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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0 19:18
빻은설정ㅈㅇ


오인씹 세상에서 우성 오메가인 걸 숨기고 살아가는 한천과 알파 나부생인데

알파는 자기가 마음에 드는 오메가를 고를 권리가 있고 성숙한 알파일수록 양질의 우성 오메가를 알아보는 능력이 발달됐다는 설정인데 수백 년에 걸친 오메가들의 투쟁과 노력으로 그나마 오메가는 한 번에 한 알파에게만 종속될 수 있게 되었음. 수세기 전만 해도 우성 오메가는 우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원치 않는 여러 알파와 일생 내내 혼인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었음. 혼인이라는 건 오메가가 알파에게 종속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우성 오메가를 독점하고 싶어하는 알파들의 질투와  굴절된 분노로 인한 폭력 때문에 사실상 제 명에 죽은 우성 오메가는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였음.

하지만 우성 오메가는 원래 희귀했던 데다가, 얼마 되지 않는 우성 오메가조차 알파들의 폭력 속에서 짧은 수명을 누리고 죽어나가는 바람에 알파들은 일종의 합의를 보게 되었음.  바로 오메가들의 주장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된 것임. 그래서 오메가는 한 번에 한 명의 알파하고만 혼인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음.
그래도 오메가들이 알파에게 종속되는 건 변함없었음.

그래서 대부분의 오메가들은 자기가 오메가인 걸 숨기고 싶어했음. 특히 우성 오메가로 태어난다는 것은 저주였음. 왜냐하면, 알파들 사이에서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었음. 알파들은 성숙해질수록 우성 오메가를 알아채는 능력도 발달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성숙한 알파일수록, 힘과 권력이 센 알파일수록 이미 다른 알파와 혼인한 우성 오메가를 빼앗기 위해 상대 알파와 우성 오메가의 관계를 일부러 파탄내기도 했음. 이 과정에서 우성 오메가들은 원치 않는 두 알파 사이에 끼어 고생하고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는 일이 빈번했는데, 이렇게 우성 오메가라는 게 알려지면 알파들이 너도 나도 달려들기 때문에 매우 괴로운 처지에 놓여 갈등 속에서 휩쓸리다가 이후의 사회 생활과 인생이 완전히 망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았음.


설정이 길었다 아무튼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천은 자기가 우성 오메가인 걸 숨기고 평범한 베타인 척 위장해서 살아가고 있었음. 한천은 경찰이 되었는데 왜냐하면 공무 조직 사회일수록 베타가 선호되었기 때문임. 주로 많은 사회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게 알파와 오메가였기 때문에 공무원 조직 사회는 알파나 오메가를 뽑지 않으려 했음. 이런 사회의 일원이 되면 일단 대부분의 사람들 눈에는 베타라는 것이 확실해 보였기 때문에 한천의 형질을 의심하는 사람들을 대부분 떨궈낼 수 있었음. 게다가 한천의 태도를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천을 신뢰하고 함부로 의심하지 않았으므로 한천은 경찰이 된 후 아주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떨쳐내지 못한,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나부생이었음. 나부생은 한천이 경찰이 되기 전 생도 시절에 알게 된 동강의 조폭이었음.
한천은 경찰학교에서 알파와 오메가들의 특성에 대해 교육받았음. 베타들이 모인 곳이라, 알파와 오메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을 훈련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실습 과목에서는 실제로 알파와 오메가들이 자주 모이는 장소에 가서 그들을 관찰하고 보고서를 써 내야 했음. 한천이 속한 조는 미고미 극장에 가도록 배정받았는데, 그때 한천은 나부생을 만나게 된 거였음.

한천은 실습이 너무나도 두려웠음. 알파가 바글바글한 장소에 간다는 건, 그들 중 자신이 우성 오메가임을 알아챌 수도 있는 알파가 섞여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 더욱 면밀한 준비가 필요했음. 한천은 페로몬 억제제를 먹고 탈취제를 잔뜩 뿌리고 혹시 몰라서 입고 갈 옷도 일곱 번이나 빨았음. 동기들은 한천의 굳은 입매를 보고 뭐 이렇게까지 비장할 일이냐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지만 금세 입을 다물었음. 한천은 신경이 곤두섰음. 오메가향을 갈무리하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었지만 자길 알아채는 기색이 보이면 바로 도망쳐야 했으니 바짝 긴장이 되었음. 그때 한천에게 다가온 게 나부생이었음.

