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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9 10:46
벤저씨 본인보다 못 배우고 대화 안 통하는 사람들 싫어할 것 같지만, 콤플렉스 따위 없는 사람이라 의외로 그러지 않아도 좋다.
벤저씨보다 한참 어린 허니, 원래도 슈가대디 여럿 두고 있었고 벤저씨 만나기 전까진 종종 머리채 잡히거나 맞는 것도 일상 다반사였겠지. 그러다가 전에 알고지내던 변호사 통해 소개받은게 벤저씨였으면.
곰 같고 무뚝뚝한데 돈은 많은. 덩치는 있어도 이목구비 뜯어보면 보통 사람은 아니었으니 첫만남 자리에 앉자마자 허니는 속으로 월척...! 하고 쾌재를 불렀고 벤저씨는 윗짤처럼 가만히 애 보기만 했음. 근데 그 시선이 천천히 몸을 훑길래 허니 속으로 남자들이란... 하고 비아냥댔는데 벤저씨가 몸 훑으며 고개 살짝 기울이면서는 내가 너무 싸구려를 입고 왔나...? 하는 걱정이 들었고 몇 분이 더 지나도 입을 열지 않는 벤저씨에게는 내가 맘에 안 드나봐... 하면서 속으로 울고 있었음... 워낙 기복이 있는 성격이라 혼자 롤러코스터 타고 있는데
"원래 그렇게 말랐나. 아니면"
관리를 그렇게 하는 건가. 예상 밖의 물음이라 허니 아...? 하고 벙쪘지만 제 드러난 팔 쓸어내리며 그냥... 원래 좀... 하면서 얼버무렸음.
왠지 생각보다 더 많은 양의 요리가 나오면서 허니 이거 다 먹으라는 건가... 통통한 애를 좋아하나...? 싶어서 일부러 잘 보이려고 무리하게 우걱우걱 먹었는데, 워낙 입이 짧은 편이라 저 화장실... 하고 나가서 다 게워냈고, 또 앉아선 아무렇지 않게 우걱우걱... 그걸 서너번 쯤 반복했음. 한 차례 속 비워내고 다시 자리에 앉았을 때엔 이상하게 테이블이 싹 치워진 상태였지. 허니 당황해서 얼굴에 물음표 띄우고 벤저씨 바라봤고.
"똘똘한 줄 알았더니."
벤저씨 대뜸 그런 말 해서 허니 그때부턴 벤저씨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음.
역시 그런 대학... 증권가... 어마무시한 재력가... 나한테 실망했나...? 그럼 이제 못 만나? 안돼...! 이런 월척을...! 하면서 속으로 징징대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 어느새 호텔 레스토랑에서 나와 호텔 직원이 벤저씨 끌고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음.
그렇게 차가 오는데 어둡고 크지만 어쨌든 저기 박혀있는 로고는 허니도 아는 로고라... 허니 대뜸 벤저씨 소매 붙잡은 거지. 지금 생각해보면 벤저씨 성격에 그걸 내치지 않았던 것부터 꽤 마음에 들어했던 건데... 그땐 알 리가 있나.
"이 차 타보고 싶어요...!"
아니 이걸 말하려고 했던게 아닌데...! 했지만 정신 차렸을 땐 이미 조수석에 안전벨트까지 하고 멍하니 앉아있었고... 허니 집 앞에 차가 멈춰섰을 땐 또 허니 꾸역꾸역 벤저씨 잡으려고 했음.
"저 밥 먹이려고 부르셨어요?"
맹한 얼굴로 저런 말을 하니까 이때 벤저씨 속으로 웃었는데 워낙 포커페이스 잘 하는 분이라 무표정이었으면. 벤저씨 대답 없이 허니한테 봉투 하나 건넸고 육안으로 봐도 꽤 두툼해서 허니 그거 받고서도 손으로 꽤 쪼물쪼물 만졌음. 시야에 쪼물대는 작은 손이 보여서 벤저씨 속으로 또 건조하게 웃다가 다음부터는 현찰 대신 입금해주겠다고 말했고 그 말에 허니 꺅 하고 소리쳤으면...
그 다음 만남 때도 그냥 고급 레스토랑에서 밥 한 끼 먹고 헤어졌고 그 다음, 다다음도 그랬음. 슈가베이비가 아니라 밥메이트가 필요한 건가...? 싶기도 했는데 그럴 리는 없고. 독실한 종교인 뭐 그런 건가...? 싶어 벤저씨 목도 뚫어져라 보고 차 구석구석도 봤는데 십자가 같은 악세사리는 일체 없었음.
