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88719684
view 1202
2024.03.24 02:41
아무 이유없이 소고기 사주면 의심해봐야 한대요.

누가 그래?

그냥 그렇다던데. (사실 송아라가.)

그래서. 이제 의심하는 거야?

뭐야, 진짜 뭐 있어요? 왜 사주는데요?

너 좋아하니까 사주는 거지.

네?

좋아하니까 고기도 구워주고.
근데 진짜 몰랐구나. 다른 사람들은 다 알던데.

...왜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해요.

먼저 물은 건 너였는데?

그건 그런데...

걱정마. 너한테 내 마음 강요 안 해. 그냥 네가 물어서 대답한 거지.

그게 말이 되나...

진짠데? 아, 다 익었네. 얼른 먹어. 너 배고프다며.

아 넵...



대만태섭이자 송짝정으로 대만이가 태섭이 좋아하고 다들 아는데 태섭이는 미국 가있으니 알 턱이 없음. 대만이가 자기한테 잘해주는 것도 예전에 옥상사건+농최날 사건 때문에 미안해서 그러는 줄 앎. 그러다 태섭이가 모처럼 귀국한 날, 대만이다 소고기 사준다길래 아무 생각 없이 ㅇㅋ했는데 아라가 자초지종 듣더니 아무 이유없이 소고기 사주면 의심해봐야 된다는 말을 한 거지. 그래서 장난으로 대만이한테 똑같이 그 말을 했음. 근데 생각지도 못 한 대만이 고백을 듣게 되고 태섭인 벙쪄서 그 뒤로 고기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랐겠지.

다음 날은 달재랑 만났는데 태섭인 여전히 고백의 후유증에 시달리느라 집중을 하지 못 했음. 달재가 몇 번이고 괜찮냐고 묻고서야 태섭이는 미안하다고 하더니 달재야, 하고는 한숨을 푹 쉬었음.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머리카락까지 헝클이더니 조심스럽게 운을 띄우겠지. 대만 선배한테 고백 받았다고. 그런데 달재가 놀란 기색도 없이 아 드디어 했어? 라고 얘기해서ㅋㅋㅋ 태섭이 놀라 자빠질 뻔함. 달재 넌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면 달재가 으음.... 하고 망설이더니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선배가 너한테 하는 행동 보면 모를 수가 없다고, 특히 선배 눈은 진짜... 누가 봐도 너한테 푹 빠진 눈이었어. 라고 얘기하는데 태섭이는 전혀 몰랐기 때문에 가만히 듣고만 있을 거야.

달재랑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 길 내내 달재가 한 말 생각하면서 대만이 행동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대만이는 저에겐 한없이 다정했어서, 그리고 제게 푹 빠졌다는 올리브색 눈 한 쌍을 떠올리며 태섭이는 제 자신이 바보 같으면서도 어쩐지 두 볼에 열이 좀 오르는 것 같았어.

뭐... 그 뒤로 태섭이는 대만이 신경 쓰여서 대만이 앞에서 묘하게 삐걱대고 연락도 툭툭 끊기고 다시 미국 가는 길에 대만이가 데려다주는 내내 대만이 눈은 쳐다보지도 못하는데 대만이는 왜 그러는지 바로 알아차리겠지. 근데 그냥 그대로 둘 거임. 대만이는 마음 강요 안 한다고 했으니까. 결론이 어떻게 되든 태섭이가 결정할 때까지 전처럼 행동했지만 속으로는 태섭이가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 같아서 불안했음.

겉과 속이 다르니 대만이도 조금씩 삐걱대는데 거기다 대학 농구부의 집중 훈련까지 겹쳐 몸과 마음이 지치다보니 정기적으로 이어지던 태섭이와의 연락에도 소홀해질 수 밖에 없었음. 그런데 태섭이도 점점 뜸해지는 대만이의 연락에 똑같이 불안감 느끼게 되겠지. 선배 이제 나 안 좋아하는 건가.... 아니면 다른 사람 좋아하나? 그 사람이랑 사귀나?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었고 대만이가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푹 찔리는 기분인 걸 깨달으면서 자기도 대만이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고 맞고백하면서 사귀어라.




ㄹㄴㅇㅁ ㅅㅈㅈ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