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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18:20
https://hygall.com/598020345
*관련 의학지식 X
*불편한 소재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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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주일에 한 번 소개받은 의사의 병원으로 찾아갔다. 젊은 나이의 남의사인 그는 내 주치의를 맡아 줬던 의사만큼이나 입이 무겁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다. 병원 방문이 어려울 땐 통화로라도 진료를 봐줬고, 혹시라도 외부에 진료 사실이 유출될 것을 우려해 병원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저녁 시간에 의사와 둘이서만 상담할 수 있게 날 배려해줬다.
의사는 내 케이스가 좀 특별하다고 했다. 보통의 상상임신은 자신이 임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부터 서서히 모든 이상증상들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임신하지 않았고 유산했다는 것까지 분명 자각하고 있음에도 증상이 여전했다.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의사가 한 가지 더 제안한 건 '메모'였다.
무엇이든 좋으니 아기와 관련된 어떠한 생각이 들 때면 두서없이 노트에 써 보라고 했다. 문장도 좋고 단어도 좋고 그림도 괜찮았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내가 써 내려간 스스로의 감정들을 주에 한 번 의사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남겨놓은 감정의 흔적들을 그 시간 속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방법이었다.
내 상상임신 증상은 아이가 유산된 원인을 이 아이를 임신한 사람이 '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 자신을 부모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내 몸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아기가 죽은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이런 죄책감과 더불어 무의식중에 발동한 죽은 아기를 향한 모성이 함께 작용하면서 난 끊임없이 배 속의 아기를 다시 살려내는 상상을 했고 지키려고 발버둥 치다 또 잃고 마는 것의 반복이었다.
내 무의식 속의 후회와 자기 혐오감에서 시작된 병이었기에 내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일주일만에 다시 읽게 되는 내 노트 속에는 대부분이 나 자신을 향한 혐오와 책망, 후회, 화, 슬픔...온갖 부정적인 감정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유산 이전에도 내 상상으로 끊임없이 아기를 죽여왔다는 것이 내 죄책감의 중심에 계속 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의사는 그것을 두고 이야기했다. '환자분, 반대로 생각해 보세요. 매일 나쁜 상상을 할 만큼 버거운 임신이었지만 환자분은 그런데도 단 한 번도 아기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실행에 옮긴 적이 없잖아요.' 그래, 맞다. 나는 그 끔찍한 상상을 매일같이 했지만 늘 상상에서 멈추고 후회하곤 했다.
내 약한 마음으로 그걸 실행으로 옮기기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웠다. 임신 사실을 알고선 다음 시즌을 넘기면서까지 아이를 낳을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이런 스스로가 참 미련하면서도 답답했고 그럼에도 또 다행이었다.
객관적인 진실들을 내가 적어둔 글씨로 매주 다시 읽으며 나는 비로소 유산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과 내 아이는 이미 죽었으니 더 이상 배 속의 아기가 죽을 일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꼬박 두 달만의 일이었다.
끝나지 않던 가짜 입덧은 드디어 사라졌고 히트사이클 주기도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구역감이 사라지니 정상 식사를 할 수 있었고 컨디션도 점차 회복되고 있었다. 나는 꽤 괜찮아지는 중이었다. 이 지긋지긋한 병원 진료도 이제는 끝이라는 해방감과 함께 약간의 알 수 없는 허무한 감정도 들었다.
마지막 진료 날, 의사는 내 노트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내 지난 일주일의 기록을 읽어 내려갔다.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읽기만 하는 모습에 왜인지 긴장이 됐다. 이 노트 검사도 오늘이 마지막일 테니.
고요한 정적과 노트를 넘기는 소리만이 방 안에 가득했다.
"...참 이상하네요."
"네?"
"환자분 노트 말이에요."
"뭐가..이상하다는 거죠?"
"상상임신 때문에 상담 오시는 분들은 임신이 되지 않거나 반대로 유산을 경험한 분들이죠. 그리고 그 모든 경우에는 필수적으로 아이 아빠가 존재하고요."
"...그런데요."
