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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00:54
비성연화면 아빠 노릇 생각보다 잘하는 적비성일듯 이연화 임신수발 들고 애 태어난 후엔 얼레벌레 육아하면서 애가 똘망똘망 제법 말 잘하는 대여섯살 될 때까지 혼례도 안 올리고 살 거 같음. 적비성 의외로 육아 잘할 거 같음. 처음엔 어설펐는데 이제는 누가봐도 애아빠임. 알 사람들은 다 아는데 금원맹주와 구이상이현이연화의 2세가 얼마나 지옥의 주둥아리로 태어날까 했는데 그냥 똘똘한 장꾸지만 순둥하면 좋겠음. 얘 성격 도대체 누구 닮은 거냐고 할만큼...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커다랗고 늘씬한 야생마 같은 몸으로 작은 어린이용 책상 앞에 애 무릎에 앉히고서 무덤덤히 애기랑 칠교판 놀이 해줄 거 같음. 금원맹주 탈것과 의자로 쓰는 2세지만 2세는 금원맹주가 뭔지 몰라. 적비성은 그냥 아빠임. 성도 적비성 안 따르고 이연화 따라서 이씨임. 적비성 그런 자잘한 것에 별로 불만 없고 누구 성씨를 따르든 자기 아이라는 점은 틀림이 없단 그 사실 하나로 모든 이유와 명분을 뛰어넘는 진리가 될듯. 이연화도 적비성과 정식으로 혼례를 올려야겠단 생각 진지하게 한 적 없음. 십여년 전에 죽이려고 지독하게 싸워도 봤고 도움도 받아봤고 함께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고 몸을 섞었고 애도 낳았고 함께 밥 먹고 육아하며 아이 커가는 거 보고 함께 자고 일어나는 생활을 하는데 혼례를 올려야만 부부겠냐 싶어서 딱히 둘만의 어떤 표식도 없이 그냥 잔잔하게 살면 좋겠다. 그러다 애 한 열살 될 때쯤 적비성이 뜬금없이 최고급 옥으로 만든 노리개나 비녀 같은 거 오다 주었다 식으로 줄 거 같음. 그 며칠동안 바쁘게 돌아다녔던 이유가 그 선물 때문이면서.



다병연화면 다병이 이연화 애기가 자기 애인지 모르면 좋겠다. 그렇지만 애기 정말 예뻐하고 나서서 이연화 남편 노릇까지 다 함. 그렇지만 아기에게 외숙이라고 쥬쥬로 불리는 방다병이겠지. 이연화의 아기라는 이유만으로 방다병의 한없는 애정과 사랑을 다 받지만 방다병 마음 깊숙하게 이 애의 아버지를 질투하겠지. 자기 자신인지도 모르고 곧 죽을 날만 기다리던 이연화를 이승에 발 붙이게 만든 아이의 아버지를. 그 질투와 분노가 아이에게 투영되지는 않았어도 말임. 워낙 이연화를 더 많이 닮은 애긴 하지만 이연화의 흔적만 찾느라 정작 아기의 촘촘하게 긴 속눈썹이나 입술은 보이지도 않나봄.
이연화는 아이 친부가 방다병이라는 사실 끝까지 숨기려고 하면 좋겠다. 호부상서 외아들이자 천기당 소당주에게 이연화는 너무 초라하잖아. 방다병이 다른 귀한 집안 귀한 자식과 혼인한다면 출생의 비밀은 묻힌 채 행복하고 안온할 뿐이겠지만 이연화와 혼인 관계로 묶이면 너무 위험하다 생각한 거지. 그저 자기 욕심에 낳은 아기에게 미안할 뿐임. 아이 대부는 시켜줬으면서 혹시 자기가 죽게 될 때를 대비해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보호자가 되어달란 간곡한 부탁을 써놓은 유서나 다름 없는 서신은 깊숙한 서랍 안에 숨겨놓고서 말임.
애가 남들 다 있는 아빠 없어서 다병이를 이연화 몰래 아빠라고 부르다가 들키면 이연화에게 보기 드물게 엄하게 혼나는데 그 모습에 되레 방다병이 피가 싹 가시는 기분 느끼면 좋겠다. 그러다가 이연화가 써놓은 유서를 발견하거나 아이가 자기 아이인 거 알게 되면 좋겠다... 만약 어떤 이유로 아이가 아파서 방다병이 내력과 피를 주면 좋겠다. 처음엔 애 살리겠단 마음 하나로 자긴 정말 최악이란 자기비하를 하면서 방다병에게 강한 양기를 가진 자의 내력과 피가 필요하다고 해서 받아냈겠지. 내력과 당연하고 사실 그 피라는 게 직계를 의미하는 건데 말임. 이연화는 그 순간에도 교묘하게 잘 속였을 거니까.
이연화가 자기에게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하던 모습이 떠올라 방다병은 조각이 딱딱 맞춰지는 기분 들겠지......




연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