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3417611
view 1287
2024.05.09 22:55

산왕전 끝나고 나서겠지 승리의 기쁨도 잠시, 태웅은 기분이 나쁘다 못해 처참하기까지 했음 백호가 실려간 앰뷸런스의 반짝이는 점멸등을 보면서 초조하게 입술을 짓씹었겠지

- 진짜 싫다….

살면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끔찍하고 두려운 기분이었음




그리고 체감상 억겁같은 인고의 시간이 흘러 무사히 백호는 복귀했겠지 자기입으로 재활왕이 돌아왔다며 온통 시끄럽게 학교를 휘젓고 다니다가 농구부에까지 쳐들어오듯 뛰어들어와서 모두에게 둘러싸여 안기는 모습을 한발짝 떨어져서 보면서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이상할정도로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음 겨우 포옹세례를 벗어난 백호가 태웅을 발견하고 씨익 웃으면서 제발로 척척 다가와 와락 안아버릴 때는 심장이 터지는 듯 했음

- 야! 보고싶었다!

잠깐이지만 제가 먼저 그런 짓을 한게 낯뜨거웠는지 금방 몸을 떼며 머쓱하게 볼만 붉히는 백호를 보고 동료들도 놀라서 강백호 철들었다며 이제 태웅이랑 친하게 지내기로 한거냐며 기특하다고 머리 복복복 하고…

- 태웅이 놀랐잖아~ 어떡할거야

아무 반응도 못하고 얼어붙은 태웅을 보며 태섭이 웃으면서 한마디 하면 백호 태웅을 보며 그제야 성난 티라노가 되서 왁왁거렸겠지

- 여우 넌 뭐가 문제냣!

하지만 태웅이 백호한테서 눈을 떼지 못하고 노려보기만 하고..백호는 같이 노려보는 척 하다가 웬일인지 금방 눈을 돌려버리고 그모습에 태웅이 괜히 속이 뒤틀렸음

그날 모두가 먼저 돌아가고 백호 혼자 남아서 오랜만에 온 체육관 한창 느끼고 있는데 갑자기 태웅이 들어왔겠지 백호 혼자인 줄 알았다가 펄쩍 놀라고 근데 왠지 백호 있는 자리가 태웅의 락커 앞이었음 어버버 거리는 백호한테 한걸음에 다가간 태웅이

- 너 왜 그랬어?
- 뭐,뭐,뭐,뭐가…! 나,난 그냥 마침 이 앞을 지나…
- 아까. 왜 그랬냐고.
- 어? 아, 아까…?
- 아까말이야. 나한테 왜 그랬냐고!

태웅의 추궁에 백호 뭔가 이해가 안되서 곰곰히 머리 굴리다가 조심스레 묻겠지

- 어…아까 아,안았던거?
- (끄덕끄덕)
- 따,딴사람도 다 안아줬는뎅….

백호 대답에 태웅이 뭔가 맘에 안들지 태웅이 묘하게 인상쓰는듯한 모습에 백호 다시 물음

- 그렇게 싫었냐..?
- ….뭐?

이번엔 태웅이 인상 제대로 험악해짐 그모습에 백호 답지 않게 땀만 삐질삐질 흘리다가 냅다 언성부터 높여버릴듯

- 흥! 모 오쪼라고~ 이미 지나간걸~
- ...!
- 너는, 오랜만에 돌아온 사람한테 그거 따지고 있냐? 진짜 나쁜놈이다….

대거리를 하는 백호 목소리도 점점 오그라들기 시작하는데 점점 울음기가 올라옴

- 아무리 싫었대도 그렇지... 나는 좋은 뜻으로 한거잖아….….
- 내가 언제 싫다고...
- 에잇, 몰라!

그러면서 태웅을 확 밀치고 우당탕 뛰어나가버림 태웅이 좀 당황해서 잠깐 서있다가 금방 백호 뒤를 쫓아감 백호 뛰쳐나가서 훌쩍거리면서 걷다가 뒤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인기척에 뒤돌아봤다가 무섭게 뛰어오는 태웅이 보고 놀라서 같이 뛰어서 도망가고 그거 본 태웅이 속도 더 올리면 백호도 속도 올려서 도망치고…갑자기 어두운 운동장에서 달밤의 추격전이 시작됨 백호 뛰면서도 울부짖음

- 쫓아오지마 미친놈아…!
- ..거기 서!
- 안서! 그런다고 사과할줄 알고? 절대 안해!
- …(빠직) 서라고!
- 시러~~!!