나부생은 한천에게 말했음. 미고미처럼 밝고 아름다운 곳에서 미인이 이렇게 냉기를 뿜어대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며, 자기는 이름이 어떻게 되냐며 은근슬쩍 치댔음. 한천은 나부생을 뿌리치고 일어나려다가, 생각보다 나부생의 힘이 강해서 뿌리치는 데 실패하고 도리어 스탭이 꼬이면서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나부생 쪽으로 쓰러졌음. 그러면서 한천은 가볍게 발목을 삐었는데, 나부생이 기어코 자기가 데려다주겠다며 한천을 부축해줬음. 한천은 나부생에게서 풍기는 향을 맡고 그가 알파라는 걸 눈치챘지만, 베타인 척하려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행동했음. 나부생 역시 시시껄렁한 농담과 잡다한 이야기나 늘어놓으며 한천을 부축해 걸었음. 한천은 긴장하고 있었지만 이대로 계속 무난하게 대처한다면 나부생이 자신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할 거라 여겼음.

나부생은 한천의 집 어귀까지 데려다주고, 자기는 정말 미인이니까 다음에도 꼭 미고미에 놀러와야 한다고, 자기가 오기만을 부생이가 기다리겠다고 온갖 애교를 부린 다음 돌아갔음. 한천은 나부생과 헤어진 후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음. 드디어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렸음. 그렇게 그날이 지나가고, 한천은 나부생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음.


그랬었는데, 한천이 경찰이 된 후 현장에서 쫓던 범인이 홍가의 구역으로 도망쳐 들어간 걸 쫓던 중이었음. 골목을 돌았다가, 반대편에서 오던 남자와 부딪혔음. 한천은 형식적으로 미안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뛰어가는데, 그가 뒤에서 한천을 따라왔음. 결국 이리저리 꼬여 있는 골목에서 범인을 놓쳐버리고 말았는데, 뒤에서 따라온 남자가 말했음.

자기, 달리기가 엄청 빠르네? 우성이라 그런가?


한천은 온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기분을 느꼈음. 뒤를 돌아보는데, 불현듯 떠오른 기억이 남자의 얼굴에 덧씌워졌음. 미고미, 그는 미고미 사장이었음. 그는 순진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음.

부생이는 자기 냄새 금방 알 수 있지요. 근데 자기야, 자기 경찰인 거 괜찮은 거야? 막막 나쁜 놈들이 자기가 우성인 걸 알아보면 어떡해?

시발.. 한천은 속으로 욕을 했음. 한천의 표정이 굳어가는 걸 보고 나부생은 급히 말을 덧붙였음.


걱정 마 자기야. 나는 우리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알았지만 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 정말이야. 부생이는 거짓말 안 해. 근데, 자기가 걱정돼서 그런 거야.


그날의 재회 이후로, 나부생은 한천이 걱정된다며 자꾸만 한천의 주위를 맴돌았음. 한천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음. 자기 정체를 아는 알파가, 그것도 조폭인데,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는데 자꾸만 주위에서 얼쩡거리니 주변 눈치도 신경써야 하고, 나부생더러 그만 오라고 윽박질러도 이미 을인 입장이라 씨알도 안 먹히고, 그렇다고 나부생이 제게 뭘 요구하는 것도 없고, 뭘 어쩌자는 건지 모를 일이라 더더욱 환장할 노릇이었음. 한천은 참다참다 못해(사실 얼마 안 참았음) 나부생을 붙잡고 이유를 물었음. 똑바로 대답 안하면 유치장에 가둬버리겠다고도 했음.

자기야,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 부생이는 처음부터 자기한테 반했지요! 자기는 향도 너무 매력적이고 너무 미인이고 성격도 너무 박력있고 은근히 따뜻하지만 단호하고, 또..

나부생, 그만. 그래도 나는 너 안 만나.

자기야, 부생이도 알아요. 근데, 그래도 부생이는 자기가 걱정돼. 자기 정체를 눈치채는 나쁜 알파가 있으면 큰일이잖아. 그런 놈 생기면 내가 처리해줄게. 자기는 나를 이용하면 돼.


그래서 결국, 이 모양이 되고 말았지.. 한천은 자조했음. 나부생의 말에 반박할 수 없어서, 나부생의 정성에 마음이 이끌려서, 나부생의 얼굴에 넘어가서 결국 한천은 나부생에게 종속되기로 했음.
그렇게, 한천은 몰래 나부생과 혼인했음. 한천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나부생과의 관계를 드러내길 원치 않았고 나부생 역시 한천이 다른 알파들의 표적이 되길 원치 않았기 때문에, 둘은 가족에게만 사실을 알리기로 합의했음.



+이제 봤는데 중간에 잘려서 글먹이었네.. 미안하조우



룡백 부생한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