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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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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알렉스는 일일히 많은 사람들의 정보를 파악할수없을 위치가 되었다. 그의 기억력은 문제없이 좋았지만 때때로 비서의 도움을 받았다. 우습지만 마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같은 영화에 나오듯이, 귓속말로 일러주는 정보들은 주로 어느소속의 누구라는 말과 함께, 아들이 올해 대학에 들어갔다거나, 아내와 별거중이라던데요. 같은 것들이었다. 가끔 수심이 깊어보이는 사람에게는 사연이 있기마련이었고 알렉스의 머릿속엔 저런. 딱하군. 한마디 정도의 감상이 스쳐지나갔다.
이야길 꺼내지않으시는게 좋겠습니다. 혹은 안부를 물어보세요 라던가 하는 조언에따라 알렉스는 제 앞의 상대에게 인사를 하고 악수를 했다.

그리고 오늘, 알렉스는 누군가 자신을 마주쳤을때, 다른사람들이 전해들을 말에 대해 생각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않은 일이었다.

' 알렉스 클레어몬트 디아즈 의원입니다. '
' 남편이 투병중이라죠, 가볍게 유감을 표하시는게 좋겠습니다. '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곧 새어나갈 그 사실.

알렉스는 버킹엄 궁의 접견실에 앉아 충혈된 눈으로 위스키를 연거푸 들이켰다. 깨어있는지 28시간 째였다.



알렉스는 베아와 이야길 나누고있는 헨리를 바라보았다.
베아는 웃고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밤새 운 사람처럼 부어있었다. 필립과 만난 후의 헨리는 어딘지 홀가분해 보였다.

눈에 익은 버킹엄궁의 접견실은 마지막으로 본게 어제일처럼 선명했다. 창문을 열고, 알렉스와 헨리를 위해 모인 국민들에게 손을 흔들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다.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알렉스가 헨리의 등에 손을 올렸다.

" 여기서 내 손잡고 네 할아버지께 맞서던거 생각나? 젠장. 우리 진짜 어렸었는데. "

" 내가 본 필립의 표정중에 최고였지. "

헨리가 눈을 찡긋했다. 농담을 주고받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지만 알렉스와 헨리는 늘 그랬으니까.
면도하지못한 턱을 쓸며 킥킥 웃던 알렉스는 후들거리는 팔로 앞에 놓인 의자를 꽉 쥐었다. 하얗게 질린 손가락이 의자의 천으로 파고들었다. 그때 몰디브로 도망갔어야했나? 그랬으면, 지금 너는 건강했을까?

헨리의 직위는 공식적으로 해제되었지만 알렉스와 헨리는 여전히 남아있는 켄싱턴 팰리스의 방에 묵게되었다. 내일 캐서린까지 만나고 나면 예정된대로 헨리의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될테다. 당분간, 어쩌면 꽤나 오래 런던에서 지낼 헨리의 침실이었다.

" 왕실에서 허니문을 챙겨줄 줄이야. "

" 다시 왕자된것같아서 별론데? "

알렉스는 하하, 소리내어 웃으며 타이를 풀렀다. 그순간, 알렉스의 눈에 잠옷차림으로 갈아입고있는 헨리의 등이 눈에 들어왔다. 어쩐지 알렉스는, 지금 이순간을 눈에 담아둬야 한다는 직감에 뚫어져라 헨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생각에 숨이 막혔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그 이유까지 닿고 나자 더이상 웃을 수 없었다.
어쩌면 널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니. 그런 무서운 상상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니. 아니, 그런일은 없어야만해.

헨리는 로브를 걸치며, 여전히 알렉스를 위해 쉼없이 농담을 건네고있었다.
알렉스는 맞장구를 치려했다. 마음과 달리 말은 목이메여 먹혀들었고, 자꾸만 갈라져나와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옅어진 웃음소리에 어느새 젖은 숨소리가 섞여들었다.

..Fuck. 꾸며낸 미소가 완전히 사라진 알렉스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다리에 힘이 풀린 알렉스가 침대아래 주저앉았다. 헨리가 조용히 다가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를 악문 사이로 알렉스의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울음은 그치지 않고 커져 상처입은 짐승처럼 꺽꺽대는소리가 침실을 무겁게 채웠다.

"..이럴순 없어 헨리. 말도안돼. "

" 숨 쉬어 알렉스. 괜찮아. "

헨리의 손이 등허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알렉스는 뿌옇게 흐린시야로 고개를 저으며 눈물 범벅인 얼굴을 헨리의 품에 파묻었다.
알렉스가 두번째로 무너져내린 밤이었다.




