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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1 00:45

버림받은 허니 보고싶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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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는 보석과도 같은 사람이다. 질투고 나발이고, 애초에 허니와 완전히 다른 정반대의 사람이었기에 그럴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차분하면서도 반짝이고, 형용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가슴이 쓰렸지만, 역시 자신은 토미에게 무엇이 될 수 없다고 뼈저리게 느끼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토마스 쉘비는 그 누가 보더라도 사랑에 빠진 남자였다. 첫눈에 반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허니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 더 가슴이 아팠고, 쓰라렸으며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허니는 토미를 위해 사업을 조금씩 확장하면서 조금이라도 그에게 도움이 되려고 했다. 

어김없이 그의 울부짖는 소리가 귓가를 울리는 밤에 허니는 그녀가 가야 하는 것이 맞는지 골백번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좁은 집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토미를 끌어안고, 그가 잠들 때까지 토닥이는 것은 기만이고 오만일까, 죄가 될까? 토미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감히 내가? 그렇지만 저렇게 괴로워서 몸을 뒤트는 사람이 잠을 잘 수나 있나. 

허니는 초조하게 돌아다니다가, 결국 가지 못하고 동이 틀 때즈음 턱 막히는 숨을 트이듯이 집밖으로 뛰쳐나갔다. 

매캐한 공기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며 더 깊은 상념에 빠지게 했다. 완전히 모든 것이 낯선 땅, 낯선 사람들. 그속에서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고 누군가를 좋아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여유가 있다는 것. 사랑에 힘들어도, 허니 정도면 행운아였다. 속절없이, 맥락없이 흐르는 사고들 속에서 허니는 다시 입술을 짓이겼다. 

"여유 같은 건 없다며..." 

거짓말쟁이. 거짓말이야. 하염없이 걷는 허니는 익숙하지만 아직도 낯선 이곳에서 혼자 걸으면 참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었다. 또한 그랬기 때문에 이제 막 동이 트려는 깜깜한 골목에서 그레이스를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앞에 있는 경감까지도.


-


사랑에 빠진 남자는 참 바보 같다. 사랑에 빠진 여자는 너무도 예민해지는데, 남자는 참 멍청하게 군다. 

허니는 처음으로 온갖 열을 내면서 토미에게 소리를 질렀고, 토미는 ptsd에 시달리는 밤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허니를 야단쳤다. 허니는 그게 너무 서러워서 결국 뛰쳐나왔다. 

멍청한 토마스 바보 쉘비. 허니는 그녀의 집 침대 위에 엎어져서 엉엉 울었다. 이십여 년 가까이 봐온 나보다 잠깐 만나왔던 여자를 철썩같이 믿다니, 이 세상에서 멍청한 남자는 토마스 쉘비뿐일 게 분명했다. 

- 토미, 이십 년이 되도록 봐왔던 나보다, 잠깐 보는 그레이스의 말이 더 믿을 수 있다는 거야?!
- 허니.
- 내가 토미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 허니 비.
- ... 설마, 정말로 내가 질투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토마스 쉘비, 이건 심각한,
- 허니 비! 

호통과 동시에 으르렁거리던 그 목소리, 그 눈빛. 서슬퍼런 눈동자. 허니는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리고는 그 길로 뒤돌아 뛰쳐나갔었다. 

... 그래. 나도 그런 말을 하면 안 됐지. 허니는 후회하면서, 발에 채이는 이불을 더 밀어냈다. 정말... 싫다. 아직도 가슴이 욱신거리고, 결국 그 말은 하지 말걸, 하고 후회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또, 가슴 한켠에서는 불쑥 멍청한 토마스. 하고는 반발을 하고 있었다. 

허니는 그 이후로 외부인임에도 허락되었던 가족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따금 걱정되어 찾아오는 폴리 고모와 존, 에이다만 만날 뿐, 토미에게는 가지도 않았고 펍에는 더더욱 가지도 않았다. 토미에게 전해줘야 하는 서류는 믿을 만한 사람을 시키거나, 허니를 만나러 와주는 에이다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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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안 만나?"
"..."
"허니한테 너무 소홀하지 마. 허니 덕분에 성사시킨 건도 여러가지잖아."
"신경쓰지 마."
"어떻게 신경을 안 써? 지금,"
"에이다."
"... 미친 짓 하지 말고 빨리 화해나 해! 나도 허니 심부름하기 싫거든!" 

쾅 닫힌 문을 보던 토미가 제 얼굴을 쓸었다. 그도 알고 있었다. 이것이 얼마나 유치한 짓인지, 잘 알고 있었으나 그냥 얼굴만 일그러뜨리고, 또 펍에 갈 뿐이었다. 그저 지나가면서 허니가 일하고 있을 가게만 흘끗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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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토마스 쉘비. 그와 허니 비의 재회는 그레이스의 정체가 완전히 들통이 난 것도 모자라 큰 일도 겪고, 토미가 온갖 삼류 로맨스 소설을 찍고 난 후였다. 

쉘비 가의 아비가 들고 튄 돈은 허니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자금을 빼왔고, 킴버와의 싸움에서 죽을 뻔한 토미는 그레이스와 헤어졌다. 샴페인을 다 마셔버린 토미는,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허니의 집 문을 두드렸다. 평소 술을 밥처럼 먹는데도, 오늘따라 취기가 배는 더 올라왔다. 

"... 토미." 