그럼 내가 맘에 안 들어서...? 그 생각을 할 땐 또 한껏 의기소침해져서 그 날 저녁 벤저씨가 무슨 말을 하던 대답도 제대로 못했던 거지.
그쯤되니 벤저씨 흠... 하는 소리까지 냈지만 허니 당연히 그것도 놓쳤고. 근데 또 이땐 벤저씨가 범상치 않게 깔끔한 사람이란 걸 알았던 허니, 설마 내가 여러사람 만나는 걸 알고...? 하면서 입술 잘근잘근 씹고 있었음.
"허니."
"정리할게요...!"
다른 분들 다 정리할게요...! 허니 대뜸 소리쳤고 벤저씨 답지 않게 눈썹 꿈틀이긴 했는데, 뭐 손해는 아니니 말리진 않았음. 애초에 슈가대디 여럿 있다는 건 알긴 했고 또 언젠간 정리시켜야지 하긴 했는데. 이렇게 제 발 저릴 줄은 몰랐지.
"대신 용돈 더 주셔야 해요..."
라는 말에 벤저씨 답지 않게 소리내서 웃음 터뜨렸으면.
둘 그렇게 만난지 n년째면 좋겠다. 거의 연애나 다름 없는데 어쨌든 벤저씨가 계속 용돈을 주고 있으니 슈가대디 슈가베이비 관계이긴 해서...
이쯤되니 허니, 벤저씨를 향한 마음이 너무 커졌는데 또 더 나아가면 본인 욕심이라고 생각했고 난 그냥... 장난감 같은 거니까... 하는 생각에 근래에 들어선 꽤 선을 긋고 있던 거면 좋다. 그리고 벤저씨는 슬슬 허니가 본인 밀어내는게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했고.
이때까지 둘 각자 집이 있었고 보통은 허니가 벤저씨에 집에서 자고 가는게 태반이었음. 허니가 본인 집에 초대를 안 하기도 했고.
그 날도 평소처럼 둘이 헐벗은 채로 이불 속에 누워서, 허니는 벤저씨 팔을 베고 있었지. 벤저씨가 머리카락 천천히 쓸어주면 그 손길 느끼며 서서히 잠에 드는게 보통인데... 이 날은 벤저씨가 하고픈 말이 있어서.
"내일도 같이 있음 좋겠는데."
"내일은 카레 해먹을까요?"
"내일 모레도."
"..."
"그 다음날도."
그 말 뜻을 모를만큼 눈치 없진 않아서 허니 잠깐 멍하니 벤저씨 쳐다봤음. 벤저씨는 나른한 얼굴로 하염없이 허니 머리카락 쓸어내리며 답 기다렸고. 허니 몇 번이나 눈 굴리며 입술 오물거렸지만 정작 대답은 한참 뒤였음. 그러면서 벤저씨 눈썹은 점점 내려앉았지만 앞머리에 가려서 안 보였고.
"전... 제 생각엔... 저희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가."
"전 아직 어리고... 또... 리커트 씨도 바쁘니까..."
허니 분명 본인이 직업도 없고 능력도 없고... 너무 부족했으니 한 말이지만 벤저씨 귀에는 그렇게 들릴 리 없어서... 벤저씨가 그래. 하며 뱉은 짧은 대답을 끝으로 둘 대화도 그렇게 멎었음.
다음날 눈 떴을 땐 너무 어색해져서... 허니 눈 뜨자마자 옷 입고 서둘러 집 나갔겠지. 어제 카레니 뭐니 얘기한 건 또 까먹고.
그렇게 며칠이 뭐야, 거의 한 달이 다 되가도록 서로 연락 한 통 안 했으면. 이쯤되면 허니 다른 슈가대디 찾을 법도 한데 왠지 이번엔... 마음이 아파서 집에만 박혀 있었음.