알렉스가 헨리의 검사결과지를 받아든건 일주일 전이었다. 몇번이고 눈을 크게뜨고 들여다봐도, 바뀌는건 없었다. 헨리의 아버지와 같은 병이었고, 2기였다. 아서가 그렇게 미울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제임스본드. 알렉스가 사실을 알게된 거의 동시에, 그러니까 다음날 아침 재선 불출마 선언 기사가 나갔다.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이라 불행중 다행이라 여겼다. 

알렉스는 거의 공포로 제정신이아니었다. 올스탑이 걸린 일은 제쳐두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헨리를 살릴 방도를 찾았다. 헨리 앞에선 절대로 호들갑을 떨거나 죄책감을 안겨주지않으리라 꾹꾹 참았지만 알렉스는 속으로 거의 매일 절규하고있었다.

너무 무서워. 못하겠어. 헨리.
난 대체 어떻게 해야해? 아무것도 모르겠어.



.

함께 마지막으로 긴 휴가를 보낸건 3년전이었다. 그당시 노견이었던 데이비드를 안고 해먹에 잠들어있던 헨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햇빛아래 빛나던 금발, 데이비드를 쓰다듬는 손가락, 미소, 향기와 체온까지. 아이를 입양한 미래라던가 흰머리가 난 서로의 얼굴을 상상하며 휴양지의 칵테일잔을 부딪히던 순간이.. 이제는 먼 옛날 같았다.

헨리의 병세는 급물살을 탄것처럼 빠르게 진행되었다.
구토를 받아내거나 간병을 하는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헨리가 비명조차 지르지못하고 침대를 구르며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것도 괴로웠지만 발병사실을 알기전에 했던 대화가, 그가 헨리를 외롭게 했다는 사실이 떠오를때마다 알렉스는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시간을 돌릴수만 있다면..그 진부한 후회의 말을 수백 수천번 되뇌였다. 저를 바라고 그리워했다던 헨리를 혼자 둔 스스로를 용서할 수 가 없었다.

헨리는 치료가 진행될수록 하루가 다르게 야위었다. 수술을 가능케 하려면 어쩔수없는 수순이었다. 독한 약에 망가져가는 헨리를 지켜보며 알렉스는 침착하려 무진 애를 쓰고 이를 악물었다. 가끔 알렉스는 노라의 품에 안겨 몇시간이고 울었고, 틈틈이 전화해 그와 헨리의 안부를 묻는 엘렌과 오스카에겐 그저 담담히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상태가 좋을때의 헨리는 산책을 조금 하거나 알렉스의 요리하는모습을 지켜보고 음식을 맛볼 수있었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베아와 캐서린은 예상했지만 알렉스는 필립의 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거라 예상 못했다. 그 모습은 비현실적인만큼 진짜였다. 알렉스에게 닥친 현실만큼 차가운 진실. 물론 모두 헨리앞에선 의연한 얼굴로 즐거운 이야기만을 하려고 노력했다. 가족들과 알렉스의 마음과 달리 헨리는 점점 마지막을 생각하는것같아 불안했다. 헨리가 왕실측 변호사와 만나 유언장을 업데이트한 날, 단순히 법적절차임을 알면서도 알렉스는 야속한 마음에 반나절동안 그를 보지않았다. 만약 내가 잘못되더라도- 헨리가 그렇게 당부의 말을 꺼내면 알렉스는 벌컥 화를 내곤했다. 절대로 그럴일은 없다고. 무조건 나을거라고. 여태까지 치료 예후도 좋다는 의사의말을 거듭 반복하며 고갤 저었다.

밤이면 진통제로 편안해진 헨리가 알렉스의 품에 안겨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지난번 퍼시가 들렀을때의 이야기, 어린시절 알렉스의 버릇, 파리 여행 때 먹었던 디저트, 아서와 헨리의 추억, 다 나으면 같이 여행가봐야 할 곳들, 알렉스가 첫 선거에 당선되었을때의 이야기.. 대화의 방향은 끊기지않고 여기저기 흘러다녔다. 하지만 쇠약해진 몸은 그리 긴 시간을 허락하지않았다. 대화 도중 스르륵 잠에 빠져든 헨리의 말소리가 끊기면 알렉스는 가만히 그의 몸에 귀를대고 심장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제 연인의 목숨이 언제까지나 영원하기를 간절히 빌었다. 사랑해 헨리. 잠든 헨리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알렉스는 몇번이고 속삭였다. 아무리 말해도 부족할것같았다.


.


소파에서 졸고있던 헨리는 알렉스의 입맞춤에 잠에서 깨었다.

