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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은 궁금했다. 옆집 여자가 왜 자기한테 빠지게 된건지. 누가봐도 번지르르한 오피스 잡을 하고 있는 여자처럼 보이는데 왜 이런 좁은 플랫에서 생활하는 건지도 궁금하고... 뭐, 궁금하다고 했지 정말로 알고싶은 건 아니지만 말이다. 여자가 언제부터 살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주치기 시작한 건 칼럼의 일이 저녁부터 시작되는 걸로 바뀌었을 때부터다. 칼럼이 출근하러 나갈 때 여자는 퇴근했다. 비척비척 계단을 올라오는 여자가 칼럼을 보지 못하고 부딪혔다. 칼럼은 여자가 하도 왔다갔다 흐느적대며 올라오느라 피할 방도가 없었다.




  아! 아, 죄송해요. 정신이 없어서...
  그래보여요, 괜찮습니다.
  여기 사세요...? 처음 뵙네요. 저는 402호 사는 허니 비예요.
  401호 삽니다. 칼럼 터너입니다.
  헉, 옆집이구나. 터너 씨!... 이름이 예쁘시네요.
  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처음보긴 나도 마찬가지거든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칼럼은 빨리 대화를 끝내고 싶었다. 당신은 일이 끝났지만 난 이제 하러 가야 된다고. 그 날 이후로부터 그들의 출근과 퇴근 시간은 늘 겹쳐 허니는 칼럼에게 인사를 건넸다. 인사가 전부지만, 칼럼은 알 수 있었다. 나날이 흐를 수록 귀나 볼이 새빨개진 채로 자기에게 수줍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 당장이라도 툭 치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얼굴로 올라오다가도 자기와 마주치면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어보는 갓난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이는 것도...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고서야 나오긴 힘든 것들이었다. 대체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러는 거야? 같은 궁금증이 들었다.




  저, 터너 씨! 시간 되시면 내일 저녁에 저녁 같이 드실래요?... 제가 요리할게요.
  제가 저녁에 일을 해서요. 죄송합,
  그, 그럼 주말은 어떠세요?
  이번주...
  주말도... 어려울 것 같아요?...




칼럼은 귀찮았다. 대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옆집 남자를 뭘 믿고 제 집에 들이는 건지, 게다가 뭐 나가서 먹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요리를 하겠다고? 하나부터 열끝까지 다 부담스러웠다. 칼럼은 끝끝내 고개를 끄덕였고, 여자는 고맙다며 주말에 다시 뵙겠다고 후다닥 계단을 올라갔다. 아, 젠장. 귀찮아... 







똑똑... 노크 한번 소심했다. 칼럼은 심드렁하게 시계를 봤다. 아직 오후 두시인데? 칼럼이 느릿느릿 문을 열자 뒤돌아 서 있는 허니가 있었다. 문이 열리자 놀라며 아 안 열리길래 301호라고 하셨나 생각 중이었다는 물어보지 않은 말까지 뱉는 여자에 칼럼이 억지 웃음을 보였다. 





  다름이 아니라! 몇시에 오실래요? 한 여섯시쯤이면 적당할까요?
  네, 그러죠.
  네,네! 그럼 여섯시까지 저희집으로 오세요오... 옆집이니까 언제든 노크하면 열어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아.. 저 잠시만요! 못 드시는 음식 있으세요?
  없습니다.
  헤헤, 넵. 알겠어요! 이따 봬요!





지나치게 친절하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다 그럴까? 칼럼은 여태 자기가 먼저 누군가를 좋아해서 연애로 이어진 경우밖에 없었기에, 누군가에게 자기의 모습이 저렇게 비춰질 수도 있었을거란 생각에 괜히 소름이 돋았다. 저렇게 애교있는 성격은 아닌데 내가. 하고 칼럼은 혼자 말했다. 칼럼은 애초에 이 좁은 플랫에 누군가를 초대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조차 못해봤기에 여자가 왜 밖에서 먹자고 한 게 아니라 안에서 먹자고 했는지 궁금해졌다. 설마 내 몸을 노리고...? 칼럼은 혼자 어이없는 생각을 하곤 피식 웃음이 터졌다. 집에서 먹는다고 너무 대충 입으면 좀 그러려나... 하는 생각으로 옷장을 열었지만 칼럼 옷의 대부분은 트레이닝 복이었다... 겨우 그나마 캐주얼한 옷을 꺼냈다. 나참, 데이트 해본 지도 오래다...





똑똑. 오,오셨어요! 노크 소리와 거의 동시에 문이 열렸다. 설마 대기한 거야? 칼럼은 머쓱하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똑같은 집인데 여자의 집이 훨씬 널어보였다. 인테리어를 잘해놨나... 괜히 더 둘러보지는 않고 곧 바로 식탁에 앉았다. 여자의 요리 솜씨가 나쁘지 않았다. 꽤나 먹음직스러워보였다.




  파스타가 무난한 것 같아서 했는데... 싫어하심 어쩌죠?
  아, 아니에요. 좋아합니다.




여자는 뿌듯하단듯이 앞에 앉았고, 와인을 마실 거냐고 물었다. 조금만요. 라고 답한 칼럼은 여자의 모습을 훑었다. 이렇게 제대로 본 건 거의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인데도 밖에서 데이트를 하듯이 입고있는 여자가 제법 웃겼다. 손을 얼마나 떨던지, 와인잔에 담기는 와인이 춤을 추면서 내려왔다. 드세요! 칼럼은 포크를 들어서 맛을 봤고, 정말 여자는 실력이 있었다. 허니는 칼럼에게 물었다. 무슨 일을 하느냐고.




