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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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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ㅅㅈ주의. 주화입마 사파 주의
+ 마이갤에 전편 빨려들어가서 그 김에 같이 업.
21편.
난잡한 요기가 흐르는 낡은 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모한은 여우가 이연화의 목덜미를 향해 송곳니를 드러내는 모습을 목격했다. 짧은 순간 모한의 눈에 분노가 어리며 폭발하듯 요기가 터져나왔다. 육화된 몸체를 통했음에도 모한이 뿜어낸 요기는 여우를 얼어붙게 하기에 충분했다. 모한은 요력을 담은 눈짓만으로 여우를 반대편 벽에 날려 박아버렸다. 내상을 입은 여우의 코와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내 것을 건드린게 너냐."
한 손으로 여우의 목덜미를 잡아 쥐고서, 모한이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주변 공기까지 얼어붙게 할 것 같은 한기에 여우는 몸을 떨었다. 눈 앞의 남자가 감히 눈도 쳐다보지 못할만한 존재임을 피부로 느끼자 절로 애걸하는 소리가 나왔다.
"자,잘못했..흐읍!"
우드득 소리와 함께 여우의 몸이 괴이하게 뒤틀렸다.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여우는 목까지 꺾여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모한은 죽은 요마에 눈길 하나 주지 않고 바로 몸을 돌려 이연화를 찾았다. 얼음장 같았던 눈동자에 감정이 깃들었다. 모한 스스로도 모를 변화였다. 인간세계에서 걱정이라 부를 눈빛이 모한의 눈에 어렸다. 모한은 제 장포를 벗어 이연화의 몸에 덮어 둘렀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팔로 제 몸에 기대도록 한 팔로 단단히 이연화의 어깨를 안았다.
"어찌 며칠 못 본 사이 야위었느냐."
모한이 닿자 이연화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 몸 안에서 요동치던 요력이 제 주인을 만나 잠잠해졌다. 모한은 손가락을 들어 이연화의 가슴팍의 혈도를 차례로 짚고 가볍게 기를 밀어넣었다. 이연화의 몸이 들썩이며 등이 휘었다. 폐부까지 박혔던 여우털이 뽑혀나와 공중에 가느다란 핏줄기를 그렸다.
모한은 무서운 표정을 하고 손을 들어 허공을 움켜쥐었다가 내치는 손짓을 했다. 퍽 소리와 함께 이미 죽은 여우의 혈맥이 터져나가며 낡은 벽에 피를 뿌렸다.
모한은 고개를 한 쪽으로 비스름히 기울여 창백한 이연화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연화의 입술이 살짝 벌어지자 모한의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몸이 한결 편해진 이연화가 천천히 눈을 떴다.
"...모공자?"
이연화가 품 안에서 저를 올려다보자 모한은 잠시 숨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실제로도, 환영 속에서도 이리 가까이서 품에 안은 채 눈을 바라본 적은 없었다. 몸을 그러 안으면 의식이 없거나 눈을 감았고, 눈을 마주할 때는 대적하거나 긴장했었다. 잠시간 눈을 감았다 뜬 모한은 그 사이 거칠어졌던 호흡을 가라앉히려는 듯 숨을 잘게 뱉어냈다.
"늦지 않아, 다행입니다."
부자연스레 말이 끊어졌다. 모한은 이연화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절 구해주셨군요."
"요마에게 함부로 요기를 드러내지 말아요. 벽차지독이 없이는 반인반요도 없어 들키면 바로 약점이 될테니."
말을 마치고 모한은 아무렇지 않게 이연화를 양팔로 안아 들었다. 남빛 장옷이 펄럭이며 아래로 늘어졌다. 순식간에 공중에 들린 이연화의 눈이 커드래졌다.
"잠깐, 뭐하는..! 걸을 수 있습니다."
당황한 이연화가 내리려고 버둥댔지만 모한은 이연화를 안은 팔에 힘을 줄 뿐이었다. 어찌나 힘이 센지 꼼짝할 수가 없었다.
"모공자, 모한. 내리라니까요."
"바닥이 더러우니 그냥 가지요."
모한의 말에 이연화는 주변을 내려다보았다. 피투성이로 터져나가다시피 한 촌장이 쏟아낸 피와 오물이 한쪽 바닥에 흥건했고, 반대편에 붉은 옷인지 피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시뻘건 선혈과 살점이 벽과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이연화는 인상을 찌푸렸다.
"당신이 한겁니까?"
