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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6 02:06
둥근 뺨에 닿은 체온은 따뜻했다. 잠꼬대를 하는 로버트의 등을 토닥이며 둥근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제이크는 잠든 로버트를 뒤로하고 방을 빠져나갔다.

알람 소리가 아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로버트는 눈을 비비며 문을 열었다. 까치집에 안경도 겨우 끼며 잠에 빠진 로버트의 얼굴을 보는 소위에 로버트는 점점 정신이 맑아졌다.

‘대위님’

로버트는 소위의 가슴팍에 붙은 부대 마크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비행 수트 차림으로 문 앞에 서있는 소위를 로버트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가 하는 모든 말소리도, 주변을 가득 메웠던 소음도 그 무엇하나 들리지 않았다.

‘수습’과 ‘사망’이라는 말만 로버트의 귓가를 때렸다.


네 번째 손가락에 껴진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로버트는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았다. 결혼반지. 정확한 표현으로는 약혼반지였다. 화려하지도 않은 프러포즈. 로버트는 그 기억 속에 빠져들었다. 로버트가 응. 이라는 대답에 제이크는 감동한 듯 웃으며 로버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결국 질척거리는 키스로 이어졌고, 로버트는 눈을 감았다.

[내가 없으면 너 어떻게 일어날래?]
[네가 평생 아침을 책임진다고 했으면서-]

입술을 삐죽이는 로버트에게 제이크는 그 입술에 쪽 입을 맞추고 웃었다. 손가락을 곱게 펴 손등을 보여주며 이거 끼워 준거 너거든! 하고 말하는 로버트에 제이크는 고개를 저으며 로버트의 앞에 핫케이크가 든 접시를 내려놓았다.

[이거 매일매일 먹여준다고 약속했자나]

로버트는 버터가 녹아내리는 핫케이크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꼭 미션 나가기 전날, 제이크는 그랬다.

나 없으면 너 아침에 어떻게 일어날래?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에 로버트는 울적해졌다. 하지만 그 행동들은 마치 자신에게 하는 주문이라는 듯이 제이크는 언제나 로버트의 곁으로 돌아왔다. 지금처럼 텅 빈 관을 묻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



*


아침잠은 자연스럽게 줄었다. 모닝커피를 내리고, 핫케이크 가루를 볼에 넣고, 우유를 넣고 금방 아침용 핫케이크를 구워내고는 로버트는 깨끗하게 씻은 샐러드를 접시 위에 올렸다. 드레싱을 뿌리고 핫케이크엔 버터 조각 올려 테이블 위에 두었다. 그리고 홀로 앉은 로버트의 접시는 언제나 제이크가 먹어 치우던 샐러드가 놓여있었다.



*


로버트는 습관처럼 빈 관이 묻힌 비석 앞에 섰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로버트의 덕인지 제이크의 자리는 언제나 깨끗했다. 언제나처럼. 제이크의 성질처럼. 비스킷 가루가 떨어져도 땅콩 부스러기가 차 바닥에 떨어져도 깔끔 떠는 제이크 세러신은 로버트에게 무어라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를 떼어먹거나 입을 맞췄지.

습괸처럼 아침 인사를 건네고는 로버트는 몸을 돌렸다. 사무실에 출근하여 서류 정리를 하고 오후 훈련에 들어갔다. 평화롭고, 아무런 문제 없는 비행이었다. 점검 시에도 비행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버드스트라이크!!


각종 알림음에도 로버트는 차분하게 소위에게 지시를 내렸다. 허둥거리는 소위에도 로버트는 침착했다.




*



‘싫어’


제이크 세러신은 로버트의 말에 절망에 빠진 얼굴을 했다. 하지만 눈물을 터트리는 로버트에게 제이크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로버트를 꼭 안아주었다.


‘제이크 세러신 알람 시계는 필요없어.’


나 혼자서 잘 일어나고, 이제 편식도 안 해. 블랙커피도 마실 수 있고, 샐러드도 난 잘 먹어. 아침을 준비해서 차릴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이제 일찍 일어나.


나한테는 네가 필요해. 그러니까 싫어. 그 반지는 끼고 싶지 않아 제이크.








사고로 청혼을 받는 기점으로 돌아온 로버트는 그 청혼을 거절하게 되는 것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