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89636054
view 5743
2024.04.01 18:59

IMG_0778.JPG

그러니까, 허니는 이 초코푸들이 왜 제 앞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지 영문을 몰랐음. 너는 풀떼기를 먹고 수영이 되냐, 종알종알거리면서 자기가 챙겨온 방울토마토같은 걸 자꾸 자기 샐러드에다가 올려주는 이유를 알 리가 없었음.


허니는 지난주 금요일에 학교에서 돈 많기로 유명한 샐리네 집에서 하는 파티에 억지로 끌려갔음. 애초에 허니는 수영부라 치어리더인 샐리와 어울리는 부류도 다른데도 끌려간 이유는, 순전히 샐리의 친구 제스가 저와 친해지고 싶어하기 때문이었음. 옷이라곤 죄다 운동복 아니면 기본 착장 뿐이니 흰티에 청바지, 그리고 엄마가 아마도 작년 봄에나 사줬을 가죽자켓을 걸치고 갔겠다. 


허니가 샐리와 제스에게 얼굴을 비추고, 관심도 없는 연예인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잠깐 마실 것 좀 가지러 가겠다며 탈출할 타이밍을 잡던 참이었음. 괜히 차에 겉옷을 벗어뒀다 생각하며 아직은 제법 쌀쌀한 탓에 팔을 쓸어내리고 있었는데.



"야, 사람 빠졌어!"



"타일러 미친놈. 꼴보기 싫다더니 진짜 빠트리냐."



들어올 때 이렇게나 깊고 큰 수영장이 집에 있다니 역시 부자는 다르다, 하며 혀를 내둘렀던 수영장에 누가 빠져있었음. 허우적거리다가 나올 거 같았는데, 다리에 쥐라도 난 건지, 수영을 못하는 건지 좀처럼 나오질 못하고 있었을 듯. 아무도 구할 생각이 없어보이기에 허니는 근처에 핸드폰만 빼두고, 수영장에 뛰어들었겠다.


헤엄쳐서 가까이 다가가보니 아는 얼굴이었음. 오마르 루드베리. 유럽에서 왔고, 노래를 잘해서 SNS에서도 유명할 뿐더러 예쁘장하고 잘 꾸미는 탓에 인기가 많아 고깝게 보는 무리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 무리가 밀기라도 한 모양이었음. 허니랑은 과학과 문학, 수업이 딱 두 개가 겹치는 그런 어색한 사이.


숨을 못 쉬고 있는 탓에 허니는 익숙하게 인공호흡을 실시했음. 좀 있다가 물을 뱉어내며 깨어난 걸 확인하고, 조금 정신이 없을 뿐 멀쩡한 걸 확인한 허니는 주변에 부탁해서 받은 큰 타월을 둘러줬겠다. 파들파들 떠는 게 꼭 물에 젖은 강아지 같아서 안쓰러운 감정이 들었을 듯.



"괜찮아? 나 지금 갈 건데 내 차 타고 집에 갈래?"



재생다운로드0407b6ac933d563b4248f124358b1d6a.gif
"... 응. 고마워."



"잠깐만.. 샐리, 농구부 타일러가 밀었다고 하는 거 내가 들었거든? 문제 있으면 걔 넘기면 돼."



허니는 자기 파티에서 말썽을 일으켜 화가 나있는 샐리에게 넌지시 말하고는 오마르의 팔을 잡았음. 제 차로 데려가 히터를 틀어주곤 조수석에 앉으라 하자 젖을까봐 미안한 눈치를 보이며 꺼려하기에 방수시트니까 걱정말라며 어깨를 으쓱였겠다.



"... 티셔츠 여유분 있는데 갈아입어."



"괜찮아, 너 입어."



"나도 갈아입을 거야. 남아도는 거니까 걱정 말고. 트렁크에 다섯 벌쯤 있어."



허니는 오마르에게는 저가 입는 수영부 단체 티셔츠 한벌을 건네줬음. 대충 봐도 맞을 것 같았음. 어려서부터 수영을 해서 벌어진 허니의 어깨와, 낭창낭창한 오마르의 어깨는 비슷해보였으니까. ... 아닌가, 내가 더 넓은가.



