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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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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스케는 어느정도 명망있는 중견기업 회장의 손자로 사업을 물려받을 예정인 금수저 ㅇㅇ
근데 재산도 존나 많고 회사도 큰데 본래 검소하고 꼰대 그 자체인 회장에게 휘둘려 사느라 요스케는 하루하루 정신도 없고 삶이 재미도 없음 연애라도 하고 싶은데 2세인 요스케가 추문에 휩싸이거나 놀러 다니는 걸 못 보는 회장님 성질을 거역 못해서 반강제로 청렴하게 삼 ㅋㅋㅋ

물려받을 회사가 막 그렇게 큰 것도 아니고 본인도 회장님 뒷빽에 능력이 있어 전무이사로 앉아있긴 하지만 인생이 재미가 없으니 깊게 교류할 만한 사람도 없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것같은 인간이며 주변은 비즈니스적 관계로 둘러싸여져 있지….
하지만 요스케는 야망남이었다 이 회사를 중견기업 이상으로 키우고 싶다는 욕망, 더 많은 재산,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는 남자였음 꼰대 그 자체인 회장님은 늘 헛짓거리 하지 마라, 돈은 버는 거지 쫓는 것이 아니다 등등 주옥같은 명대사로 요스케를 옭아맸지만 오히려 요스케는 그 때문에 욕구불만에 시달리고 있었으면 좋게따





한편, 요스케와 아다치가 처음 만났을 때는 프라이빗 룸이 있는 고급 술집에서였음
욕심이 덕지덕지 붙은 외모에 야쿠자 출신 회장의 B그룹이라는 회사는 카지노, 대부업, 건설업,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 나름 건실한 중견기업이지만… 외형상으로만 제대로 된 기업이지 사실은 폭력조직으로부터 시작한 근본없는 집단이기에 실상은 매우 살벌하고 천박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안다
아다치는 그러한 조직의 우두머리인 회장의 옆에서 실질적인 PB(Private banker) 역할을 하는 비서로 일하고 있었음

근데 의외로 요스케는 아다치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 이 근본도 없는 폭력조직을 지휘하던 회장은 그다지 그릇이 크지 않은데 욕심만 넘치는 폭력배였지만 어떠한 계기로 아다치가 그의 옆에 붙고 나서 이렇게까지 회사가 크게 성장한 거임
물론 아직도 무서운 속도로 커지는 중이고….
항간에 떠도는 소문으로는 “아다치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더라”, “그가 하는 말은 악마의 유혹이다“, “그를 가지면 재물이 따른다” 등 말도 안 되는 평가들이 돌고 있었지만 요스케는 믿지 않았지
근데 만나는 보고 싶었음 ㅋㅋㅋ 대체 뭐 하는 놈이길래 이런 대단한 꼬리표들이 붙나 싶기도 하고
이러니 야쿠자 출신 회장의 미팅 제안에 응한 건 사실 아다치를 한번 실제로 보고 싶었던 이유가 다였다



실제로 보게 된 아다치는 생각보다 평범한 인상이었지
뭔가 빈틈없고 냉혈해 보이는 비즈니스맨일 줄 알았는데 스타일도 수수하고 생김새도 동글동글하니 꽤 귀여운 얼굴을 지닌 남자였어서 의외라는 생각은 들었음
다만, 멍이 든 건지 뭔지 한쪽 뺨이 유독 붉게 물들어 있고 입술은 터져 있는 거임… 누가 봐도 한 대 맞은 것 같은 모양새인데 아다치에게 함부로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그가 모시고 있는 중인 회장뿐이겠지
왜 저런 대접을 받으면서까지 붙어 있는 거야…? 본인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닐 텐데 뭔가 큰 약점이라도 잡혔나 싶고

