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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9 20:14
그린비트 사건이 있은 직후였다. 완성된 지하 통로를 이용해 마물 사체를 운반하고 젊은 왕은 에이스에게 남은 일을 맡긴 채 폴라 탱 호에 올랐다. 텐션 호르몬 치료 여파로 다시 쓰러진 크로커다일을 데리고서. 사정을 모르던 비비 일행이 좀 더 쉴 것을 권했지만 단호한 건 환자인 크로커다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약 삼주 반이 흐른 현재, 잠수함에 오르고 완전히 의식을 잃은 크로커다일이 눈을 떴다. 그는 내일이면 드레스로자 해역에 접근한다는 얘기와 함께 의식이 없는 동안 밀렸던 소식을 들었다.

“얼굴에 상처라…….”

크로커다일이 제일 먼저 들은 소식은 로우와 조로에 관해서였다. 침대에 누워 도피의 말을 듣기만 하던 이가 입을 연 건 조로의 얼굴에 생긴 상처에 관해서였고. 그는 추락할 때 충격으로 터진 왼쪽 안구가 영구 소실됐다는 것보다 얼굴에 세로로 남게 된 칼자국에 더 생각이 깊은 듯했다. 그 역시 콧등을 가로지르고 양쪽 광대에 뻗치는 칼자국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정갈한 선을 지닌 흑발 미인의 얼굴에 부러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다분한 흉터였다.

“역시 너도 얼굴에 난 상처가 걸리는 건가?”

침대 옆으로 가져온 일인용 소파에 앉아 있던 젊은 왕이 물었다. 검은색 가죽 소파는 그가 움직일 때마다 자잘한 마찰음이 났고 이는 크로커다일에게 위화감을 줬다. 그는 오래전 자신의 얼굴에 상처를 낸 사내의 욕망을 알고 있었다. 내것이 되지 않겠다면 예쁜 얼굴을 망가트리겠다고 했던가. 크로커다일은 저를 유심히 내려다보는 도피를 알면서도 생각을 멈추지 못했다. 한심하기 짝이 없던 사내에 대해서.

‘그러니 불법노예장의 관리자나 했던 거겠지. 내가 얼굴 좀 망가지는 일로 벌벌 떨 거라고 생각하다니.’

크로커다일이 참지 못하고 웃음 한 줄기를 흘렸다. 이반 코프의 진영에서 몸을 어느정도 추스른 뒤의 그는 바람처럼 홀연히 사라졌었다. 이다음 크로커다일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얼굴에 상처를 낸 사내를 찾아가 되갚아주는 일이었다. 그리고는 저를 팔아넘긴 동료였던 자를 찾아 확실히 복수했고. 이후 크로커다일은 절대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의 철저한 능력주의 논리와 아무도 믿지 않게 된 성향에는 이러한 일들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크로커다일은 차를로스가 부러 조로의 얼굴에 흉을 남겼다는 것을 넘기지 못했다. 이로써 그는 조로의 납치 시도에 로우의 반려라는 것 말고 이유가 하나 더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음이니.

“악어, 너 지금 재밌는 생각을 한 것 같은데?”
“그럴리가. 아직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아서 네 말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야.”
“흠…… 그래?”

소파에 기대앉은 도피가 한 손에 들린 금빛 갈고리를 던졌다 받았다. 크로커다일이 누워있는 동안 왼팔에서 빼둔 거였다. 이젠 겹겹이 층을 이룬 구 형태의 갈고리가 천장 높이 솟았다 도피의 손에 떨어질 때마다 착착 붙는 소리가 고막을 거슬리게 했다. 크로커다일은 조로의 얼굴에 난 자상의 이유를 도피가 알아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눈을 뜬 지 얼마 되지 않은 몸으로 신경을 바짝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얘기는 그것 뿐인가?”