"꼭 평범한 부부 사이가 아니더라도 원망하거나 미안함을 느끼거나, 그리워 하거나, 증오하거나, 사랑하거나. 어쨌든 증상의 원인인 뱃속의 태아가 생겨나기 위해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던 간에 상대를 향한 감정이 존재할 수밖에 없거든요."
"......"
"근데 오늘 쭉 그동안의 기록을 읽다 보니, 환자분 노트에는 아이 아빠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나오질 않네요. 무려 두 달이나 매일 기록한 노트인데요."
"......"
"...분명 이유가 있겠죠."
은은하게 미소를 띈 채 날 바라보는 의사의 얼굴이 내 속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의사는 어쨌든 내 상상임신은 다 치료가 됐고 더 이상의 진료는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혹시라도 더 이야기가 하고 싶어지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어떤 주제던, 누구의 이야기던 말이다.
가을이 깊어가고 단풍이 울긋불긋 온 세상을 덮을 무렵, 나는 그렇게 마지막 진료를 마쳤다. 의사는 나의 두 달간의 기록이 담긴 노트를 내게 돌려주었고 안녕을 고했다.
-
나는 요즘 한창 바쁘게 지내고 있다. 리그 개막과 동시에 타이트한 시합 일정이 이어졌고 우승을 노리고 작년에 명헌이를 스카웃 해왔던 구단은 최동오와 이명헌의 합에 거는 기대가 컸다.
입덧 증상은 개막 전에 다 사라졌지만 꽤 오래 갔던 섭식장애로 인해 근 손실이 심했고 체중도 많이 준 상태라 잘 회복이 되지 않았다. 개막을 앞두고 받은 메디컬 테스트 결과를 두고 감독과 코치는 몸이 왜 이렇게 됐냐며 당황스러워 했다.
급하게 평소보다 칼로리와 단백질 비중을 늘려서 식단을 조절하고 웨이트도 더 많이 병행했다. 하지만 몸을 완벽하게 회복하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더욱이 바쁘게 돌아가는 시합 일정 속에서 생각보다 체력은 잘 회복되지 않았다. 그렇게 체력이라는 핸디캡을 안은 몸 상태로 꾸역꾸역 몇 달을 보냈고 유독 힘들었던 올해도 거의 끝이 나고 있었다.
벌써 겨울의 끝자락이다.
나는 그때 이후로 우성이와 단 한 통의 연락도 주고받지 않았다. 요즘 정우성 플레이가 어떻다더라며 내게 대화 화제를 꺼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냥 아무렇지 않게 '그렇냐, 요즘 나도 바빠서 잘 챙겨보지 않아 몰랐다' 정도로 대답을 하곤 했다.
아무렇지 않게 코트 위에 섰고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명헌이는 넌지시 요즘은 좀 어떠냐며 물어왔고 나는 그저 이제는 다 괜찮다며 웃음 지었다. 그런 내 웃음에 명헌이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나는 괜찮았다. 아니, 괜찮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사실 여전히 괜찮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멀쩡한 척 주변 사람들을 속였고 나 자신을 속였다. 여전히 나는 정우성 이름 석 자에도 바짝 긴장을 하며 굳게 됐고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울컥하는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 혹시라도 새어 나갈까 꼭꼭 걸어 잠근 내 마음이 방심하는 순간 제멋대로 흘러 나와 버릴까 봐...매 순간이 긴장이었고 매 순간이 버거웠다.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살아가기가 참 힘에 부쳤다. 나는 정말로 이런 것에 재능이라곤 없는 사람인가 보다.
끝내 아이를 마음속에서 보내주고 나 자신을 용서했던 것처럼, 우성이를 향한 마음도 언젠가는 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매일같이 노트를 적었다. 우성이가 생각나고 그리워질 때마다 써 내려간 노트는 어느새 한 권을 거의 다 채워가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노트의 페이지를 볼 때마다 이러면 안 되는데..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우성이를 마음속에서 보내주기 위해 노트를 적었는데, 한 권을 다 채우고도 보내지지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면서 또 정우성 생각을 해 버렸고 나는 또 노트의 한 페이지를 채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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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리그가 후반부에 접어든 시점, 오늘 있는 시합은 아주 중요했다. 우리 구단과 매번 순위를 앞다투는 팀이었고 상대 팀의 새로 들어 온 가드와 포워드가 최근 크게 주목받는 파워풀하고 어린 선수들이었다.