  유소년 축구 코치를 해요. 저녁반. 프로 애들은 아니고... 그냥 아마추어요. 종종 글도 쓰고요.
  아 그래서 저녁 출근을 하셨구나! 최근에 이사오신 건 아니죠?
  오후반 시간 때 코치였어서 낮에 출근을 하다가 저녁반으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저랑 마주칠 일이 없으셨나봐요.




대화는 생각보다 자연스레 흘러갔다. 대화를 하다보니 여자가 긴장이 풀린건지 벌벌 떨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칼럼이 예상한데로 허니는 오피스 잡을 하는 것이 맞았고, 보수도 나쁘지 않지만 회사 근처의 플랫은 너무 비싸서 룸쉐어를 해야하는데 한 달 정도 했다가 룸메이트가 이상한 탓에 결국 도망치듯 나왔다고 했다. 여기가 거리도 조금 있고 넓진 않지만 교통이 나쁘지 않고 치안도 그럭저럭 괜찮아서 선택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집값도 싸고. 





그 날 이후로 칼럼과 허니는 전보단 부드러운 인사를 나눴다. 물론 칼럼은 출근을 해야했기에 인사와 짧은 스몰톡 이외엔 더이상 할 수 없었지만 허니에게 있어 더할 나위없는 행복이었다. 그렇지만 허니에게 있어서 조금 더 큰 토픽은 칼럼과 관계를 더 나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 였다. 허니는 연애를 안 한지 좀 되었고, 몇번의 짧은 데이트는 있었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마음이 두근거리는 사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게다가 상대와 뭔가 빨리 진행되지 않는 그런 기류조차도 설레게 다가왔다. 그래서 그날부터 허니는 칼럼과 스몰톡을 할 때 은근슬쩍 플러팅을 하기도 하고, 칭찬을 던지기도 했다. 허니가 어느정도 떨던 모습을 버리고 대담해지던 찰나, 칼럼이 말했다.




  비 씨, 죄송합니다만... 제가 지금 연애할 생각이 없어서요. 혹시 제게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그냥 좀 더 편하게 마음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 아, 아아, 네. 네, 좋아요.
  좋은 저녁 보내요.
  네, 터너씨도요.




연애를 오래 하지 않은 건 칼럼도 마찬가지였다. 칼럼은 약 4년간 연애하던 연인과 헤어지고 아직 다른 사람을 만날 확신이 서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장기간 연애하고 헤어진게 대수냐, 싶겠지만은 칼럼에게 있어서 인생의 사랑이었기에 허니에게 기만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칼럼도 이런 말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지만 상처 받을 게 뻔한 상대에게 희망고문을 할 순 없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허니는 다음날 바로 마음을 접은 사람처럼 행동했다. 마주쳤을 때 칼럼은 좀 어찌해야하나 고민했지만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도 옅은 미소와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짧게 인사를 건넨 허니가 그대로 집에 들어갔다. 음? 다행인데? 싶은 칼럼이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게 이틀, 사흘, 일주일... 그리고 한달쯤 되었다. 허니는 더이상 칼럼에게 스몰톡을 걸지도, 걸려고 하는 모습조차 없었다. 짧은 인사. 이웃으로서의 인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시간이 갈 수록 멋쩍어지는 건 칼럼이었다. 아니... 내가 연애하기 싫댔지 이런 반응을 바란건 아니었는데... 칼럼은 기분이 이상했다. 



그리고 허니랑 마주치지 않은 날이었다. 칼럼은 계단을 내려가며 생각했다. 룸메가 이상해서 도망치는 사람이 플러팅 까였다고 이사 안 가겠어? 한숨을 괜히 푹 쉬며 플랫에서 나오는데 플랫 앞에 설치된 가로등에 익숙한 뒷통수가 전화를 받고 있었다. 담배를... 피면서? 뒷통수가 돌아가고 칼럼과 눈이 마주쳤다. 어, 끊어- 하는 목소리와 연기가 같이 나왔다. 





  담배 피우시는지 몰랐네요.
  아... 끊은지 오랜데, 과장님이 조금 지랄 같아야죠.




욕을 하는 것도 처음 들었다. 확실히 피곤해보이는 얼굴이었다. 허니가 조금 지랄 같아야죠, 하고 말한 후 하하 억지 웃음 소리를 냈다. 칼럼은 같이 담배를 피우겠냐고 물었고, 허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담배 꽁초를 버리며 말했다. 다 피워서요. 다음에 봬요. 칼럼을 지나쳐간 허니에겐 담배 냄새가 옅게 났다. 칼럼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거 장초였는데... 칼럼은 가로등을 지나치며 신경질적으로 후드를 뒤집어 썼다.




  저 여자 뭔데 자꾸 신경쓰이게 하냐.



칼럼에겐 싱숭생숭한 저녁이었다.
2024.03.08 22: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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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의 시작에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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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8 22: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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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칼럼 고새 감겼냐고 ㅌㅌㅌㅌㅌ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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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8 23: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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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이구만 센세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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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8 23: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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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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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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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허니 담배피우는데 뭐냐 솔직히 칼럼 첫만남부터 반한것 같은데 자각을 못한듯ㅠ 빨리 허니를 다시 꼬셔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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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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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너무 재미있어요༼;´༎ຶ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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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9 00: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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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 센세ㅠㅠㅠㅠ 어나더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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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9 00: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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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뒤늦게 감겼구만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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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9 01: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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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존나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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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9 01: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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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이렇게 글 쓰면 어나더를 붕간적으로 내줘야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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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9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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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이건 어나더를 줘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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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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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된다 된다!!!!!!!!!! 이 주식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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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9 10: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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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겼구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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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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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좋다 선생님 우리 같이 잘 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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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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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겼다 감겼어ㅋ 센세 나도 감겼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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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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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센세 천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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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31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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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뭔가 미스테리하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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