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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07:10
ㅇㅅㅈㅇ
ㅇㅅㅍ
여공남수 먹음
여남박ㅈㅇ
여의는 출정전에 무슨 말이라도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아무 한마디도 생각해내지 못했고 녕원주는 여의가 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잡을 수도 없었음. 둘이 그렇게 쓸데없는 시간만 보냈는데 여의가 황후 찾아가서 아신이 부족해 잘해주지 못했고 해산하며 몸이 너무 상했으니, 황후께서 아신의 부족한 점까지 잘 돌봐달라고 한마디하고 감. 사실 이건 안해도 되는 말인데, 그만큼 여의가 녕원주를 신경쓰기 시작해서 그럼. 여의가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하는 황후에게 맡기고 가는거니까. 이 출정에서 여의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고 조금의 상처도 없이 돌아와야 함. 안그러면 황후 세력이 약해지니까. 우십삼도 반드시 공을 세워 돌아와야 하고, 육도당의 깃발을 들고 참전할 자격을 얻은 형제들도 모두 다.
마음은 무겁지만 가야 하는 길이라 여의와 황후 둘 다 아무 말없이 서로 오래오래 바라보고 잠시 이별하기로 함.
녕원주를 보러갔는데..
그러니까 녕원주 처소에 가긴 갔는데 어차피 얼굴 봐도 아무말도 못할 거 알고 있었음. 근데 찹쌀이 우는 소리가 들려서 자기도 모르게 문열고 들어감. 아주 가끔 찾아왔고 때때로 마주보긴 했으나 대화가 오가지는 않았을거임
찹쌀이가 이제 좀 녕원주랑 익숙해져서 안고 있으면 울지도 않고 맑고 까만 눈으로 한참 쳐다보는데, 그러면 아기가 너무너무 귀여워서 녕원주가 살짝 웃음. 그 순간에 들어온거라 여의는 좀 황홀했을 거
딱 그 순간에 그림처럼 멎어서 평생을 서있으라고 해도 그럴 수 있을 정도로 당장의 순간이 너무너무 달콤해서
여의가 살짝 눈인사만 하고 마주 앉고, 녕원주는 그냥 찹쌀이 안은 상태로 가만히 있고.
사탕 주머니는 여의가 갖은 노력을 해서 여의 손이 닿는 모든 곳에서 다 조금씩 사놨음. 한꺼번에 주면 또 이 탐욕스러운 거대 토끼가 한꺼번에 먹어버릴까봐 황후마마께 전부 넘겨드리고 왔겠지. 근데 그렇다고 또 먹고 싶을 때 없으면 어쩌나 걱정도 됨. 황후냥냥은 식탐이 없어서.. 혹 아쉬운데 손 닿는 곳에 없으면 좋지 않은데 싶기도 하고
둘이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는데, 찹쌀이가 버둥거리는 바람에 찻잔 들어올리던 녕원주 손이 엇나가서 손에 찻물을 쏟은 거. 여의가 바로 일어나서 자기 소매로 감싸서 손 닦아줌
찻물이 긴 손가락을 따라서 흐른 것처럼 물 흐르듯이 이어진 동작이라, 손을 감싸고 있던 걸 놓으려는 찰나에 녕원주가 너무 강하지도 그렇다고 놓칠 정도로 약하지도 않은 손으로 여의 손을 잡게 됨
..아이가 아직 어린데, 부친이 없게 되지 않았으면 해.
내가 한번 모친을 앗아가려 했으니 그럴 염치조차 없지.
