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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3 20:58
그래서 캠게 송태섭이 자기가 짝사랑하는 대학 선배에게 간이고 쓸개도 다 빼주는 거 보고 싶다.
근데 그 선배는 송태섭 걍 내 말 잘 듣는 개 취급하면서 이용만 하는거지.

-선배, 여기 부탁하신 자료요.
-아, 땡큐.

송태섭이 내민 usb만 받고 남자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자기가 하던 얘기를 떠들어댔어. 이번 미팅은 무용과라 예쁜 애들 많이 나올테니 정대만 너도 꼭 나오란 말에는 송태섭 힐끔 보고 있던 대만이도 고개를 돌렸지.

대만이는 남자가 먼저 다가와 너도 비슷한 과 같은데 같이 놀지 않겠냐고 해서 같이 다니기 시작했지.
뭐 멍청한 놈이긴 하지만 여자 만날 때는 같이 놀기 좋았거든. 정확하게 말하면 편하게 ㅅㅅ할 때를 말하는 거지만 말이야.
얼굴이 생겼다 보니 대만이도 별다른 노력 없이 언제나 여자가 꼬이긴 했지만, 가볍게 만나는 것은 저 남자와 같이 있을 때 더 편했거든.

그런 대만이가 볼 때 송태섭은 신기한 놈이었음.
송태섭을 알게 된 건 남자와 친해지고 얼마 후부터였지.
인생 놓은 것처럼 노는 새끼가 이상하게도 과제는 꼬박꼬박 잘도 제출하는 거야. 집에서는 공부를 하는 건가 싶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서 이유를 알 수 있었지.

그날따라 물이 안좋아 여자를 만나지도 못하고 둘이 술이나 홀짝이던 중에 남자가 자신이 계산하겠다고 하는거야. 그리고는 송태섭을 불렀고 송태섭에게 대신 계산하게 시켰지.
그 다음 날에는 제 과제를 대신 맡기는 꼴을 보였고. 그그 다음 날에는 지가 꼬시는 여자가 있는 조별 과제로 커피를 사오라 시키기도 했지.

정대만은 송태섭이 정말 신기했어.
이렇게 여자를 좋아하다 못해 미쳐사는 놈에게 이렇게까지 호구같이 군다는게 어떻게 이해가 되겠어.
그런데 송태섭은 상처 받지도 않는지. 남자가 앞에서 대놓고 게이는 역겹다고 욕을 해도 묵묵히 듣고만 있었지.

얜 진짜 상처 받지 않나 보다.
정대만은 그렇게 생각했어. 솔직히 말해 이때까지는 신기할 뿐 송태섭에게 아무런 흥미도 없기도 했고 말이야.
그리고 일은 남자의 생일날 터져.

웬일로 술자리 구석에는 송태섭이 보이지 않았어. 정대만이 궁금해서 슬쩍 물어보니 송태섭이 몸이 안좋아 오지 않았다고 했지. 그 날에 옆에서 술을 마시던 모브가 말을 꺼냈어.

-네가 키운다는 그 개 말하는거야? 나도 한 번 보고 싶은데.

술자리의 주제는 점점 송태섭이 되어갔지. 결국 얼큰하게 취한 남자가 낄낄 웃으며 말했어.
내기 하지 않겠냐고. 그렇게 아프다는대도 송태섭이 여기까지 찾아오면 뭘 해줄 거냐고 말이야.
마침 술자리는 송태섭이 사는 집 근처라 부르기도 편했거든.
그렇게 내기는 시작됐고, 대만이는 입맛이 뚝 떨어져서 술잔을 내려놓았어.
남자는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로 송태섭에게 전화를 걸었지.

-…… 네, 형.

스피커 폰 너머로 힘이 없는 송태섭의 목소리가 들렸어.
아프다더니 정말 많이 아픈 모양이야.

-태섭아, 여기 와줄 수 있어? 나 너무 외롭다. 네가 옆에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남자는 주변을 조용하게 만들고는 가증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였지. 결국 송태섭은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어.
송태섭이 전화를 끊자마자 방 안에는 웃음이 터졌어.
대만이를 제외한 이들은 모두 송태섭을 비웃으며 그를 모욕했지.

대만이는 이 꼬라지가 너무 유치해 자리에서 일어났어. 다들 뭐하냐길래 피지도 않는 담배 핑계를 대며 밖으로 나왔지.
밖으로 나가니 쌀쌀한 찬 기운에 조금 달아올랐던 술기운이 빠지는 것도 같았어.
그때 멀리서 송태섭이 다가오는게 보였지.

확실히 몸이 안좋은지 평소에는 올리고 다니던 머리도 다 내리고 힘이 없어 보였지.
송태섭이 정대만과 마주치자 꾸벅거리고는 가볍게 인사를 건넸어.
여기서 송태섭을 돌려보낼 수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둘이 뭔 의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대만이는 송태섭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다가 자기도 천천히 따라 들어갔어.

