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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2 12:09
히로오미는 몇 해 전 엄마가 돌아가시고 한참을 힘들어하면서도 자신에게 내색 한번 하지 않던 아버지가 타카노리의 엄마를 만나 웃음을 찾았을 때 더없이 기뻤어. 타카노리 역시 유복자로 태어난 자신을 위해 밤낮없이 열심을 다해 일하면서 자신을 키우던 강한 엄마가 드디어 기댈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걸 알았을 때 누구보다 반가워했지. 그래서 부모님이 남은 삶을 서로와 함꼐 하고 싶다 말씀하시며 같이 한번 만나보지 않겠냐 조심스레 권했을 땐 기쁨과 기대로 밤잠을 설치기도 했어.
새로운 만남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줄지 상상도 하지 못 한 채..





- 왜 너와 이제야 만나게 된 걸까..
- 왜 너를 형제라는 이름으로 만나버린 걸까..
- 왜 나의 눈에 한번에 들어와 버린 걸까..





거실에서 주방에서 현관에서 마주칠 때마다 덜컥 내려 안는 심장의 울림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가는 걸 느꼈어. 어쩌다 손끝이라도 부딪힐 때면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몸이 굳어져 버리는 자신이 어색했어. 누구라도 조금만 주의 깊게 봤다면 서로 같은 마음이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감정이 흘러넘치는 모습이었지만 아직 어렸고 사랑에 서툴렀던 아이들은 그저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에 급급했을 뿐이었지.

가져서는 안 될 마음이었어. 있어서는 안 될 마음이었어. 처음부터 없어야 할 마음이었어. 새어머니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빛을 떠올리며 새아버지를 보며 행복이 가득한 환한 웃음을 짓던 엄마의 얼굴을 떠올리며 아이들은 더 깊이 자신을 숨겨야 했어.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다 히로오미가 부모님에게 타 지역의 학교로 전학을 가고 싶다고 말을 했어. 축구로 꽤 유명한 학교에서 러브콜이 왔는데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는 그쪽이 나은 것 같다 셨고 자신도 같은 생각이라 가고 싶다며 상의인 듯 통보를 하면서도 새어머니가 혹시 자신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한건 아닌지 걱정할까 봐 축구 시작하면서 진학보다 프로로 바로 전향해야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하고 있었고 마침 자신을 지명한 학교가 딱 맞는 곳이라며 안심도 시켜야 했지.

오미의 전학이 이루어지고 기숙사로 들어가기 전날 밤 '똑똑' 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들어갈게' 하며 타카노리가 그의 방으로 들어왔어. 타카노리가 오미의 방을 찾은 게 처음이라 내심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침대에서 일어나 무슨 일이냐 물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도 침대 한켠에 놓여진 인형만을 보며 머뭇거리는 모습에 조금은 퉁명스레 말을 내뱉고 말았어. 


"내일 일찍 출발해야 해서 지금 자야 할 것 같은데.."
"... 아, 미안"
"... "
"..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내일 인사 못할 것 같아서.."
"그래, 너도 잘 지내."


작별의 인사를 전하는 순간에서야 아이들은 눈을 마주 볼 수 있었어. 그리고 그제야 마주한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표정과 그 눈동자를 가진 서로의 표정이 같다는 걸 알 수 있었지. 하지만 이미 형제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에 묶여버린 아이들은 어찌할 수 없었고 그렇게 조용히 인사를 건넨 뒤 돌아서야 했어. 








시간이 흘러 오미는 전학 간 학교의 대표 선수로 여러 대회에서 활약을 한끝에 졸업 전 이미 굴지의 프로구단에 스카우트 되었고 타카노리는 소위 명문이라 불리는 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었어. 간간이 부모님을 통해 듣게 되는 소식에 그저 잘 지내고 있구나 다행이다 하고 생각할 뿐 언감생심 서로에게 연락을 해볼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아이들은 그렇게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마음으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





히로오미는 프로에서도 꽤나 잘나가는 선수였어. 고등학교를 졸업도 하기 전에 프로구단에 스카우트가 됐으니 실력은 확실했으나 그 능력이 검증되기까지 비슷한 레벨의 다른 선수들보다 오래 걸린 건 외모 때문이라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었어. 경기에 관련된 일 아니면 카메라에 잘 서질 않지만 구단 일로 어쩔 수 없이 대중 앞에 서야 할 때면 함께 자리한 연예인들에게도 절대 밀리지 않았으니 어디서나 카메라가 쫓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거야. 많은 연예인들이 이상형으로 꼽을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미였지만 이상하리만큼 스캔들이 나지 않는 건 공식적인 스케줄 외엔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거나 숙소에 머무는 게 하루의 전부였기 때문이야. 그렇다고 외출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지. 특별한 일이 없다면 매달 마지막 주에 외박을 하는데 그것조차도 본가에 머무는 이유였기에 그의 사생팬들과 파파라치들은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어.

