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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3 03:24


요즘 늘 그렇듯 오늘도 찬 공기를 몰고 오셨다. 문을 열어드리자마자 바로 가방부터 받아드리고 꿇어앉아 부츠의 레이스를 풀어드렸다. 별 말은 없으셨지만 집으로 들어서시며 강아지 칭찬하듯 머리를 살짝 만지시는 것이 인사임을 알았다. 이런 작은 순간들이 정말 행복해서 저절로 작은 미소를 짓게 되었다. 비록 수십 수백 번이나 경험한 순간들일지라도, 그리고 주인님은 아무 생각 없이 건네신 다정이었겠지만.
 
“토마토 수프?”
 
온 집에 퍼져있는 냄새로 저녁 메뉴를 유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허니가 벗는 코트를 받으면서 뱅상이 웃으며 조용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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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주인님. 갓 구운 빵이랑요.”
 
주인님은 늘 그렇듯 대답이 없으셨지만 욕실로 향하시는 길에 또 스쳐지나가듯 허리를 톡 치는 것으로 만족을 표하셨다. 문이 닫히더니 샤워기 소리가 났다. 코트를 서둘러 방에 가져다놓은 뱅상이 부엌에 들어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딱 좋아하시는 온도로 맞춰놓은 물에 잠시 몸을 담그시고 나온 주인님이 바로 드실 수 있게 식탁을 차릴 시간이었다.
 
주인이 수저를 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제 몫의 그릇을 가져다 그 발치에 꿇어앉으려는 뱅상을 향해 허니가 짧은 고갯짓을 했다. 생각이 많거나 피곤할 때는 뱅상이 제 발밑에서 식사를 하든 말든 신경을 쓰지 못하고 멍하니 밥만 먹는 허니였지만 보통은 겸상을 명하는 편이었다. 그릇과 수저를 챙겨 슬그머니 맞은편에 앉는 뱅상에게 허니가 짧게 말했다. 쳐다보지도 않고서.
 
“빵 맛있네.”
 
그 말을 들은 이가 소년처럼 행복하게 웃는 것에 눈길을 주지 않고 수프만 퍼먹는 허니였지만 뱅상은 고개를 숙이고 식사를 하는 내내 입꼬리를 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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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귀가하셨으니 마냥 쉬시길 바랐건만 주인님은 오늘도 일거리를 집으로 가져오신 모양이었다. 거실 소파에 비스듬하게 누워 깨알같은 글씨가 빽빽한 태블릿을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들여다보시는 주인님의 발치에 조심스레 앉았다. 당연하다는 듯이 작은 발이 까딱까딱 신호를 보냈다. 그것에 순종하여 소파로 올라 앉으니 무릎에 발이 올라왔다. 고급스러운 페디큐어가 되어 있는 발을 뱅상이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자연스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시선은 태블릿에 고정시킨 채로 허니가 거실 TV를 향해 가볍게 손짓했다. 그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아는 뱅상이 얼른 리모컨으로 전원을 켜고 뉴스 채널을 튼 후 음량을 작게 줄였다. 오늘 어디서 누가 어쨌다는 이야기들이 나지막하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주인님께서 어차피 듣고 계시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저 둘만의 공간에 텅 빈 정적만이 흐르지 않도록 해놓으시는 것이었다. 일을 하시지 않으실 때는 뱅상으로 하여금 소리내어 책을 읽게 하셨지만 오늘은 바쁘시니까.
 
발가락 하나하나를 열심히 주무르고 돌리면서 뱅상이 TV에서 흘러나오는 날씨를 들었다. 주인님의 내일 출근을 위해 어떤 코트와 목도리를 꺼내놓고 어떤 아침 식사를 해드릴지 생각하려면 중요한 정보였다.
 
“눈 온대?”
 
허니가 태블릿의 스크롤을 내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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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조금요. 모시러 나갈게요.”
 
차로 마중이라니, 보통은 꿈도 꿀 수 없는 이야기였다. 운전은커녕 집 밖으로 발조차 디딜 수 없는 것이 저 같은 이들 대부분의 삶이었다. 하지만 기적 같은 주인을 만나 여러 가지가 허락되는 것을 알기에 그런 제안도 할 수 있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마음에 든다는 의미의 침묵임을 알아서 뱅상이 계속 마사지에 집중했다. 무뚝뚝한 제 주인은 언어적인 표현이 좀처럼 없는 사람이었으나, 함께 해온 세월은 환히 열려 있는 책처럼 그를 읽을 수 있게 해준 바 있었다.
 
“보온병에 코코아 타줄 거지.”
 
조용히 나온 한 마디 끝에 둘 중 누구도 눈을 올리지 않았지만 뱅상이 피식 웃었다. 중학생이실 때부터 모신, 저보다 몇 살밖에 적지 않은 주인님. 이제는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였지만 많은 부분에서 그때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런 어리광이라든가. 사무실에 넘쳐나는 것이 커피며 코코아일 것이다. 보온병 따위 짐만 되는 물건이었다. 그런데도.
 
“네, 그럼요.”
 
일기예보가 끝나고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음 프로그램은 무엇이라고 안내가 나왔지만 제대로 들은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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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상너붕붕 스완아를로너붕붕 스완너붕붕

어나더
삼나더
 
2024.02.13 03:32
ㅇㅇ
모바일
진짜 바깥은 추운데 안에는 뜨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인게 눈에 보이는 것 같다 둘의 평화로운 일상생활 로봇청소기가 되어서 직접 보고싶다
[Code: d050]
2024.02.13 04:09
ㅇㅇ
모바일
센세 억나더로 함께해
[Code: bea8]
2024.02.13 07:07
ㅇㅇ
센세 사랑해
[Code: 762f]
2024.02.13 08:08
ㅇㅇ
모바일
크아아아아악 센세 사랑해...
[Code: 2879]
2024.02.13 15: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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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다 행복하네...
[Code: ec5e]
2024.02.13 15: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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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이 포근한 분위기 뭐지 사랑해..나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 읽었어
[Code: e3b9]
2024.02.13 22: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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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악 센세한테는 내가 코코아타줘야겠다 쪽
[Code: 7f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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