제 갈고리를 장난감처럼 던지고 노는 상대에 크로커다일이 모래를 날린 순간이었다. 허공에서 낚아채일 뻔한 갈고리를 실에 묶어 빼돌린 도피가 그것을 손에 쥐며 씩 웃었다. 반쯤 상체를 일으킨 크로커다일이 세로로 찢어진 동공을 희번뜩거리니 저쪽은 오히려 더 미소가 짙어졌다. 상대는 크로커다일이 공격적일수록 희열을 느끼는 이상성욕자였다. 또는 미친놈이거나. 크로커다일은 제가 미친놈들에게 은근히 잘 걸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실로 이것을 이용해 사업 수완을 올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몸을 내준 적은 없었으며 어디까지나 미끼였을 뿐이다. 이 또한 도피와 손잡은 뒤로는 할 필요가 없게 됐고. 이는 반대로 저쪽이 제 몸을 굴리는데 서슴없는 덕분이었다. 물론 도피가 잡아먹는 쪽으로 말이다.

“아니, 그것 말고 더 있지. 네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대기 중인 놈들이 있어.”

애써 지킨 갈고리를 선뜻 크로커다일에게 던진 도피가 긴 팔을 뻗었다. 손 끝에서 뻗어나간 실이 책상에 자리한 전보벌레를 휘감아 대령했다. 수화기를 크로커다일에게 건낸 도피는 전보벌레의 몸체 위로 덧씌워진 다이얼을 돌리는데 거침없었다. 대기 중이라는 말 그대로 다이얼을 돌리기 무섭게 연결된 상대의 목청이 터져나왔고 말이다.

“크로짱ㅡ!!! 어흐흑!! 살아 있어, 크로짱?! 죽은 거 아니지?? 제발 살았다고 말해줘, 크로짱!!!”
“…살아있다, 버기.”
“으허엉!! 다행이야, 크로짱!!! 진짜 죽는 줄 알았다고!!!”

크로커다일이 사경을 헤매는 동안 버기 역시 도피에게 협박을 받았음이라. 크로커다일이 잘못되면 무사치 못하리라는. 이는 뜬금없이 불똥이 튄 격일지나 힘이 없던 버기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었겠나. 그저 이제나저제나 크로커다일이 깨어나길 빌 수밖에. 그렇게 매일밤 치성을 들인 덕에 목숨 부지하게 된 것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물론 살았다는 안도감도 잠시로 우는 소리를 내던 버기는 이제 속에 담아둔 울분을 터뜨리기 바빴다.

“아무리 미스터 원의 실력을 믿는대도 그렇지 날 정말 구할 생각은 있었던 거야, 크로짱?? 어떻게 다 죽어가는 놈 하나만 보낼 수 있어?!”
“…….”

크로커다일이 조용히 바라보니 도피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다. 그동안에도 도피의 무릎 위에 고이 올려진 전보벌레는 그새 기가 산 버기의 얼굴로 쏘아대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정말 죽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냐고!!!”
“…멀쩡히 살아있잖나. 그럼 된 것 아닌가?”
“뭐라고??!”
“미스터 원은? 옆에 있겠지?”
“잠깐ㅡ!!!”
“예, 보스. 저 여기 있습니다.”

할 말이 잔뜩인 버기의 음성이 멀어지고 미스터 원, 다즈 보네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다즈 보네스가 어떤 꼴로 가게 됐는지를 파악한 크로커다일은 그러나 버기도 다 듣는 데서 도피를 망신줄 수 없는 법이다. 어쨌든 그는 크로커다일이 왕으로 추대한 이 아니던가.

“그래… 일은 다 해결한 거냐?”
“네, 본사를 장악한 놈들 모두 제거하고 먼저 보낸 10억 베리도 전부 회수했습니다.”

크로커다일이 애초에 내린 명령에 돈 얘기는 없었다. 그러니 이는 온전히 도피가 심술을 부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크로커다일은 전보벌레를 통해 무뚝뚝한 음성을 들으면서 흘러내린 흑발 사이로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젊은 왕은 그런 이를 집요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고생 많았다, 미스터 원.”
“……네, 보스.”
“많이 다쳤나?”
“아닙니다.”
“얘 올 때부터 초주검이 돼있었다니까! 나는 시체가 움직이는 줄 알았다고!!”

난입한 버기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할 때 젊은 왕의 관자놀이로 실핏줄이 섰다. 크로커다일은 이를 알면서도 움켜쥔 수화기에 집중했다.