세게 쥐지도 못하고, 다만 닿은 자리에 체온이 쉽게 날아가지 않을 정도로만 서로 손 붙잡고 한참을 놓지 못함
보고 싶을거라거나, 조심하라거나.. 생각할거라거나 연인들 사이에 하는 흔한말을 여의는 단 하나도 모르고 여의가 지금 가지고 있는 감정을 설명할 수 있는 그 어떤 문장도 만들어낼 수가 없어서
어차피 다 식은 찻물이라 뜨겁지 않았는데 여의가 조금 뜨겁지 않냐고 물어보니까, 녕원주가 조금.. 하고 나직하게 대답하는 거
손으로 쥐고 있던 녕원주 손가락에 살짝 입술이 닿을 정도로 끌어올려서 가볍게 불어 줌
손이 예쁘다는 생각 정도만 하고 있었음
일전에 황후가 줬던 염주가 여러번 감겨서 손등부터 팔목까지 길게 내려오는데, 사내에 오랫동안 무인이었으면서 손가락도 팔도 이렇게나 얇아서 어쩌나 싶을 정도로 길고 가늘어서 한참을 봄. 사실 보자면 어디든 아낄 곳은 많을텐데 아껴주질 않았지
여의가 한참 말 없이 그러고 있다가 보니까 녕원주 목이 살짝 붉어진 것도 같아서 왜 그러지? 생각했는데 지금 본인이 저도 모르는 사이 아예 녕원주 손가락 사이에 입술을 묻고 있는거
애 낳던 날에 마차 안에서 거의 의식도 없었지만 몸도 힘들고 무서워서 그랬는지 안아주면 안아주는대로 자기쪽으로 기대있었던 게 생각남. 그런 상황까지 몰고가는게 아니라 늘 좋을대로 품에 안을 수 있고 돌볼 수 있다면 그게 좋은 걸 텐데.
더는 뭐 아무것도 못하고 여의는 출정했고, 녕원주는 책임자가 되어 군주부에 남아 있었음. 이쯤엔 몸도 좀 괜찮아서 거의 매일 황후 뵈러가고 황후는 고생이 많았다고 안쓰러워서 어쩔 줄을 몰라함. 애기는 찹쌀인데 보살핌은 녕원주가 다 받음. 막 황후궁 가면 따듯한 담요로 덮어주고 누워 쉬라고 하질 않나 녕원주 먹는 거 보고 있으면 시원치 않다고 친정 어머니처럼 옆에서 막 이것도 먹어보고 저것도 먹어보라고 권하겠지. 황후는 사건의 전말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여의의 잘못인 걸 알고 있을 거 같음..ㅎㅎ...
태의를 불러다가 진맥하게 하고 갖은 보양을 하게 하니 녕원주 몸도 점점 좋아질거임
나중에 좀 짬이 생기니까, 녕원주가 심심해서 깎아 놓은 고양이 모양 목각인형을 여의가 가져갔다는 걸 알게됨
이젠 도적질까지 하냐며 혼자 이죽였지만 은근히 귀엽다고 느낌
여의가 출정한 후 아무 기별이 없어서 금방 좀 서운해지긴 함
반년 정도로 잡은 출정인데, 둘이 만나고 아이까지 낳는 동안 한걸음도 떼지 못한거나 다름 없는 관계라 그렇게 오래 떨어져 있으면 어떻게 되어버리는 걸까 고민했음
서운이라고 하는 것도 좀 그렇긴 한데, 우십삼이 초월이와 함께하기로 한 이후에는 거의 뭐 지극한 사랑꾼이라 전장에서도 계속 서신을 보내는데 자기한텐 누구도 서신 한통 보내주지 않음
혼례하고 아이까지 있는 쪽은 이쪽인데
하긴 여의 생각하면 이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닐거임 그 성격에 뭐 언제 연락을 하고 서신을 쓰고 하겠나 싶어서 우울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출정하기 전에 찾아와서 자기 손 잡고 있던 거, 오래오래 손가락 위에 조용히 눌려지던 입술같은 걸 생각하고 있으면 살짝 귀가 뜨거워지곤 함. 자기한테 여의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 뭔지 녕원주 입장에서는 사실 확신하기 어려울 거임
호감이 있었다가 접었고, 싫어하다 못해 완전히 끊어내기 위해 사람을 내다 버렸는데 오래지 않아 다시 찾으러 왔음. 드문드문 끊긴 기억에서 여의 품에 안겨서 돌아온 건 생각나겠지. 여의가 덩치도 큰 본인을 안아주느라 온 팔을 다 써서 저를 안고 있던거나, 열이 끓어서 시야까지 흐렸을 때 눈을 뜰때마다 옆에 있었던 거나
이후엔 조심스레 대했고 종종 시선이 닿으면 이전과는 같지 않아서 사람을 고민하게 했음
그러다 어느날 초월이가 왕래도 거의 없던 녕원주를 찾아옴
왜 찾아왔는지 몰랐는데 서신이 섞여 들어왔다며 여의가 녕원주에게 보낸 서신을 가져왔던거
놀라서 받아보니까 서신에 긴 내용은 없이 모든 것이 순조롭다. 이렇게만 적혀있고 녕원주는 무탈한지, 불편한 것은 없고 군주부 안에서 어려운 일이 생기거든 황후께 도움을 청하면 된다는 거나 어쨌든 몸을 보중해야한다 이런 잔소리만 한가득이었음
어디서 달달한 향기가 나서 보니 여의가 아카시아 꽃잎을 봉투 안에 넣어둔거지
그래서 이때부터 녕원주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아카시아 꽃이 됨. 향갑에 꽃잎 하나도 상할까봐 조심조심 넣어서 간직함
녕원주는 그냥 이걸 황후께 알려드리는데, 황후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모양새가 이상하다고 고민하시는 거.
