드는 뒤에서 허니를 불러세웠다. 데이비드는 그녀의 팔찌를 확인하더니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출발해도 되는 거죠.”

“잠깐.”

“...헉!”

 

데이비드는 뒤돌아 소대원들을 향해 가는 허니를 품에 끌어당겼다. 허니는 뒤에서 자신을 꽉 껴안아 오는 데이비드에게 속절없이 끌려간 그의 품 안에 채 갇힌 모습이 되었다. 그의 단단한 팔을 풀기란 어려웠다. 허니는 순식간에 과거의 기억들이 자신의 발을 붙잡고 저 깊은 아래로 끌려가는 것을 느꼈다.

 

 

 

 

 

“이거 안 하고 싶어요!”

“이리 와! 143번!”

“제발, 제발 말 잘 들을게요! 제발 하지 마세요!”

“잡았다, 마취제 가져와!”

“흐윽, 하기 싫어! 하기 싫다고! 흐엉..!”

 

 

 

 

“...놔..”

“90% 이상 될 때까지는 하는게 좋을 겁니다. 오늘 작전은 전과는 규모가 다른,”

“이거 놓으라고!”

 

허니는 창백한 안색으로 데이비드의 팔을 거세게 뿌리쳤다. 숨을 헐떡이며 데이비드를 향한 허니의 형형한 눈빛은 그가 답지 않게 당황하게 했다. 

 

허니는 실험실에서 약물을 주입받고도 능력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으면 무지막지한 구타가 이어졌다.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붙여 생존본능을 자극한 무식한 방법이었다. 그럼에도 통하지 않으면, 갖은 충격 장치를 달고 고문에 가까운 실험을 받아야만 했다. 

 

겁 많고, 아픔을 싫어하던 허니는 충격 장치를 가장 싫어했다.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소름이 끼치는 느낌이 드는 기계들이 가득한 방에서 차갑고 좁은 침대 위에 오롯이 혼자 그것을 버텨내야 했으니까. 13살까지 그것이 싫어 실험실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물론 얼마 안 가 덩치가 큰 경비원한테 잡혀버렸다. 항상 뒤에서 그녀를 붙잡는 거센 손길이 너무나도 싫었다.

 

이것을 알 턱이 없는 데이비드는 여지껏 볼 수 없던 허니의 날카로운 반응에 당황하며 몸을 뒤로 물렸다. 허니 역시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트라우마가 자극되자 자신도 모르게 손에서 작은 화염이 일렁거리는 것을 보고 급하게 능력을 제어했다. 데이비드보다 작은 덩치의 허니가 강하게 밀쳐낸다고 밀었지만, 그는 넘어지진 않았다. 그는 처음으로 능력까지 쓸 정도로 강하게 거부하는 허니에게 다시금 다가가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하사님이 말씀하셨죠. 가이딩 행위는 서로 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허니, 이건 지금,”

“지금 이 행위는 합의가 없었단 생각이 드는데요.”

“..사과 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허니는 대답하지 않고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소대원들의 뒤를 따랐다. 처음으로 허니에게 거부당한 데이비드는 미간이 찌푸린 채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는 자신 이 왜 그렇게 돌발적으로 행동했는지 몰랐다. 마치, 몇 달 전 자신의 등을 껴안던 허니의 기분이 이랬을까. 데이비드는 쓸모없는 감정을 느낀다 생각했는지 이내 고개를 젓고 앞으로 향했다. 

 

 

ㅁㅁ집단의 요새에 도착한 브라보 소대는 그들과 동맹을 맺고 점령당한 고지를 되찾기 위한 작전을 검토하였다. 허니는 작전을 짜는 그들의 옆에 떨어진 채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실험실에선 볼 수 없었던 별이 수놓아진 밤하늘이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죽을 수 있는 전쟁터라는 게 단점이었지만. 

 

 

“미국인. 당신이 모르나 본데 여기는 우리 지역이오.”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당신들을 도우러 온 것이지, 세력 다툼하고자 온 게 아니란 말입니다.”

“당신 부대로는 어림도 없소. ”

 

 

회의를 하고 있는 와중에 바깥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허니는 어둠 속을 응시하였다. 모두가 이런저런 이야기로 자신들만의 의견을 피력하는 상황속에서 그녀는 조용히 건물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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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대원은 임무 수행률이 뛰어나고, 또한-”

“내 사람들도 중요합니다. 내 사람들을 걸고 도박할 생각은 추호도 없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지원입니다.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럴 줄 알고 보험을 하나 들어놨습니다.”

 

 

 

 

 

자갈을 밟는 소리가 나지 않게 천천히 인기척이 들리는 곳으로 다가갔을 때, 허니는 쉴드를 만들 생각을 하고 방어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강한 불빛이 허니를 비췄고, 그녀는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보험이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여기 저희만 있는 게 아닙니까?”

“CIA의 선물이오.”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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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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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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