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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30 14:19
금요일 밤 도심의 펍, 송태섭은 테이블에서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정우성은 아이스 하키 경기 중계를 틀어둔 화면을 잠깐 보다가 송태섭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시발 우성아… 너는 사랑같은 거 하지마라”
고개도 못들면서 주먹은 또 부들부들 쥐는데 정우성은 슬슬 웃음을 참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송태섭이 연애를 말아먹은 날이었다.
제임스였나 존이었나, 아무튼 J로 시작하는 이름이었다. 정우성은 이름보다는 그의 번호로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웨스트 클리버 6번. 정우성이 미국 농구는 확실히 다르구나 깨닫게 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와 경기를 처음 치뤘을 때 정우성은 한국에서의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뛰어나지만 또 오만한. 하지만 달랐다. 정우성은 농구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제임스는 재능이 있고, 스폰서가 붙어오니 하는 거였지 농구를 사랑하진 않았다.
송태섭과 제임스가 어떻게 사귀게 됐는지는 잘 모른다. 송태섭이 다섯 번 정도 말해준 거 같은데 기억하고 싶진 않아서 그냥 잊었다. 확실한 건 송태섭은 농구를 하는 제임스를 좋아했고, NBA 진출을 앞둔 제임스는 결국 농구에 질려버렸으며 얼마전 은퇴를 선언하며 송태섭에게 말했다.
“그냥 결혼이나 할까?”
이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었다.
하나는 그가 보기에 송태섭이 농구를 죽기살기로 하는 이유는 농구로 와서, 농구로 뭔갈 하지 않으면 귀국행이라 오로지 영주권, 시민권을 위함이었고, 미국인인 자신과 결혼하면 쉬워진다는 자기딴에 ‘배려’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난 이제 농구 안 할 건데 넌 계속 할 거야?
확실한 건 그 말을 든는 순간 사랑하면 바보가 되어버리는 송태섭의 콩깍지가 싹 벗겨졌다는 것이다. 송태섭이 고민한 건 헤어질까 말까가 아니라 이새끼의 뺨을 손바닥으로 때릴까 주먹으로 때릴까였고 주먹 한 대 갈겨주고 마침내 송태섭의 연애가 박살났다.
“다시는 사랑 안 해. 다 좆같애”
그래 태섭아. 하지마. 하지마. 나랑 평생 농구나 하자 좆간수 좀 해. 우성이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정우성은 송태섭의 연애가 몹시 못마땅했다. 나랑 농구나 하지 뭐하러? 무슨 연애야 나랑 농구나 하다가 늙어 죽자. 송태섭은 그 말을 듣고 끔찍한 걸 들었다는 듯 표정을 마구 구겼다.
“우성아 진짜 징그럽다 이러다 죽어도 따라가겠다 하지?”
“무슨소리야 태섭아. 나 죽으면 순장해.”
“지랄”
아무튼 정우성은 기분이 좋았다. 빼앗겼던 친구가 돌아온 거 아니겠나. 송태섭은 손을 휘휘 흔들고 맥주를 한 잔 더 주문하려 입술을 달싹였다가 포기하고 이마를 테이블에 쿵 찧었다. 송태섭의 파트타임 급여날이 얼마 안 남긴 했다. 정우성이 내가 산다고 말하자마자 송태섭은 12온즈짜리 맥주잔을 치우고 16온즈로 두 잔을 주문했다. 진짜 양아치가 따로 없었다. 이쯤이면 정우성은 송태섭이 마시는 것만 구경하고 송태섭을 끌고가 기숙사에 쳐넣을 준비나 했겠지만 앞서 계속 언급했듯 정우성은 현재 기분이 좋았다. 친구의 귀환을 축하하며! 이 날 정우성과 송태섭은 순수한 술값으로만 100달러를 썼고 우성의 꼬드김으로 초코바도 비싸다고 투덜대던 송태섭이 제임스를 위해 담근 샹그리아까지 국자로 퍼먹었다.
“내가 다시 연애를 하면 개다 개. 네 발로 기어다닐 거야…”
송태섭은 다시는 연애를 안 하겠다는 말을 총 24번 쯤 했고 그 때마다 정우성은 응응 그래 무슨 연애야 태섭이 인간 하자 인간 하고 열마디씩 더 했다.
그리고 정우성과 송태섭은 기억을 잃었고 다음 날 송태섭은 얼룩덜룩한 짐승 꼬라지로, 허리의 고통으로 울부짖으며 네발로 바닥을 기어다니곤 정우성을 저주했다. 그리고 정우성은 그 꼬라지를 보며 물건을 세우고 스스로 감탄했다. 와 나 송태섭 보고 세우네.