왜 왔어? 자다가 일어난 허니는 잠긴 목소리로 토미를 불렀다. 토미는 답지 않게 잠시 망설였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왜... 찾아오지 않지?"
"뭐가."
"... 낮에도, 밤에도." 

눈썹을 까딱이는 토미는 달빛을 등지고 있어서, 새파란 눈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허니는 잠시 눈을 찌푸렸다가 잠에서 깨려는 듯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바빴어. 또... 남의 남자 안아주기 싫어." 

그리고 담배 피우지 마. 허니가 조금 신경질적으로 토미가 입에 문 담배를 빼앗아 던져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토마스 쉘비 때문에 요즘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허니는, 겨우 이 꿀같은 단잠에 빠져들려는 참이었다. 다 토마스 쉘비 때문이었으니, 또 얼굴을 구겼다. 

"주름진다." 

커다랗고 투박하며 굳은 살이 잔뜩 박인 손으로 허니의 미간을 꾹 누르자, 허니가 뒤로 밀려날 뻔한 것을 억지로 버텼다. 

"남이사 뭔 상관이야."
"사춘기야?"
"이겠냐?" 

허니가 한 발 물러서더니, 문을 힘껏 닫으려고 했으나 토미의 발이 먼저 들어서 있었다. 

"헤어졌어."
"나도 알아."
"그런데 왜 안 와?"
"토미는 내가 멍청이로 보여?"
"왜 '오빠'라고 안 해? 그리고 그 단어는 무슨 뜻이야? 옛날부터 물어봐도, 맨날 비밀이라고 했잖아."
"취했어?"
"..." 

토마스는 터벅,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더니, 몸을 기울어 허니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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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고 있어? 허니는 놀라면서도, 그것이 그가 사랑하는 여자 때문임을 깨닫고서 잠시 주먹을 쥐었다가, 결국 팔을 뻗어 그의 너른 등을 안아주며 토닥였다. 실려오는 그의 체중에 점점 뒷걸음질을 치다가 기어코 침대에 등을 부딪혔다. 보드랍고 달큰한, 허니의 살결에 높은 콧대를 누르며 그녀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좁은 침대에 예전처럼 허니와 토미가 얽혔다. 가슴팍이 짭조름한 눈물로 번져서 간지러웠지만 그녀는 그저 토미의 등을 토닥이며, 그의 뒷머리도 쓸면서 조국의 말로 다시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이내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들었지만 허니는 결코 잠들 수 없는 깊은 밤이었다.


-


허니는 동이 트자마자 토미의 팔에서 조심스럽게 벗어났다. 이불 위로 엎어졌던 그들이었기에, 덮은 것 없이 잠든 토미에게 여분의 이불을 덮어주며 먼저 출근했다. 그리고선 점심 즈음,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에 허니가 그쪽을 쳐다보았다. 손님을 확인한 그녀가 다시 고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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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나 바빠."
"모자 맞추러 왔는데."
"매기! 여기 쉘비 씨 좀 봐줘."
"사장 솜씨가 좋아서 온 건데."
"..."
"점심부터 먹고 하지." 

허니는 불만스럽게 일어나면서, 결국 토미를 따라갔다.


-


토미는 멋대로 평소처럼 허니를 대했다. 자기가 헛으로 야단친 일이 있으니 어쩌면 더 잘 대해주면서. 없던 일처럼 하는 것. 그것은 토마스 쉘비가 허니에게 잘 하는 일이었다. 둘 사이의 곤란한 일은 묻어주자는 무언의 강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밤에 허니가 토미를 진정시키는 것, 허니의 고백, 그레이스의 정체도 모두. 

사실 토미는 이번 일만큼은 사과를 하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허니 비만 아직도 제가 토미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을 뿐이었다. 

그녀도 다시 못 이기는 척 토미를 예전처럼 대했다. 이미 마음이 다 찢겨진 것을 모르는 척, 어설프게 바느질을 했고 덮어두며 이렇게라도 괜찮다고 다시 스스로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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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런던에서 또 마음이 죄다 뜯겨질 것도 모르는 채로.







킬리언너붕붕
토미너붕붕
피키장님


아직 후회닦개 탑승하기 직전이조...

2024.03.01 01:01
ㅇㅇ
모바일
진짜 너무 재밌어 센세 억나더로 함께 해
[Code: 361e]
2024.03.01 02:06
ㅇㅇ
모바일
다음편이 미치도록 궁금해요ㅠㅠㅠㅠ
[Code: 79bc]
2024.03.01 02:50
ㅇㅇ
센세 나쥬거 빨리 억나더ㅠㅠㅠ
[Code: fab1]
2024.03.01 11:09
ㅇㅇ
모바일
센세...센세ㅠㅠㅠㅠㅠㅠㅠ
[Code: 1452]
2024.03.01 20: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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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센세 짤글일치 미쳤다...저렇게 절박하게 안고 모자맞추러 이쁘게 쳐다보면 어떻게 화를 낼 수 있냐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이 흐지부지가 다 후회닦개를 위한 빌드업이라니 센세 사랑해ㅠㅠㅠ
[Code: 6b72]
2024.03.01 22: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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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존잼....ㅅㅂ
[Code: a2ed]
2024.03.02 20:43
ㅇㅇ
모바일
ㅁㅊ 너무 좋다
[Code: e891]
2024.03.03 05: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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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밋어 미칭
[Code: 4c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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