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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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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 선 유두가 이불에 닿아 뭉개지며 애타는 감각이 아래까지 연결되는 기분이 들었음 나비는 헐떡이며 어깨로 지탱한 상체를 조금이라도 들어올려 이 감각을 떨쳐내고 싶었지만, 뒤에서 덮쳐누른 상대의 가슴 근육이 제 등에 탄탄하게 맞붙었음 그대로 전해지는 무게감에 움직임을 포기한 채, 간신히 얼굴을 옆으로 돌려 턱끝까지 차오른 숨을 내뱉었을 때 그의 움직임도 멈췄음
눈꼬리 쪽으로 눈동자를 움직여 남자를 시야에 담았을 때 나비는 마치 자신이 핀에 찔려 박제당하는 곤충이 된 것 같았음 황홀하다는 표정으로 제 얼굴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마주했을 때, 나비는 그대로 시간이 멈춰 영원에 다다른 것 같았지



그때 초인종이 울리고 나비는 눈을 떴음



뤄페이, 안에 있어요?

진소만이었음 나비는 그대로 일어나 장난감 병정 같은 걸음걸이로 다가가 문을 열었음 평소와 달리 어딘가 미묘하게 뚝딱거리는 나비가 이상했지만, 소만은 그보다 급한 용건이 있었음

사건이 발생했어요, 아이가 실종됐는데 단서가 없어요. 뤄페이, 서에 나와줄 수 있어요?

그래요. 한 시진 뒤에 서에서 봅시다


그리고 나비는 문을 닫았음 문가에 기대 스르르 주저앉았음 실크 파자마가 문틀에 끼어 구겨지며 우글거렸지만 나비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음

언제 잠든건지 알 수가 없었음 도저히 진정되지 않아서 약을 먹고, 잠들면 꿈꿀까봐 버티고 있었는데 언제 자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었음 그리고 꿈은 너무 선명했음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겪었던 일을 강하게 부정하면 아예 기억을 못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피해자들에게 봐 왔는데, 나비 자신이 그럴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음

나비는 꽤 오랜 시간을, 문 앞에서 그렇게 앉아 있었음






늘씬한 몸에 딱 맞게 재단된 수트를 입고, 나비는 진소만의 맞은편에 앉았음

이게 실종된 아이의 최근 행적이고요, 같이 놀던 아이들은 특별히 이상할 게 없었다고 했어요. 부모도 전혀 짚이는 구석이 없다고 하고요.

나비는 사건 메모를 주의깊게 읽었음

아무래도 내가 직접 물어봐야겠어요. 바로 같이 나가죠.


나비는 모자를 눌러 쓰고 케인을 짚었음 그리고 실종된 아이의 친구들을 하나씩 만났음
그런데 그 아이들은 꽤나 낯익은 아이들이었음 설리번 아파트 근처에도 자주 출몰하는 패거리였지
그 아이들에게 최근에 어울려서 했던 일들을 차례대로 읊게 했더니, 자질구레하지만 떳떳하지는 않은, 장난이라기에는 좀더 나쁜 짓들을 이야기했음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아이들 중 하나가 말했음 그러고보니 최근에 나타난 벙어리 자식을 곯려줬었다고 제법 키도 크고 허우대 멀쩡해보였는데 낯짝을 보니 광대놈이라 자기들을 웃겨보라고 했는데 그 벙어리가 먼저 저들을 무시해서 그가 하는 일을 망쳐놓았다고

나비는 등줄기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음 아무 말없이 일어나 경찰서를 나서서 서커스단의 천막으로 향했음






아직 공연이 시작되지 않은 천막 안은 조용하고 어두웠음 공연할 때 불을 쓰는 모양인지 막사 안 공기는 후끈하면서도 매캐했음
나비는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무대를 바라보며 기다렸음
아닐 수도 있었지 아이의 실종 사건도, 오늘 새벽의 꿈도 축과는 상관이 없을 수도 있었음
그저 자신이 혼란스러운 건, 약의 부작용 때문에 상태가 좋지 않아서 약간 평소와는 다른 것일 뿐일지도 몰랐음
평소와는 달리 긴장한 상태를 풀어내기 위해 나비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음 담배가 간절했지만 어두운 곳에서 담뱃불은 너무 눈에 띌 테니까
크게 한 번 숨을 몰아쉬고 눈을 떴을 때, 나비의 눈 앞에는 장미꽃 한 다발이 내밀어져 있었지
그리고 나비는 꽃다발을 품에 가득 안으며 말했어


당신인가요, 축?


어둠에 익은 눈이 분장으로 덮을 수 없는, 그의 얼굴 윤곽만을 그려내고 있었음
이마, 콧날, 광대뼈와 턱선
의심할 여지없이, 그였음






룡백 축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