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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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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브아스타브 더지아스더지
아스타리온 승천루트탄 타브/더지로
어느 날 야영지에 비승천 아스타리온이 한 명 더 생긴게 보고싶다

탑덪은 이른 새벽잠에서 깨어났음. 아스타리온의 옅은 비명 소리가 들렸거든.
본능적으로 옆에 둔 무기를 손에 쥔 채 텐트를 빠르게 빠져나온 탑덪은 기이한 장면을 마주하겠지
아스타리온 위에 올라탄 채 아스타리온의 목을 두 손으로 조르고 있는 아스타리온을

얼마나 세게 조르고 있는 건지 밑에 깔린 아스타리온은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시퍼렇게 질려있었고
올라탄 아스타리온은 반드시 이걸 죽여버리고 말겠다는 살기 가득한 눈을 하고 있었음

탑덪은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을 마주했음에도, 이미 말도 안 되는 일을 여러 번 겪어온 사람답게 목을 조르고 있는 아스타리온의 어깨를 잡아당겼음
"어떻게 된 일이야?"
여전히 목을 조르는 손을 떼지 않으려 버티던 아스타리온을 겨우 뜯어낸 탑덪이 말했지
겨우 아스타리온에게서 벗어난 다른 아스타리온이 켁. 컥, 연신 기침을 해대며 기어서 멀어졌음
그 모습을 집요하게 노려보던 아스타리온이 대답했지
"나도 그게 궁금하던 참이었어"
"형상변환인가?"

탑덪은 여전히 무기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두 명의 아스타리온을 번갈아봤음
목에 시퍼렇게 손자국이 남은 채 혼란스러운 눈으로 자신과 다른 아스타리온을 번갈아보는 아스타리온과
여전히 살기 가득한 눈으로 바닥의 아스타리온을 노려보는 아스타리온을

바로 어제까지 이 야영지에 '유일'하게 존재했던 아스타리온은 역시 제 옆에 서있는, 목을 조르고 있던 아스타리온이었지.

탑덪은 승천아스타리온을 자신의 뒤로 밀며 조용히 무기를 꺼내 들었음. 넌 가만히 있어.
벽에 등을 기댄 채 잔뜩 긴장해있는 또 다른 아스타리온을 향해 한걸음 내딛는 탑덪이었지

"정체가 뭐야?"
"..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왜 내가 한 명 더 있는 걸로도 모자라 그게 날 죽이려 드는 거야? 심지어 너까지 내게 무기를 겨누고 있잖아!"

잔뜩 상처받은 아스타리온의 눈동자가 탑덪을 향하고 있었지
탑덪은 그 눈을 보는 순간 또 한명의 아스타리온을 향한 의심을 접을 수밖에 없었음
둘 다 자신이 아는 아스타리온이라고 무슨 일이 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두 명이 되었다고, 승천 전과 승천 후의 모습으로.

탑덪이 정보를 처리하느라 잠깐 머뭇대는 사이, 뒤로 물려놨던 승천아스타리온이 쏜살같이 튀어나가 비승천아스타리온을 벽에 처박으며 소리쳤음
"죽이면 그만이잖아? 내가 마무리할 테니 신경 쓰지마."
"멈춰 아스타리온"
"지금 나한테 명령하는거야 자기?"

형형하게 빛나는 붉은 눈이 어둠 속에서 탑덪을 살벌하게 응시해왔지
탑덪은 둘에게 달려들어 어떻게든 서로를 떼어놓고는 비승천아스타리온을 제 뒤로 숨기며 말했음
"너도 알잖아, 이게 누군지. 근데 왜 죽이려 드는 거야?"
"그거 이리 내놔"
탑덪의 물음을 무시하며 다시 비승천아스타리온에게 뛰어드려드는 승천 아스타리온이겠지

둘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던 비승천아스타리온이 결국 소리를 질렀음
"누구라도 좋으니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 좀 해주겠어?!"
"나도 그럴 수 있다면 좋겠어"
탑덪이 아예 비승천아스타리온을 끌어안아 보호하며 말했음. 그 모습을 보며 승천 아스타리온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지.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설마 내가 있는데 '저딴게' 필요하다고 말할 속셈은 아니겠지?"
"저딴거?"
그 소리에 발끈한 비승천아스타리온이 탑덪의 품에서 꿈틀댔음
탑덪은 튀어나갈 듯 꿈틀대는 비승천아스타리온을 힘으로 가두며 말했지
"이건 너야. 지금의 네가 있기 전의 너라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나'는 지금 여기 존재해. 그 나약하고 역겨운 뱀파이어 스폰이 아니라. 여기 훨씬 더 나은 존재로"
승천아스타리온이 히스테릭하게 소리 질렀음
"저걸 보고 있는 것만으로 배가 다시 쑤시는 기분이 들어. 다시는 느낄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비참한 고통이 몰려든다고"
탑덪의 품에서 가만히 얘기를 듣던 비승천 아스타리온이 충격받은 눈으로 탑덪을 올려다봤음 떨리는 목소리가 물었지
"그 의식을 허락했다고? 네가? 내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뒤에 따라붙는 비승천아스타리온의 말이 탑덪의 심장을 후벼팔 거임

후회해도 이미 저지른 일은 돌이킬 수 없다고
칠천 명의 영혼이 내뱉은 저주의 말은 아스타리온을 영원히 바꾸어놨다고. 돌이킬 수 없다고.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고 책임져야 한다고. 매일 읊조리던 탑덪이었기에 비승천아스타리온의 원망 어린 눈빛이 더 버티기 힘들었을거임

".. 미안해"
"썩을.. 이제야 좀 이해가 가네 이 상황이 말이야.."

타브더지의 품에서 벗어난 비승천아스타리온이 여전히 자신을 죽일 듯 노려봐오는 승천아스타리온에게 말했음
"널 진심으로 동정해"

그 말에 이성이 나간 듯 난폭하게 돌진해오는 승천아스타리온을 막아서는 건 역시 탑덪이었지
옷과 살이 찢겨나가고 피가 튀고 점점 소란스러워지는 상황에 다른 동료들도 점점 깨어나기 시작했음

모두의 만류로 겨우 상황은 진정됐지만 여전히 승천아스타리온은 비승천아스타리온을 호시탐탐 죽이려들거임
타브더지가 무엇을 후회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더욱더

혹시라도 타브더지가 '저것'을 택하려 들기 전에, 책임과 죄를 전부 떠넘기고 자신을 떠나버리기 전에
비승천아스타리온은 그런 승천아스타리온을 진심으로 가엾게 여길 테고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더욱 자기혐오가 끓어오르는 승천아스타리온일거임

타브 더지는 둘 사이에서 두 배로 고통받으며 어쩌면 이게 자신에게 내려진 벌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