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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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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ㅈㅈㅇ
ㅇㅌㅈㅇ





*BGM*







강징은 침상에 모로 누워서 저를 끌어안은채로 제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망기의 다정한 손길에도 음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피곤한듯 눈을 감았다 떴음. 그때 망기가 강징의 뒷목에 슬쩍 입을 맞추고는 아린과 아윤이 힘들게 하진 않는지 또한 산달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몸이 힘들진 않은지 세세하게 물어보았음. 강징이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아린과 아윤은 말썽을 부리는 일이 없이 잘자라주고 있다고 대답을 했고 몸이 전보다 무거워져 고되긴 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참고 견딜만하다고 덧붙였어. 망기가 그대의 건강이 우선이니 몸이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아프면 언제든지 태의를 불러서 진맥을 받으라고 말을 하고는 긴 한숨을 쉬었음. 강징이 무슨 근심거리가 있으시냐고 물으려는 찰나에 망기는 서비가 아이를 가질줄은 몰랐다고 그대에게 씻을수 없는 상처를 주어 참으로 미안하단 말을 했음. 강징이 그 말을 듣자마자 울컥해서 터져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고 애써 덤덤함을 가장하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냐고 함. 망기가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는 대신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거라고 말을 했어. 그런데 강징이 그 말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고 서비의 태기가 아직 불안정하니 날이 밝거든 저수궁에 들르셔서 첫회임으로 불안할 서비를 보듬어주시라고 함. 그리고는 밤이 깊었으니 어서 침수드시라고 한 다음에 눈을 감았음. 망기는 강징의 달라진 태도에 무척 심란했지만 이게 다 자신의 탓이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잠을 청하는 수밖에 없었음.






그 다음날 이른 아침에 강징은 무거운 몸으로 궁녀들과 함께 망기의 의복 수발을 들었어. 망기는 몸이 무거우니 가만히 쉬고 있으라고 만류를 했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발을 듬. 망기는 제 상의의 매듭을 묶는 강징을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다가 만음하고 강징의 이름을 부름. 강징이 고개를 들고 예하고 빙긋 웃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순간적인 충동을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뺨을 쓰다듬고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춤. 상궁이 곁에서 시중을 들다가 눈치껏 궁녀들을 물리고 자신도 내실밖으로 나갔음. 강징이 웃으며 의복 수발을 마저 들고는 오늘 저녁에 잠시 연희궁에 들려주실수 있냐고 물음. 망기가 정무가 바쁘더라도 꼭 시간을 내서 들리겠다고 약속함. 강징은 그런 망기를 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이러다 조회 시간에 늦으시겠다고 얼른 양심전으로 가보셔야 하지 않냐고 재촉함. 그 말에 망기가 강징의 손을 붙잡고 내실 밖으로 나옴. 그리고는 침전 문앞에서 아주 천연덕스럽게 얼굴을 내밀며 오늘은 먼저 입맞춤을 해주지 않을거냐고 웃는데 강징이 그 모습에 당황한듯 매우 어색하게 웃음. 그러더니 궁인들이 지켜보고 있다며 고개를 젓고는 잡고 있던 손도 슬그머니 빼서 등뒤로 감추었음. 망기는 전과 다른 강징의 태도에 충격을 받았는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는 저녁에 다시 들리겠다는 말만 남기고는 밖으로 나가버림. 강징은 그런 망기의 뒷모습을 보며 신첩 폐하를 배웅합니다하고 무릎을 굽혀 인사를 했음. 그리고 아무런 표정의 변화없이 연희궁의 문앞에서 망기가 어가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어. 어가가 떠나고 궁문이 닫히는 순간에 마치 거짓말처럼 참았던 눈물이 폭포수 흐르듯이 주르륵 쏟아졌음.






