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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8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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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딸. 하는 부름에 가방끈 쥐고 있던 허니 잽싸게 고개 돌렸음. 마당에 자리 잡고 앉아있는 클리프 보자마자 반색했지만 얼른 갈무리 할 거임. 클리프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고, 허니는 그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아빠한테 연락 못 받았는데..."
"네 아빠 촬영 중이라."

너 밥 먹이래서. 클리프 말에 허니 아... 하곤 가방만 두고 나올게요... 라면서 쭈뼛쭈뼛 집으로 들어가겠지. 가방만 두기는 무슨, 그새 허겁지겁 옷도 갈아입고 나오면 숨 벅찰 정도인데 그 모습에 클리프 입꼬리 한 쪽만 끌어올리곤 물고 있던 담배 비벼 끌 거임.

"천천히 해. 어디 안 사라져."

라는 클리프 말에 허니 잠깐 입술만 깨물고 얼른 아닌척 했음. 거짓말. 속으로 그 말 뱉으면서는 잠깐 검은 눈 가라앉았겠지.

허니는 어느샌가부터 클리프를 향해 삼촌이라고 부르지 않았고, 클리프도 그걸 알고 있었는데. 허니 미들스쿨 들어가면서 클리프한테 멋도 모르고 고백했다가 하이스쿨 입학할 때까지 몇 년 간 클리프의 그림자도 못 봤던 거지.

뭐 하나 틀어지면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사람. 그래서 이젠 클리프 눈 밖에 안 나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었으면.

근데 지금 입고있는 사자 티셔츠, 허니가 초등학교 수학여행 가서 사온 기념품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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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이다. 허니가 느낀 첫인상이었겠지.

허니 친구(이하 B)는 만만한 너드인데 얘 아빠가 너무 북극곰수인이라 놀랐음. 게다가 본인을 영 탐탁치 않게 대하는 저 표정을 모르진 않아서. 허니 그냥 여우처럼 부러 웃어보이며 친구 뒤따라 방으로 쏙 들어가곤 했음.

벤저씨는 허니가 보통 애는 아니라는 거 단박에 알았을듯. 본인에게 박히는 눈빛이나 은은하게 풍기는 연초향을 모를 리가.

"더 늦어지면 부모님께서 걱정하시지."
"괜찮은데. 저 엄마 아빠 없어서."

허니 상냥한척 하는 미소 띄우고 있었고 벤저씨는 앞머리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이마에 빠직 하나 생겼음.

사실 허니랑 B는 전혀 친하지 않음. 허니는 동네에서 꽤 이름 날리는 양아치 과였으니까... 낙방 위기였던 허니가 팀과제에서 우등생 하나 물고 점수 채우려는 심산인 거였지.
딱 보기에 부잣집 아들놈 같아서 모른척하고  따라왔는데. 집 외관이 휘황찬란하진 않아 눈 가늘게 떴지만 내부 들어오니 놓인 가구들하며, 아빠랑 둘이 사는 것치곤 크고 넓고 많은 방들 하며... 허니 남몰래 눈썹 들썩였음.

그리고 벤저씨가 느낀 허니 첫인상은 꾀 많은 여우였으면.














빵발너붕붕 클리프너붕붕 벤저씨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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