모한은 대꾸하지 않고 가벼이 오물을 피해 불당을 빠져 나갔다. 이연화는 어서 땅에 발을 딛고 싶었으나 모한은 나가서도 몇 걸음을 더 걸었다. 골목을 돌아 나타난 방다병과 적비성이 아니었다면 계속 이연화를 들고 걸었을지도 몰랐다.
"이연화!"
방다병이 모한에게 안긴 이연화를 보고 놀라 달려왔다. 크게 다치기라도 했나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큰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눈썹을 꿈틀댄 적비성도 걸음을 빨리 했다. 이연화는 이제는 내려주겠지 하며 몸을 틀었으나 모한은 꼼짝하지 않았다.
"이연화가 많이 다쳤습니까?"
방다병이 팔을 뻗자 모한이 우연인 척 몸을 돌려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났다. 이연화도 방다병도 얼떨떨하게 모한을 쳐다보았다. 모한은 그제서야 이연화를 바닥에 내려두었다.
"벽차지독은 한랭독이라 온기가 필요합니다. 여우의 강독술은 처리했지만 이선생 몸이 차요. 독을 볼 줄 아니 오늘은 제가 봐드리지요."
공손하고 부드러운 말투와 달리 모한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연화의 비밀을 일부 폭로한 셈이 되었다. 이연화는 불에 덴 듯 놀라 모한을 보았고, 적비성의 눈썹도 치켜 올라갔다. 방다병의 얼굴이 창백해진 것은 당연했다. 오로지 모한만이 태연했다.
"벽차..지독?"
방다병이 커드란 눈을 하고 이연화를 쳐다보았다. 충격을 받은 모양새였다.
"벽차지독이라니 무슨 소리야? 지병이 아니라 독이었어? 내력이 삼할 남았다는 것도 그러면 독 때문에..."
"방소보, 진정해. 나중에 말해줄게."
이연화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손사레를 쳤지만 방다병의 표정은 이미 일그러져 있었다.
"저런, 방소협은 몰랐나봅니다. 연형제라 당연히 알거라 여겼는데요."
모한의 말에 방다병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누구를 향한지 모를 실망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이 올라왔다. 적비성은 아까부터 모한을 주시하고 있었다.
"의원도 아닌 자가 의원보다 독을 잘 안다고?"
모한은 적비성을 보며 한 쪽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
"그야 저도 같은 독에 당했으니까요."
이 자는 대체 어디까지 나불댈 셈인지! 이연화는 이러다 모한이 우리 둘이 사이좋게 반인반요라고 고백이라도 할 것 같아 황급히 끼어들었다.
"지금 이럴 시간이 없어.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 여우가 촌장을 조종해 사람들을 제 멋대로 움직이게 부렸어. 여우가 죽었으니 술법이야 풀렸겠지만 사람들 몸에 여우털이 박혀 있을거야."
방다병을 흘끗 보고 상태를 가늠한 적비성이 이연화의 말을 받았다.
"촌장 집에 결계를 쳐서 가뒀어. 수가 제법 많다."
"본체가 죽었다곤 해도 요마의 털이야. 사람들 몸에 들어간 요력을 증폭시키시 전에 제거해야 해."
방다병이 애써 이성을 찾으려는 듯 눌린 목소리를 냈다. 이연화를 보는 눈에 슬픔이 담겨 있었다. 그는 입술을 잘근 씹고 지붕 위로 날아올랐다. 적비성이 말없이 뒤를 따랐다.
이를 어쩐담. 이연화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모한. 방소협은 내가 독에 당한 것도 요력을 가진 것도 모릅니다."
"그런 자와 경맥을 통했다고?"
혼잣말인지 질문인지 모를 모호한 말에 이연화는 모한을 돌아보았다. 말조심 해달라는 의미로 한 말이었으나 모한의 반응은 내용 따위는 관심 없고 이연화와 방다병이 경맥을 통한 사이라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쪽에 가까워서 이연화는 의아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확실히 이 정체불명의 비술사는 일반인과 다른 묘한 구석이 있었다. 비술 실력이 뛰어나고, 정중하게 예를 차리는 것 같다가도 무례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치기도 했다. 여우를 처리한 모양새를 보면 잔인한 구석이 있었으나 저를 대할 때는 손길이 부드러워 속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부드러움 속에는 거칠게 다가드는 미숙한 느낌이 어려있어 그 또한 미묘했다. 어찌 보면 옳고 그름을 모르는 아이의 천진함같기도 했다.