재생다운로드tumblr_6a23ce588f0e8fdd079a73213b48844f_4264cb26_540.gif
"그... 나는 오마르 루드베리야."



"알아. 너 나랑 과학이랑 문학 수업 같이 듣거든. 난 허니 비."



"나도 알아. 너 수영 엄청 잘한다며.. 오늘 구해줘서 고마워. 나는 수영 못하거든."



브라탑을 안에 입고 있어서 가릴 게 없는데도 오마르는 시선을 피했고, 허니는 티셔츠를 잡아내리며 씩 웃었음. 어색한 데는 웃음만한 게 없으니까. 아까 들은 주소를 설정해놓고, 평소에 남들 태울 때만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틀어 적막을 떼웠겠다. 애초에 어려서부터 운동밖에 안하기도 했고, 이미 파티에서 사회성을 다 쓰고 온 터라 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음.


오마르를 내려주고 허니는 집으로 가서 씻고 뻗었음. 항상 열시에 자서 다섯시에 일어나는데, 열두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음. 그러니까, 친구가 닦달해서 만들었고 한달에 한번 볼까 말까한 인스타 계정을 들여다 볼 리가 없었겠지. 



재생다운로드오마르루드베리.gif
"저기, 비. 이거... 옷 빌려준 거 고마워서."


 

"... 어, 나 이거 좋아하는데."



"지금 안 먹어?"



"아, 이따 먹을게. 나 대회 때문에 식단관리 중이어서... 고마워."



"너 왜 디엠 답장 안해?"



"... 디엠?"



"인스타그램. 내가 금요일에 메세지 보냈는데."



"아, 나 인스타그램을 잘 안해서 못 봤어... 미안."



재생다운로드Animation16.gif
"음... 그럼 번호 줘."



핸드폰을 대뜸 내미는 통에 허니는 얼떨결에 제 번호를 입력했음. 히히 웃으면서 제 번호를 저장하는 이 남자애의 모든 것이 당황스러웠음. 학교에 저렇게 스팽글이 많이 달린 예쁜 옷을, 입고 온다고...? 허니라면 생각도 못할 옷이었음. 무엇보다 겹치는 건 과학이랑 문학 수업 밖에 없는데, 뭐 번호까지 받아갈 일이 있나 싶었음. 


그날부터 오마르가 주구장창 아주 틈만 나면 나타날 거라곤 생각도 못했음. 수업시간에 대뜸 옆에 앉는 것도 모자라 점심도 같이 먹었음. 이젠 아예 허니라고 불러가며 예쁘게 웃어대기까지 했음. 친구도 많은 애가 왜 굳이...? 처음엔 고마워서 그러는 줄 알았는데, 허니가 파트타임으로 주말에 일하는 수영장까지 나타났을 때는 조금, 아니 사실은 많이 놀랐겠다.



"허니, 나 수영 가르쳐줘."



"... 나 여기서 일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제스한테 물어봤지. 끝나고 나랑 밥먹으면 안돼?"




"... 그거야 문제 없는데. 너 안 바빠?"



"바쁜데... 너 원래 이렇게 눈치가 없어?"



"엄청나게 좋진 않지만 없진 않아..."



"그런데 왜 모르지?"



"내가 뭘 모른다고 그래..."




재생다운로드IMG_0770.GIF
"내가 왜 수영까지 다니겠어. 당연히 너 좋아하니까 같이 있으려고 그러지, 바보야."



너 눈치없단 말에 허니는 시무룩해져있다가,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와 귀가 빨개졌겠다. 예쁜 애가 작정하고 예쁜 표정을 짓는 것도 모자라 너 좋아한다고 폭탄발언을 하는 바람에 두 번 놀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허니를 보고, 오마르는 얘 진짜 몰랐나보네. 싶어 웃었음. 뚝딱거리다가도, 강습에 들어가자 허니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한시간 내내 성실하게 오마르를 가르쳤음. 강습의 일환으로 다리를 받쳐주고 팔을 잡는 건데 왜 설레는 건지,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 허니가 혼내곤 했음.



