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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1 14:02
발단은 어처구니없이 사소한 일일거임
제가 바보같았다면 그럴수도 있는게 금단을 빼놓고 봐도 무림의 고수인 사람이 실족을 했으니까...
근데 강징의 잘못은 아니었어
화해한 뒤에는 깨발랄이 더 심해진 위무선이 장난거는걸 피하다가 발을 헛디딘 건데 우연히 뒤에 서 있던 남희신이 재빠르게 받아줬음 그런데 허우적대던 강징의 손이 그의 가슴께를 짚었던거임.
그것뿐인데 그 작은 일이 이토록 심각해질 줄은 몰랐음
그 후로 강징은 자꾸만 남희신의 가슴이 떠오르는데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었음
물론 그 순간에 살짝 충격을 받긴 했어
남희신의 가슴을 잡았을때 우선 여인의 가슴처럼 불룩한 양감에 일차로 놀랐음 근데 그게 바위처럼 단단함. 의복 밖으로는 그런 울퉁불퉁한 굴곡이 드러나지 않아 몰랐는데 뭐 저보다 한 수 위일 정도로 대단한 고수인 줄은 알지만 매끈한 귀공자같이 생긴 사람의 몸매가 그러리라고는...
아무튼 어쩌다 그렇게 적나라하게 만지고 주물럭댔다곤(...) 하나 같은 사내의 가슴 생각에 왤케 싱숭생숭한건지 당황스러웠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거라 생각했는데 바쁘게 일을 하거나 바깥일을 해결하러 나간 중에도 틈틈이 떠올랐고 특히 잠을 자려고 누우면 반드시 생각나는데, 날이 가도 잊혀지긴커녕 오히려 못가진 것에 집착하듯 더 심해지기만 하는거임
그러는 동안 날이 좋아 모임이 자주 열려 서너번 그와 마주칠 일이 있었음. 그때마다 강징은 그의 가슴쪽으로 가려는 시선을 필사적으로 억눌러야 했고, 그러다보니 차마 얼굴도 쳐다보지 못하게 됨
그러다 어느 날은 참기도 지쳤는지 멍하니 또 남희신 가슴 생각을 하다가 한 번만 보여달라 하면 안될까... 성격이 좋으니 어쩌면 허락할지도 몰라... 까지 생각했다가 식겁해서 머리를 붕붕붕 흔들었음
그리고 연화오 사람들은 종주가 자꾸 빨개졌다 파래졌다 혼자 인상을 찌푸리고 중얼중얼하다가 머리를 털기도 하니 또 무슨 열받는 일이 있는 건가 싶어 두려워서 몸을 사리고
이게 나중에는 너무 심해져서 남희신과 같은 공간에만 있어도 너무 긴장이 심함. 제가 느껴 봐도 남이 눈치챌 정도로 거동이 수상해진 걸 알겠고, 이러다 진짜 실수를 할지도 모르겠다 싶어 한참을 견디다 보면 서늘하게 식은땀이 솟곤 할 정도였음
그럴 때 불쑥 그가 운몽 강씨를 방문했으니 강징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느낌이었지.
아무튼 중요한 손님이라 물릴 수도 없고,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운몽 강씨의 종주실로 맞아들이고 마주 앉았을 거야.
강징은 남희신을 젊은 시절부터 알아왔지만 절대 개인적으로 친한 건 아니었음. 그런데 기별도 없이 단신으로 찾아왔으니 이상한 일이었지. 하지만 지금의 강징에게는 그런 거야 아무래도 좋았음. 외부에서 만나면 그래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던 가... 가슴이 이렇게 팔뻗으면 닿을 거리에... 단둘이 앉아 있으니 당연히 남희신의 시선은 저에게만 꽂혔는데 마음이 두근거리고 조마조마해서 이젠 그가 알아채든 말든 눈도 마주치지 못하겠음.
앉자마자 외면하곤, 예의도 없게 차 한 잔 건네지 않고 말도 붙이지 않고. 그러고 있는데.
그 때 남희신이 은은하게 웃으며 말함.
-강종주. 그리도 제 가슴이 신경쓰이십니까?