잠시 시간을 좀 달라더니 사흘만에 그간 이동광이 여의가 보낸 서신 가로챈거 알고 다시 다 빼앗아올듯. 사부가 쓰신 글이라고 태우지도 못하고 가지고 있던거 호되게 혼나고 서신 꾸러미를 전달해줬는데, 그 성격에 거의 매주 서신을 보낸거임
여의는 연애편지 쓸 줄 모르니까 보고서처럼 구구절절 뭘 봤는지 뭘 하고 지내는지 써서 보냈음
녕원주가 그 편지 받고 밤샜다는 거 알고 황후가 네 몸이 지금 그럴 상황이냐면서 잔소리를 함..ㅎㅎ..
그러다가 한달 전쯤 보낸 서신에 이렇게나 많은 글을 쓰고, 이렇게나 여러번 서신을 보냈는데 우리 녕당주께서 어찌나 바쁘신지 나를 처도 없는 부군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불평하는 걸 읽었음
그래놓고도 꽃잎까지 말려서 보낸 거 보면 여태까지 보여준 여의의 모습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느끼겠지
황후는 이동광에 대해서 좀 고민하기 시작함. 워낙 어린아이같고 여의 일이라면 속이 맑긴 하지만 집착이 너무 심하다라고 생각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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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공남수 먹음
여남박ㅈㅇ
여의는 출정전에 무슨 말이라도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아무 한마디도 생각해내지 못했고 녕원주는 여의가 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잡을 수도 없었음. 둘이 그렇게 쓸데없는 시간만 보냈는데 여의가 황후 찾아가서 아신이 부족해 잘해주지 못했고 해산하며 몸이 너무 상했으니, 황후께서 아신의 부족한 점까지 잘 돌봐달라고 한마디하고 감. 사실 이건 안해도 되는 말인데, 그만큼 여의가 녕원주를 신경쓰기 시작해서 그럼. 여의가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하는 황후에게 맡기고 가는거니까. 이 출정에서 여의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고 조금의 상처도 없이 돌아와야 함. 안그러면 황후 세력이 약해지니까. 우십삼도 반드시 공을 세워 돌아와야 하고, 육도당의 깃발을 들고 참전할 자격을 얻은 형제들도 모두 다.
마음은 무겁지만 가야 하는 길이라 여의와 황후 둘 다 아무 말없이 서로 오래오래 바라보고 잠시 이별하기로 함.
녕원주를 보러갔는데..
그러니까 녕원주 처소에 가긴 갔는데 어차피 얼굴 봐도 아무말도 못할 거 알고 있었음. 근데 찹쌀이 우는 소리가 들려서 자기도 모르게 문열고 들어감. 아주 가끔 찾아왔고 때때로 마주보긴 했으나 대화가 오가지는 않았을거임
찹쌀이가 이제 좀 녕원주랑 익숙해져서 안고 있으면 울지도 않고 맑고 까만 눈으로 한참 쳐다보는데, 그러면 아기가 너무너무 귀여워서 녕원주가 살짝 웃음. 그 순간에 들어온거라 여의는 좀 황홀했을 거
딱 그 순간에 그림처럼 멎어서 평생을 서있으라고 해도 그럴 수 있을 정도로 당장의 순간이 너무너무 달콤해서
여의가 살짝 눈인사만 하고 마주 앉고, 녕원주는 그냥 찹쌀이 안은 상태로 가만히 있고.