이것 때문에 신인 선수들은 긴장이 많이 되나 보다. 대학 리그에서 걔네가 어땠다는 등 잔뜩 쫄아 있었다. 내가 선배라고 떵떵거리고 가르칠 입장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긴장한 후배들을 누군가는 다독여야 했고 그게 곧 내 역할이었다. 주장인 명헌이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으니까.
한참을 약한 소리를 하더니 내 말 몇 마디에 금세 의기양양해져서는 우리가 다 밟아버리고 이번 시즌 우승을 하자며 투지를 다지는 녀석들을 보니 설핏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곧 그 아이들의 모습에서 내가 잘 알던 언젠가의 정우성을 떠올리고 말았다. 눈물도 많고 겁도 많았지만 승리를 향해 반짝이던 눈이 언제나 곧고 맑았던 그 밤톨 같은 녀석. 찌르르한 가슴의 통증이 정말로 존재하는 건지, 내 상상인지 이제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
포지션상 나와 맞붙을 거라 예상을 했지만 역시나 그랬고 예상대로 체력소모가 큰 시합이었다. 감독이 몇 번의 교체로 틈틈이 쉴 타임을 벌어주긴 했지만 점수가 한참 밀린 채로 전반이 종료되는 바람에 후반전도 모두가 예민하게 임할 수 밖에 없었다. 난 이미 체력이 바닥 났지만 이를 악물고 뛰었다.
엎치락 뒤치락 하긴 했어도 경기 내내 밀리던 점수였다. 하지만 우린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뛰었고 몇 분을 남기고 연속으로 들어간 내 슛과 다른 선수의 자유투 하나가 더해져 간발의 차로 역전할 수 있었다. 팀원들도 전부 지쳐서 승리의 기쁨도 잠시 모두 목을 축이기 바빴다. 나도 어서 들어가 타는듯한 갈증을 해소하려고 했다.
경기 종료와 함께 드러누웠던 몸을 일으키려는데 갑자기 세상이 핑핑 돌았다. 속이 미친 듯이 울렁거렸고 자리를 피할 새도 없이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근처에 있던 다른 선수가 놀라서 나를 부축했지만 구역질은 멈추지 않았고 먹은 게 별로 없어 노란 위액밖에 나오질 않았다.
괴로웠다.
한참을 그렇게 내장을 전부 뒤집어엎을 듯이 구역질을 해대다 겨우 멈췄고 메디컬 팀이 뛰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진이 다 빠져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 나를 누군가가 부축했고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며 뭐라 말을 걸어 오는 이명헌...웅성대는 관중들의 소리...눈 앞이 흐려졌고 주위의 소리 역시도 웅웅대며 점점 내게서 멀어져 갔다. 마치 물에 잠기듯이....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누군가의 인영이 보였다.
우성아
보고싶어 정우성...
***
나는 미국으로 돌아갔고 역시나 바쁘게 돌아가는 NBA 리그의 특성상 눈코 뜰 새 없이 경기장과 집 훈련장만을 오갔다. 그동안은 시합 일정이 바쁘더라도 이 정도로 나 자신이 기계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왜 이렇게 요즘의 나는 농구 하는 기계가 된 것 같은지 모르겠다. 그런 나를 두고 주위 사람들은 농구에 미친 사람 같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게 맞을지도.
이번 시즌엔 유독 시합이 끝나고 내게 다가오는 상대 팀 선수들이 많았다. 지난해 미국 내 언론에서도 꽤 좋은 평가를 받아서 그런지 너도나도 연락처를 교환하자거나 시즌 종료 후 파티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 정신이 어딘가 붕 뜬 것 같았고 그러자고 형식적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요즘은 한국의 지인들과도 거의 연락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현철이 형이 어디서 또 내 얘기를 들은 건지 형도 한참 바쁠 텐데 전화가 왔다. 열심히도 적당히 해야 한다고 오늘만 살고 죽을 것도 아닌데 주위도 돌아보며 살라고 내게 충고 했다. 형이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란 걸 알았기에 알겠다며 얌전히 혼났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편해지면 자꾸만 직시하게 되는 현실이 두려웠다. 그렇게 나는 농구만을 위해 굴러가는 기계처럼 살아갔다.
