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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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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ㅈㅇ + 의인화 ㅈㅇ + 뇌절 ㅁㅇ + 노잼 ㅈㅇ + 썰체 ㅈㅇ + 개연성같은건 가져다버림 

옵티머스가 깨어난 것은 늦은 새벽이 다 되어서였을거야. 마치 무엇인가에 쫓기기라도 하듯 옵티머스는 다급하게 숨을 몰아쉬며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지. 그리고는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어. 사방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 쉴새없이 주위를 오고가는 의사와 간호사들, 그리고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까지. 그제서야 옵티머스는 조금 차분하게 자신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었어.

지금 옵티머스는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환자용 간이침대에 누워있는 상태였어. 왼쪽 팔에는 주사바늘이 꽂혀있었고, 그것에 연결된 긴 수액줄을 타고 수액이 흘러들어오고 있었지. 그리고 이내 귀에 들려오는 익숙한 모국어가 옵티머스에게 안도감을 가져다주었어. 제대로 돌아왔구나, 다행이야. 그곳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안심하고 있는 것도 잠시, 옵티머스는 자신이 병원까지 제발로 걸어왔을 리가 없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지.

왜냐하면 옵티머스의 마지막 기억은 이곳에 마련했던 자신과 그이의 거처에 다다른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자신을 누군가 익숙한 듯 불렀지만 옵티머스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정신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지. 아마 정황상 그 사람이 자신을 이곳까지 옮겨줬거나, 혹은 119를 불러준 것이 분명했어. 

일단 자신을 도와준 이를 찾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옵티머스였지만 이내 극심한 머리의 통증으로 인해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어. 수액을 걸어놓던 지지대가 없었더라면 아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을 것이 분명했지. 지지대를 버팀목 삼아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옵티머스를 발견한 누군가 다급하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어. 아마 간호사나 의사일 것이라고 생각한 옵티머스는 죄송하다는 사과를 건네기 위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올렸지. 하지만 옵티머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예상 밖의 인물이었을거야. 

"옵티머스! 괜찮으세요? 죄송해요!... 잠깐 자리를 비운다는게!..."

목소리를 들은 옵티머스는 그제서야 이 젊은 청년이 자신을 이곳까지 데려와준 이라는 것을 알았어. 하지만 그것 외에 옵티머스를 더욱 숨막히게 하는 요소가 있었지. 바로 옵티머스가 예전에 가르쳤던 학생인 스모크스크린이 그 상대라는 것이었어. 장난기가 넘치고 다소 어린 티가 나던 옛날보다 전체적으로 골격에서 어른스러운 티가 나는 것이 그동안 얼마나 시간이 오래 흘렀는지를 체감하게 해주었겠지. 

잠깐만, 그럼 자신은 과거의 제자 앞에서 그런 추태를 보인거라고? 옵티머스는 문득 자신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급하게 살펴보았어. 급하게 빠져나오는 바람에 옷차림에 신경을 쓸 여유같은건 없었으니 당연히 옵티머스의 몰골은 엉망이었지. 머리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고, 계절에 맞지 않는 재질의 옷과 얇은 겉옷이 옵티머스가 현재 몸에 두르고 있는 것의 전부였어. 

거울이라도 한번 보고 얼굴이라도 어떻게든 했으면 좋았을테지만 그래봤자 초췌한 몰골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을 사실이겠지. 옵티머스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눈치채고는 재빠르게 다시 고개를 푹 숙여버렸어. 차마 그의 앞에서 고개를 들어올릴 수가 없었지. 오랜만에 만나는 제자의 앞에서 이런 꼴이라니, 심지어 그 제자에게 도움까지 받은 셈이잖아. 

하지만 옵티머스의 예상과는 달리 스모크스크린은 어쩔줄 모르며 "죄, 죄송해요!... 이, 이게 아니라... 오랜만에 뵙는다고 먼저 인사를..." 옵티머스를 부축한 채 안절부절 못할 뿐, 옵티머스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어. 조심스럽게 옵티머스가 고개를 들어올리자 졸업식 날,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 날의 얼굴처럼 눈물을 참으려 애쓰던 익숙한 표정이 시야에 담겼을거야.