“아닙니다, 보스! 별로 안 다쳤습니다!”
“아니기는 무슨! 지금 일어나지도 못하, 웁! 우웁!”
“버기가 한 말은 신경쓸 것 없습니다. 저는 멀쩡합니다.”
“우우웁! 우우우웁!!!”
“하… 다 나을 때까지 거기서 쉬어라, 미스터 원. 30억 베리는 네 포상금이다.”
“아뇨, 그러지 않으셔도…….”
“우웁!!! 푸하!! 크로짱!!! 나는!! 나도 죽을 뻔했는데 포상웁!!!!”

잠시 뭔가 우당탕대는 소리가 들렸다. 간간이 전보벌레가 오만상을 쓰고 괴상한 신음소리를 내기도 했고. 그렇게 일이분여가 지난 뒤 미스터 원이 내는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배경음으로는 파닥대는 소리가 깔린 것이 버기는 자루나 서랍 등등 재갈이 물려서 감금당한 게 분명했음이다.




다시 의식을 잃은 크로커다일이 깨어난 지 이틀이 더 지난 다음이었다. 왕세자비 납치 사건이 있은 지는 약 한 달이 다 되는 시간이었으며 내일은 드디어 젊은 왕 일행을 태운 폴라 탱 호가 지하 선착장에 입항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조용히 들어올 테니 소란 피우지 말라던 젊은 왕의 명령에 준비는 덜었다지만 로우가 한가해지는 건 아니었다. 기분이 나아지는 것도 없었고. 단지 국왕의 입항 소식에 얼굴은 비춰야지 하는 왕세자비의 존재가 그나마 위안이랄까. 지난날 무지렁이를 교육시키라는 스승의 명을 거역했다가 조로와 생이별을 하게 된 로우는 지금까지도 기분이 최고로 저조한 상태였다. 덕분에 관료들 사이에서는 후대에 지금보다 더 포악한 왕이 탄생할 거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최근 들어 갑자기 성격이 돌변한 것이 혹 정신병이라도 발병한 건 아니냐는 뜬소문도 함께. 특히나 한달 사이 눈에 띄게 피골이 상접한 시종장 영감은 투명인간 취급을 당해서 주변인들마저 동정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조로의 ‘덮자’는 한마디에 영감이 벌인 소행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에 관해서는 베르고에게 피떡이 되도록 맞은 약방 신참만이 궁에서 쫓겨났을 뿐이다. 그러니 종일 꼴보기 싫은 영감만 살살 눈치를 보며 붙어다니는 꼴이니 로우의 기분이 얼마나 바닥을 치겠는가. 하필 이럴 때 조금이라도 로우의 기분을 달래줄 베포 역시 없었으니 펭귄이 폴라 탱 호에 대고 빨리 오라며 닥달한 건 비밀이었다. 그러던 차에 로우는 생각 못한 이의 연락을 받게 됐는데 상대는 제르마 왕국의 욘디 왕자였다.

“어이, 로우! 잘 있었냐?”
“용건이나 말해라.”
“여전히 차가운 놈이네. 그래가지고 오메가한테 점수나 따겠냐?”

욘디는 대낮부터 거하게 술이 들어간 목소리였다. 로우는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수리를 마친 별궁과 북궁은 물론 그린비트의 철교까지 돌아보고 궁에서의 정무 회의도 마친 참이었는데 말이다. 이제야 겨우 숨돌릴 짬을 낸 상황에서 질펀하게 놀기 바쁜 놈의 소리를 들으려니 집무실 소파에 길게 누워있던 로우의 관자놀이에 실핏줄이 일어섰다. 외눈에 맞는 검술 훈련을 도와주겠다는 미호크의 말에 입이 찢어져라 웃던 조로는 여태 한번을 연락한 적이 없었다. 그 무심함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던 로우는 직통 번호로 연결된 전보벌레가 울던 조금 전에 괜히 기대했다가 무참히 깨져버렸고. 때문에 그는 이대로 연결을 끊으려 했다.