요즘 난 평소에 하지도 않던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전에도 가끔 내 기사를 찾아 읽거나 댓글을 보긴 했지만 내가 요즘 습관처럼 하는 검색은 바로 동오 형의 이름을 검색하는 것이었다.
평소보다 기량의 높낮이가 크다는 평이나 체력이 떨어진 탓이라는 분석 등을 보며 걱정이 됐다. 동오 형은 늘 자기관리에 무서우리만큼 철저한 사람이었다. 그 덕에 고등학생 시절부터 늘 편차 없이 일정한 기량을 유지한다는 호평을 듣곤 했는데...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괜히 몇 달 전에 있었던 일들이 생각나며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결국에 도달하는 곳은 내가 최동오를 걱정하고 궁금해할 자격이 있냐는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결국 난 그때 동오 형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못했다. 형에게 보낼 메시지를 작성했다 지우길 수백번, 형의 집 앞까지 갔다가 되돌아온 게 몇 번인지 셀 수 없었다. 하지만 굳게 닫힌 그 문을 보면 내가 제멋대로 저 문을 박차고 들어가 형을 위험하게 만들었던 그날의 일이 머릿속에 재생됐다. 그런 내가 형에게 용서를 바라는 건 너무 뻔뻔한 일이었다.
-
난 저녁에 있을 경기를 앞두고 호텔을 잡아 쉬는 중이었다. 괜히 속이 답답해서 좀 일찍 나가 조깅이나 하려고 로비에 내렸는데 구단 코치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냥 쓱 보고 지나쳐가려고 했는데 나를 본 코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내게 소리를 쳤다.
"이봐, 정! 거기 꼼짝 말고 가만히 있어!"
의아했다. 저 사람이 왜 저러나 싶었다. 급하게 전화를 끊더니 득달같이 내게 달려 온 그는 빠르게 말을 뱉어냈다.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비행기가 어쩌고 시합이 어쩌고..펑크는 안된다...대체 무슨 소리인지.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러니까, 너 지금 엄청 싱숭생숭한 거 알겠는데 오늘 시합 중요하다고. 한국 갈 생각, 그거 안 돼."
"...제가 한국을 왜 가는데요?"
나의 의아한 표정과 물음에 코치의 표정이 점점 당황으로 물들어가는 게 보였다.
"너...지금 공항 가려고 일찍 나온 거 아냐?"
"네?"
그는 눈에 뜨게 당황하더니 곧바로 말을 빙빙 돌리며 이상한 소리만 해댔다. 하지만 나의 센서는 이미 울리고 있었다. 뭔가 심상치가 않다.
결국 난 말할 때까지 아무 데도 안 가겠다며 호텔 로비에 버티고 섰고 잔뜩 곤란해 하며 식은땀을 흘리던 코치는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최동오라고 너랑 스캔들 났던 한국 선수 있지? 너 학교 선배라는...아무튼 그 선수가 경기 끝나고 실신해서 실려 나갔는데 상태가 꽤 안 좋은가봐..기사가 크게 났는데 네 이름도 같이 오르락내리락해서 네 한국 에이전시에서 우리 매니저한테 연락이 왔대.
너 지난번에도 그 일로 갑자기 한국 가버렸어서 이번에도 혹시나 싶었던 거다. 진짜 그 선수랑 무슨 사이인 건 아니지? 이봐, 정! 정!! 너 괜찮아?
코치의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아스라이 멀리서 들려 왔다. 뿌연 시야, 로비 시곗바늘의 초침 소리마저 쾅쾅 울려대며 내 머리를 내리쳤고 내 숨소리까지도 커다란 굉음처럼 다가왔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어서 더 늦기 전에 최동오에게 가야만 한다.
