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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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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 새끼는 숨길 생각도 없나봐. 무대 꾸미는 걸 돕고 있는 허니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마이크를 보고 단장이 생각했다. 지가 허니 낳았나, 흐뭇하게 웃고 지랄. 어제 애인과 거나하게 다툰 터라 안 그래도 언짢은데 애틋하게 쳐다보고 난리다.



"허니야, 오늘 컨디션 어때?"



"? 좋은데요. 거기서 단장님이 노닥거리지 않고 여기 와서 일 도와주면 더 좋을 거 같아요."



저, 저 놈의 기집애. 마이크가 사실 허니를 좋아하는 건 저와 비슷하게 새침한 구석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간 크게도 단장에게 시비를 거는 허니를 보고 마이크는 허니 옆에 슬쩍 다가가더니 무대 꾸미는 걸 도왔다. 허니는 사실 색칠에는 크게 재능이 없어서 뭔가 자르고 붙이는 일만 하고 있었다. 



허니야, 너는 이상형이 뭐야?
- 아, 깜짝아. 이상형이요? 외모요, 성격이요?"
다.
- 외모는 뭐, 키가 크면 좋고. 잘생기면 더 좋고. 성격은...
뭘 보는데?
- 제가 좀 덜렁거리니까, 세심한 사람. 그런데 그걸 잔소리하고 막 지적하기보다 그냥 적당히 귀여워해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져주는 사람.
이 바닥에서 찾기 쉽지 않은 성격이네.
- 아무래도 그렇죠. 그래도 저를 엄청 좋아하면 져주지 않을까요? 저 좀 귀여운 편인데.
그렇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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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데 허니, 귀엽다고 세상 일이 다 해결되지는 않아. 예를 들면 이렇게 삐뚤빼뚤 잘라놓는다던지, 이런 거."



"대부분 되던데. 선배가 마무리해줄 거잖아요. 그래서 선 침범하지는 않게 자르려고 굉장히 애썼어요. 이것 봐요. 잘했죠."



당당하게 자기는 최선을 다했다며 내미는 허니를 보고 마이크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자기객관화가 확실하다. 귀엽네. 허니는 사실 귀엽게 생긴 편은 아닌데, 쓸데없는 데서 당당하고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게, 또 저렇게 생글생글 웃는 게 귀여웠다. 아, 얼굴이 동그랗기도 하네. 동그란 건 대부분 귀엽지. 마이크는 허니의 귀여운 점을 곱씹으면서 가위질을 했다.


허니가 아. 하면서 입에 뭔가를 갖다 대기에 받아먹었더니 초코쿠키였다. 병주고 약주네. 마이크가 허니를 밉지 않게 흘겨보자 또 히히 웃고 있었다. 일 다 시켜놓고 좋대. 쿠키를 먹여주느라 가끔 입술에 스치는 손가락에 속수무책으로 심장이 떨리는데, 잊을 만하면 입에 들어오는 초코쿠키가 다 끝나고 나자 일도 끝나 조금 아쉬웠다.



"허니, 마이크한테 일 시켜놓고 입에다가 쿠키만 넣어주면 다야?"



"쿠키 넣어주면 됐지. 원래 나 먹으려고 가져온 건데."



"마이크 먹는 거 별로 좋아해. 네가 먹여주니까 먹은 거지."



헙. 허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잔뜩 눈치보는 표정으로 마이크를 쳐다봤다. 진짜로? 진짜 먹는 거 안 좋아해요? 미안해요... 한껏 미안해진 표정으로 제 팔목을 잡고 올려다보기에 마이크는 웃으며 허니를 달랬다. 사실 눈치보는 게 귀여워서 더 놀릴까 하다가 아랫입술이 비죽 나와 금방이라도 아이처럼 울까봐 그 마음은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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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단 거는 좋아해. 어디 쿠키야, 맛있던데?"



"제가 만든 거요... 어젯밤에 잠 안와서 구웠는데. 맛있어요? 다행이다."



"너 베이킹도 해?"



"잘은 못하고. 그냥, 레시피보고 이냥저냥... 맛있으면 다행이고요. 나중에 또 갖다줄게요. 예쁜 건 책임 못지는데, 맛은... 맛은 제법 괜찮아요."



안심한 건지 한참이나 잡고 있던 마이크의 팔목을 그제야 놓는다. 허니는 친한 사람에게만 무심결에 스킨십을 잘하는 편인 것 같았다. 전에는 스치는 일조차도 별로 없더니 지난번에 나가서 밥한번 같이 먹고, 출퇴근길을 같이 했더니 마음의 거리가 잔뜩 좁혀졌나보다. 덕분에 오히려 평소에 스킨십이 잦은 편인 마이크만 심장이 철렁하는 순간이 잦아졌다.