그때 연희궁의 상궁이 조반이 준비되었다고 허기가 지실텐데 어서 식사를 하시라고 말하려고 강징을 불렀어. 강징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라서 무슨 일이 있으시냐고 묻는데 강징이 말없이 고개를 젓는것을 보고 더 의아하게 여김. 상궁이 걱정되는 마음에 간밤에 폐하께서 무슨 안좋은 말씀이라도 하셨냐고 물었는데 강징이 폐하께선 간밤에도 무척 다정하셨다고 말함. 상궁이 그런데 어찌 이리 눈물을 보이시냐고 폐하께서 여전히 마마를 총애하시는데도 뭐가 그리 서글프신거냐고 물음. 강징이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내며 폐하께서 나를 진심으로 은애하신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나니 절망감에 눈물이 저절로 나오는구나. 폐하께서 군왕이 아닌 명문 세가의 가주이시고 내가 가주의 총애받는 측실이었다면 내 이리 서글플 일이 없었을것이다. 폐하께선 일국의 황제이시고 황실의 후사를 잇기 위해서는 많은 여인들을 거느리셔야 하는 분이야. 한 사람이 군왕의 총애를 독차지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 심지어 그 총애가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연심으로 인한것이라면 사람들이 어찌 생각하겠어. 요녀가 미색으로 폐하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고 손가락질을 하지 않겠느냐. 이전에도 군왕의 총애를 독차지한 여인들은 계속 있어 왔다. 그들의 말로가 어찌 되었는지 상궁도 직접 보았을테지? 상궁이 다른 비빈들의 질시를 받아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하거나 암투에 희생되거나 나이가 들자 자연스레 총애를 잃었다고 대답함. 강징이 희미하게 웃으면서 연심에 눈이 멀었던 황제들의 말로는 어찌 되었는지 아느냐? 사랑 놀음에 빠져 정사를 소홀히 하거나 정인이 일찍 죽자 절망감에 자포자기하여 주색잡기를 하다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거나 폭정에 참지 못한 역도들에게 황위를 찬탈당했단다. 폐하가 지금은 나를 진심으로 연모하신다고 해도 그 연심이 영원할거라고 어찌 장담하겠느냐. 그러니 예전처럼 마냥 기뻐할수도 마음 놓고 웃을수도 없구나. 상궁이 그 말에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음. 그때 다른 전각에서 재웠던 공주가 유모와 함께 나왔다가 강징을 보고 안으로 뛰어들어왔어. 강징이 제 다리에 매달리는 공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곤 우리 아가 어미랑 같이 조반을 먹자꾸나 하고 내실로 데리고 들어감.





그 시각 황후는 퇴수산에 있는 어경정에서 견우 직녀에게 제를 올리고 난 다음에 제례에 참석한 비빈들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음. 황후는 상석에 앉아 주위를 휘휘 둘러보다가 빈자리들을 발견하고 눈쌀을 찌푸림. 산달이 얼마 남지 않은 만삭의 임부인 연귀비야 황명에 의해 제례 참석을 면했으니 불참하는게 이해가 갔지만 회임한지 넉달이 지나 안정기인 서비까지 제례에 불참한것이 매우 짜증이 남. 태의가 유산기가 있으니 한동안 바깥 출입을 자제하고 정양을 하라고 했다며 궁인을 통해 불참 통보를 한것도 밉살스러웠어. 황후로서의 위신이 좀처럼 서지 않는데 심상재까지 몸이 미령하다며 불참을 해버리는 통에 곽귀인, 고귀인, 영상재, 무상재, 송답응 품계가 낮은 후궁들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음. 황후가 답답한 마음에 작게 한숨을 쉬며 차를 마시려는 순간 곽귀인이 눈치없이 곧 후궁 간택이 있을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그게 사실이냐고 말을 꺼냄. 황후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다완을 다탁에 탁소리나게 내려놓곤 새로운 후궁이 폐하의 총애를 독차지할까 걱정이 되냐고 비아냥거림. 곽귀인은 자신이 괜한 말을 하여 황후의 심기를 어지럽혔나 싶어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임. 전각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자 황후가 웃으며 괜한 걱정할것 없네. 천하에 둘도 없는 미인이 후궁으로 들어온다고 해도 그이가 폐하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이 없을테니. 자네들도 알지 않나? 폐하께선 연귀비가 아닌 여인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으실뿐더러 군자중에 군자시라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말이야. 그러니 쓸데없는 걱정일랑 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폐하의 눈에 들어 황손을 회임할 생각을 하게. 무상재가 싸구려 은비녀 장식을 매만지며 신첩 열넷에 궁에 들어와 올해로 궁에 들어온지 사년이 넘었는데 시침을 든게 두번뿐이옵니다. 올해에는 궁중 연회때 먼발치에서 폐하를 뵌게 다라 폐하와 말한마디 섞어보는것이 소원일 정도인데 회임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는다고 웃었음. 고귀인이 영상재에게 자네는 서비마마와 함께 저수궁에 기거하니 운이 좋으면 폐하의 시침을 들 기회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음. 영상재가 그 말을 듣고 별다른 대꾸없이 조용히 웃는데 후궁들이 하는 말에 부아가 치민 황후가 자네들 마음가짐이 그따위니 폐하의 총애를 못받는게 아니냐고 버럭 화를 내었음. 또 다시 분위기가 가라앉자 황후가 속이 타는지 다 식어빠진 차를 단숨에 마시곤 못마땅한듯 혀를 참.