슬램덩크
우성동오
동오텀
동오른
*관련 의학지식 X
*불편한 소재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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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주일에 한 번 소개받은 의사의 병원으로 찾아갔다. 젊은 나이의 남의사인 그는 내 주치의를 맡아 줬던 의사만큼이나 입이 무겁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다. 병원 방문이 어려울 땐 통화로라도 진료를 봐줬고, 혹시라도 외부에 진료 사실이 유출될 것을 우려해 병원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저녁 시간에 의사와 둘이서만 상담할 수 있게 날 배려해줬다.
의사는 내 케이스가 좀 특별하다고 했다. 보통의 상상임신은 자신이 임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부터 서서히 모든 이상증상들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임신하지 않았고 유산했다는 것까지 분명 자각하고 있음에도 증상이 여전했다.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의사가 한 가지 더 제안한 건 '메모'였다.
무엇이든 좋으니 아기와 관련된 어떠한 생각이 들 때면 두서없이 노트에 써 보라고 했다. 문장도 좋고 단어도 좋고 그림도 괜찮았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내가 써 내려간 스스로의 감정들을 주에 한 번 의사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남겨놓은 감정의 흔적들을 그 시간 속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방법이었다.
내 상상임신 증상은 아이가 유산된 원인을 이 아이를 임신한 사람이 '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 자신을 부모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내 몸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아기가 죽은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이런 죄책감과 더불어 무의식중에 발동한 죽은 아기를 향한 모성이 함께 작용하면서 난 끊임없이 배 속의 아기를 다시 살려내는 상상을 했고 지키려고 발버둥 치다 또 잃고 마는 것의 반복이었다.
내 무의식 속의 후회와 자기 혐오감에서 시작된 병이었기에 내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일주일만에 다시 읽게 되는 내 노트 속에는 대부분이 나 자신을 향한 혐오와 책망, 후회, 화, 슬픔...온갖 부정적인 감정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유산 이전에도 내 상상으로 끊임없이 아기를 죽여왔다는 것이 내 죄책감의 중심에 계속 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의사는 그것을 두고 이야기했다. '환자분, 반대로 생각해 보세요. 매일 나쁜 상상을 할 만큼 버거운 임신이었지만 환자분은 그런데도 단 한 번도 아기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실행에 옮긴 적이 없잖아요.' 그래, 맞다. 나는 그 끔찍한 상상을 매일같이 했지만 늘 상상에서 멈추고 후회하곤 했다.
내 약한 마음으로 그걸 실행으로 옮기기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웠다. 임신 사실을 알고선 다음 시즌을 넘기면서까지 아이를 낳을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이런 스스로가 참 미련하면서도 답답했고 그럼에도 또 다행이었다.
객관적인 진실들을 내가 적어둔 글씨로 매주 다시 읽으며 나는 비로소 유산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과 내 아이는 이미 죽었으니 더 이상 배 속의 아기가 죽을 일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꼬박 두 달만의 일이었다.
끝나지 않던 가짜 입덧은 드디어 사라졌고 히트사이클 주기도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구역감이 사라지니 정상 식사를 할 수 있었고 컨디션도 점차 회복되고 있었다. 나는 꽤 괜찮아지는 중이었다. 이 지긋지긋한 병원 진료도 이제는 끝이라는 해방감과 함께 약간의 알 수 없는 허무한 감정도 들었다.
마지막 진료 날, 의사는 내 노트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내 지난 일주일의 기록을 읽어 내려갔다.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읽기만 하는 모습에 왜인지 긴장이 됐다. 이 노트 검사도 오늘이 마지막일 테니.
고요한 정적과 노트를 넘기는 소리만이 방 안에 가득했다.
"...참 이상하네요."
"네?"
"환자분 노트 말이에요."
"뭐가..이상하다는 거죠?"
"상상임신 때문에 상담 오시는 분들은 임신이 되지 않거나 반대로 유산을 경험한 분들이죠. 그리고 그 모든 경우에는 필수적으로 아이 아빠가 존재하고요."
"...그런데요."
