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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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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매버릭은 점점 나를 그의 애인으로 보는 것처럼 보였다. 이젠 내 품 안에 안겨 아침에 깼고, 짧은 키스로 출근길에 올랐고, 저녁밥을 함께 먹었고, 휴일엔 나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았다. 기묘하게 그는 어딘가 텅 빈 눈으로 변해갔지만.
그래도 나는 그가 좋았다. 매버릭이 붙여오는 온기가 자꾸 날 이 곳에 머물게 했다. 떠나야할 시간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를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껍데기라도 붙들고 있는 게 옳을까?
37살의 나는 질문에 옳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나는 아니었다. 결국 젊은 사람의 치기를 나이든 이가 이길 순 없었다. 덕분에 나는 매버릭의 공허를 외면하고 현실에 안주할 수 있었다.
"살이 너무 빠졌는데."
"너 퇴원할 때 너무 바빴어서 그래. 이제 돌아올거야."
"내가 요리해줄까?"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매버릭은 나때문에 바빠졌다. 나 대신 휴가신청서를 냈고, 나 대신 병원비용을 처리하고, 나 대신 나의 변호사를 만났다. 나는 매버릭이 날 위해 무언가를 해준다는 게 좋았다. 그가 내 앞에서 어른스러울 때, 그의 새로운 면모를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평화로운 나날에도 매버릭은 메말라갔다. 붉었던 뺨이 꺼지고, 빛나던 눈가가 거뭇해지고, 두통약을 끊임없이 먹어댔다. 재롱을 부리는 내 앞에선 대놓고 티를 내진 않았지만, 그는 속 안에서부터 갉아먹는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무언갈 감내하는 그의 모습에 짜증도 났지만 한편으로는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어쨌든 그가 기다리는 사람은 나니까.
오랜만의 휴가에 지쳤는지 그는 테이블에서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조용히 지켜보다가 나는 다시 피자를 오븐에 넣고 그를 침대로 옮겼다.
"아프지마..."
"안 아파."
"허리가 이제 한 줌도 안되겠어."
"톰."
"응?"
"......"
"하고 싶은 말 있어?"
"...아이스는 어디 갔어?"
그는 아이스, 라는 단어를 부를 때만 다시 눈이 반짝였다.
"글쎄."
"이제...영영 못 돌아와?"
나는 그의 부드러운 머리칼에 입을 맞췄다.
"돌아오길 바라?"
"......"
"나로는 부족해?"
"부족이 아니라,"
급하게 입을 맞췄다. 내가 거칠게 입안을 헤집자 매버릭은 내 어깨를 두들기며 밀어냈다. 그러나 이미 약해진 힘으로는 억센 나를 밀어낼 순 없었다. 질척하게 얽히는 혀에 매버릭은 기어코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저 진득하게 그의 입술에 매달렸다.
나를 버리지 말라고. 나와의 시간도 행복하지 않냐고.
그리고 아이스맨이 영영 돌아오질 않길 기도했다.
아이스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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