“잠깐! 잠깐! 내가 할 말이 있어서 그래! 너희 왕한테 이 말 좀 전해달라고!”
“뭔진 모르겠지만 직접해.”
“덕분에 좋은 친구 잘 사귀었다고 얘기 좀 해줘. 알았지?”
“야.”
“봉쿠레 얘가 참 진국이더라. 크로커다일 경으로 위장해서 나한테 접근한 거 알았을 때는 진짜 열받았었는데 알면 알수록 재밌는 녀석이야. 그래서 친구 먹기로 했으니까 우리 내기는 다음에 다시 하자고 말해줘.”
“너 내 말 안 듣냐?”
“다음에는 진짜 크로커다일 경을 꼬실 거야. 내가 원래 여자 아니면 오메가라도 관심 없는데 크로커다일 경은 특별한 데가 있거든. 사람이 꽤 자극적이란 말이야. 너희 왕이 싸고 도니까 더 관심도 가고.”
“……네 말 그대로 말해주지.”

욘디의 말에 도피가 무척 열받을 걸 생각한 순간 로우는 부아가 치밀던 속이 싹 내려갔다. 그는 갑자기 욘디가 꽤 괜찮은 친구로 느껴졌다. 누구도 도피 앞에서 이런식으로 크로커다일을 걸고 넘어질 수는 없었으니 욘디는 목숨을 내놓은 꼴이라지만 보는 쪽은 즐거운 것 아니겠나.

“오, 고마워. 그럼 봉쿠레는 나랑 좀 더 놀다 갈 거라고 얘기해줘.”
“그래, 재밌게 놀고 드레스로자에 언제든 놀러와라.”

더없이 인자하며 부드러워진 음성이 고막에 착 감겨들었다. 친구가 된 봉쿠레와 호텔 클럽에서 먹고 마시며 놀기 바쁘던 욘디의 얼굴도 붉어질만큼. 설마 얘가 나를 꼬드기나 싶은 생각과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다는 아슬아슬함에 욘디가 황급히 연결을 끊은 뒤였다. 로우는 열받은 도피의 얼굴을 떠올리며 음흉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왜 루피 앞에 나타나지 않는지, 왼팔은 어떻게 된 거고 지난 밤에는 왜 갑자기 돌변했는지 등등 묻고 싶은 건 많았지만 조로가 입 밖으로 낸 물음은 하나였다.

‘샹크스, 당신을 만났다고 루피한테 말해도 돼?’
‘얼마든지.’

개돌이가 지키고 선 그린비트 해변가에서 발목까지 닿았다 사라지는 파도를 맞으며 서있던 조로가 물었을 때 백사장에 느긋이 앉아 있던 샹크스는 흔쾌히 대답했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붉은머리와 개구진 웃음기를 가득 머금은 얼굴이 청량하고 푸른 하늘과도 같아서 조로는 무심코 둔 눈을 떼지 못했다. 강인하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붉은머리는. 아련한 첫사랑 그 자체인 남자. 조로 역시 보고 있노라면 눈앞의 사람에게 빠져드는 걸 느낄 정도였으니 톤타타족이 그에게 몰려드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였다.

“오늘도 우리랑 같이 안 자는 겁리까? 왜 조로랜드는 되고 우리는 안 되는데요, 두령님?”
“나랑 조로랜드는 각별한 사이니까?”
“네에?!”
“진짜입리까?!”
“그럼 로우 왕자는요??”

샹크스가 또 되는 대로 입을 터는 모양이었다. 미호크의 지도 아래 지상에서 훈련을 마치고 공동으로 돌아온 조로는 호박집 근처에서 톤타타족에게 둘러싸인 붉은머리를 보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풀밭에 털썩 앉아 있던 샹크스는 미호크와 조로를 향해 먼저 손을 흔들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조로랜드는 특별하니까 남편이 둘일 수도 있지? 그럼 내가 더 연장자니까 첫남편인가?”
“첫남편?!”
“두령님을 첫남편으로 두다니!”
“조로랜드는 대단합리다!”

샹크스 주위로 모여든 한무리의 톤타타족이 웅성대는 소리가 커졌다. 나갈 때와 똑같이 머리카락 한올 흐트러지지 않은 미호크에 반해 땀에 푹 젖은 조로가 목에 두른 수건으로 얼굴을 훔쳤다. 미호크는 샹크스의 헛소리가 하루이틀이 아니라는 양 먼저 호박집으로 들어갔는데 조로는 저를 향한 시선들을 느끼고 멈춰섰다. 로우가 참지 못했던 밤을 기점으로 방향을 선회한 미호크가 스스로라도 제 몸을 지킬 수 있도록 지도해주겠다 나선 지는 오늘이 약 삼주 째였다.