타카노리는 학교 기숙사에 들어간 후 한 번도 집에 가질 않았어. 마지막 인사 때 마주했던 그의 표정은 그저 자신의 착각이라 생각했어. 오미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제 눈을 속인 거라고 그래서 그의 눈빛을 오해한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어. 그래서 갈 수 없었어. 혹시라도 마주쳤을 때 지금껏 눌러두고 있던 그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제 '형제'의 앞에서 다 토해내게 되어 두 번 다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도 볼 수 없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어. 홀로 그렇게 숨은 듯 숨긴 듯 살아가다 오미에 대한 그리움을 견딜 수 없을 땐 잘 읽지 않는 책 속에 넣어둔 가족사진을 꺼내 사진 속 오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전하지 못했던 말을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쏟아 낸 적도 있었을 거야.


- 잘 지내? 많이 보고 싶어. 나는 아직 .. 여전히 .. 너를 좋아하고 있어...


제 귀에 들리는 낯선 자신의 목소리에 급히 손을 들어 입을 막았겠지. 그 때문에 손에서 떨어져 바닥에 떨어진 사진을 보다 그 위로 떨어진 물방울에 주저앉은 적도 있었을 거야.










종강을 하고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친구들과 학교 근처에서 저녁을 먹는 중 TV에서 히로오미의 경기가 방송되고 있어 물끄러미 보다 때마침 골을 넣은 오미의 모습이 화면에 비쳤어. 그 잘생긴 얼굴이 화면 한가득 비치자 심장이 쿵 하며 떨어지는 소리가 타카노리의 귓가에 들려왔고 혹여라도 그 소리를 주변 사람들도 들은 게 아닐까 둘러봤지만 다행히 사람들의 함성에 묻혀버린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겠지.
하지만 타카노리의 귓가에 그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오미의 팬인듯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들려왔고 그녀들의 목소리는 다시금 자신의 처지를 알려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려왔어. 형제로 만난 게 아니었다면 아니 서로 성별이라도 달랐다면 고백이라도 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씁쓸함과 서글픔에 마음에 평소와 다르게 술을 제법 마셨지. 제법 취한 타카노리에게 친구들은 한잔 더 하고 가자 했지만 여기서 한잔 더 하면 정말 울어버릴 것 같아 먼저 가서 쉬겠다 하고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천천히 기숙사로 걸어갔어.


"타카노리"


골목을 들어서자 그리운 목소리가 자신의 귓가를 스쳤어.


"타카노리"


어둠 속으로 몇 걸음 더 들어서자 잊을 수 없는 목소리가 자신의 귓가를 한 번 더 스쳤어.


​"이와타 타카노리"


헛것이라 생각했던 목소리가 형체를 갖추고 제 앞에 나타나자 기숙사 안으로 들어가려던 발걸음이 멈춰져 버렸지.

그였어... 

너도 잘 지내라 인사했던 퉁명스럽고 잘 생기긴만 했던 소년이 아니라 수컷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남자가 되어버린 히로오미가 눈앞에서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어.


"잘 지냈어?"


한껏 더 낮아지고 굵어진 목소리가 저에게 안부를 물었지만 이미 머릿속이 하얘진 타카노리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지. 그 모습을 가만 보던 히로오미가 갑작스레 팔을 잡아당겨 제 품에 안았어. 그의 몸짓에 놀라 순간 버둥거렸지만 귓가에 들리는 오미의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에 가만히 안겨있을 수밖에 없었겠지. 그렇게 한참을 그의 심장소리만 들리다 조금 떨리는 듯한 히로오미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어.


"보고 싶었어."
"..."
"너 만날 수 있을까 싶어 매달 집에 갔었던거 알아?"
"..."
"정말 너무 많이 보고 싶었어"
"...​"


타카노리는 자신도 그렇다고 너무 많이 보고 싶었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얼어붙은 듯 닫힌 입술은 끝내 열리지 않았어. 하지만 오미는 그의 마음을 알 수 있었지. 제 품에 안긴 그의 뺨에 닿아있는 자신의 셔츠가 젖어가고 있었거든..










* 오미강짱이 서로 첫눈에 반해버린 모습은 이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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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빠에게 선물할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나타난 강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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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하다 넘어져 얼굴에 밴드를 붙이고 나타난 오미







삼대 오미강짱 오댕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