"꼭 평범한 부부 사이가 아니더라도 원망하거나 미안함을 느끼거나, 그리워 하거나, 증오하거나, 사랑하거나. 어쨌든 증상의 원인인 뱃속의 태아가 생겨나기 위해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던 간에 상대를 향한 감정이 존재할 수밖에 없거든요."
"......"
"근데 오늘 쭉 그동안의 기록을 읽다 보니, 환자분 노트에는 아이 아빠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나오질 않네요. 무려 두 달이나 매일 기록한 노트인데요."
"......"
"...분명 이유가 있겠죠."
은은하게 미소를 띈 채 날 바라보는 의사의 얼굴이 내 속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의사는 어쨌든 내 상상임신은 다 치료가 됐고 더 이상의 진료는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혹시라도 더 이야기가 하고 싶어지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어떤 주제던, 누구의 이야기던 말이다.
가을이 깊어가고 단풍이 울긋불긋 온 세상을 덮을 무렵, 나는 그렇게 마지막 진료를 마쳤다. 의사는 나의 두 달간의 기록이 담긴 노트를 내게 돌려주었고 안녕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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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한창 바쁘게 지내고 있다. 리그 개막과 동시에 타이트한 시합 일정이 이어졌고 우승을 노리고 작년에 명헌이를 스카웃 해왔던 구단은 최동오와 이명헌의 합에 거는 기대가 컸다.
입덧 증상은 개막 전에 다 사라졌지만 꽤 오래 갔던 섭식장애로 인해 근 손실이 심했고 체중도 많이 준 상태라 잘 회복이 되지 않았다. 개막을 앞두고 받은 메디컬 테스트 결과를 두고 감독과 코치는 몸이 왜 이렇게 됐냐며 당황스러워 했다.
급하게 평소보다 칼로리와 단백질 비중을 늘려서 식단을 조절하고 웨이트도 더 많이 병행했다. 하지만 몸을 완벽하게 회복하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더욱이 바쁘게 돌아가는 시합 일정 속에서 생각보다 체력은 잘 회복되지 않았다. 그렇게 체력이라는 핸디캡을 안은 몸 상태로 꾸역꾸역 몇 달을 보냈고 유독 힘들었던 올해도 거의 끝이 나고 있었다.
벌써 겨울의 끝자락이다.
나는 그때 이후로 우성이와 단 한 통의 연락도 주고받지 않았다. 요즘 정우성 플레이가 어떻다더라며 내게 대화 화제를 꺼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냥 아무렇지 않게 '그렇냐, 요즘 나도 바빠서 잘 챙겨보지 않아 몰랐다' 정도로 대답을 하곤 했다.
아무렇지 않게 코트 위에 섰고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명헌이는 넌지시 요즘은 좀 어떠냐며 물어왔고 나는 그저 이제는 다 괜찮다며 웃음 지었다. 그런 내 웃음에 명헌이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나는 괜찮았다. 아니, 괜찮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사실 여전히 괜찮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멀쩡한 척 주변 사람들을 속였고 나 자신을 속였다. 여전히 나는 정우성 이름 석 자에도 바짝 긴장을 하며 굳게 됐고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울컥하는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 혹시라도 새어 나갈까 꼭꼭 걸어 잠근 내 마음이 방심하는 순간 제멋대로 흘러 나와 버릴까 봐...매 순간이 긴장이었고 매 순간이 버거웠다.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살아가기가 참 힘에 부쳤다. 나는 정말로 이런 것에 재능이라곤 없는 사람인가 보다.
끝내 아이를 마음속에서 보내주고 나 자신을 용서했던 것처럼, 우성이를 향한 마음도 언젠가는 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매일같이 노트를 적었다. 우성이가 생각나고 그리워질 때마다 써 내려간 노트는 어느새 한 권을 거의 다 채워가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노트의 페이지를 볼 때마다 이러면 안 되는데..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우성이를 마음속에서 보내주기 위해 노트를 적었는데, 한 권을 다 채우고도 보내지지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면서 또 정우성 생각을 해 버렸고 나는 또 노트의 한 페이지를 채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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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리그가 후반부에 접어든 시점, 오늘 있는 시합은 아주 중요했다. 우리 구단과 매번 순위를 앞다투는 팀이었고 상대 팀의 새로 들어 온 가드와 포워드가 최근 크게 주목받는 파워풀하고 어린 선수들이었다.