“이제 적응은 잘 된 거야?”

마침 눈이 부딪힌 샹크스의 질문에 조로가 고개를 끄덕이니 우루루 움직인 톤타타 무리가 그를 에워쌌다.

“정말입니까, 조로랜드?”
“두령님이 조로랜드의 첫남편입리까?”
“그래서 조로랜드는 매일밤 두령님이랑 자는 겁리까?”
“무슨… 그럴 리가 없잖아! 누가 누구 첫남편이라는 거야?!”
“우리 이미 한침대도 쓰고 입도 맞췄는데 설마 나 소박맞는 거야?”

동그랗게 뜬 눈들을 향해 조로가 당황해 소리치니 느긋하게 팔을 뒤로 짚은 이가 말을 얹는다. 샹크스의 말에 경악한 얼굴이 된 톤타타 무리가 이번엔 눈을 홉 뜨고 조로를 바라봤다.

“정말 두령님을 버릴 겁리까, 조로랜드?”
“침대도 같이 쓰고 입도 맞췄는데요?!”
“틀린 말은 아닌데 여기에는 사정이…….”

발치에서 아우성인 소인족을 향해 상체를 숙인 조로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샹크스는 톤타타족에게도 인기만발인 존재였으니 이들은 두령님이 소박맞지 않도록 하는데 급급했다.

“그러면 안 됩리다, 조로랜드!”
“조로랜드는 바람둥이 입리까?!”
“바람둥이는 나쁜 사람입리다!”
“어서 취소하십시오! 두령님은 조로랜드의 첫남편입리, 우앗!!”

그러느라 이곳에 누가 도착했는지 눈치챘던 건 샹크스와 미호크뿐일 것이다. 미호크가 기척을 느끼고 호박집 밖으로 나온 순간이었다. 마지막 아우성의 톤타타족 하나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날아가니 샹크스가 유독 긴 왼 팔을 뻗어 받아줬다. 하마터면 공동 벽에 처박힐 뻔한 소인족이 칠흑처럼 검은 손바닥에 사뿐히 안착할 때 모두의 시선이 조로의 뒤로 향했다.

“누가 누구 첫남편이냐?”

그곳에는 섐블즈로 나타난 로우가 귀곡을 어깨에 이고 서있었는데 마치 낫을 든 사신 같았다.




로우가 무지렁이의 잘 알지도 못하고 해대는 유혹에 넘어간 다음날이었다. 나름 룸까지 펼쳐가며 소리를 죽였으나 감이 뛰어난 사람이지 않던가, 로우의 스승은. 더욱이 그 스승에 그 친구라고 다음날 마주했을 때는 샹크스마저 뜻 모를 미소를 지었으니 로우는 오늘도 죽겠구나 생각했었다. 한데 미호크는 혼자 아무것도 모르고 속 편한 얼굴이던 조로를 유심히 보기만 했다. 그 뒤에 나온 말 역시 조로에게 향했으니 결국 여기서 제일 함지박만 한 미소를 지은 것 또한 조로였다.

“안쪽 상처도 다 아물었으니 내일 도피가 오면 네 의안을 만들라고 할 거야. 그걸 네 근섬유에 연결해 완전히 부착할 테고. 눈꺼풀이 움직이지는 않을 테지만 적어도 얼굴이 비대칭으로 변형되는 건 방지할 수 있어.”

