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4506914
view 6449
2024.05.20 02:13
대충 동양풍 사극 느낌으로




강징이 아주 어렸을 때, 운몽 강씨 집안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듯 했다. 어느 정도로 잘 나갔냐면, 황족인 고소 남씨들도 강씨 세력의 눈치를 살펴야 할 정도였다.

제국의 기틀을 다진 다섯 가문의 아이들은 다섯 살이 되면 황궁의 별채인 황태자궁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10년 간 먹고 자며 학문에 정진했다. 다섯 가문의 또래들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고 폐쇄적인 권력이 대를 이어 내려갔다.

“정숙.”

아직 스승님이 당도한 것도 아닌데, 정각이 되자마자 이황자가 강징을 째려보며 주의를 줬다. 강징과 위무선 말고도 여기저기서 소소하게 담소를 나누는 학도들이 많았는데도, 이황자 남망기는 늘 강징에게만 냉랭했다. 강징은 이황자가 꼴도 보기 싫었다. 황태자도 아니고 이황자 정도면 훗날 운몽 강씨의 종주가 될 자신보다 세가 약할 것이 분명한데, 그는 꼴에 황족이랍시고 강징을 무시하고 깔봤다.

“아주 황자님 무서워서 숨소리도 크게 못 내겠습니다?”

강징이 한 차례 비꼬았지만, 남망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한심하게 쳐다볼 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곧 스승님이 들어왔고 그날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강징은 꼿꼿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은 남망기가 참 싫었다.

그렇게 다섯살 때부터 열다섯살 때까지 강징은 줄곧 남망기를 미워했다. 남망기가 강징보다 시를 잘 짓는 것도 싫었고, 검술 실력이 비등비등하여 승부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것도 싫었으며 타고난 차분한 성정으로 다른 이들이 그를 동경하는 것도 꼴 보기 싫었다.

열여섯에 제국 등용고시를 보았고 강징은 피터지게 공부해서 재경관리가 되었다. 남망기는 황족이라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었지만 왜인지 등용고시에 응시했고 강징보다 한 문제를 더 맞혀서 수석을 했다. 남망기가 당당하게 실력으로 정책관리가 되었고, 강징은 남망기가 너무 싫어서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았다.

열여섯에서 열아홉이 될 때까지 삼년간 그들은 같은 공간에서 일했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황궁 내에서 기거하기까지 하여 거의 매일 같이 붙어 있어야 했다. 남망기는 황족임에도 따로 식사하지 않고 늘 관리들과 함께 중식을 했는데, 강징은 이제 그것도 싫어서 남망기 앞에서 유치하게 반찬 투정까지 할 정도였다.

스무살이 되자, 강징의 아버지는 강징을 집으로 다시 불러들였고, 소종주로서의 역할을 기대했다. 사직을 하고 황궁에서 약간 떨어진 운몽 강씨의 저택으로 돌아간 강징은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을 다해 열심히 지냈다. 황제에게 소를 올리는 것에도 열심이었고, 민심을 들여다 보는 것에도 열심이었다. 강징의 부모는 강징에게 알맞는 혼처를 찾아주려 했지만, 강징이 눈이 너무 높아 벌써 몇 달째 고생하고 있었다.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들이 이어지던 중, 아무렇지 않은 날 아무렇지 않은 때에 갑자기 내전이 일어났다. 다섯 가문 중 하나인 난릉 금씨가 현 황제를 시해하고 반란을 일으키려고 하던 것이 발각되었다. 황제는 장성한 두 아들을 보내 반란을 진압하게 했다. 그러던 중 황당한 헛소문이 퍼졌다. 난릉 금씨의 종주가 고문 끝에 배후 세력으로 운몽 강씨를 가리키고는 그만 죽어버렸다. 강징의 숙부와 주고 받은 서신까지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강징의 대책없고 무모한 숙부는 진작 아버지와 연을 끊고 왕래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징은 그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강징은 남망기와 이런 식으로 재회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늘 남망기와는 사이가 좋지 못했고, 매일 같이 싸워댔지만.. 적어도 이렇게 진짜 ‘적’인 채로 마주할 줄은 정말로 몰랐다.

“남ㅁ.. 이황자 전하..!”

금으로 만든 투구를 쓰고 검을 뽑아든 채로, 남망기가 자신의 군사 이백명을 거느린 채 강씨 저택의 정문을 열고 당당히 들어왔다. 남망기의 군사들은 강징의 부모를 체포해 손을 묶고 황궁으로 이송했다. 다른 식솔들에게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 저택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강징은 부모님이 걱정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저런 서늘한 남망기가 너무 낯설어서 현실감이 없었다.




“아징, 도와줘..!”

위무선이 잔뜩 울음기를 달고 강징의 침실을 두드렸다. 무슨 일인고 하니, 강씨 부부가 없는 틈을 타 손윗 친척들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했다. 조사를 위해 행차한 이황자를 구워삶고 간이고 쓸개고 빼줘야 이 위기를 타파할 수 있다며 강씨 부부의 장녀인 강염리를 이황자의 침실로 보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남다른 누이는 상황을 듣고는 자신이 희생하겠다고 나섰다는데, 여기서 위무선이 펑펑 울어서 강징은 그 뒷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절대 누이를 보낼 수는 없어.”

세상에서 가장 선하고 아름다운 사람. 위무선과 둘만의 혼약을 맺고 매일을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는 관계. 강징은 절대 강염리를 황자의 후궁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게 뭐가 되었건 간에.








“.. 강소종주가 과인의 침실에는 무슨 일입니까?”
“….”
“늦은 시간이니 돌아가세요.”
“남망기.”
“.. 예를 지키세요. 아직 조사 기간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남망기…. 나랑 잘래?”

남망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망기가 과연 얼굴만 딱딱해졌을지~?ㅎ


망징 싸섹비
망기강징 흥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