안그래도 운동하는 놈들인데다 그 중에서도 한 스피드 하는 인간들이라 좀처럼 술래잡기가 멈출 기미가 안보이겠지 그렇지만 이제 막 복귀한 백호가 어쩔 수 없이 먼저 처지기 시작함 둘다 어느새 숨이 차서 땀이 범벅이 됐는데 그 와중에 백호 헐떡거리다가 비틀비틀하는거 태웅이 냉큼 따라잡아서 뒤에서 와락 안으면서 잡아버렸음

- 흐엉....!

태웅에게 잡히자마자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울음보를 터트려버리는 백호였음

- 흑...망했어! 다 망했다고오....

하도 서럽게 우니까 오히려 태웅이 당황하기 시작했지 이렇게 우는 사람한테는 어떻게 해야 되는거지 망설이다 한다는게 애들한테 하듯이 더듬더듬 손 들어서 머리 쓰다듬어줌 등이며 어깨도 토닥토닥해주고 줄줄 흐르는 눈물도 닦아주고. 근데 그러니까 백호 눈물방울 그렁그렁 단 채로 세모눈으로 쏘아보다가 성질 버럭 냄

- 니가! 이렇게 다정하게 구니까 내가 좋아하게 된거잖아!..흐앙...
- …??
- 그러니까 내잘못 아니야 전부 니탓이다! 흑흑... 병원에도 자주 와주구….
- ???
- 그래, 때려~! 그렇게 기분나빴음 때리라고~ 그치만 절대 사과는 없다! 킁! 나도 자존심이 있지, …그정도는 환영인사로 쳐줄수도 있는거 아니냐?! 나쁜놈...ㅠ
- ...야.
- 니 좋다는 사람 때리고 싶음 때려라~! 때려보라고~!!

그러면서 백호 새빨간 두상 막 태웅이 얼굴로 들이밀겠지 근데 한참 그러고 있어도 아무 액션이 없어 이상할정도로 조용하니까 백호 질끈 감았던 눈 슬그머니 뜨면서 고개들어 보는데

- …!

태웅이 얼굴도 저처럼 새빨개져있는거지 백호 태웅이 그런 표정 지을수 있을거라고 상상도 못해봄 백호 얼굴에도 물음표가 띠링띠링 올라오기 시작하고 갑자기 겁도 남 사실 제가 태웅이를 좋아한다는거 깨닫고 나서도 말도 안된다며 몇날며칠을 머리털만 쥐어뜯었는데 태웅이도 자길 좋아해줄거라고는 전혀, 조금도, 일말의 가능성도 있으리라고 생각해본적 없었음
그래서 깨달았지

‘제대로 열받았구나…’

백호 살면서 누구한테든 이렇게까지 미움받아본적 없지 그것도 좋아하는 상대한테… 그래서 결국 선택한다는게 백호답지않게 도망치기였음 이미 한번 도망쳤다 붙잡힌거니 또 도망치는게 뭐 어려움
하지만 이번엔 백호 도망치려는 낌새 보이자마자 고개도 돌리기 전에 태웅이한테 손목 멍들도록 꽉 붙잡혀버림

- 히익! 이,이거 놔..!

하지만 백호는 짐작도 못했겠지 백호의 얼레벌레 고백을 듣고 태웅의 내면에 어떤 천둥번개가 치고 있는지… 태웅이 얼굴 점점 더 흉악하게 일그러지고 백호 결국 좋아하는애한테 미움받는 것도 모자라 처맞게 생긴 자기 신세가 너무 처량해서 또 눈물날것같은데

- ????

갑자기 백호 입술을 한번에 덮어버리는 태웅이 입술에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얼어붙겠지 그러고 있다가 입술떼고 태웅이 여전히 시뻘건 얼굴로 씩씩거리며 묻겠지

- 니가 좋다는게 이런거 맞아?
- ???
- 맞냐고!
- …어
- ...멍청이!

그러더니 다시 와락 끌어안으면서 입술 부딪혀와서 백호 진짜 멍청한 표정으로 눈만 끔벅거리고 있었음


그렇게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했을 것ㅎ





아무리 생각해도 좋아하는건 태웅이가 먼전데 자각은 백호가 빠를거같고 그렇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