강징은 찻잎이 담긴 바구니에 섞여서 들어온 서신을 펼쳐 읽고는 표정이 굳어짐. 그건 운혜가 보낸 서신이었는데 심상재가 몇달째 몸이 좋지도 않은데도 태의를 부르는 것을 꺼려하며 석달이 넘게 월경이 없는것을 봐선 아무래도 회임을 한것 같다고 적혀있었음. 강징은 회임이라는 말에 아연실색해서 서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곤 상궁을 부름. 상궁에게 폐하와 태황태후의 진선에 올릴 음식은 준비가 다 되었냐고 묻는데 아직 준비중이란 말에 한숨운 쉼. 강징이 본궁이 직접 음식을 만들것이니 태황태후께 드릴 관음도와 불경 필사본을 챙기라고 이름. 강징은 직접 만든 음식을 가지고 수강궁에 들었다가 태황태후가 황제의 진선에 올릴 음식을 살피는 것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음. 태황태후가 강징의 안색을 살피고는 몸도 무거운데 편히 쉬질 않고 음식까지 만들어 가지고 왔냐며 애정 어린 타박을 함. 강징이 날이 무더워서 태황태후께서 식사를 제대로 못하실듯하여 식욕을 돋울만한 음식들을 만들어왔다고 하자 그제야 웃으며 귀비의 마음 씀씀이가 기특하다며 앉을것을 권함. 강징이 폐하의 진선에 올릴 음식을 같이 만들어왔는데 식기전에 양심전에 가봐야한다고 말했더니 태황태후가 마침 애가도 양심전에 가려고 했다며 같이 가자고 함. 강징은 태황태후와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길을 걷다가 연희궁쪽으로 향하는 어가 행렬을 마주침. 망기가 강징과 태황태후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어가를 멈추고 내려서 다가오는데 태황태후가 갑자기 웃음을 참더니 딴청을 피우기 시작함. 망기는 조모에게 인사를 올리자마자 품에서 영견을 꺼내서 강징의 이마에 맺힌 구슬땀을 닦아주었어. 그리고는 날이 무더운데 연희궁에 가만히 있지 않고 어디 가고 있었냐고 걱정스레 묻는데 강징이 그 행동에 당황해서 얼굴이 붉어짐. 태황태후가 그 모습을 보고선 농이랍시고 황제 이 할미는 안보이는 모양입니다. 연귀비가 그리도 좋으십니까? 라고 말을 하는데 망기가 웃으며 예하고 대답하니 숨이 넘어갈듯이 웃음. 강징이 폐하하고 만류하듯 망기의 소맷자락을 잡는데 태황태후가 두 사람의 금슬이 이리도 좋으니 후사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고 입을 가리고 웃었음.






