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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6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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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디어 그토록 염원하던 방학을 맞은 여름의 한 가운데, 딘은 미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뜨거운 태양 아래 해변가를 달리는 차에 타고 있었다. 밖으로는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가 보였고 꽤나 아름다웠지만 딘에게 어떠한 감상을 주지는 않았다. 딘이 학기 내내 기대하던 방학은 이런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갓 12살이 된 어린이는 벤앤제리에서 먹는 초콜릿 아이스크림과 이제 갓 배우기 시작한 스케이트 보드를 연습해 친구들(물론 친구들 뿐 아니라 여자애들까지도) 앞에서 뽐내길 원했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것은 벤앤제리도 없는 깡시골같은 주에 있는 외가에 여름방학 내내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딘은 물론 가기 싫다는 강력한 의사를 표명했지만 메리와 존 또한 이미 정해진 일이라며 단호하게 거절했고 딘은 항상 자신의 편이었던 엄마에게조차 혼나자 절망하며 끔찍한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결국 달리는 차 안에서 부모님의 레드제플린 카세트나 듣고 있는 신세가 되었다. 메리는 뒤를 돌아보며 딘에게 `멋진 여름이 될거야. 그치 딘?'이라고 말했지만 딘은 이번 여름은 자신의 인생에서 최악의 여름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2.

외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집은 바다가 보이는 낮은 언덕 위에 있었기에 언덕 아래로 새파란 바다가 보였다. 하지만 바다에서 수영하면서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었고 딘은 일주일만에 이 마을에 모든 흥미를 잃었다. 일주일동안 바다에서 수영하고,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마을 구경도 하고, 주변에서 조금 벗어난 시내에서 다같이 외식까지 했지만 여기는 그게 다였다. 심지어 마을에는 딘의 또래는 아예 없었다. 더 이상 갈 곳도 없었고 매일 보이는 바다는 이제 지겹기까지 했다. 메리와 존은 딘보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는데 집중했고 솔직히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너무나 지루한 사람들이었다. 할아버지는 툭하면 똑같은 군대 얘기만 늘어놓았고 젊었을 적 했던 사냥을 얼마나 잘했는지, 엄마 또한 뛰어난 사냥꾼이었다고 자랑을 했다. 물론 존과 메리 둘다 육군 장교였으므로 딘 또한 군대에 관심이 많기는 했지만 10번 넘게 들으니 질릴만도 했다. 할머니는 말이 별로 없는 분이셨다. 차분하고 다정했지만 할아버지가 똑같은 이야기만  들려주는 동안 옆에서 책만 읽으셨다. 

 딘은 집 앞 잔디밭에 누워 나무 그늘과 잎 사이로 들어오는 뜨거운 햇볕 아래 지루함으로 질식하고 있었다. 물론 비유적인 표현이기는 했지만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질식해버릴지도 몰랐다. 오늘은 정말 무언가를 해야했다. 그때 딘은 어제 자기전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직도 딘에게 자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줘야한다고 생각하신 할머니는 딘의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한 여자아이가 인어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였다. 
 

 오래 전 한 여자아이가 바닷가를 걷다가 호기심에 멀리 나가 걷고, 또 걸었는데 어떤 동굴이 나왔다. 동굴을 지나면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던 아이는 어두컴컴한 동굴에 발을 디뎠다. 동굴 끝에는 바다가 보였는데 아이는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결국 끝에 가보니 글쎄 어떤 또래 남자아이가 물가에서 놀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에게 말을 걸었고, 남자아이는 처음에는 놀란 듯 싶었지만 둘은 금세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에게 자신의 비밀을 하나 보여줬다. 헤엄치는 남자아이의 아래에는 다리가 아니라 꼬리가 있었다. 그 남자아이는 인어였다. 그것도 아주 아름다운 인어. 여자아이는 깜짝 놀라 도망쳤다. 다음 날 다시 돌아와 사과하려 했지만 더이상 인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바다가 바로 언덕 아래 이 바다란다. 


 

딘은 믿지 않았지만 약간의 호기심과 모험성이 그를 자극했다. 딘은 벌떡 일어나 언덕 아래 바다로 달려갔다. 걷고, 또 걸으니 정말 동굴이 있었다. 딘은 손에 주먹을 꾹 쥐고 동굴을 걸었다. 기대감과 두려움으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동굴 끝에 다다랐을때 딘은 보고 말았다.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헤엄치고 있는, 아름다운 인어를. 

 

 




슈내 샘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