"왜?"
모한의 고개가 한 쪽으로 기울었다. 정말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이,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양새였다.
방다병과 경맥을 통한 이유라. 이연화는 새삼 그 이유를 자문했다.
우연히 연형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세상 인연에 깊이 얽힐 마음이 없어 거절했었다. 반인반요의 몸이라 어찌될지 모른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세상에서 더 버리고 내려놓을 일을 만들지 않고자하는 마음이 컸다.
방다병이 열과 성을 다해 연형제로 있어달라며 진심으로 부딪혀 오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때문에 더욱 거리를 두려 했었다. 그의 연심을 모르는 바가 아니나 앞날이 창창한 방다병은 세상에 미련이 없는 자신이 아니라 생기 넘치고 세상에 속해 있는 이를 만나는 편이 어울렸다. 방다병의 곧은 성품과 선량한 눈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연화는 더는 누군가에게 곁을 내어줄 마음이 없었다. 세상의 흐름과 함께 하기에 자신은 이미 어긋나 있었고, 소중한 이들도 세상의 대의도 무덤에 누워 잠들었으니 더는 찾을 의미 또한 없었다. 때때로 방다병의 다정함에 마음이 쓰이기는 했으나 그 선함은 방다병과 천수를 같이 누리다가 갈 다른 선한 인간의 것이지 제 것이어서는 안되었다.
경맥을 통한 이유는, 오로지 천마왕을 막기 위해서였다. 보옥이나 결계의 일에 관여하려면 천사들과 얽혀야 했다. 자신이 맺었던 매듭이 풀리려 하고 있었고, 이를 다시 맺건 끊어내 불살라 버리건 그 역할을 할 사람은 이연화 자신일 터였다. 그 길의 끝이 죽음이라면 더욱 그러했다. 그렇기에 경맥을 통한 상대가 적비성이었어도 상관 없다고 여겼다.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이상이가 천마왕을 다시 대면할 때는, 상처를 나눠가지는 위험을 안지 않도록 방다병을 끊어내야 할 수도 있었다. 그의 슬픈 눈이 떠올랐지만 그 또한 삶의 한 자락일 터였다.
이연화가 보기엔 그저 모든 것이 우연이었고 흐르는대로 가고 있었다. 천마왕이 다시 등장함에 따라 제 손으로 마무리할 일이 생겼고 잠시 손을 빌릴 만남이 생겼을 뿐이었다.
이연화는 두번째 생과도 같은 이 생의 끝에는 아파할 다른 이가 없길 바랬고 자신 역시 남겨두고 떠날 한이 없길 바랬다. 교완만이 죽고나니 더욱 그런 심경이 되었다. 죽지 못해 살아온 반요의 삶에서 마지막 자유는 제 뜻대로 이 생을 마감하는 것 뿐일 터였다.
이연화는 상념에서 빠져나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저 잠시 스치는 연이 있어서겠지요."
이연화는 무심히 말하고 제 연형제들이 간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이상이는 지붕 위를 날고 하늘을 갈랐지만, 독에 당하고 반요가 된, 별다른 실력 없는 떠돌이 의원 이연화는 미로같은 골목을 걸을 뿐이었다.
모한은 그런 이연화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연화를 감쌌던 장옷를 다시 펼쳤다. 모한은 천천히 이연화에게 다가가 옷을 덮으며 뒤에서 어깨를 감아 안았다. 남청색의 부드러운 비단이 이연화의 몸에 착 감겨들었다.
이연화는 예상치 못한 모한의 행동에 멈칫했다. 기시감이 들어 어깨가 굳고, 그 와중에 어딘가 익숙하고 안심이 되는 느낌에 가슴마저 철렁했다. 이연화를 뒤에서 안은 모한이 귓가에 대고 나직하게 속삭였다.
"한독이라지 않았습니까. 내걸 입어요."
아쉬운 듯 풀리는 팔에 이연화는 모한을 쳐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를 뚫을 듯 쳐다보는 모한의 눈빛을 마주한 이연화는 어색해져 결국 눈길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서둘러요,이연화는 등을 돌렸다. 모한은 제 옷을 걸친 이연화에게서 눈를 떼지 못했다.
*
요력을 강제로 받아들였던 마을 사람들은 여우가 죽자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여우털과 함께 주입한 요력은 그 양이 많지 않아 건강하게 지낸다면 수 달 내에 사라질 것이었다. 미약하게 들어간 독이 문제였다. 이연화는 사람들에게 고약을 나누어 주었고, 방다병과 적비성, 모한은 여우가 심은 털을 몸에서 빼내주었다.