그렇게 며칠은 또 엉엉 울면서 보내다가 한 달이 지나갈 때엔 벤저씨가 너무 보고싶어서... 허니 충동적으로 마트에서 채소랑 재료 몇 개 사들더니 대뜸 벤저씨 집 앞에 선 거지. 벤저씨가 비밀번호를 알려줬으니 쥐새끼처럼 몰래 들어가서 부엌에서 칼질 좀 하고... 그러면서 뭘 뚝딱뚝딱 만들고 있는데 문득 등 뒤가 싸해서 뒤돌아보면 거기에 벤저씨가 가만히 서서 바라보고 있었음. 허니 비명 지르며 발 구르다가 그대로 떨어지는 칼에 발등 베이고... 벤저씨 굳은 표정으로 부엌 넘어와서 응급처치 해주는데 서로 한 마디도 안 했으면.
그러다 허니가 훌쩍이며 우는 소리 내기 시작하면 벤저씨 그제서야 화 누르는듯 낮은 목소리로 입 열었음.
"그래서. 뭐하자고."
그 말이 너무 딱딱해서 결국 허니 애처럼 울어버렸는데, 벤저씨 이럴 땐 또 차가웠으니 눈물 닦아주거나 달래주는 건 없었음. 허니 결국 눈치보며 울음 그칠 때쯤... 벤저씨가 눈빛으로 채근하니 입 열었지.
"리커트 씨랑..."
"..."
"카레... 먹고 싶어서..."
별안간 또 울음 터뜨리더니 모른척 품에 안기려고 하길래. 벤저씨 작게 한숨 뱉었지만 그 작은 애 밀어내지 못하고 제 품에 안았음.
그 후엔 허니 하루 이틀씩 머무르는 시간 길어지더니 엉겁결에 동거가 시작됐고... 벤저씨와 함께 살면서 점점 더 벤저씨가 좋아지니 허니 이젠 주체못할만큼 마음이 커졌음. 그러니 언제라도 벤저씨가 나가라하면 미련 없이 나가겠노라... 결혼상대가 생기면 정말 귀찮게 하지 않고 바로... 이런 생각을 하루에도 수없이 하다보니 또 끙끙거리는 모습을 숨길 수가 없던 거지.
그래도 이때쯤부턴 리커트 씨가 아닌 벤, 으로 호칭이 바뀌면서 둘 더 가까워졌지만... 그럴수록 허니 알 수 없는 조바심에 삐걱대기도 했고.
허니가 벤저씨 용돈도 이때부턴 안 받았겠지. 벤저씨 눈썹 꿈틀였지만 허니 그 얼굴 피하며 괜히 자리 뜨다가, 나중에는 나름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해서 생활비에 보태기도 했고... 그때부터 벤저씨 종종 눈 가늘게 뜨며 허니 바라봤지만 그때부터 어색하게 웃을 뿐이라.
애가 착하긴 착한데 맹한 면이 있어서 별안간 통통 튀니 벤저씨 가끔 그런 허니 신기하게도 보겠지. 본인이랑 정반대니까. 그래서 남들 속 훤히 읽는 벤저씨가 유독 허니 머릿속 들여다보는 건 어려워했으면.
그래서 허니 머릿속이 궁금할 땐 벤저씨 이따금씩 그 작은 머리통에 손 올리고 가볍게 톡톡 두드리곤 했는데 그게 꼭 강아지 대하는 느낌이라 허니는 눈만 꿈뻑였음.
그러다가 한 번은 둘 나란히 백화점 갔다가 거기서 벤저씨 전 약혼자 만나라. 둘 무슨 영문인지 결혼은 안 했지만 여자가 먼저 다가와 벤...? 하며 아는체하고 그 뒤로 나누는 대화는 꽤 홀가분하고... 편안한 어른의 그것이라... 허니 본인도 모르게 멀리 떨어져서 일행 아닌척했음. 허니 소개해주려던 벤저씨 어느새 저 멀리 행거 뒤적이는 애 보고 잠깐 눈 가늘게 떴지만 뭐라고 하진 않았고.
그 날 집에 와선 왠지 둘 다 불이 붙어서 꽤 질펀하게 몸 맞췄음. 웬만큼 몸 달은 티 안 내는 허니도 벤저씨 몸에 최대한 몸 붙이면서 밭은 숨 내쉬니 벤저씨는 정말 열이 머리 끝까지 올라서, 평소보다 더 거칠게 굴기도 하고... 둘 관계 끝나면 꼭 같이 욕조에 들어가서 벤저씨가 꽤 다정하게 마사지도 해주며 몸 풀어주는데 이 날은 둘 다 기절하듯 잠들었겠지.
빵발너붕붕 벤저씨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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