이것 때문에 신인 선수들은 긴장이 많이 되나 보다. 대학 리그에서 걔네가 어땠다는 등 잔뜩 쫄아 있었다. 내가 선배라고 떵떵거리고 가르칠 입장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긴장한 후배들을 누군가는 다독여야 했고 그게 곧 내 역할이었다. 주장인 명헌이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으니까.
한참을 약한 소리를 하더니 내 말 몇 마디에 금세 의기양양해져서는 우리가 다 밟아버리고 이번 시즌 우승을 하자며 투지를 다지는 녀석들을 보니 설핏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곧 그 아이들의 모습에서 내가 잘 알던 언젠가의 정우성을 떠올리고 말았다. 눈물도 많고 겁도 많았지만 승리를 향해 반짝이던 눈이 언제나 곧고 맑았던 그 밤톨 같은 녀석. 찌르르한 가슴의 통증이 정말로 존재하는 건지, 내 상상인지 이제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
포지션상 나와 맞붙을 거라 예상을 했지만 역시나 그랬고 예상대로 체력소모가 큰 시합이었다. 감독이 몇 번의 교체로 틈틈이 쉴 타임을 벌어주긴 했지만 점수가 한참 밀린 채로 전반이 종료되는 바람에 후반전도 모두가 예민하게 임할 수 밖에 없었다. 난 이미 체력이 바닥 났지만 이를 악물고 뛰었다.
엎치락 뒤치락 하긴 했어도 경기 내내 밀리던 점수였다. 하지만 우린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뛰었고 몇 분을 남기고 연속으로 들어간 내 슛과 다른 선수의 자유투 하나가 더해져 간발의 차로 역전할 수 있었다. 팀원들도 전부 지쳐서 승리의 기쁨도 잠시 모두 목을 축이기 바빴다. 나도 어서 들어가 타는듯한 갈증을 해소하려고 했다.
경기 종료와 함께 드러누웠던 몸을 일으키려는데 갑자기 세상이 핑핑 돌았다. 속이 미친 듯이 울렁거렸고 자리를 피할 새도 없이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근처에 있던 다른 선수가 놀라서 나를 부축했지만 구역질은 멈추지 않았고 먹은 게 별로 없어 노란 위액밖에 나오질 않았다.
괴로웠다.
한참을 그렇게 내장을 전부 뒤집어엎을 듯이 구역질을 해대다 겨우 멈췄고 메디컬 팀이 뛰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진이 다 빠져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 나를 누군가가 부축했고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며 뭐라 말을 걸어 오는 이명헌...웅성대는 관중들의 소리...눈 앞이 흐려졌고 주위의 소리 역시도 웅웅대며 점점 내게서 멀어져 갔다. 마치 물에 잠기듯이....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누군가의 인영이 보였다.
우성아
보고싶어 정우성...
***
나는 미국으로 돌아갔고 역시나 바쁘게 돌아가는 NBA 리그의 특성상 눈코 뜰 새 없이 경기장과 집 훈련장만을 오갔다. 그동안은 시합 일정이 바쁘더라도 이 정도로 나 자신이 기계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왜 이렇게 요즘의 나는 농구 하는 기계가 된 것 같은지 모르겠다. 그런 나를 두고 주위 사람들은 농구에 미친 사람 같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게 맞을지도.
이번 시즌엔 유독 시합이 끝나고 내게 다가오는 상대 팀 선수들이 많았다. 지난해 미국 내 언론에서도 꽤 좋은 평가를 받아서 그런지 너도나도 연락처를 교환하자거나 시즌 종료 후 파티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 정신이 어딘가 붕 뜬 것 같았고 그러자고 형식적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요즘은 한국의 지인들과도 거의 연락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현철이 형이 어디서 또 내 얘기를 들은 건지 형도 한참 바쁠 텐데 전화가 왔다. 열심히도 적당히 해야 한다고 오늘만 살고 죽을 것도 아닌데 주위도 돌아보며 살라고 내게 충고 했다. 형이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란 걸 알았기에 알겠다며 얌전히 혼났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편해지면 자꾸만 직시하게 되는 현실이 두려웠다. 그렇게 나는 농구만을 위해 굴러가는 기계처럼 살아갔다.
