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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20:48
존은 절대 저렇게 안있었을거같지 않냐.
런던으로 동반휴가를 나온 날. 둘은 관광이고 뭐고 초저녁부터 열심히 붙어먹음. 결국 게일이 먼저 지쳐서 잠드는거 보면서 존도 같이 스르륵 잠들었지. 빡빡한 임무중에 나온 휴가라 둘다 피로가 쌓여있기도 했고 전장에서 멀어지니 긴장이 풀리기도 했고 간만에 남 눈치 안보고 할 수 있다보니 평소보다 더 흥분한 것도 있고.
그러다 멀찍이서 들리는 폭음에 존은 소스라치게 놀라서 눈을 번쩍 뜸. 고개를 들어보니 그새 어둠이 깔린 창밖 너머로 번쩍이는 폭격의 불빛이 보이는거.
시작된지 얼마 안됐는지 아직 불빛도 작고 소리도 그리 크지 않은데 존이 워낙 잠귀가 밝아서 금방 알아챈거겠지. 심지어 지금 품안에 게일이 있으니까 본능적으로 경계심이 더 높아진 탓도 있고.
존의 움직임에 곤히 잠들어 있던 게일이 살짝 비음을 내며 눈가를 찌푸림. 존은 신속하지만 최대한 게일의 몸이 흔들리지 않게 주의하면서 게일 머리 밑에 있던 자기 팔을 꺼내고 옆에 있던 베개를 대신 끼워넣음. 달래듯 등을 살짝 토닥이자 게일이 다시 잠잠해지는걸 확인한 존이 얼른 창문가로 다가감. 이쪽 벽도 저쪽 벽도 커다란 창이 시원하게 뚫린 룸이었음. 아까 게일과 정신없이 입맞추며 들어서면서도 이따 밤에 별구경하기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오늘은 영 틀린것같지.
발소리를 죽인채 얼른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쳐서 창을 가렸음. 속커튼과 겉커튼 모두 꼼꼼하게 펼쳐서 빈틈이 없게 만들자 방안이 온통 어둠으로 가득 찼지. 그리고나서 게일이 등지고 있는 창으로 다가감. 닫아둔 커튼의 끝을 잡아 반뼘정도만 열고 폭격의 동태를 살핌. 거리가 애매한 지점이었음. 여차하면 게일을 깨워서 대피해야했지만.. 그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지금 게일을 깨우고싶지 않았음.
일반인이 보기엔 아무렇게나 퍼붓는것 같지만 폭격은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음. 공격할 지역의 범위와 사용하는 폭탄의 양은 정해져 있기 마련임. 작전장교의 눈으로 보면 어느정도 각이 나오지. 한동안 주요 폭격 위치와 공격 양상을 지켜보며 면밀히 관찰하던 존은 반뼘 열었던 커튼도 꼼꼼하게 닫아버렸음. 적어도 오늘밤 이 동네는 무사할것임.
대피할 필요가 없음이 판단되자 존은 다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침대에 몸을 뉘였음. 금새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게일의 잠든 옆얼굴이 보였음. 반듯한 이마와 잘생긴 눈썹과 촘촘한 속눈썹, 동그란 코끝과 통통한 입술위를 손끝으로 깃털처럼 쓸어내리며 이제 몇번째인지 셀수도 없는 감탄의 시간을 가짐.
바깥은 폭격이 한창인데 군인이 속 편하게 잠이나 자고 말이야 응?
마주보고 누운채로 작게 푸스스 웃으니 얼굴에 불어진 바람탓에 게일의 미간이 다시 살짝 찌푸려짐. 그 표정이 심통 부리는 아이같아서 존은 손으로 입과 코를 막고 또한번 푸스스 웃어버림.
맨살이 드러난 동그란 어깨 위로 시트를 덮어주고 다시 아기 재우듯 등을 토닥이는데 창밖에서 조금씩 폭격소리가 커지는게 느껴짐. 흠, 곧 클라이막스로 가겠군. 커튼이 쳐진 창문 쪽으로 '다들 고생좀하네' 라고 말하는듯한 시선을 한번 보낸 존이 다시 게일의 얼굴을 들여다봤음. 이러다 깰 것 같은데.
땀에 젖어 흐트러졌던 금색 머리칼을 살살 귀 뒤로 넘겨주던 존이 살짝 손을 들어 게일의 귀 위에 얹음. 팔에 힘을 주어 게일이 제 손의 무게를 느끼지 않게, 하지만 확실하게 덮이게끔. 손바닥 아래쪽의 두툼한 부분을 귓바퀴와 광대뼈 부근까지 다 덮도록 얹었더니 손가락 끝으로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감촉이 느껴짐.
내일 아침이 되면 너는 저 폭격으로 희생당한 군인과 민간인의 소식을 들으며 안타까워하겠지. 바로 근처에 있었음에도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잠들었던 스스로의 안일함을 꾸짖겠지. 하지만 그건 전부 내일로 미루고, 전부 내탓인걸로 하고, 지금은 편안히 꿈속만 거닐기를.
존은 게일의 코끝에 제 코끝을 살짝 부비며 다시 얕은 잠을 청했음.
칼럼오틴버 존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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