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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동오명헌 여럿이 농구할 떈 평범하게 왁자지껄 장난치는 사이인데 둘만 남으면 갑자기 이상한 섹텐 팽팽해져서 그게 뭔지도 잘 모르고서 남고생 둘이 뚝딱뚝딱 어색하지만 달콤쌉싸름하게 썸만 1년 내내 타다가 
2학년 올라가자마자 누구누구가 입학하면서 이명헌이 유일하게 1학년 주전 경험 있는 애란 이유로 거의 걔 전담처럼 붙어버리는 바람에 한참 잘 이어지던 흐름이 이상하게 삐걱삐걱 틀어지고 끊겨버리는 봄
양쪽 모두 이게 무슨 감정인지 우리가 무슨 사이인지 뭐라 정의내린 사이가 아니라서, 최동오 걔가 다른 애 옆에 붙어 예의 그 뚱한 표정으로 고요하게 짜증내다 웃고 어이없어 하다 또 웃고 어르고 달래다 혼내다 그러다 또 웃고 그러는 거 멀찍이서 보면서도
뭘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감도 못 잡고...이게 무슨 기분인지도 잘 모르고...벤치에 앉는 게 이유없이 조바심이 나서 매일 몸이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더 뛰는데도 자꾸만 멀뚱멀뚱 기숙사 천장 무늬 세다 잠 설치는 날만 늘어가고...
그러다 찾아온 여름의 어느 날, 절정에 달한 훈련 강도 때문에 다들 그렇듯 최동오도 거하게 한 번 게워내고 수돗가에서 입 헹구고 왔더니만 어째 듬성듬성 빈 자리가 잔뜩 보여
유일하게 하나 남아있던 A팀 2학년 김낙수 저랑 눈 마주치자마자 세상 다 산 눈빛으로 졸라 불쌍하단 표정 짓는데, 거기에 갑자기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반사적으로 다급하게 이명헌 동그란 머리통 찾아 빈 자리 훑다가 사라진 멤버가 누구누구인지 확인하고 주저앉아 무릎에 얼굴 파묻는 최동오
같이 도망가고 싶었냐면 그건 아닌데, 누가 옆구리 찔렀어도 남아서 죽어라 훈련 했을 거였는데, 그런데...이명헌이랑 같이 사라진 머리통 중에 멋부린 투블럭 빡빡머리 하나가 섞여있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뭐가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어서
보지도 않았는데 걔가 징징 우는 소리하는 걸 어이없이 바라보다가 피식 웃곤 자기보다 반 뼘은 더 큰 애 손목 붙잡고 이끌어 담벼락 너머로 척척 사라지는 이명헌을 꼭 제 눈으로 본 것만 같아서.
그날 밤 늦게 탈주멤버들이랑 같이 뒤지고 혼나고 질질 끌려들어오면서도 그새 그걸 언제 또 챙겼는지 시내 편의점에서만 찾을 수 있는 자두맛 젤리, 최동오가 좋아한다고 했던 그거 꼬깃꼬깃 체육복 바지 주머니에 고이 모셔온 이명헌
밤중에 조용히 최동오 기숙사 방문 톡톡 치고 문 열리길 기다리다 기다리다 열리지 않는 문에 가만히 걸어놓고 가는데도 아침에 봉투 발견한 최동오 그거 한참 내려다보다 꺼내지 않고 그대로 문 닫고 복도 지나가
사흘을 거기 그렇게 걸려있다 더운 여름 날씨에 진득하게 녹은 젤리 누군가 발견하고 치울 때까지 미묘하게 틀어진 둘 사이처럼 달랑달랑 불쾌하게 단내만 풍기다 시작도 못하고 버려지는 여름 동명 상상...


동오명헌 약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