물기가 덜 마른 머리에 말간 얼굴을 하고 퀘사디아를 우물거리는 허니를 빤히 바라보자, 허니는 제 얼굴에 뭐가 묻었다고 생각한 건지 티슈로 제 입가를 닦았음. 오마르는 괜스레 장난을 치고 싶어져 손을 뻗어 아무 것도 묻지 않은 입가를 엄지로 문지르고, 제 입에 넣었겠다. 눈이 잠깐 휘둥그레졌다가 티내지 않으려 다시 먹는 것에 집중하는 허니를 보고 웃음이 터질 뻔한 걸 꾹 참았을 듯.



버블티를 마시며 산책하다가 자연스럽게 잡은 손에도 허니는 움찔하긴 했어도, 내치지는 않았음. 아예 깍지까지 끼면 그대로 바닷가에 뛰어들어 도망칠까봐 꾹 참았음. 산책하는 내내 붉어진 귀를 보는 것도 재밌었을 듯. 조금 익숙해졌는지 제 손을 잡고도 종알거리는 것도 귀여웠고. 차 수리를 맡겼다는 핑계를 대며 오마르가 집에 데려달라고 하자, 전형적인 개수작인 걸 모르는지 허니는 끄덕거렸음.



네비게이션 최근 목적지에는 딱 네 군데가 떴다. 허니의 집, 학교, 수영장, 오마르의 집. 물어보지 않아도 파악되는 생활 패턴에 슬그머니 웃으며 제 집 주소를 꾹 눌렀음. 오마르는 제 핸드폰으로 노래를 틀어도 되냐며 제 폰 블루투스를 연결했음. 아무 것도 모르고 노래 좋다며 희희 웃고 있는 허니를 보고 저도 그치, 하며 맞장구를 쳤음. 



오마르의 집에 도착하자, 창문을 내리고 학교에서 보자며 해맑게 손을 흔드는 허니를 보고 오마르는 씩 웃으며 차창에 기댔음. 뭐 두고 갔나,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을 허니에게 툭하고 말을 던졌겠다. 오늘의 마지막 한방을 날릴 차례였으니까.



재생다운로드20240331_213049.gif
"허니,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우리 오늘 친구끼리 논 거 아니고 데이트한 거다?"



허니는 스스로도 얼굴이 빨개졌을 거란 생각에 고개를 홱 돌리고 너 빨리 가, 하고 오마르를 재촉했음. 얼굴 색깔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게 거울에 비치는 걸 모르는지, 그런 허니를 구경하다가 오마르는 조심히 가라며 돌아서서 집에 들어가 한참을 웃었겠다. 운동밖에 모르는 쟤가 왜 이렇게 좋은지. 아까 바닷가 걷기 전에 쌀쌀하다니까 차에서 꺼내준 후드티를 들어 냄새를 맡았음. 달달하면서도 포근포근한 향이 나고 있었을 듯.



허니는 오마르가 들어가고 나서 두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음. 진짜 너무한다. 오마르처럼 예쁘장하고 키 차이도 얼마 안나고 낭창낭창한 타입보다는, 건장한 저보다 어깨도 넓고 키도 크고 그런 타입을 좋아해서 그저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고 방심했다가 엄청나게 당했다 싶었음. 이씨. 예쁜 놈이 지 예쁜 거 아는 게 젤 재수 없는데, 쟨 희한하게 재수없지가 않았음.



허니는 괜히 차 안이 더워져서 집까지 창문을 열고 운전했겠다. 












오마르너붕붕 오마르 루드베리

2024.04.01 19:35
ㅇㅇ
모바일
오 달달해
[Code: ee58]
2024.04.01 19:47
ㅇㅇ
모바일
센세 저 충치 생긴것 같은데 어나더 주세요
[Code: 9afd]
2024.04.01 21:53
ㅇㅇ
모바일
아 설레서 당뇨걸릴것 같아 어나더가 날 치료해줄것 같아 센세
[Code: 28b5]
2024.04.01 23:39
ㅇㅇ
모바일
하 개설레
[Code: 70a7]
2024.04.02 17:03
ㅇㅇ
모바일
하 세상에 너무 행복해
[Code: 6654]
2024.04.12 07:29
ㅇㅇ
모바일
좋다...
[Code: 7a37]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