한편 허니는 제멋대로 손을 뻗어놓고, 마이크가 기분나빠하지는 않는지 눈치를 보곤 했다. 마이크야 원래 포옹도 잘하고 그러지만, 허니가 하는 건 또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아니, 그런데, 그러면 둘이 놀러가자고 안했겠지... 그래도 좀 귀여운 동생 정도로는 봐주는 거 같은데. 너무 나대지 말아야지. 나댔다가 또 큰일난다. 상대방 마음도 모르면서 나대면 안돼, 하며 허니는 스스로를 절제시켰다.



"마이크. 너무 티난다."



"... 뭐가?"



"너 허니 좋아하는 거. 백마일 밖에서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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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사자도?"



"그건 좀. 조심해라, 쟤 뻑하면 프렌드존이라. 여차하면 호적에 없는 친오빠행이야. 쟤 학부 때 그렇게 보낸 애들 꽤 있어."



"... 너는 아니지?"



"쟤 내 취향 아니야. 나도 쟤 취향 아니고. 근데 뭐 너는... 씁, 아니다."



"뭐가."



"허니도 너한테 관심 있는 거 같긴 한데... 아무튼 진짜 좋아하면 프렌드존 당하기 전에 고백해. 망설이다가 그렇게 돼."




단장의 말에 마이크는 고민에 빠졌다. 저렇게 다정한데, 그게 아무 의도 없이 친구들 사이에도 그럴 수 있다고? 맹세코 그건 싫었다. 희망고문만 당하고 싶지는 않은데. 무론 허니 눈에 보이는 저도 비슷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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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는 뭐 좋아하는데?"



"글쎄. 네가 알아가야지. 내가 아는 건 친구 허니고, 작가 허니지, 여자 허니가 아니니까. 난 걔가 싫어하는 것만 알아."



"... 그건 뭔데?"



"벌레... 시끄러운 거. 이래라저래라 하는 남자들- 그건 주로 나야. 그리고... 아, 담배냄새. 확실히 끊어야겠다, 너. 애써 끊어놓고 왜 다시 피워?"



"담배냄새만 싫어해?"



"대부분의 악취를 싫어해. 땀냄새도 포함이고. 3일 밤을 새도 샤워는 하고 오더라고. 나는 누가 나를 그렇게 혐오하는 시선으로 본 건 처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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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도와줘?"



"첫번째로 넌 내 아끼는 후배이자 친구고- 난 네 연애사가 대체로 거지같이 끝나는 걸 봤고. 둘째로, 친구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허니는 좋은 애고. 내 여자친구는 좋은 사람인데 걔가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좋은 애랬거든. 내가 지금까지 본 바로도 그렇고."



"...."



"난 그리고 내 배우도 내 작가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걜 좀 행복하게 해주라. 너도 좀 행복해지고. 매력 넘치고 재능있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자신없어하는지 나는 솔직히 모르겠어."



"... 노력은 해볼게."



마이크는 다시 백스테이지로 갔다. 허니가 여전히 있었고, 노트북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까 연출과 이야기를 하더니 뭔가 수정할 게 생긴 모양이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뭔가를 썼다가, 지웠다가.. 웃었다가, 다시 인상을 찌푸렸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더니 저를 보고 배시시 웃었다.



"뭐야, 언제부터 있었어요? 많이 늦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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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기다리다가 목이 좀 빠질 뻔하긴 했는데, 뭐, 충분히 기다릴 만했지. 오래 걸려? 나 대본 보면서 기다릴까?"



"아뇨. 여기 더 있는다고 될 일도 아니고. 갈래요."



"아니면 나랑 공원이라도 한바퀴 돌면서 상의해보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잖아. 산책할래?"



"그래도 돼요?"



마이크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웃자 허니는 가방을 챙기더니 마이크 옆에 섰다. 저보다 한뼘이 좀 못되게 작은 허니를 내려다보니 짙은 갈색 눈동자가 저를 오롯이 올려다봤다. 할말 있냐는 듯 갸웃하는 허니에게 그저 웃어보이자, 어깨를 으쓱하더니 정면을 바라보며 걸었다. 간간이 저를 올려다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포니테일로 올려묶은 탓에 내려다보는 사람의 눈에 허니의 귀가 어두침침한 조명에도 아주 잘- 보였다. 타오르는 노을마냥 붉은 색이었다.




너도 나 좋아하나 봐, 조금은. 마이크는 허니의 옆에 조금 더 바짝 붙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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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스트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