강징은 양심전에서 망기와 태황태후와 함께 식사를 하는데 일어선 상태로 태황태후께 음식을 덜어서 올림. 그러자 태황태후가 몸도 무거운데 편하게 식사를 하라며 의자에 앉으라고 권하고 망기가 강징이 좋아하는 운몽 요리를 그릇에 덜어줌. 강징이 자리에 앉아 웃으면서 음식을 한입 베어무는데 망기가 그런 모습마저도 사랑스러운지 내내 웃고 있다가 강징이 두세입 더 먹자 그제야 식사를 하기 시작함. 강징이 연자백합탕을 덜어서 태황태후와 망기에게 올리고 제 상궁을 불러서 태극전의 심상재에게도 연자백합탕을 가져다주라고 분부함. 태황태후가 심상재라면 일전에 연귀비의 하사품을 훔쳐서 품계가 강등된 이가 아니냐고 물음. 망기도 심상재를 챙기는 강징이 못마땅한터라 태황태후에게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씀을 드림. 강징은 두 사람이 심상재를 몹시 못마땅해하는것을 느끼고 주춤대며 자리에서 일어나 눈치를 보는척 입을 열었음. 심상재가 비록 죄를 지어 강등당한 처지이기는 하나 신첩이 친자매처럼 의지하던 이고 요즘 몸이 아파서 몇달째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고 하여 평소 좋아하던 연자백합탕을 챙겨주려고 했던것이라고 말을 했음. 태황태후가 도대체 어디가 아프길래 몇달째 식사를 제대로 못하냐고 묻는데 강징이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현기증과 구역질이 심하고 호되게 체한 사람처럼 끙끙 앓기만 한다고 들었다고 대답함. 태황태후가 뭔가 의아한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건 전형적인 회임 증상이 아니냐고 함. 망기가 그 말에 강징의 눈치를 살피려고 강징의 얼굴을 슬쩍 쳐다봤다가 태극전에 태의를 보내라고 이르겠다고 대충 넘기려고 함. 태황태후가 못마땅한듯 혀를 쯧쯧 차면서 황후는 도대체 무엇을 하길래 회임을 한 연귀비가 다른 비빈의 건강까지 신경을 쓰게 만드느냐고 화를 내었어. 육궁의 수장이면 당연히 비빈들을 잘보살펴야 하는것인데 어찌 이리 소홀하냐고 질타함. 그러더니 근처에 있던 총관 태감을 불러 지금 당장 황후에게 가서 태극전의 심상재에게 태의를 보내라고 이르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직접 살핀 다음에 수강궁에 들러서 보고를 하라고 명함. 강징이 그 말에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굽히고 신첩 심상재를 대신하여 마마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고 인사를 올림. 태황태후가 그런 강징이 기특한지 손을 붙잡이고 손등을 토닥이며 몸도 무거운데 예를 올리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며 얼른 자리에 앉으라고 함.






그날 해질 무렵 강징은 연희궁의 내실에서 토끼 한쌍을 끌어안고 바닥을 뒹구는 공주를 보고 못말린다는듯 고개를 젓다가 공주를 부름. 아린 어미랑 같이 세욕을 할까? 공주가 세욕이라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와 안기는데 강징은 그런 공주가 귀엽기만 했어. 강징은 공주가 풍한에 걸릴까봐 궁녀들에게 냉수가 아닌 미온수를 가득 채우라고 했고 물놀이를 하게 장난감도 가지고 오라고 이름. 공주는 뭐가 그리 신난지 쉴 새 없이 재잘거리다가 강징의 벗은 몸을 유심히 보더니 손을 가져와 둥글게 부푼 배를 쓱쓱 만짐. 강징이 웃으면서 동생들한테 인사를 하려고 그러냐니까 공주가 고개를 젓더니 아린이도 모친의 뱃속에 이렇게 있었냐고 물어봄. 강징이 그럼 우리 아가도 모친의 뱃속에 열달동안 있다가 나왔지하고 공주를 끌어안는데 공주가 갑자기 시무룩해함. 공주가 아린이 모친의 뱃속에 있어서 무겁지 않았냐고 묻는데 강징이 웃으며 하나도 안무거웠고 뱃속에 있는 내내 행복했다고 대답했음. 그제야 환하게 웃는 공주를 보고 강징은 그동안 어린 아이의 앞에서 지나치게 힘든 내색을 했나 싶어 마음이 무거워짐. 우리 아가 오늘이 칠석인데 직녀님에게 무슨 소원을 빌거냐고 묻는데 공주가 열여섯살이 되면 부황에게 시집가게 해달라고 빌거라고 대답함. 강징이 예상치 못한 말에 웃으면서 반쯤 장난으로 이를 어쩌나? 우리 아린이는 공주여서 황제이신 부황과는 혼인을 못한단다라고 하니 그럼 더 잘난 사내한테 시집갈거라고 말할거야. 강징이 몹시 애틋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 아린이만 아끼고 사랑하고 축첩 따위는 하지 않는 사내와 맺어지게 해주마하고 공주의 뺨에 슬쩍 입을 맞추었음.