사탕 주머니는 여의가 갖은 노력을 해서 여의 손이 닿는 모든 곳에서 다 조금씩 사놨음. 한꺼번에 주면 또 이 탐욕스러운 거대 토끼가 한꺼번에 먹어버릴까봐 황후마마께 전부 넘겨드리고 왔겠지. 근데 그렇다고 또 먹고 싶을 때 없으면 어쩌나 걱정도 됨. 황후냥냥은 식탐이 없어서.. 혹 아쉬운데 손 닿는 곳에 없으면 좋지 않은데 싶기도 하고
둘이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는데, 찹쌀이가 버둥거리는 바람에 찻잔 들어올리던 녕원주 손이 엇나가서 손에 찻물을 쏟은 거. 여의가 바로 일어나서 자기 소매로 감싸서 손 닦아줌
찻물이 긴 손가락을 따라서 흐른 것처럼 물 흐르듯이 이어진 동작이라, 손을 감싸고 있던 걸 놓으려는 찰나에 녕원주가 너무 강하지도 그렇다고 놓칠 정도로 약하지도 않은 손으로 여의 손을 잡게 됨
..아이가 아직 어린데, 부친이 없게 되지 않았으면 해.
내가 한번 모친을 앗아가려 했으니 그럴 염치조차 없지.
세게 쥐지도 못하고, 다만 닿은 자리에 체온이 쉽게 날아가지 않을 정도로만 서로 손 붙잡고 한참을 놓지 못함
보고 싶을거라거나, 조심하라거나.. 생각할거라거나 연인들 사이에 하는 흔한말을 여의는 단 하나도 모르고 여의가 지금 가지고 있는 감정을 설명할 수 있는 그 어떤 문장도 만들어낼 수가 없어서
어차피 다 식은 찻물이라 뜨겁지 않았는데 여의가 조금 뜨겁지 않냐고 물어보니까, 녕원주가 조금.. 하고 나직하게 대답하는 거
손으로 쥐고 있던 녕원주 손가락에 살짝 입술이 닿을 정도로 끌어올려서 가볍게 불어 줌
손이 예쁘다는 생각 정도만 하고 있었음
일전에 황후가 줬던 염주가 여러번 감겨서 손등부터 팔목까지 길게 내려오는데, 사내에 오랫동안 무인이었으면서 손가락도 팔도 이렇게나 얇아서 어쩌나 싶을 정도로 길고 가늘어서 한참을 봄. 사실 보자면 어디든 아낄 곳은 많을텐데 아껴주질 않았지
여의가 한참 말 없이 그러고 있다가 보니까 녕원주 목이 살짝 붉어진 것도 같아서 왜 그러지? 생각했는데 지금 본인이 저도 모르는 사이 아예 녕원주 손가락 사이에 입술을 묻고 있는거
애 낳던 날에 마차 안에서 거의 의식도 없었지만 몸도 힘들고 무서워서 그랬는지 안아주면 안아주는대로 자기쪽으로 기대있었던 게 생각남. 그런 상황까지 몰고가는게 아니라 늘 좋을대로 품에 안을 수 있고 돌볼 수 있다면 그게 좋은 걸 텐데.
더는 뭐 아무것도 못하고 여의는 출정했고, 녕원주는 책임자가 되어 군주부에 남아 있었음. 이쯤엔 몸도 좀 괜찮아서 거의 매일 황후 뵈러가고 황후는 고생이 많았다고 안쓰러워서 어쩔 줄을 몰라함. 애기는 찹쌀인데 보살핌은 녕원주가 다 받음. 막 황후궁 가면 따듯한 담요로 덮어주고 누워 쉬라고 하질 않나 녕원주 먹는 거 보고 있으면 시원치 않다고 친정 어머니처럼 옆에서 막 이것도 먹어보고 저것도 먹어보라고 권하겠지. 황후는 사건의 전말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여의의 잘못인 걸 알고 있을 거 같음..ㅎㅎ...