그렇게 아다치에게 정신이 팔려 있던 요스케, 틈틈이 자신을 좇는 요스케의 시선에 아다치 또한 무감정하게 눈을 마주치기는 했지만 별다른 스파크가 튄 것도 아니었으나 요스케는 내심 당황했었다
새카만 눈동자는 너무도 선명하게 반짝였고, 그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왠지 끔찍한 치부를 들킨 것마냥 괜히 속이 막 찔리고 그러는 거임 말 그대로 꿰뚫어보였다는 느낌?
뭐, 아다치는 그냥 야쿠자의 옆에서 말없이 있을뿐이었지만….
야쿠자가 요스케한테 만나자고 한 건 다름이 아니라 본인 사업에 투자를 부탁하기 위해서였음 그러면서 다른 유명 연예인이나 기업가 몇몇도 투자를 하기로 했고, 외국계 인사들도 영입했다느니 뭐니 하면서 주둥이를 터는데 요스케도 바보가 아니라 애초의 그의 말을 안 믿었지
대충 예의상 반응만 해 주며 “생각해 보겠다”, “좋은 제안이네요” 등 완곡하게 돌려서 거절하던 와중… 야쿠자는 자신의 사적인 전화를 받기 위해 잠시 급하게 밖으로 나가 버리고 졸지에 아다치와 요스케 둘만 남게 됐음 ㅋㅋㅋㅋ

숨 막히는 어색함,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아다치와 그런 그가 너무나도 궁금한 요스케… 결국 참지 못하고 정적을 깨 버린 건 요스케였음


“아다치라고 했었죠? 당신의 주인께서 꽤 재밌는 일을 벌이시려는 것 같군요.”

“….”


속을 알 수 없는 무표정으로 빤히 요스케를 바라보는 아다치와 내심 긴장되는 요스케, 나이도 지가 더 많고 경험도 자기가 더 많으며 사회적 지위도 지가 더 높은데 왜 눈앞의 순둥하게 생긴 남자에게 긴장을 느끼는지 모를 일이었음
아무런 말 없이 그저 요스케와 잠시 시선을 마주치다 이내 눈을 까는 아다치에 요스케는 다시 말을 걸어 보았지


“회장님보다 당신의 추천이 더 정확할 것 같은데. 내가 이 사업에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막대한 수익을 보장한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믿을 근거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습니까?“

”… 막대한 수익을 보장한다는 건 거짓이 아닙니다.“

”어째서죠?“


드디어 아다치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음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목소리였지만 딕션은 또랑또랑해서 귓가에 쏙쏙 잘 들어오는 묘한 힘이 있었지
요스케는 본인이 물은 질문의 답보다도 아다치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어져서 바로 반문을 때렸지 좀 더 길게 말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오직 돈을 좇는 사람들을 위해 설계된 ‘작전’이기 때문이니까요. 목표를 향해 사다리를 놓고, 오르는 방법, 고점에 달했을 때 사다리를 걷어차기까지의 단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요스케를 물끄러미 마주본 아다치가 천천히 수익 구조의 설명을 하기 시작했음 일을 벌이는 사람은 야쿠자 한 명뿐만이 아니라 몇 명 더 있었던 모양이었지
아다치는 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기업을 살폈다고 했음 실제 매출이나 기업 가치 대비 가격이 싼 주식을 분할매수해서 제대로 된 가치를 얻을 때까지 끌어안는 건데, 말만 들으면 평범한 주식 투자 방법 중 하나임
하지만… 아다치의 말을 집중해서 잘 뜯어보면 사실상 통정매매를 설명하고 있는 거였음 결국 고액 자산가들이 뭉쳐 특정 주식을 사들이면 결국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고, 냄새를 맡은 개미들이 들러붙으면 고점에서 털어 버린다는 내용…


“듣고 나니 막대한 수익이라는 말은 거짓이 아니네요. 하지만 위험성도 만만치 않게 큰 것 같은데요. 특정 주식의 주가가 갑작스럽게 급등하게 된다면 쉽게 주가조작임을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기업 가치 대비, 가격이 낮은 주식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런 경우는 재무적으로는 건실하나, 오너 일가의 상속이 얽혀 있는 등의 이슈가 있고요.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 상속세나 증여세도 불어나니까요.“

”뭐, 그런 기업을 상대로 주가조작을 시도한다는 발상은 신선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라요. 작전 세력이 될 만큼의 안전성이라고 할까.”