아무런 의구심도 없이 여전히 자신을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옵티머스는 숨이 막혀오는 듯 했어. 지금의 자신이 얼마나 꼴사나운 모습일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은 옵티머스 자신이었으니까. 그에게 가르침을 주고 인생의 방향을 알려주던 그 시절의 옵티머스는 더 이상 이곳에 없다고, 지금의 자신은 그저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을 뿐이라고 말해야 하는 이 상황이 옵티머스에게 그 무엇보다 큰 절망감을 심어주었어.

그런 옵티머스의 눈치를 살피던 스모크스크린이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다시 부르지 않았더라면 아마 옵티머스는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굳은 채 자리에 서 있었을테지. 옵티머스는 우선 스모크스크린의 부축을 받아 침대에 걸터앉은 채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어. 스모크스크린은 그런 옵티머스의 앞에 쪼그리고 앉은 채 시선을 맞추며 "몸이 많이 안좋으세요? 간호사 선생님께 말씀드릴까요?" 라고 물으며 자신의 상태를 살피기 바빴을거야.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날과 조금도 변함없는 그의 모습에 옵티머스는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준 제자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먼저 해야할지, 그게 아니라면 자신을 이곳까지 데려와준 것에 대한 감사인사를 전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지. 결국 옵티머스는 입을 달싹이다 힘겹게 첫 마디를 떼었어. 

"...오랜만에 만나자마자 이런 모습이라니, 여전히 선생으로서의 자격이 부족한 모양이군."

하지만 그 이야기에 스모크스크린은 화들짝 놀라며 해외에서 오신지 얼마 안되셨으면 피곤하실 법도 하다고, 너무 신경쓰지 마시라며 이야기의 화제를 돌렸지. 그 모습에 옵티머스는 스모크스크린이 자신이 신경을 쓰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깊숙하게 대화를 파고들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을 눈치챘어. 그리고 그 사실은 옵티머스가 현재 처한 현실을 직면하도록 만들었을거야.

자신보다 한참은 어린 제자에게 이런 걱정을 받을 정도로 자신이 그만큼 약해져다는 사실과 더 이상 그의 우상이었던 인물은 이곳에 없다는 사실 말이지. 자신을 존경한다며, 자신처럼 되고 싶다며 눈을 반짝이던 그 시절의 어린 학생에게 자신은 무슨 짓을 저지른걸까. 더 좋은 어른으로서 조언을 해주지는 못할 망정, 바닥의 바닥까지 떨어진 자신의 모습을 가장 먼저 보여주고는 이런 도움까지 받다니. 선생은 무슨, 자신은 어른으로서의 자격도 없는 한심한 이라며 자책했어. 

하지만 스모크스크린은 그런 옵티머스의 모습을 걱정스럽게 살피긴 했지만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그리고는 옵티머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의사를 불러올 뿐이었지. 스모크스크린과 동행한 의사는 수액줄을 뽑고 옵티머스의 상태를 살피더니 당분간 식사를 잘 챙겨먹을 것을 당부하며 퇴원 수속을 밟을 준비를 하라고 하고는 가버렸어. 그 이야기에 옵티머스는 병원비 수납을 위해 자연스럽게 지갑이 있어야 할 옷 주머니에 손을 가져다 댔다가 이내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을거야.

왜냐하면 급하게 이곳으로 돌아오는 것만 생각하는 바람에 옷이고 뭐고 챙겨온게 아무것도 없었거든. 다급하게 옷에 있는 모든 주머니를 뒤져보았지만 찾을 수 있던 것은 여권과 액정에 금이 간 스마트폰, 그리고 용케 그 상황에서도 챙겨온 이곳의 집 열쇠 정도였지. 심지어 스마트폰은 배터리가 방전된 것인지 켜지지도 않았어. 아무리 찾아봐도 돈을 지불할 수 있을만한 수단은 보이지 않았지. 