그런데 방 앞에서 송태섭이 굳어 있는 것이 보였어.
정대만은 뭐하냐며 송태섭의 옆으로 다가갔지.

-진짜로 여기까지 올까?
-□□가 한번 박아줄거라고 생각하고 오지 않겠냐.
-야, 이 정도면 한번 박아줘라.

대놓고 송태섭을 희롱하는 대화가 방문을 넘어 들려오고 있었지. 정대만은 송태섭을 가만히 내려다봤어.
이런 희롱을 들어도 송태섭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거든.

-야이씨, 더럽게 남자를 어떻게 안냐. 생각만 해도 역겹다. 그냥 쓸모 있으니 데리고 다니는 것 뿐이야.
-그렇게 말해도 정 든거 아니냐?
- 뭔 개소리야. 얼굴 보기도 역겨운 거 억지로 데리고 다니는데.

남자가 지껄이는 말을 정대만이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 허리에 무언가가 닿았어.
대만이가 고개를 숙이자 작은 케이크 상자가 보였지.

-선배가 대신 전해주세요. 저는 몸이 안 좋아서 먼저 갈게요.

이 상황에서도 케이크까지 사온게 어이가 없어 정대만이 헛웃음을 흘리니 송태섭은 그대로 꾸벅 인사를 하곤 가게를 떠났어.
대만이는 그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방으로 들어가 남자에게 케이크를 건네주곤 곧바로 송태섭을 따라 뛰었지.

케이크 상자를 든 송태섭 손이 떨리고 있었거든.
아무렇지 않아 보였는게 그게 아니었던거야.
동정? 그런 감정은 아니야. 대만이는 그저 궁금했어. 그렇게 아무렇게 남자 옆에서 호구짓을 자처했던 송태섭이 조금 보인 틈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지.

가게를 나오는 순간 대만이는 작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어.
소리를 따라가니 가게 옆 작은 골목이 눈에 띄었지.
대만이는 조심스레 그곳으로 다가갔어. 쓰레기 무더기 옆에서 쪼그려 앉은 송태섭이 서럽게 울고 있었어.
처음으로 보는 모습이었지.
그건 틈이 아니라 부서지고 있는 과정이었어.

대만이는 처음으로 송태섭의 단단해보이는 외면 안의 부드러운 속을 목격한거야.
대만이는 그날부터 송태섭에게 흥미가 생겼어.
그리고 송태섭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지.

-선배도 개 필요해요?

정대만은 기어코 세번째 알바인 편의점까지 따라왔어.
맨날 흥미없다는 듯이 있던 인간이 갑자기 저를 졸졸 따라다니는데 이상하지 않을리 없지.
태섭이는 삐딱하게 대만이를 올려다보며 물었지.
대만이는 그런 태섭이를 가만히 내려다봤지.

-우리 집 이미 개 키우는데? 볼래. 정사랑. 4살이다.

그러고는 해맑게 웃고 있는 말티즈 사진을 보여줬지.
송태섭은 그 강아지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다 얼굴을 구겼지.

-이 뜻 아니란 거 알고 있잖아요.
-그럼 개가 무슨 뜻이 더 있는데.
-저요! 개ㅅㄲ! □□ 말이면 죽는 척도 하는 호구 새끼!

송태섭이 화를 내든 말든 정대만은 가만히 그런 태섭이를 내려다봤지.

-난 그냥 네가 재밌어서 따라다니는 것 뿐이야. 그리고 너도 내가 따라다니는 거 좋지 않냐?
-뭐가 좋아요.
-내가 따라다니니까 □□ 그 새끼가 너 신경쓰잖아.

맞아. 사실 그 후에도 송태섭은 계속해서 남자에게 호구 노릇을 계속해왔어.
그리고 정대만이 송태섭을 따라다니기 시작하니 남자도 조바심이 드는지 송태섭을 신경쓰기 시작했지.

너무 말이 길어져서 생략하고 그렇게 대태가 점점 친밀해지던 와중에 둘이 술 마시면 좋겠네.
대만이는 점점 송태섭에게 감겨서 몰래 짝사랑 중인데. 송태섭은 여전히 호구처럼 남자 따라다니고 있으니 속 터짐.
답답한 마음에 정대만이 송태섭에게 어째서 남자를 그렇게까지 좋아하냐고 묻는데.

-예전에 □□선배를 본 적 있어요. 선배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어어.
-제가 너무 힘들 때 혼자서 농구를 하고 있는데. 선배가 끼어든 거에요. 혼자 하기 아까운 실력이라고.
-...?
-그리고 다음에 또 보자고 하더라구요. 알아요. 별 거 없는 이야기인거.

그렇게 송태섭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 숙이는데. 정대만이 송태섭 하관 잡고 자기 쪽으로 돌림. 그리고 어이 없다는 듯 말하는거야.

-야, 넌 □□ 좋아한다는 새끼가 그 새끼 농구 잼병인 것도 모르냐?
-...?
-태섭아, 그딴 놈이랑 나를 착각하면 어떡해.





대만태섭
​​​​​​​슬램덩크 슬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