“꼬리가 길면 잡히기 쉬우니까요. 따라서, CFD 계좌를 활용합니다. 현재의 CFD 거래는 두 개의 단계를 거치게 되어 있고, 고객이 주문을 넣으면 국내 증권사와 계약된 외국의 증권사를 통하게 됩니다. 결국 주체를 추적하기는 더욱 힘들어지겠죠. 국내의 증시에서는 외국인 수급이라는 호재로 작용할 거고요. 무척이나 유혹적인 미끼가 될 겁니다.“


그러니까, 아다치는 막대한 돈을 좇는 자신의 오너를 위해 거대한 장난질을 벌일 판을 짰다는 소릴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음 요스케의 등골에 살짝 소름이 돋았지
아다치의 설명을 들은 요스케는 생각했음 확실히 아다치의 말마따나 돈에 대한 집착과 야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걸려들 수밖에 없는 그물이었음 하지만… 요스케는 왠지 모를 찝찝함이 느껴졌음
출신도, 정체도 불분명한 순한 인상의 남자에게 목숨을 저당잡히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 소문처럼 과연 악마의 유혹이구나 싶었지 아다치가 던진 미끼를 덥썩 물었다간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펼쳐질 게 분명해 보였음
요스케는 다른 질문을 던져 보기로 했어


“조금 방향을 바꿔 보겠습니다. 아다치 씨는 제게 이 작전의 참여를 추천하실 겁니까? 이 계획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서요.”

“… 이런 말을 많이 들어 보셨을 텐데요. 돈은 쫓는 것이 아니라는 가르침이요.“


사람의 속을 훤히 꿰뚫는 것만 같은 저 눈동자, 요스케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동요하고 있었음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아다치는 요스케가 어떤 교육을 받으며 자라 왔는지 이미 알고 대답한 모양이었는데… 돌려서 말하긴 했지만 아다치의 말 속에는 확실하게 뼈가 심어져 있었지 ‘안 하던 짓 하지 마라.’
당황스러움에 헛웃음을 지어 버린 요스케가 잠시 대답이 없다가 이내 아다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음


“제 밑에서 일해 달라고 한다면 받아들일 겁니까? 보수는 원하는 만큼 줄게요. 바라는 근무 형태나 조건이 있다면 전부 맞춰 드릴 거고요.“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완곡하게 돌려서 거절해 버리는 아다치, 요스케는 제 앞의 수상한 남자를 상대로 미칠듯한 욕심이 나기 시작했음
저 사람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두렵지 않을 것만 같았지 조바심이 난 요스케는 재차 붙잡아 봤지만 아다치는 대답 대신 다른 소릴 하기 시작함


“… 계속 거절하게 되는 건 죄송한 일이니 나름대로의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조언?”

“신화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탄탈로스라는 인물에 대한 내용입니다. 신의 저주를 받고 타르타로스에 갇혀 끝없는 갈증과 배고픔에 시달리게 되죠. 물을 마시려 고개를 숙이면 물이 마르고, 과일을 따려고 들면 나뭇가지가 높이 올라가 버려 닿을 수 없습니다.“


무슨 의미냐는 듯 가만히 아다치를 바라보는 요스케… 아다치는 요스케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한동안 그의 눈을 계속 마주치다 살짝 미소를 지었음
어쩐지 무뚝뚝하게만 보였던 인상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지는 느낌에 요스케는 잠시 머릿속이 멍해져 버렸지 아다치는 요스케가 그러거나 말거나 종지부를 찍었음


“당신은 원하지 않아도 뭐든지 가질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그 흐름을 벗어나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 그걸 어떻게 알죠?”

