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7673866
view 2358
2024.06.20 20:43




https://hygall.com/597573446






2.



물론 이성을 잃고 돌진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그가 하는 설명에 귀 기울였다.


매버릭은 부관이 아니었다. 그는 쭈뼛쭈뼛 아니라는 말을 꺼내다가 붉어지는 귓볼에 손을 댔다. 무엇이 부끄러운 건지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그리고 우린,"




우린? 우리만의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것 같아 기분이 금세 좋아졌다.




"탑건 동기였어요. 아이스, 앗, 톰이 익숙하죠. 습관이 되어서… 톰은 수석, 나는 차석. 우린 꽤 비등한 실력이었는데 제가 살짝 삐끗한 거죠. 어쨌든 그 인연으로…"




이번엔 볼까지 새빨개지더니, 부정확한 발음으로 웅얼거렸다. 그는 마치 다람쥐마냥 볼을 살짝 부풀리고 다시 입술을 씹었다.




"그 인연으로?"

"어, 큼. 사귀게 되었어요."




머리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느낌을 아는가? 아이스맨은 그 폭죽이 지금, 현재 자신의 머리속에서 터지고 있다고 느꼈다. 저 귀여운 다람쥐가 내 애인이라니. 톰 카잔스키 주니어가 이제껏 인생을 아주 잘 살아왔단 사실에 바보처럼 웃을 뻔 했다.




"그, 불쾌할 수도 있다는 걸..."
"아니요?"
"네?"



입을 오물오물거리면서 불쾌할 수도 있다고 말하면 그게 설득이 되나. 불쾌는 커녕, 전투기를 처음 본 날 만큼 심장이 힘차게 뛰었다. 매버릭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마치 예쁜 얼굴을 과시하는 것처럼 나를 쳐다봤다.



"불쾌하지 않아요? 그, 그냥 난 그쪽한테 아저씨인데. 게다가 날 모르잖아요."
"지금은 나도 아저씨잖아요. 내가 기억을 못할 뿐이지."



매버릭은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다시 한 번 예쁜 표정을 보였다. 대책없이 웃어보이는 건 싫어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내가 보기 싫어요...?"



하고 울망한 목소리로 쓸데없는 말을 내놨다. 결국 나는 매버릭과 눈을 맞추었다. 그는 생글생글 웃는 게 예뻤다.


손을 꼼지락거리는 걸 멈추지 못하길래, 슬쩍 잡아봤다. 정말 우리가 애인이 맞았는지 그는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잡혀주었다.


작다.
또래에 비해 큰 손이긴 했지만 유독 매버릭의 손은 작았다. 내 한 손에 매버릭의 두 손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내가 손을 쓰다듬자 파드득, 놀라긴 했지만 그는 정말 가만히 나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그의 순응이 나의 기분을 더 고조시켰다.


이 순간이 계속 되길 바랐으나, 매버릭은 업무 차 오후엔 나가봐야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를 보내주기 싫어서 고개를 저었지만 매버릭은 여유롭게 나에게서 벗어났다.

그는 마치 자유로운 새와 같았다.




아이스매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