우성태섭
“시발 우성아… 너는 사랑같은 거 하지마라”
고개도 못들면서 주먹은 또 부들부들 쥐는데 정우성은 슬슬 웃음을 참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송태섭이 연애를 말아먹은 날이었다.
제임스였나 존이었나, 아무튼 J로 시작하는 이름이었다. 정우성은 이름보다는 그의 번호로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웨스트 클리버 6번. 정우성이 미국 농구는 확실히 다르구나 깨닫게 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와 경기를 처음 치뤘을 때 정우성은 한국에서의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뛰어나지만 또 오만한. 하지만 달랐다. 정우성은 농구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제임스는 재능이 있고, 스폰서가 붙어오니 하는 거였지 농구를 사랑하진 않았다.
송태섭과 제임스가 어떻게 사귀게 됐는지는 잘 모른다. 송태섭이 다섯 번 정도 말해준 거 같은데 기억하고 싶진 않아서 그냥 잊었다. 확실한 건 송태섭은 농구를 하는 제임스를 좋아했고, NBA 진출을 앞둔 제임스는 결국 농구에 질려버렸으며 얼마전 은퇴를 선언하며 송태섭에게 말했다.
“그냥 결혼이나 할까?”
이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었다.
하나는 그가 보기에 송태섭이 농구를 죽기살기로 하는 이유는 농구로 와서, 농구로 뭔갈 하지 않으면 귀국행이라 오로지 영주권, 시민권을 위함이었고, 미국인인 자신과 결혼하면 쉬워진다는 자기딴에 ‘배려’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난 이제 농구 안 할 건데 넌 계속 할 거야?
확실한 건 그 말을 든는 순간 사랑하면 바보가 되어버리는 송태섭의 콩깍지가 싹 벗겨졌다는 것이다. 송태섭이 고민한 건 헤어질까 말까가 아니라 이새끼의 뺨을 손바닥으로 때릴까 주먹으로 때릴까였고 주먹 한 대 갈겨주고 마침내 송태섭의 연애가 박살났다.
“다시는 사랑 안 해. 다 좆같애”
그래 태섭아. 하지마. 하지마. 나랑 평생 농구나 하자 좆간수 좀 해. 우성이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정우성은 송태섭의 연애가 몹시 못마땅했다. 나랑 농구나 하지 뭐하러? 무슨 연애야 나랑 농구나 하다가 늙어 죽자. 송태섭은 그 말을 듣고 끔찍한 걸 들었다는 듯 표정을 마구 구겼다.
“우성아 진짜 징그럽다 이러다 죽어도 따라가겠다 하지?”
“무슨소리야 태섭아. 나 죽으면 순장해.”
“지랄”
아무튼 정우성은 기분이 좋았다. 빼앗겼던 친구가 돌아온 거 아니겠나. 송태섭은 손을 휘휘 흔들고 맥주를 한 잔 더 주문하려 입술을 달싹였다가 포기하고 이마를 테이블에 쿵 찧었다. 송태섭의 파트타임 급여날이 얼마 안 남긴 했다. 정우성이 내가 산다고 말하자마자 송태섭은 12온즈짜리 맥주잔을 치우고 16온즈로 두 잔을 주문했다. 진짜 양아치가 따로 없었다. 이쯤이면 정우성은 송태섭이 마시는 것만 구경하고 송태섭을 끌고가 기숙사에 쳐넣을 준비나 했겠지만 앞서 계속 언급했듯 정우성은 현재 기분이 좋았다. 친구의 귀환을 축하하며! 이 날 정우성과 송태섭은 순수한 술값으로만 100달러를 썼고 우성의 꼬드김으로 초코바도 비싸다고 투덜대던 송태섭이 제임스를 위해 담근 샹그리아까지 국자로 퍼먹었다.
“내가 다시 연애를 하면 개다 개. 네 발로 기어다닐 거야…”
송태섭은 다시는 연애를 안 하겠다는 말을 총 24번 쯤 했고 그 때마다 정우성은 응응 그래 무슨 연애야 태섭이 인간 하자 인간 하고 열마디씩 더 했다.
그리고 정우성과 송태섭은 기억을 잃었고 다음 날 송태섭은 얼룩덜룩한 짐승 꼬라지로, 허리의 고통으로 울부짖으며 네발로 바닥을 기어다니곤 정우성을 저주했다. 그리고 정우성은 그 꼬라지를 보며 물건을 세우고 스스로 감탄했다. 와 나 송태섭 보고 세우네.
우성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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