요즘 난 평소에 하지도 않던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전에도 가끔 내 기사를 찾아 읽거나 댓글을 보긴 했지만 내가 요즘 습관처럼 하는 검색은 바로 동오 형의 이름을 검색하는 것이었다.
평소보다 기량의 높낮이가 크다는 평이나 체력이 떨어진 탓이라는 분석 등을 보며 걱정이 됐다. 동오 형은 늘 자기관리에 무서우리만큼 철저한 사람이었다. 그 덕에 고등학생 시절부터 늘 편차 없이 일정한 기량을 유지한다는 호평을 듣곤 했는데...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괜히 몇 달 전에 있었던 일들이 생각나며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결국에 도달하는 곳은 내가 최동오를 걱정하고 궁금해할 자격이 있냐는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결국 난 그때 동오 형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못했다. 형에게 보낼 메시지를 작성했다 지우길 수백번, 형의 집 앞까지 갔다가 되돌아온 게 몇 번인지 셀 수 없었다. 하지만 굳게 닫힌 그 문을 보면 내가 제멋대로 저 문을 박차고 들어가 형을 위험하게 만들었던 그날의 일이 머릿속에 재생됐다. 그런 내가 형에게 용서를 바라는 건 너무 뻔뻔한 일이었다.
-
난 저녁에 있을 경기를 앞두고 호텔을 잡아 쉬는 중이었다. 괜히 속이 답답해서 좀 일찍 나가 조깅이나 하려고 로비에 내렸는데 구단 코치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냥 쓱 보고 지나쳐가려고 했는데 나를 본 코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내게 소리를 쳤다.
"이봐, 정! 거기 꼼짝 말고 가만히 있어!"
의아했다. 저 사람이 왜 저러나 싶었다. 급하게 전화를 끊더니 득달같이 내게 달려 온 그는 빠르게 말을 뱉어냈다.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비행기가 어쩌고 시합이 어쩌고..펑크는 안된다...대체 무슨 소리인지.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러니까, 너 지금 엄청 싱숭생숭한 거 알겠는데 오늘 시합 중요하다고. 한국 갈 생각, 그거 안 돼."
"...제가 한국을 왜 가는데요?"
나의 의아한 표정과 물음에 코치의 표정이 점점 당황으로 물들어가는 게 보였다.
"너...지금 공항 가려고 일찍 나온 거 아냐?"
"네?"
그는 눈에 뜨게 당황하더니 곧바로 말을 빙빙 돌리며 이상한 소리만 해댔다. 하지만 나의 센서는 이미 울리고 있었다. 뭔가 심상치가 않다.
결국 난 말할 때까지 아무 데도 안 가겠다며 호텔 로비에 버티고 섰고 잔뜩 곤란해 하며 식은땀을 흘리던 코치는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최동오라고 너랑 스캔들 났던 한국 선수 있지? 너 학교 선배라는...아무튼 그 선수가 경기 끝나고 실신해서 실려 나갔는데 상태가 꽤 안 좋은가봐..기사가 크게 났는데 네 이름도 같이 오르락내리락해서 네 한국 에이전시에서 우리 매니저한테 연락이 왔대.
너 지난번에도 그 일로 갑자기 한국 가버렸어서 이번에도 혹시나 싶었던 거다. 진짜 그 선수랑 무슨 사이인 건 아니지? 이봐, 정! 정!! 너 괜찮아?
코치의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아스라이 멀리서 들려 왔다. 뿌연 시야, 로비 시곗바늘의 초침 소리마저 쾅쾅 울려대며 내 머리를 내리쳤고 내 숨소리까지도 커다란 굉음처럼 다가왔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어서 더 늦기 전에 최동오에게 가야만 한다.
슬램덩크
우성동오
동오텀
동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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