" 기분은 좀 어때. "

" 아주 좋아. "

수술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부드럽게 미소지은 헨리가 알렉스의 품을 파고들었다. 헨리는 배부르도록 먹은 약과 진절머리나는 키모 테라피에도 그닥 기분이 나쁘지않았다. 며칠전 퍼시와 함께 드라이브를 다녀온 헨리는 당분간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쉬어야했다. 그렇지만 온종일 집에있자면 좀이 쑤시는게 사실이었다.

" 듣고싶은 곡 있어? "

몸을 일으켜 피아노 앞에 앉은 헨리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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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다 좋아. "

슈베르트? 눈썹을 들어올리는 알렉스에 헨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케이크 아이싱의 달콤한 맛은 기억도 안날정도로 희미했다. 알렉스와 헨리는 요즘같이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낸적이없는것같았다. 종종 저를 과보호하려드는 알렉스때문에 말다툼을 하기도 했지만, 헨리는 더이상 바랄것이 없었다. 모든 시선끝에 알렉스가 있었다. 



.



헨리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베아와 퍼시가 번갈아 알렉스의 곁을 지켰다. 수술 경과를 설명하는 의사가 물러가고, 알렉스는 아직 의식이 없는 헨리의 이불을 꼼꼼히 정리하고 살피며 주절주절 쾌활하게 말을 건넸다.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 우리는 이겨낼거야. 넌 나아서 건강하게 살거고. 네가 말했던것처럼 네 역사에 나는 평생 함께할거니까. "

알렉스는 깍지낀 손을 끌어와 입을 맞췄다.
손마디가 앙상해 더이상 결혼반지가 꼭 맞지않고 헐렁했지만,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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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될거야 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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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테잨닉갈
알렉스헨리
레화블

ㅂㄱㅅㄷ였던것? https://hygall.com/579905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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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9 22:14
ㅇㅇ
다 잘 될 거야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 헨리 어서 일어나ㅠㅜㅠㅜㅠㅜㅠㅜㅠㅠㅜㅜㅠㅜ
[Code: 7ba5]
2024.04.09 22:19
ㅇㅇ
담담한 헨리 너무 가슴 아파..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 알렉스 티 안내려고 하지만 한 번씩 무너지는 거 나도 같이 무너져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ㅠㅜ
[Code: 7ba5]
2024.04.09 22:15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헨리 말라가는 거 너무 안타깝고 알렉스 후회하는 것도 미어진다..ㅠㅠㅠㅠㅠ
[Code: 40df]
2024.04.09 22: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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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걍ㅠㅠㅠㅠㅠ존나 마음이 힘들다...ㅠㅠㅠㅠㅠ아픈 헨리도 너무 맘아프고ㅠㅠㅠㅠㅠ남겨질 사람들도 너무 슬퍼ㅠㅠㅠㅠㅠㅠㅠㅠ다들 헨리 앞에선 의연한 척 하지만 사실 무너지고 있는 거ㅠㅠㅠㅠㅠㅠㅠㅠ아ㅠㅠㅠㅠ나까지 죽을 것 같음ㅠㅠㅠㅠ지금 이 순간을 눈에 담고 기억해야만할 것 같은 직감<<<이거 진짜 어떻게 안 울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71f2]
2024.04.09 22: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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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알렉스 뒤에서 무너지고 앞에선 웃고있는거 너무 맴찢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둘 아파하고 속상해하는거 할만큼했으니 이제 행복해져야한다(ᵕ̣̣̣̣̣̣﹏ᵕ̣̣̣̣̣̣)(ᵕ̣̣̣̣̣̣﹏ᵕ̣̣̣̣̣̣)(ᵕ̣̣̣̣̣̣﹏ᵕ̣̣̣̣̣̣)
[Code: 9f8e]
2024.04.09 23: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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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잘될거야 뭐든 잘되야만 해… 그냥 저는 괴로워서 가섬만 벅벅긁는붕붕이가 되벌여요 센세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000]
2024.04.10 00:34
ㅇㅇ
모바일
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헨리 나아야만 ㅠㅠㅠㅠㅠㅠㅠㅠ 아서도 이렇게 아들을 보고 싶진 않을 거야 ㅠㅠㅠㅠㅠㅠ
[Code: 2d39]
2024.04.10 17: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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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발 살려줘요..센세..😭😭😭😭😭😭😭
[Code: 507d]
2024.04.15 21: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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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센세ㅠㅠ 해피엔딩 해조ㅠㅠ 아서랑 같은 병으로 죽는 건 너무하자나여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센세ㅠㅠㅠㅠ흐어엉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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