“보이니까요. 당신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요스케는 자신이 야망이 있는 인물이라는 걸 부정하지는 않았음 하지만 그걸 티 내고 다닌 적은 없었는데 아다치는 자신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눈 정도로 모든 것을 파악한 것 같아 보였지 결국 아다치가 요스케에게 하는 말은 앞에서 했던 말과 대충 비슷했음 딱 잘라 말하자면 그냥 나대지 말고 조용히 살던 대로 살라는 거였지 뭐
그 이후로 야쿠자가 돌아왔고, 아다치는 순식간에 웃음을 지운 채 다시 입을 닫아 버렸음

요스케는 아다치의 조언을 무시하지 않았음
투자에 대한 제안을 그 자리에서 확답하지 않았고, 다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야쿠자가 원하는 대답은 피해갔지 물론 야쿠자답게 “투자를 원하는 사람은 넘친다”, “시간이 얼마 없다”, “남자답지 못하다” 등등 허접한 가스라이팅으로 요스케를 긁으려 들었지만 당연히 간지럽지도 않지 ㅋㅋ
좀 허무하지만 그날은 셋이 명함을 교환하는 걸로 마무리가 되었음


한편, 요스케는 이후로 아다치에 대한 정보를 박박 긁어모으기 시작했음 아다치라는 인물에게 관심을 가진 기업가는 요스케뿐만이 아니었기에 사실상 몇 가지의 정보를 손에 넣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
야쿠자의 기업이 급속도로 성장한 건 10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세월이었음 그룹을 설립한 초창기의 그들이 다루던 산업은 대부업이었고, 아다치도 이때 즈음 등장해서 함께했던 것으로 추정되었지
그 시기의 아다치는 일수 업무를 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특이하게도 채무자를 겁박하거나 숨통을 조이는 등의 폭력적인 방식을 쓰지 않고도 기가 막히게 채무를 회수해 오는 기행을 벌였다는 이야기가 있었음
채무자를 만나는 것까진 동일하나, 무슨 수를 쓴 건지 몰라도 채무자가 빚을 갚을 수 있을 만한 자금줄을 찾아내서는 평화적으로 해결을 봤던 거였지 기존 대부업체의 방식을 생각한다면 정말로 기묘한 행보였음
그러한 그의 모습이 현재의 회장 눈에 들어 유례없는 초고속 승진, 신입 주제에 관리직의 대우를 받다가 그때 즈음에 기업에서는 내분이 일어났음 각각의 폭력조직이 융합되어 만들어진 그룹이라 원래도 서열이나 밥그릇 싸움이 존재하긴 했지만 역대급으로 충돌한 사건이었지

결국 조직간의 싸움에서 승리한 쪽이 현재의 회장인데, 요스케는 이 내분의 흑막이 아다치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등골이 오싹해졌음
자신이 따르는 회장이 대가리를 먹을 수 있도록 잔챙이들을 쳐내고, 우두머리 사이에 쁘락치를 심어 이간질을 해서 서로 공멸하게 만드는 등의 전략을 짜서 본인 손바닥 위에 놓고 지휘하고 있었던 것… 요스케는 이 가설이 신빙성 있다고 생각했음 그도 그럴 게 현재의 회장은 근본부터가 밑바닥에서 굴러먹던 양아치라 이 정도의 수싸움을 벌일 머리가 안 되는 인물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아다치 외에 지목할 만한 인물이 있냐고 한다면 그것도 아니었기에 사실상 유력한 용의자일 수밖에…
다만 신경 쓰이는 건 출신 지역이 어디인지, 학교는 어딜 졸업했는지 등 유년시절에 대한 사항이 전혀 없다는 거? 그냥 갑자기 나타났다는 말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을 정도였지


요스케는 이와 같은 정보를 접하고 나자 아다치에 대한 흥미가 더욱 강해지기 시작했고, 다시 한번 그를 만나 더욱 길게 대화를 나누고 싶어졌지
결국 요스케는 지난번 미팅 때의 제안을 이용하기로 했음 회장에게는 비서에게 대리 권한을 위임하라고 설득했고, 회장은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였음 어쨌든 아쉬운 쪽은 그쪽이라 그런지 몰라도 든든한 투자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요스케는 생각보다 순탄하게 아다치를 다시 볼 수 있었을 거야
아다치를 다시 만나기 위해 요스케는 본인이 직접 괜찮은 장소를 골라서 약속을 잡았지 아다치의 명함에 기재된 연락처를 저장해서 직접 소통을 했는데, 뭔가 좀 어이없지만 아다치는 답장이 빠른 편이 아니어서 ㅋㅋㅋㅋ 답답한 요스케가 직접 전화를 걸기도 했음
고작 비서 주제에 거래처가 될 전무의 메시지를 쌩까는 게 충분히 띠꺼울 수도 있었는데 요스케는 아다치의 그런 모습도 딱히 미워 보이지는 않았겠다