호박집 내부에서 침대에 누운 조로의 얼굴을 살핀 로우가 드디어 거즈를 덧씌우는 일 없이 손을 뗐다. 동시에 룸을 해제하니 얌전히 누워있던 조로가 가뿐히 몸을 일으켰다. 상체와 한쪽 눈에 커다란 자상이 남은 조로를 보는 로우의 얼굴이 착잡하기 그지없지만 내일 드디어 도피가 온다는 건 나름 위안이 됐다. 그에 맞춰 오늘 조로를 데리러 온 로우는 떨어져 있던 동안에도 주기적으로 조로의 상처를 살피러 오기는 했었다. 단지 자신의 유일한 제자가 이토록 자제력이 없는 줄 몰랐다 한탄한 미호크는 로우에게 조로의 환부를 돌볼 시간만 허락했을 뿐. 그는 다 큰 제자의 성생활에 이렇게까지 관여할 사람이 아니었으나 하룻강아지와 햇병아리 전부 문제였다. 하나는 자제력이 없고 다른 하나는 무지렁이였으니까. 더불어 한쪽 눈을 잃은 햇병아리는 마침 검사인데다 자신의 제자가 애지중지하는 반려이지 않던가. 이런 이유로 미호크는 햇병아리 검사의 훈련을 도와주고자 마음먹은 거였다. 겸사겸사 자제력 없는 제자가 덮쳐도 제 몸 하나쯤은 지킬 수 있게 할 필요도 있었고. 사디즘에 대한 미호크의 오해는 지금도 여전했으니 말이다.

“조로 너 짜증나니까 그렇게 웃지 마.”
“왜 또 시비야?”
“너 생각하는 거 너무 뻔해서 그런다.”
“너야말로 은근히 성격 못된 놈이네. 사람이 기뻐하는 것도 못하게 하고.”
“뭐가 기쁜데? 너 무슨 생각하는지 내가 모를 거 같아? 매의 눈한테 지도받게 되니까 눈 하나 잃은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내 말이 틀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날카로운 음성에 로우가 헤집어놓은 셔츠 단추를 잠그던 손이 멈췄다. 침대 옆에 선 로우는 한숨을 푹 쉬었다.

“하… 됐다. 말을 말아야지. 너 원래 이런 놈인 거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되게 예민하네.”

조로야말로 뭐 저리 생각도 복잡한가 싶었다. 물론 치료받는 입장에서는 덕분에 편하다고 하지만. 로우가 아니었다면 차를로스에게 입은 상처로 조로도 엄청 고생했을 걸 알고 있다. 그러니 고맙기는 한데 한달이 다 되도록 안절부절인 로우를 보면 피곤한 게 사실이다. 그게 꼭 싫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 차를로스 그놈이 너한테 어지간히 원한을 품었나봐. 날 두번이나 납치하려 한 걸 보면. 설마 너 그놈한테도 막말하고 그랬냐?”
“야이… 그게 아니라… 너는 진짜… 하… 그놈이랑은 말 한번 섞어본 적 없어. 어쩌다 공식석상에서 마주쳐도 멀리서 얼굴 한두번 본 게 다니까.”

챠밍이 차를로스다. 이 말을 꺼낸 건 조로였지 않나. 지난날 꼬박 하루 동안 같이 밥 먹고 발에 밴드도 붙여주고 둘이 꽃밭까지 구경도 한. 그러면 누구라도 차를로스의 납치 시도가 로우에게 얽힌 원한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저녀석은 정녕 모르나?

‘진짜 바보야?’

하지만 생각의 끝에서 머리를 번쩍 스치고 가는 단어에 로우는 머리를 흔들었다. 조로의 적을 파악해 전술을 구사하는 방식은 미호크도 칭찬했을 정도였다. 때문에 당황한 로우는 말을 더듬으며 머리를 벅벅 긁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앞에서 히죽대는 외눈박이 잔디머리가 예쁘기 그지없다는 건 뭐가 씌여도 단단히 씌인 걸 테지만 미호크의 엄명에 요 한달간 생이별이나 다름없는 생활이었지 않나. 이삼일에 한번씩 상처를 봐주는 일이십분이 전부였으니 로우는 새삼 울적함이 치고올랐다. 녀석이 언제 이렇게나 좋아져서 그리움이 가득 쌓였는지 모를 일이다.

‘나 이젠 정말 저녀석 없이는 못 살겠구나.’

속 없이 웃는 녀석을 따라 로우도 어느새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리 올래?”