강징은 침의를 입은채로 문앞에 앉아서 불어오는 미풍을 맞고 있다가 들려오는 풍경 소리에 조용히 미소를 지었음. 낭군이 저를 위해 가꾸어준 제비꽃 정원앞에서 뛰어노는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또 다른 아이들이 있으니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지. 자신이 친왕의 측비 아니 하다 못해 귀족가의 측실이었다면 이 소소한 행복에 만족했을텐데 이곳이 황궁이고 자신이 황제의 총비이기 때문에 이 행복조차 한낱 꿈처럼 느껴지는 걸까. 잠시후에 강징은 누이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고 있는 사윤일 흐뭇하게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어. 연희궁의 상궁이 칠석 준비를 한다고 바쁘게 움직이다가 강징이 침의 차림으로 밖으로 나가는것을 보고 당황스러워함. 강징이 수반속에서 헤엄치는 잉어 한쌍과 치어 두마리에게 모이를 주는데 공주가 다가와서 잉어가 언제쯤 새끼를 낳냐고 물어봄. 강징이 배가 볼록한것을 보니 며칠내로 알을 낳을것 같다고 말했어. 그리고는 공주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석반을 먹어야 하니 이제 안으로 들어가자고 침전으로 데리고 들어감. 잠시후에 강징은 공주에게 살짝 데운 죽그릇을 밀어주곤 이제는 혼자서 먹어보라고 했고 아직 어린 사윤에게는 계란죽을 후후 불어서 식힌 다음에 입에 넣어주었음. 공주는 수저질이 어설퍼서 음식을 계속 질질 흘리면서 먹는데 그래도 떠먹여주거나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봄. 사실 먹는것보단 흘리는게 더 많았지만 타박을 하지 않고 영견으로 입가를 닦아주고 한그릇을 다 비우자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었음. 강징은 아이들을 보며 웃다가 두 아이 다 강보에 싸여서 앙앙 울기만 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리 자랐나 싶어서 애틋함을 느낌.






그 시각 황후는 분에 못이겨 씨근덕거리며 태극전으로 향하는 길이었음. 몸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태황태후의 귀에게까지 들어가게 했단 말인지 짜증이 계속 치밀었음. 황후가 온다는 소식에 심상재가 침상에 누워있다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식은땀으로 침의가 푹 젖어있을 정도로 상태가 몹시 좋지 않았음. 운혜가 영견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고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해주는데 그때 황후가 들이닥쳐서 소리를 버럭 지름. 심상재가 화들짝 놀라서 허겁지겁 침상 아래로 내려와 무릎을 꿇는데 황후의 뒤에 태의감에서 의술로 이름이 난 태의가 서 있는것을 보고 안색이 새하얗게 질림. 황후가 짜증을 내며 도대체 어디가 아픈것이야? 유태의 어서 심상재를 진맥하게. 심상재가 이젠 아프지 않으니 진맥을 받지 않겠다고 거부하는데 황후가 그걸 보고 의구심을 품음. 황후는 지금 황명과 태황태후의 명을 거역할 셈이냐고 질타하고 태의에게 당장 진맥을 하라고 함. 심상재가 어쩔 도리가 없어 입술을 깨물고 손목을 내미는데 태의가 진맥을 해보더니 웃으면서 소주께서 회임을 하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축드립니다고 하고 허리를 굽혔음. 황후가 그 말을 듣고 대경실색해서 정말 회임이 맞냐고 재차 물었고 태의가 진맥을 한 결과 회임이 틀림없다고 고함. 이미 석달은 넘으신듯 한데 그동안 모르셨던게 의아하다고 하자 황후의 고운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짐. 심상재가 황후의 눈치만 살피다가 고개를 푹 숙이는데 황후가 억지로 웃으며 태의에게 임부에게 좋은 탕약을 지어 올리라고 말함. 그리고는 운혜를 제외한 이들을 모두 침전밖으로 물러나도록 명했어. 황후가 심상재하고 부르더니 갑자기 온 힘을 다해서 뺨을 갈김. 심상재가 뺨을 얻어맞고 바닥에 풀썩 주저앉자 운혜가 아연실색해서 주저앉은 심상재를 부축하려고 듬. 황후가 대노해서 고약한것 같으니라고! 그동안 회임을 한것을 꿈에도 몰랐다고 할 생각은 말거라! 본궁이 네 뱃속에 든 아이를 해치기라도 할까 걱정이 되어 숨겼던게지!! 네까짓게 연귀비처럼 본궁의 앞날에 조금이라도 걸림돌이라도 될성 싶든? 비천한 가문의 여식에 불과한 네가 황자를 낳는다해도 연귀비나 서비가 낳은 공주만도 못한것을! 꼴도 보기 싫으니 당분간 근신하고 있거라. 폐하와 윗전들께는 본궁이 직접 말씀드릴터이니 회임을 했다고 기고만장하여 나돌아다닐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거다. 황후는 몰골이 엉망인 심상재를 보고 쯧쯧 혀를 차고 밖으로 나가버림. 심상재는 점점 부어오르는 뺨을 만지다가 내 기필코 건강한 황자를 낳이 그 아이를 황위에 올려서 태후가 될것이라며 황후가 일부러 활짝 열고 나간 문을 노려보았음.