사람들은 촌장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다. 이연화는 촌장의 죽음에 슬퍼하는 이들이 많은 것을 보고 망설였으나 그가 새 몸을 얻기 위해 여우에게 협력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충격과 허탈함에 분노하고, 주저 앉고, 울고, 욕을 해댔다. 몇몇 남자들이 불당에서 들것에 촌장을 들고 나왔을 때, 어떤 이들은 그를 부르며 울었고 어떤 이들은 침을 뱉었다. 하지만 예를 갖추어 촌장의 장례를 치르자고 하는 이는 없었다. 마을을 이 지경으로 만든 죄로 촌장의 시체는 들짐승의 먹이로 들판에 던져질 것이었다.
기운이 남은 장정들은 마을 입구의 풍림촌이라 적힌 나무 기둥을 부수고 뽑아 버렸다. 그들은 입을 모아 다시 예전의 석주촌을 재건해야 한다며 바로 이에 걸맞는 돌기둥을 찾으러 가겠다고 했다. 일부 행동력 있는 사람들이 마을의 상처를 꿰매고 회복시킬 터였다.
“저희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천사님들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모두 죽은 목숨이었을 겁니다. 경황이 없긴 해도 객잔에 좋은 방에서 머무르시고 필요한 것도 모두 드리겠습니다.”
영민해 보이는 젊은이가 벌써 마을 사람들을 대표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서 인사를 해왔다. 너덜해진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눈빛이 총명했다.
“풍림, 아니 이제 석주촌의 미래가 밝겠습니다. 저희는 사정이 있어 도울 수는 없으나 도성에 도착하면 독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되는 약을 만들어 보내겠습니다. 연화루 이름으로 올 터이니 제가 보낸 것으로 아시고 유용하게 쓰십시오.”
“정말 감사합니다, 대인.”
젊은이는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는 다시 사람들 무리로 뛰어갔다.
"동이 트자마자 떠나는게 좋겠어. 필요한 물건은 마음껏 실어가도 된다는군. 수레를 받았으니 지금 움직이지."
적비성이 방다병을 툭 치며 말했다. 물건을 챙기러 가자는 의미였다. 얼이 빠져 있던 방다병이 정신이 든 듯 고개를 들었다.
"이리 와, 방다병."
방다병이 멍하게 있자 적비성은 기어이 그의 팔을 잡아 끌었다. 딱히 챙겨줄 마음은 아니었으나 이연화의 일로 넋이 나간 천기당 소당주가 정신을 차려야 방해가 되지 않을 터였다. 얼이 빠진 와중에도 이연화가 걱정되는지 방다병이 뒤돌아가려 했다.
"이연화, 객잔에 방, 화로가..."
"모한이 알아서 할거다."
객잔으로 향하는 모한과 이연화의 뒷모습을 잠시 눈에 담은 방다병은 다시 적비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섰다.
"너도 알고 있었지? 이연화가 독으로 몸이 아프단거. 아까 놀라지도 않았잖아."
적비성은 침묵으로 동의했다.
"왜 나한테만 말하지 않았을까. 경맥까지 통해놓고. 난 그저 지병으로 몸이 약한 줄로만 알았어."
"들었다고 뭐가 달랐겠냐. 연형제를 포기하고 놔줬을까?"
"병이나 독이나 내겐 같아. 몸이 더 안 좋았다면, 천사가 되지 못하더라도 경맥을 통하고 내력을 주면서 보살폈을거야."
방다병이 성실하게 답했다.
"그래서겠군. 네가 천사를 포기하고 자길 보살핀다고 달려들까봐."
적비성이 화로와 탄을 들어 방다병에게 넘겼다. 작은 수레에 이를 실은 방다병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적비성은 말을 더 보태지 않았다. 이연화의 몸에 요력이 흐른다는 것마저 안다면 방다병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이연화가 요력을 누르고 경맥을 통한 것도 용했다. 적비성은 그가 숨기는 비밀이 더 있으리라 짐작했으나 말하지 않는 사정이 있으리라 여겼다. 방다병도 생각이 많은지 더는 말하지 않고 수레에 먹거리와 담요를 싣기 시작했다.