웃었으니까 어쨌든 기분은 풀린 건가 싶던 조로가 물었다. 하여간에 어지간히 복잡한 녀석이었다. 저러다 나중에 대머리 되는 건 아닐까 싶다가도 젊은 왕의 빼빽한 금발머리를 떠올리고는 걱정 없겠지 싶었다. 뭐, 설령 대머리가 된대도 로우라면 예쁠 거라는데 한표 던진다지만 조로는 이런 생각을 말하는 대신 옆자리를 툭툭 쳤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부르는 족족 잘 오는 로우였으니. 역시나 이번에도 얌전히 옆에 엉덩이를 붙이는 녀석에 조로는 한팔을 들어 너른 어깨를 끌어안았다.

“어이! 뭐하는 거야?”
“꽃 핀다. 너 저 향기 싫다면서.”

품으로 당기는 팔 힘에 반항하던 몸이 힘을 빼는 것도 순간이었다. 마침 창밖으로 덩굴빛이 점점 사그라들며 월하미인이 탐스러운 꽃송이를 피우기 시작했다. 여름의 끝물인지라 조금씩 해가 짧아지고 달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렇대도 오늘 공동에 나타난 로우가 늦게까지 일을 했음은 당연하다. 어느새 적당히 그을린 목덜미로 코를 박은 로우에 의해 조로가 침대로 넘어갔다.

“뭐해, 너.”
“조금만… 해도 되나?”
“그러든가. 쫓겨나도 나는 모른다.”

조로가 킬킬대며 대답했다. 가볍기 그지없는 음성에 조로의 목덜미로 코끝을 부벼대던 로우의 미간도 찌푸려졌다. 치료차 왔던 자제력 부족한 제자는 매번 스승에게 쫓겨났으니 말이다.

“진짜 성격 못된 놈이 누군지 모르겠네.”
“그거 나 말하는 거면 난 원래 못됐는데?”

조로의 상처도 모두 나았겠다 본격적으로 위에 올라탄 로우가 목줄기에 이를 세웠다. 정말 아프게 깨물린 조로가 인상을 쓰지만 로우를 밀어내지는 않았다. 실로 조로는 아픈 걸 잘 참았고 로우는 깨무는 걸 좋아했으니. 덕분에 로우가 쫓겨날 때마다 조로의 몸에는 피맺힌 잇자국이 나있었다. 이로써 사디즘에 대한 오해도 깊어졌고.

“로우 너 오늘 여기서 자고 갈 거야?”
“응, 내일 아침에 도피가 온다니까 너랑 같이 가려고. 미호크도 이건 허락했잖아.”
“얌전히… 잠만 자고 간다는… 음… 전제하에서ㅡ! 였지…… 으… 잠깐, 너무 빨ㅡ!”
“쉿, 조로야. 나 여유가 없어.”

커다란 손이 입을 틀어막았다. 그와 동시에 귓가에 속삭이는 음성이 색스러웠다. 조로가 고개를 끄덕이니 로우가 입을 틀어막은 손 위로 가볍게 입을 맞춘다. 다른 손은 이미 바지 위로 조로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소리 참기 힘들 것 같으면 손 떼지 말까?”

손등 위로 닿은 입술이 낮게 속삭였다. 바투 붙은 하반신을 밀어올리는 행동에 조로도 얼굴로 피가 몰린다. 그 또한 몸이 애닳기는 했던 모양이다. 실로 로우의 손길에 몇달을 내동 길들여진 몸이 아니던가. 허리짓 한번에 다리 사이가 왈칵 젖는 걸 느낀 조로가 가볍게 몸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로우의 셔츠 속으로 넣은 손끝이 옆구리의 흔적만 남은 상처를 더듬으려니 코끝이 닿을 듯 얼굴을 내린 로우가 낮은 숨을 쉬었다. 이제 로우는 조로의 머리를 틀어쥐고 다른 손은 여전히 입을 틀어막은 채였다. 그 사이로 조로가 로우의 허리 벨트를 급히 풀어헤치고 손을 집어넣은 순간이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두 개의 호박집을 가로막던 나무문이 종이장처럼 베어진 것은.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다, 로우야.”

힘없이 쓰러진 문 사이로 요루를 쥔 채 우뚝 선 미호크의 뒤에서 붉은머리가 숨넘어갈 듯 웃고 있었다.