다시 만난 아다치는 이전과 같이 무표정한 얼굴에 수수한 스타일 그대로였음 제게 웃음지으며 인사를 건네는 요스케의 악수 신청에 손을 맞잡아 주었고, 요스케가 직접 선정해 맛집으로 유명한 요정의 풍경이 신기했는지 요리조리 동그란 눈망울을 굴리는 얼굴이 꽤 귀여워 보였지
남자를 상대로 귀엽다고 느낀 건 처음이긴 한데… 어쨌든 식사부터 먼저 하자는 요스케의 제안에 따라 정갈하게 차려진 상차림에 머뭇거리며 손을 대기 시작했음
듣자 하니 가정식을 좋아한다지? 그의 취향 조사까지 해놓은 요스케는 여유롭게 아다치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눈에 담고 있었고, 몇 가지의 음식을 맛보던 아다치가 이내 오물오물 잘도 먹는 걸 보며 내심 성공했음을 짐작함


“입맛에는 맞을지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곳이라 추천드렸지만.”

“… 맛있어요. 정말로.”


일적인 이야기가 아닌 스몰토크를 나눌 때의 아다치는 이전과 다르게 소심한 듯한 면모도 좀 보였음
말을 더듬기도 하고, 재빠르게 받아치지 못하고 뚝딱거리는 등 조금 어수룩한 감이 있었지 ㅋㅋㅋ 이런 사람이 그렇게 무서운 계략을 짤 줄 안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하지만 이런 순진한 모습이 요스케에게는 의외의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게 되었는데, 은근슬쩍 좀 장난을 걸어 보고 싶어지는 거임


“회장님과는 입맛이 좀 다르신가 봅니다? 저와는 맞는 것 같아 다행이긴 한데.“

”아, 뭐…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중식을 좋아하는 편이셔서, 저는 좀….”

“아쉽군요. 내 비서였다면 매일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을 텐데요. 함께 미식을 즐기는 것도 재미있을 거고.“


요스케의 급발진에 사레가 들린 아다치, 당황했는지 얼굴이 새빨개져서 기침을 해대는 모양새가 여간 웃긴 게 아니었던지라 요스케는 웃참에 실패하고 말았음 ㅋㅋㅋㅋ 요스케가 키득거리자 민망해진 아다치는 괜히 궁시렁거렸지만…


“… 창피한 기분이 되니까 웃지 말아 주세요.”

“미안, 반응이 귀여웠어요.”


능글맞게 구는 요스케에 아다치의 눈매가 조금 가늘어졌음 ㅋㅋㅋ 뾰로통한 얼굴을 하는 것도 어째 깜찍한데, 비즈니스로 만난 관계가 아니었다면 개인적으로 귀여워할 만한 동생으로 삼고 싶었을지도 몰랐지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요스케는 자신의 속내를 숨기지 않기로 했음 어차피 아다치는 이미 알고 있을 것도 같고….


“짐작하셨을지도 모르지만… 오늘의 안건은 투자에 대한 미팅뿐만이 아닙니다. 그쪽을 다시 만나 보고 싶었던 게 목적이었으니까요.”