객잔 주인은 마을을 구한 이들에게 무상으로 방과 음식을 내놓았다. 들르는 이가 적은 마을이라 방이 작고 수도 딱 넷이었다. 조촐한 나무 침상에 탁자와 의자가 전부인 방이었지만 몸을 쉬기에는 충분했다. 이연화의 방 탁자에 술과 음식이 놓였다. 뜨겁게 데운 술을 한 잔 마시면 딱 좋을 것 같았다. 이연화는 모한의 장옷을 벗어 돌려주려 했으나 모한이 굳이 손을 잡아 이를 저지했다.
"그냥 입어요. 비술로 덥혀 옷이 따뜻하니."
모한은 화로를 가까이 가져와 이연화 옆에 놓았다.
"모공자의 비술 경지가 참으로 높은가봅니다."
대부분의 비술사는 필요할 때에만 술법을 썼다. 무공과 달리 지수화풍의 천지 기운을 운용해야하는 비술은 더 많은 내공과 정신력을 요했다. 그러다보니 일상에서 비술을 써 술을 데우고 비마를 부르는 일은 전해지는 이야기에나 등장했다. 그렇기에 술자리에서 여흥으로 학을 부르고 연꽃을 피운다는 비술사 장로들의 일화는 무공 고수의 검무에 준하는 신선 놀음처럼 여겨졌다. 사실 비술은 요력을 가진 요마에게 더 유리했다. 이연화도 반요가 된 후에나 비마를 부릴 수 있었다. 모한도 저처럼 요력이 있고 비술만 수련했다 하니 고수일 터였다. 무엇보다 현월도의 지도를 풀어내지 않았는가.
"요력 덕이겠지요."
이연화는 모한이 따라준 뜨거운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속까지 따스해지는 것 같아 한결 살 만했다. 모한이 둘러준 옷은 과연 비술로 온기를 머금고 있어 화로 없이도 든든할 정도로 따스했다. 실은 모한이 천에 요기를 감춘 요력을 엷게 둘러놓아 이연화의 요력이 진정되도록 수를 써두었다.
“이런 옷이라면 야영도 걱정 없겠군요.”
“제가 필요할거라 하지 않았습니까.”
모한이 부드럽게 웃었다. 이럴 때에는 또 다른 사람 같아 이연화는 그가 종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모한은 화롯불을 살피다가 손가락을 들어 비술로 불을 더 붙였다. 석탄이 발갛게 타들어가며 열기를 더했다. 불티가 튀어 작게 타닥 소리를 냈다.
“반요로 사는 건 어땠습니까?”
모한의 물음에 이연화는 묘한 기분이 되었다. 지난 칠십년 간, 그 누구에게도 반요인 제 존재를 드러내 보인 적이 없었다. 이 사내는 자신 또한 반요라며 아무렇지 않게 다가왔다.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동지이기에 그럴 법도 했으나, 이연화는 이런 일이 너무나도 낯설었다. 그래도, 조금쯤은 말할 수 있겠지. 같은 처지라면.
“글쎄요. 인간에도 요마에도,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으니. 그저 속한 곳이 없다는 기분일까요.”
이연화는 두루뭉술하게 제 삶을 묘사했다. 속한 곳이 없고, 속할 이유도 없어 언제든 떠나도 미련이 없는 삶. 모한은 이연화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네가 속한 곳은 나다, 이상이.
“연형제는 각별하여 속할 곳이 되는게 아니었습니까.”
한낱 인간이 너를 담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몸이 감응하게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어찌 인간이 몸으로만 살겠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이연화의 말에 모한이 작게 웃었다.
너는 내게 올 것이다.
“지금처럼, 몸이 힘들면 마음도 약해지는 법이지요. 그만 쉬세요. 옷은 두르고 자고.”
모한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연화는 그가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모한의 옷 덕분인지 독의 존재조차 잊고 며칠 만에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연화루 성의 이연화 현야 현야상이 방다병 적비성 다병연화 비성연화 모르겠고 그냥 성의가 좋음
+ 오해없게 음슴체 택.
어디에 써야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남김. 삭제했다고 나온 댓글은 들어왔을 때 이미 삭제된 상태였고 뭐지 하다가 실수로 삭-확인 누름. ㅅㅂ 핑거. 댓관리 오해 풀고 싶어 사족 붙임. 증거제출 불가해서 오해해도 도리는 없음..문제시 자삭
+ ㅋ하나도 고맙고 즐거운데 어찌 댓관리를 하겠어.. 정말 아니야 8_8 ㅎㅃ ㄴ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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