한조각
2024.04.29 21:01
ㅇㅇ
헉헉헉 센세 헉헉 다 비켜 여기에 누워서 행복사할라니까 ㅅㅂ 나는 오늘부터 좀비다!! 너무 좋아서 죽었다가 부활해 버릴거야!!!! 다 몰라 이 센세는 내꺼야!!!!!!
[Code: e5b8]
2024.04.30 03:06
ㅇㅇ
크로커다일이랑 도피 나오면 진짜 내 도파민 팡팡터져부러ㅠㅠ 버기까지 ㅋㅋㅋ 아 존잼꿀잼! 약방 신참 너무 불쌍해요 영감은.. 에휴. 로우 평판 훅 떨어진꺼 어뜨케 이놈 영감탱!! 정신병 발병소문에 젊은왕보다 더 포악해질꺼라니 너무하네들 진짜ㅠ 이건 전부 조로가 연락 한번 안해서 그런건데ㅠㅠ 하룻강아지와 햇병아리 ㅎㅎ; 그나마 도피가 온다는걸 위안삼으면서도 크로커다일로 열받게 할 생각하는 로우도 한참 어리긴하다 ㅋㅋㅋ 히죽대는 외눈박이 잔디머리가 예쁘기 그지없어서 정말 저 녀석 없이는 못 살겠구나 이제야 깨닫는것도 귀엽고ㅠㅠ 이미 그 절벽에서 몸 날렸을때부터 그냥 목숨까지 다 바친거아니냐고 바보야ㅠㅠ
[Code: fb6f]
2024.04.30 03:07
ㅇㅇ
조로는.. 전술만 뛰어나고 감정에는 진짜 미숙한게 매력이긴한데; 전쟁통에 살아남기위해 그렇게 뇌가 굳어져버린건가 무던해서 좋기는해ㅎㅎ내가보기에도 조로가 너무 심각하게 단순해보이긴하는데 조로는 로우가 너무 복잡한 인간이라 저러다 대머리되는거아냐 생각하다가 도피 생각하고 걱정 털어내는거 뭐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호크가 그래도 중간에 끼어들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자마자 문 부셔버리는 박력!!ㅋㅋㅋ 아 샹크스 웃는거 개얄미웤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fb6f]
2024.04.30 13:35
ㅇㅇ
모바일
와! 조로 이렇게 미호크한테 검술 사사받는구나! 미호크 짱팬 계탔네 ㅋㅋㅋㅋ 미호크 문부수게 만드는 자제력제로와 무지렁이 조합 졸귀 ㅋㅋㅋㅋㅋ 근데 조로 맨날 밤에 샹크스랑 자니..? 빨강초록 신호등 같고 좋긴한데 로우 보글보글 끓겠는데?ㅋㅋㅋㅋ
[Code: e75f]
2024.04.30 23:05
ㅇㅇ
아니 로우 한달이나 강제금욕당했어! 매일같이 붙어먹다가 한달이나 떨어지다니 로우가 약속을 못 지켜도 어쩔 수 없는거 아닌지 ㅋㅋㅋ 저기요 미호크씨 아무리 햇병아리를 가르쳐놔도 그 햇병아리가 딱히 로우를 거절할 맘이 없는데요... 그 햇병아리는 그냥 당신한테 검 배우는 게 기쁠 뿐인데요 ㅋㅋㅋ
[Code: 4856]
2024.05.02 10:24
ㅇㅇ
모바일
센세랜드 오늘 밤에 센세랜드 옆에서 자도 됩리까??? 해치지 않겠습리다. 좆목 안되게 그냥 어둠속에서 얼굴만 볼겁리다!! 아닙리다!!! 절대 어나더 나올때까지 죽치는거 아닙리다????
[Code: 610f]
2024.05.03 00:40
ㅇㅇ
모바일
습 조로 쟤 진짜 성교육 받아야겠는데 미호크랑 샹크스가 해줘야될판ㅋㅋㅋㅋㅋㅋ아니 애가 아는 게 없어서 진짜 좋아서 하는건지 성희롱들어왔던걸 따라하는 건지 구분이 안 가ㅋㅋㅋㄱㅋㅋ 그나저나 드디어 그렇게 좋아죽던 미호크한테 검사훈련받는구만ㅋㅋㄱㅋ성덕이다 조로야!!
[Code: 0b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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