다른게 아니라 지갑 정도는 챙겨왔어야 했다며 치밀하지 못한 자신의 행동력에 옵티머스는 그대로 절망했어. 일단은 스마트폰을 살려서 어떻게든 해봐야겠다며 안절부절 못하는 옵티머스를 스모크스크린이 안심시켰지. 

"괜찮아요, 옵티머스. 제가 다녀올게요."
"아니, 아닐세! 그런 민폐는!..."

스모크스크린은 그런 옵티머스의 이야기를 끊으려는 듯 무엇인가를 쥐여주었어. 따스하게 퍼져나가는 온기에 옵티머스가 시선을 돌려보니 방금 뽑아온 것처럼 따뜻한 캔음료가 손에 쥐여져 있었을거야. 

"괜찮아요, 옵티머스랑 제가 모르는사이도 아니고. 나중에 돌려주세요."

제자의 앞에서 쓰러진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돈까지... 옵티머스는 수치심에 고개를 들어올릴 수가 없었어. 하지만 스모크스크린은 뭐가 그렇게 기쁜지 아무렇지도 않게 수납을 마치고는 집까지 모셔다드리겠다며 자연스럽게 손을 뻗을 뿐이었지.
 
✤✤✤✤✤

"정말 미안하네, 내일 아침이 밝자마자 은행에 가면..."
"진짜 신경 안쓰셔도 된다니까요! 그보다, 춥지는 않으세요? 옷이 좀 얇으신 거 같아서..."

괜찮다는 옵티머스의 만류에도 결국 스모크스크린은 자신이 두르고 있던 목도리와 패딩을 벗어 옵티머스에게 건네주었어. 학생 시절에는 옵티머스 쪽이 스모크스크린보다 월등히 키와 체격면에서 앞서나갔지만 지금은 자신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키와 체격이 비슷해진 상태였지.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스모크스크린이 건네준 옷이 옵티머스의 몸에 꼭 맞았거든.

이렇게 함께 걸으니 꼭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며 해맑게 어린아이처럼 웃어보이는 스모크스크린의 모습에 옵티머스도 덩달아 미소를 짓다가도 이내 병원비는 정말 미안하다고,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내일 은행에 가서 제일 먼저 돈을 입금해 주겠다며 이야기를 꺼냈지. 하지만 스모크스크린은 그렇게 급하게 보내지 않아도 된다며 정말 괜찮다는 것처럼 이야기를 했어. 하지만 옵티머스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아직 대학생일 것임이 분명한 스모크스크린의 입장에서 그 돈이 얼마나 부담이겠냐며, 정말 미안하다는 이야기만을 반복할 뿐이었어.

그러자 스모크스크린은 뭔가를 고민하는가 싶더니, "정 그렇다면,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으세요?" 라고 운을 떼었지. 그 말에 옵티머스는 단숨에 화색이 돌며 자신이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줄테니 말해보라며 스모크스크린과 눈을 마주했어. 그런데 스모크스크린이 요구한 것은 뜻밖의 것이었지. 바로 내일 옵티머스의 집으로 찾아가도 되냐는 것이었어. 그 이야기에 옵티머스는 곤란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을거야. 

왜냐하면 다시 돌아올 것을 생각해서 집을 처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집을 비운지 벌써 3년이 넘었고, 그동안 집을 관리할 사람을 둔 것도 아니었으니 집안 꼴이 어떨지는 상상만 해도 끔찍했으니까. 그런 집에 찾아온다니, 절대 안된다며 옵티머스는 지금 자신의 집의 상황을 설명했어.

정리도 되어 있지 않은 데다가 전기, 가스, 수도가 전부 끊겨있어서 다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누굴 들일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말이야.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스모크스크린은 그런거라면 자신이 더더욱 같이 가야하는게 아니냐며 의견을 밀어붙였어. 