태의를 불러다가 진맥하게 하고 갖은 보양을 하게 하니 녕원주 몸도 점점 좋아질거임
나중에 좀 짬이 생기니까, 녕원주가 심심해서 깎아 놓은 고양이 모양 목각인형을 여의가 가져갔다는 걸 알게됨
이젠 도적질까지 하냐며 혼자 이죽였지만 은근히 귀엽다고 느낌
여의가 출정한 후 아무 기별이 없어서 금방 좀 서운해지긴 함
반년 정도로 잡은 출정인데, 둘이 만나고 아이까지 낳는 동안 한걸음도 떼지 못한거나 다름 없는 관계라 그렇게 오래 떨어져 있으면 어떻게 되어버리는 걸까 고민했음
서운이라고 하는 것도 좀 그렇긴 한데, 우십삼이 초월이와 함께하기로 한 이후에는 거의 뭐 지극한 사랑꾼이라 전장에서도 계속 서신을 보내는데 자기한텐 누구도 서신 한통 보내주지 않음
혼례하고 아이까지 있는 쪽은 이쪽인데
하긴 여의 생각하면 이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닐거임 그 성격에 뭐 언제 연락을 하고 서신을 쓰고 하겠나 싶어서 우울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출정하기 전에 찾아와서 자기 손 잡고 있던 거, 오래오래 손가락 위에 조용히 눌려지던 입술같은 걸 생각하고 있으면 살짝 귀가 뜨거워지곤 함. 자기한테 여의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 뭔지 녕원주 입장에서는 사실 확신하기 어려울 거임
호감이 있었다가 접었고, 싫어하다 못해 완전히 끊어내기 위해 사람을 내다 버렸는데 오래지 않아 다시 찾으러 왔음. 드문드문 끊긴 기억에서 여의 품에 안겨서 돌아온 건 생각나겠지. 여의가 덩치도 큰 본인을 안아주느라 온 팔을 다 써서 저를 안고 있던거나, 열이 끓어서 시야까지 흐렸을 때 눈을 뜰때마다 옆에 있었던 거나
이후엔 조심스레 대했고 종종 시선이 닿으면 이전과는 같지 않아서 사람을 고민하게 했음
그러다 어느날 초월이가 왕래도 거의 없던 녕원주를 찾아옴
왜 찾아왔는지 몰랐는데 서신이 섞여 들어왔다며 여의가 녕원주에게 보낸 서신을 가져왔던거
놀라서 받아보니까 서신에 긴 내용은 없이 모든 것이 순조롭다. 이렇게만 적혀있고 녕원주는 무탈한지, 불편한 것은 없고 군주부 안에서 어려운 일이 생기거든 황후께 도움을 청하면 된다는 거나 어쨌든 몸을 보중해야한다 이런 잔소리만 한가득이었음
어디서 달달한 향기가 나서 보니 여의가 아카시아 꽃잎을 봉투 안에 넣어둔거지
그래서 이때부터 녕원주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아카시아 꽃이 됨. 향갑에 꽃잎 하나도 상할까봐 조심조심 넣어서 간직함
녕원주는 그냥 이걸 황후께 알려드리는데, 황후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모양새가 이상하다고 고민하시는 거.
잠시 시간을 좀 달라더니 사흘만에 그간 이동광이 여의가 보낸 서신 가로챈거 알고 다시 다 빼앗아올듯. 사부가 쓰신 글이라고 태우지도 못하고 가지고 있던거 호되게 혼나고 서신 꾸러미를 전달해줬는데, 그 성격에 거의 매주 서신을 보낸거임
여의는 연애편지 쓸 줄 모르니까 보고서처럼 구구절절 뭘 봤는지 뭘 하고 지내는지 써서 보냈음
녕원주가 그 편지 받고 밤샜다는 거 알고 황후가 네 몸이 지금 그럴 상황이냐면서 잔소리를 함..ㅎㅎ..
그러다가 한달 전쯤 보낸 서신에 이렇게나 많은 글을 쓰고, 이렇게나 여러번 서신을 보냈는데 우리 녕당주께서 어찌나 바쁘신지 나를 처도 없는 부군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불평하는 걸 읽었음
그래놓고도 꽃잎까지 말려서 보낸 거 보면 여태까지 보여준 여의의 모습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느끼겠지
황후는 이동광에 대해서 좀 고민하기 시작함. 워낙 어린아이같고 여의 일이라면 속이 맑긴 하지만 집착이 너무 심하다라고 생각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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