순간 강징은 한대 맞은 뒤 머릿속에 별가루가 뿌려지는 듯 훅 했고 연달아 어질어질해졌음.
강징이 들켰구나! 이 일을 어쩌지! 하고 막 대혼란에 빠지려고 하는데 잇달아서 남희신이 말하는거임.
사실은 자신의 장난이라고.
강징은 어안이 벙벙해졌음.
수진계의 아이들-혹은 나이 좀 든 젊은 층들도-은 민가의 아이들이 짚이나 나무 장난감을 만들어 노는 것처럼, 여러 가지 주술로 만든 장난을 치며 놀곤 했음. 하지만 강징은 그런 실없는 놀이랑은 거리가 먼 사람이라 어렸을 때도 주술 장난을 친 기억이 없었음. 위무선이 그런 쪽으로 빠지며 더 멀리했던 감도 있었지.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수련 수준이 입신의 경지에 이르고 박학다식한 택무군이 만든 주술이었으니 강징은 물론이고 다른 세가의 주인들까지 깨닫지 못할 정도로 교묘하고 강력할 수밖에.
아무튼 겨우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하고 내막을 이해하게 된 강징이 더듬거리며 아니... 거대 가문의 주인이 그런 장난을 쳐도 되는거냐고 따지기 시작했음. 슬슬 열도 받고, 어처구니도 없고, 그런데도 아직 어딘지 부끄러움이 남아 있어서 목덜미가 발개져가지고 항의를 하는데.
남희신이 웃으며 말했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도 주술에 걸렸기 때문에.
그러자 강징이 흠칫하며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았음.
-그... 그 말은... ......저에게요???
당황한 강징의 머릿속에 이제까지 자신이 남희신의 신체 일부에 집착하던 느낌이 떠올랐음. 그리고 그것을 역으로 뒤집어 보자, 참을 수 없이 간질간질 오글오글해지며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남희신의 시선이 너무나도 불편해졌음.
-제 어디를?
절대 알고 싶지 않다고 속마음이 외치고 있는데도, 천방지축 같은 주둥이가 멋대로 내뱉아버리자 강징은 제 입을 마구 때리고 싶어졌음.
그런데 남희신이 대답함.
-전부 다.
-?!
여전히 차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는 듯 차분한 남희신의 답에 강징은 경악을 하며 마치 겁탈당하는 처녀처럼 앞섶을 꽉 움켜쥐었음.
머릿속이 어지러운 가운데 번뜩 하고 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하는 의문이 스치자, 강징은 당장에 위무선을 떠올렸음.
능력으로 보나, 감히 택무군에게 그따위 장난을 칠 수 있는 대담함으로 보나 그 외에는 없었으니까.
추측이 곧장 확신으로 번지며 혼란스럽던 감정이 일시에 위무선을 향한 분통으로 변했음. 답답하던 감정이 하나로 정리되며 당장이라도 운심부지처로 쳐들어갈 듯 터져나오려는 찰나, 남희신의 목소리가 고요하게 막았음.
-하지만 주술을 건 사람은 없습니다.
-네???
-아무도 주술을 걸지 않았습니다.
-...?
이게 무슨 소리야.
강징은 한참 동안 인상을 찌푸리며 얼굴에 ???? 하는 느낌만 띄우고 있었음. 그러다 어느 순간 얼굴이 확 붉어짐.
이러저러하다보니 강징은 어느새 남희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음. 피할 수도 없이, 차분하고 우수에 찬 듯한 눈에 담긴 매우 의미심장한 감정이 이 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았음.
일각 후, 강징은 상을 뒤집어 엎어버릴 것 같은 기세로 벌떡 일어나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음.
사실 그가 화를 낼 것으로 예상했던 남희신은 오히려 들어올 때보다 더 빨개지고 낭패한 표정으로 도망치는 삼독성수를 보고 소리 없는 미소를 떠올렸음.
다음에는 입술에다 걸어 볼까.
남희신은 아직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채, 손수 남의 집 다기로 차를 끓여 마시며 생각했음.
그래도,
강종주가 화를 낼 것 같지는 않으니까.
남희신 왕가슴 존좋...
근데 아직 주술 안풀어줬음
희신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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