"옵티머스, 그러면 지금 옵티머스는 난방도 안되는 집에 가서 하룻밤을 보내겠다는 뜻이잖아요."
"그정도는 괜찮네. 바람이 불지 않으니..."
"나중에 집 정리도 하셔야 하고요. 혼자서는 어렵지 않으시겠어요?"
"괜찮네, 자네에게 이 이상 폐를 끼칠 수는..."

조금도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는 옵티머스의 모습에 잠시 고민을 하던 스모크스크린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옵티머스에게 이런 제안을 했어.

"옵티머스, 그러면 제 자취방으로 오시는건 어떠세요?"

물론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옵티머스는 그건 더 안된다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어. 아무리 지금 자신의 상황이 최악이어도 그렇지 그렇게까지 신세를 질 수는 없다는 것이 옵티머스의 입장이었지.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지금 옵티머스는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돌아온 상태인지라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좋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그렇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옵티머스의 입에서 나올 리가 없었지.

어떻게보면 당연한 이야기지. 과거 자신의 제자였던 아이에게 당연하다는 듯 신세를 지겠다고 말하는 것도 웃긴 일인데 심지어 지금 그 아이에게 빚까지 진 상태잖아. 옵티머스는 일단 스모크스크린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든 냉정하게 파악하려 애를 쓰고 있었어. 일단 최대한 빨리 카드 재발급 신청을 하고, 은행에 가서 계좌를 확인하고, 또, 끊긴 수도와 가스도 해결해야 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하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답이 보이지 않는 자신의 상황에 옵티머스는 이를 악물었어. 도망쳐서 무사히 국내로 돌아온 것은 좋았지만 지금 옵티머스에게는 해결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황이었지. 당연히 이런 상황에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반갑지 않을 리는 없겠지만 그 상대가 스모크스크린이라는 것이 문제였어. 아무리 어른스러운 티가 나고 시간이 흘렀다지만 옵티머스의 마지막 기억 속에 남아있는 스모크스크린의 모습은 어린 학생 시절 스모크스크린의 모습인걸.

그런데 스모크스크린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옵티머스의 손을 잡으며 말했어. 그동안 보고싶었다고, 오랫동안 뵙지 못해서 걱정이 되었다고. 그러니 자신과 함께 있는 시간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오랜만에 만나게 된 당신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고 말이야. 그리고는 그 시절의 옵티머스가 기억하는 해맑고 티없는 미소를 지어보였지. 그 미소 하나에 옵티머스는 마치 자신이 그 시절로 돌아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 것만 같아서,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 켠에 안도감이 찾아왔을거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알겠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옵티머스의 모습에 스모크스크린은 그렇지 않아도 혼자 살아서 집이 허전했는데, 옵티머스가 같이 와주시면 정말 좋겠다고, 부디 그래주셨으면 한다며 옵티머스의 손을 잡아왔지. 어린 그 시절보다 더 커지고 단단해진 그 손으로부터 전해지는 온기를 거부하기에 옵티머스는 현재 너무나도 지쳐있는 상태였어. 결국 옵티머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스모크스크린은 해맑게 웃으며 방향을 돌려 자신의 자취방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지.

내일 아침이 밝으면 바로 은행부터 가겠다고,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 내뱉는 옵티머스에게 스모크스크린은 그렇게 하자고, 하지만 그 전에 뭐라도 드시겠냐며 옵티머스에게 말을 걸어왔어. 옛날의 그의 모습이 떠올라 자연스럽게 시선을 내리려던 옵티머스는 어느샌가 자신의 눈높이까지 올라온 그의 시선을 바라보았어. 

옛날에는 분명 자신이 그를 내려다보았던 것 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커서는 같은 눈높이에서 마주보게 된 그의 모습이 어쩐지 낯설어서, 옵티머스는 조금 망설이다가도 괜찮다고 고개를 저으며 스모크스크린과 함께 익숙한 골목길을 걸었을거야.

트포, 트포프, 스뫀옵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