“영입 제안은 좀 곤란한데요….“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좋은 인상을 심어 주는 게 목적일뿐이고.“


우물쭈물하는 아다치, 결국 일이 아니라 니가 보고 싶은 거였다는 요스케의 진심 어택에 아다치는 많이 당황스러웠음
흡사 소개팅 자리에서의 플러팅 같았지만 아다치가 그걸 알 리는 없고,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라면 상관없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의 용건 없는 대화에는 별 재능이 없던 아다치는 이전처럼 시원시원하게 대답하기가 힘들었지
하지만 아다치는 알고 있었음 요스케라는 이 남자는 자신을 취해 욕망을 채우려는 도구로 이용할 사람은 아니라는 걸….
처음부터 느꼈지만 요스케는 본인의 이득을 위해 남의 고혈을 착취할 그런 악인은 아니었음 타고난 성정이 이러한데 그걸 거역하고 욕심을 앞세우면 될 일도 안 될 삶을 살아갈 게 보였기 때문에 에둘러 투자 제안을 거절하게끔 종용했고, 이 건으로 만나자는 연락이 왔을 때 단순히 명분에 불과하다는 것도 눈치챘음

어쨌든 아다치는 요스케가 이런 인물이라는 걸 이미 아는 만큼 필요 이상으로 장벽을 두르진 않았지
장담하는데, 이곳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든 요스케가 그것을 약점 잡지는 않을 거거든 그렇기에 아다치도 어느 정도 편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었음


“전 그렇게까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사람은 아니에요. 흔히 말하는 엘리트라는 것과도 거리가 멀고요.“

”꼭 그래야만 가까워질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인간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과 조건이 마음에 드는 건 다릅니다. 영입 제안을 했던 것도 그렇죠. 적어도 날 위해 일해 주는 사람을 패지는 않습니다.“

”….“


잠시 대답이 없는 아다치, 솔직히 요스케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라 뭐라 반박할 것도 아니고…. 요스케가 짐작한 대로 그날 아다치는 회장에게 얻어맞았던 것도 사실이니까
아다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좀 더 사적인 부분을 묻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음


“제 능력에 대한 것이 궁금하셨던 건가요?“

”능력이라… 신기하긴 하더군요. 몇 마디의 대화만으로 적절한 일침을 가할 수 있는 것도, 외부에 알려질 일이 없었을 사실을 알고 있던 것도. 솔직히 묻고 싶네요. 어떻게 안 겁니까?“

”… 제게는 사람을 보는 능력이 있습니다.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눈앞의 상대가 살아온 인생과 그로 인해 형성된 인격 등 그 사람을 구성하는 많은 것들이 보여요. 그걸 보면 향후 미래가 어떨지도 예측이 가능하죠.”


아다치의 타고났다는 능력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섭고 위험한 것이었음 나쁜 마음을 먹고 이용하면 순식간에 사람잡는 건 일도 아닐 거고, 게다가 머리도 좋은 편이니 작정하고 정치에 뛰어들면 나라 하나를 꿀꺽할 수도 있을 만했음
이런 치트키를 가지고도 이 정도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지
솔직히 아다치에 대한 소문을 거의 믿지는 않았는데 얼떨떨할 따름이었음 어떻게 보면 진실이니까….


“그렇다면… 역시 지금의 B그룹은 당신의 조력이 있었던 게 맞군요. 그 능력을 이용한 겁니까?“


끄덕끄덕, 조금 그늘지긴 했지만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아다치…. 제 앞의 순하고 소심한 이 남자가 거대하고 잔혹한 칼부림을 일으켰다는 게 사실이 되었음
요스케는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지 그 당시에 언론에 보도된 일은 극히 일부, 잔뼈 굵은 기업가와 증권가 사이에서 쉬쉬하며 은폐된 것들은 더욱 잔혹했거든
은폐된 이유는 간단했음 아마도 아다치의 계략이었겠지만 B그룹의 내분은 생각보다 여러 가지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음 검경 등의 법조계, 국회의원 등의 개입이 존재했고 폭력조직간에 전쟁에 휘말려 잔인한 살인 사건까지 벌어졌으니까…. 청부업자까지 고용했을 정도면 말 다 했지
그렇다면 아다치는 내부에서의 전쟁 스케일을 외부로까지 뻗쳐서 B그룹에 가해질 수 있는 압박 가능성을 제거한 셈이 됐지 한 놈 걸려서 썰리는 순간 줄줄이 옷 벗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테고, 나라가 뒤집어질 만한 이슈가 되는 것
여기까지 생각한 요스케는 짧은 한마디로 정리했지


