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허니에게 시간을 갖자고 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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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위님 전역 안하심 등 설정파괴 ㅈㅇ



허니의 집에서, 몇 번 가 본 적은 없지만 분명 갈 때마다 환영받았던 그 아파트먼트에서 내쫓긴 날 밤부터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허니가 이미 내 번호를 차단했으리라 확신하면서도 매일 밤마다 한 번씩 전화를 걸고 전원이 꺼져 있다는 기계음성을 듣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뜬눈으로 밤을 새고 출근한 지 일주일이 가까워지자 브라보 모두가 내 썩은 얼굴에 대해 돌아가며 한 마디씩 소감을 표현했다 (레이의 경우엔 세, 네 마디였다).

"브랫,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 있나?"

"아닙니다, Sir."

"컨디션 관리도 업무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명심하도록."

"알겠습니다, Sir."

마지막 순서로 네이트 픽 대위가 조심스럽게 안부를 물어봤을 때는,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를 붙잡고 구구절절 허니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브라보에서, 어쩌면 미 해병대에서 가장 사려 깊은 성격과 잘난 외모를 가져 여자 경험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관에게, 허니의 마음을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고 싶었다. 일과 시간이 한참 남지만 않았다면 나는 당장 그렇게 했을 것이었다.

책상에 앉아 업무가 끝나고 그의 집무실에 찾아가 볼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찰나 핸드폰 액정에 '테리 먼로' 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레이 퍼슨이 파드득 튀어오르며 '아 깜짝 놀랐잖아요 부랫!'을 외쳤다) 오가는 사람이 없는 복도에서 전화를 받았다.

"잘 지내고 있어? 형?"

"이 미친 새끼가 잘 지내기는 씨발, 어떻게 된 건지, 허니랑 언제부터 만났지?"

말이 정리되지 않은 채 튀어나갔다. 테리 먼로 좆같은 새끼는 숨넘어가듯 웃더니 "형네 집 근처 바에서 만나. 오늘 5시에." 라는 말을 남기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테리에게 전화할 생각을 왜 못 했지? 나는 끊긴 전화를 들고 한참 멍청히 복도에 서 있다가 내 책상으로 돌아왔다.

"브랫 화장실에서 귀신 봤어여? 얼굴이 하얀데."

"트럼블리야. 부랫이 귀신 따위에 질 사람처럼 보이냐? 차라리 큰일을 못 봤다면 모를, 아니 씨발 또 어디 가요 부랫?"

의자에 걸쳐둔 코트를 덜렁 들고 사무실을 나가자 레이가 황당한 얼굴로 외쳤다. 5시까지 빌어먹을 테리 새끼가 말한 바로 가려면 지금 당장 출발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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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왔네?"

개씨발놈의 호로잡놈새끼는 6시 13분에 바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자제력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테리에게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허니를 어떻게 만났어? 언제부터 만났지? 허니가 왜 너랑 결혼하겠다고 한 거지?"

"하나씩 물어봐. 아, 그 전에 주문부터..."

"대답해!"

오른손에 쩡한 감각이 밀려왔다. 나도 모르게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친 것 같았다. 큰 소리에 놀란 종업원이 다가오자 테리가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그에게 사과했다. 감자튀김과 피자, 맥주 두 병까지 주문한 테리는 주머니를 뒤적여 봉투 한 장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아무리 다른 집에 입양됐어도 쌍둥이 동생 결혼식에는 와야지. 안 그래, 형?"

나는 봉투를 찢다시피 열어 '테리 먼로 ♡ 허니 비'라는 글자를 확인했다. 피가 차갑게 식었다.

"허니가 왜..."

"형이 거절했으니까."

"거절한 적 없어. 시간을 조금 가지자고 했었지."

"허니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일어났잖아."

"급히 부대로 복귀해야 했으니까! 허니에게 분명 미안하다고, 전화로 마저 이야기하자고-"

"허니는 형이 갑자기 자기가 일하는 카페에 찾아와서 무척 기뻤었다고 했어. 일하는 시간인데도 동료가 잠깐 쉬고 오라고 떠밀어서 형과 대화할 생각에 신났었다고. 그런데 형은 허니가 내려 준 커피를 다 마시지도 않고 일어났지. 허니는 전화를 기다렸어. 형은 그 다음날, 다다음날이 되도록 메세지 한 통 보내지 않았고. 결국 허니가 전화를 걸었는데 형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초 비상 상황이어서 연락할 수가 없었,"

"그건 허니도 마찬가지였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게 설명해, 테리 먼로."

종업원이 피자와 차가운 맥주 병들을 가져왔다. 테리는 맥주를 따서 바로 입을 대고 들이켰다.

"허니는 그때 혼자 집에 돌아가다가 스토커에게 납치될 뻔 했었어."

"뭐?"

"내가 순찰을 돌다 우연히 허니의 비명을 들었어. 허니는 내 동료가 그 새끼 손에 수갑을 채워 제압할 때까지 겁에 질려 있다가 밝은 곳으로 나오자마자 내 얼굴을 보고 울기 시작했지. 형이 자기를 구하러 온 줄 알았던 거야.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말이야."

"잠깐-"

"허니는 자기가 쫓기고 있다는 걸 확신하는 순간까지 형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어. 그러고도 모자라서 마침내... 그날로부터 하루 뒤였던가? 형이 전화를 했을 때 친절하게 받아줬지. 자기는 형이랑 시간 따위는 갖기 싫다고 말하려고, 형의 생각을 돌려보려고..."



"미안해, 허니. 부대에 일이 터져서 연락을 못 했어."

"난 괜찮아. 저기, 브래드. 결혼 이야기가 부담스러우면 더 꺼내지 않을게. 그게 문제였던 거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알았어."




"...내가, 전화를 끊었어."

"형이 어떤 여자를 놓쳤는지 잘 생각해 봐. 계산은 하고 갈게. 원래 청첩장 돌리는 자리는 결혼하는 사람이 사는 거라더라, 허니가."

테리가 손도 대지 않은 음식을 두고 일어섰다. 나는 멍하니 테이블에 앉아 테리의 이야기를 곱씹었다. 스토커라니. 허니에게 스토커가 있었다니. 허니는 단 한 번도 그 문제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다.

아니. 내가 묻지 않았던 거였다.

2주가 지나고 나는 허니의 결혼식에 테리의 하객으로 참석했다. 달리 무슨 방법이 있었겠는가?



브랫너붕붕
테리너붕붕
알슼너붕붕

*뜻하지 않게 제목낚시해버렸네... 읽어줘서 코맙...
2024.04.21 20: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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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시 부랫 어쩌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세같살ㅠㅠㅠㅠㅠ
[Code: 7197]
2024.04.21 22: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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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부랫 어떡하냐고ㅠㅠㅠㅠㅠㅠ그냥 세같살해
[Code: 2fc0]
2024.04.22 10:18
ㅇㅇ
ㅠㅠㅠㅠㅠ미치겠다 너무 재밌어요 센세...이제 어떻게 될지 넘 궁금해요ㅠㅠㅠㅠ
[Code: 3c28]
2024.04.22 17: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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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재밌다 시발 센세 다음편을 안주면 나는죽소
[Code: 6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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