강징은 제 무릎을 베고 잠이 든 공주를 내려보고 있다가 망기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웃었음. 폐하 공주가 곤히 잠이 들어서 예를 올리지 못하오니 이해해주세요라고 말했더니 망기가 고개를 끄덕임. 망기가 잠든 공주를 품에 안고 한참동안이나 말없이 들여다보는데 강징이 저녁에 세욕을 하면서 있었던 일을 꺼냄. 아린이 성년이 되면 부황과 혼인을 하겠다고 하기에 부황과는 혼인을 하지 못한다고 했더니 실망하는 눈치였다고 말함. 망기가 웃으면서 그랬냐고 하는데 강징이 폐하께 한가지 부탁드리고 싶은게 있다고 말을 꺼냈어. 우리 아린만큼 타국에 보내지 마시고 명문 귀족의 자제중에 품행이 방정하고 주색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내와 맺어주세요. 이 아이만큼이라도 진심으로 은애하는 이와 혼인을 하여 백년해로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니 망기가 꼭 그렇게 하겠다고 망설임없이 대답을 함. 강징이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하는데 망기가 이젠 아잠이라고 짐의 아명을 불러주지 않을 작정이냐고 함. 강징이 폐하하고 부르자 망기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역시 내가 다른 여인에게서 자식을 보게 되어 속상한거냐고 물음. 망기는 강징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땅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쉼. 앞으로는 그대가 아닌 다른 여인과는 잠자리를 하지 않겠다고 천지신명의 이름을 걸고 약조하겠다고 하는데 강징이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마시라고 대답을 했음. 망기가 갑자기 후궁 간택에 나온것을 후회하느냐고 묻고는 황족이나 표기장군과 같은 사내의 처가 되는게 그대에게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자 강징이 울컥해서 눈물을 뚝뚝 흘림. 폐하께선 어찌 이리 여인의 마음을 모르십니까! 칠석에 오셔서 한다는 말씀이 다른 사내의 처가 되는게 더 좋았을것이라니요! 하늘이 두쪽나도 내게는 그대뿐이라고 다른 여인들은 후사를 잇기 위해 어쩔수 없이 품는거라고 거짓말이라도 하시란 말입니다. 강징이 울먹이며 소리를 지르자 망기가 당황해서 강징을 안고 달래려고 하는데 품에 공주를 안고 있어서 그럴수가 없었음. 강징이 서러운 마음에 침전밖으로 나와서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는데 망기가 따라나와서 강징을 뒤에서 끌어안았음. 귀비, 부인, 아징, 만음 울지 마시오. 견우와 직녀에게 약속하리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대를 향한 이 마음은 변함이 없을것이고 이 세상에서 그대보다 소중한것은 없으며 천하를 버릴지언정 그대만은 저버리지 않겠다고 말이오. 앞으로 다른 여인들과는 사이에서 아이를 더 보는 일은 없을테니 이젠 용서해달라고 예전처럼 편하게 대해주면 안되겠냐고 어르고 달랬어. 강징이 훌쩍이면서 아잠 다른 비빈들보다 신첩이 더 어여쁘다고 말씀해주세요. 신첩과 동침할때가 가장 좋으시지요?라고 묻는데 그런 강징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나머지 웃음이 저절로 터져나옴. 망기가 새어나오는 웃음을 꾹 참고 황궁에서 그대보다 아름다운 이가 어딨냐고 하곤 강징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그대와 동침을 하는게 가장 좋으니 이렇게 아이가 넷이나 있지 않냐고 농을 걸었음. 강징이 그 말을 듣고 민망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허리를 감싼 손을 풀고는 까치발을 들어 입술에 입을 맞춤. 그리고는 이제 허벅지가 다나았다고 속삭이며 은근히 유혹을 함. 망기가 수줍게 웃는 강징을 안아들고는 빠른 걸음으로 서편의 전각으로 향함.









망기강징 망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