“현재 B그룹의 회장님은… 정말로 두려울 것이 없겠군요.“

”….“


아무래도 아다치를 통해 피바람 부는 전쟁의 최종 승리자가 된 이후로도 그는 만족하지 못한 듯 보였음 더 큰 지위, 더 많은 재산을 손에 넣기 위해 헤아릴 수 없는 수의 사람들을 희생시키려고 드는 중이니까….
찾아온 정적,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아다치에게 요스케는 대놓고 물었음


”B그룹의 회장은 어떤 사람입니까? 어째서 그런 사람에게 충성하고 있는지 납득하기가 어렵네요.“

”그는… 요약하자면 불입니다. 태울 것이 없다면 담뱃재처럼 바스라질 사람이지만 무엇이든 집어삼킬 것이 있다면 기꺼이 재료로 삼아 몸집을 불려요. 불꽃에는 정해진 크기가 없습니다. 장작이 있다면 삼키고, 활활 타오를뿐이죠 다만, 그가 불타오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그만큼 연약하기도 해서 찬물을 끼얹는 이의 앞에서는 쉽게 주춤하고, 기세를 펴지 못합니다. 쉽게 타오르는 만큼 꺼지는 것도 순식간인 삶이에요.”

“그렇다면 당신이 굳이 그에게 부채질을 해 주는 이유는 뭡니까?”

“… 글쎄요,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저는 살아남지 못했을 테니까요. 주워진 개는 주인에게 충성하는 길밖에 없죠.”


비유적으로 말하긴 했지만 요스케는 아다치의 대답에서 그와 회장의 관계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었음
요컨대 어쨌든 회장이 아다치에게 생명의 은인에 버금갈 만한 은혜를 베풀었고, 그로 인해 아다치에게는 그가 세상 그 자체처럼 느껴지는 모양.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몰라도 사실 그건 알 바가 아니었음 요스케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자조 섞인 아다치의 대답을 바로 받아쳤음


“개라면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사람은 아닙니다. 당신의 목숨을 그가 구했다고 해서 담보로 맡겨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은혜는 빚이 아니니까.“

“….”

“아다치 씨, 내가 이 산불에 끼어들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고작 장작에 불과할까요?“


아다치는 물끄러미 요스케를 바라보았음 요스케가 아다치에게 흥미를 느낀 것처럼 요스케의 물음은 아다치로 하여금 그에게 신경을 기울이도록 만들었지
요스케의 말을 듣고 아다치도 나름 생각이 좀 많아지고 있었음 회장에게 구해진 뒤로 자신의 삶은 어땠는지 왠지 잘 모르겠는 기분에 사로잡혔었거든
남의 삶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볼 수 있으면서 정작 자기 인생은 들여다보지 않았던 건… 가만 생각해 보니 이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걸 느꼈음 그저 회장이 시키는 대로 하고, 그의 비위를 맞추고, 그의 욕망을 채워 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삶이었으니까
요스케의 물음에 아다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다 침착한 어조로 대답했음


“당신은 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었죠.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물이 모여드는 거대한 호수처럼요.“

“모여든 물을 퍼다 쓰는 건 아다치 씨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 누가 좀 퍼간다고 해서 뭐라 하는 호수는 없으니까.”


그날, 요스케는 B그룹의 회장이 벌일 주가조작에 참여하기로 했음 다만 몇 가지의 사족이 붙었지
요스케는 돈을 원하고 참여한 것이 아니었음 그저 아다치에게 손을 내민 채, 그냥 그대로 있어 주겠다는 소리였어 언제든지 필요하면 잡으라고….
아다치는 그의 제안을 수락했음 끝을 모르고 커진 화마가 지나간 자리에는 잿더미밖에 남지 않고, 자신 또한 그동안 튀었던 불똥이 많이 아팠으니까

그렇게 그들의 운명이 마침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음







마치아카 요스케아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