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82545262
view 20044
2024.01.31 15:13





https://hygall.com/582298097







스즈키의 부모님은 은퇴 후 시골에서 살고 계시다고 했다.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벌써 소문을 낸 모양인지 집안 사람들이 하나 둘 안부를 물어오기 시작했다. '엄마가 케이는 무슨 음식을 제일 좋아하냐고 물어 보래요.' '막내가 동물병원에 햄스터들도 오냐고 물어보래요.' '형 친구도 수의학 전공했는데 실제로 병원 차린 또래는 처음이라고 신기하대요.' '아빠가 케이 낚시할 줄 아녜요.' '셋째가 페퍼 비만인지 한 번 봐달래요. 아 페퍼는 셋째가 기숙사에서 키우는 고양이에요.' 스즈키는 5형제 중 둘째였다. 남자만 드글드글한 집에서 자란 것 치고는 굉장히 상냥한 것이었다. "내가 남자란 것도 말씀드렸어? 뭐라고 안 하셔...?" 스즈키는 이런 질문이 익숙한듯, 입 안에 빵을 구겨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첫사랑이 중학교 때 축구부 코치님이었거든요. 그리고 나중에 그 축구부에서 한 학년 아래 후배랑 사귀었었는데 그걸 다른 학부형한테 들켜 버려서 둘 다 축구부 방출 당했고... 그때 집안 한 번 발칵 뒤집힌 뒤로 더 이상의 충격은 안 받으세요. 그냥 제대로 된 놈이나 만나라면서, 그게 다예요." 손가락에 묻은 빵가루를 쪽쪽 빨며 웃는 모습엔 걱정이 없어 보였다. 충분히 사랑 받고 응원 받으며 자란 성인만이 가질 수 있는 소년의 얼굴. 스즈키는 아직 소년 같았다.















"정말 내가 가도 되는 거야? 아무리 놀러 오라고 하셨다지만... 그냥 빈말일 수도 있잖아..." 지난 일주일 동안 계속 마치다 집에서 출퇴근 했던 스즈키가 이번엔 본가에 놀러 가자며 토요일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다. "케이는 그냥 몸만 가면 돼요. 내가 알아서 챙길 테니까." 마치다는 잠옷 차림으로 꼼지락 거리며 스즈키 근처를 맴돌았다. 남의 집엔 가본 적도 없다. 10대 때는 물론, 집에서 도망쳐 나온 뒤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누군가의 집에 놀러가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TV에서 본 대로 유명한 백화점에 들러 디저트를 샀다. 일곱 식구니까 잔뜩. 너희 집은 한 가지를 사도 무조건 일곱 개를 사야 하니까 식비가 장난 아니었겠다는 말에 스즈키가 큰 소리로 웃었다. 음식 줄어들까봐 아침에 제일 일찍 일어났다는 얘기를 시작으로 어린시절 이야기를 줄줄이 풀어냈다. 마치다는 시트콤 줄거리라도 듣는 것처럼 재밌어했다.














점심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한 두 사람을 반겨준 건 스즈키의 부모님과 막내 동생이었다. 막내라고는 했어도 당연히 성인일 줄 알았는데 이제 고등학교에 입학했다고 해 깜짝 놀랐다. 둘째 형이 사귀는 사람이 남자라는 사실에 놀란 건지, 마치다가 잘생겨서 놀란 건지는 몰라도 한참이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분위기를 살폈다. 집은 다행히도 전형적인 시골 주택이었다. 조용하고 깔끔했다. 막내는 여기 시골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중이고, 장남은 시부야에, 셋째와 넷째는 같은 대학교 기숙사에 살고 있다. 그 사람들이 오늘 모두 집에 모이는 이유가 바로 마치다 때문이었다. 한 명 한 명 등장할 때마다 벌떡 일어나 인사를 나눴다. 약속이라도 한듯 마치다에게 엄청 잘생겼다는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장남이 "지금까지 네가 사귄 애들 중에 두번 째로 잘생겼네."라는 소리를 해 온가족이 그를 나무랐다. 아무래도 말을 필터 없이 뱉어 종종 혼나는 모양이다.

부모님은 말이 없는 편이었지만 형제들이 각자 자기 할 말을 떠들어대는 걸로 충분했다. 늘 정막 속에 살던 마치다에겐 낯선 환경이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스즈키가 튀김 두 조각을 마치다 그릇에 올려주는 걸 막내가 포착하고 놀리기 시작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긴 해도 막내는 확실히 막내였다. 식사 후엔 마치다가 백화점에서 산 디저트를 다함께 꺼내 먹었다. 사실 어느 백화점에서나 파는 기성품이었지만 부모님은 마치다상 덕에 이런 걸 먹는다며 다정한 말을 해주셨다. 설거지 내기로 주사위 게임을 하는 것도 신기했다. 음식을 준비한 어머니를 제외한 나머지 남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주사위를 굴렸다. 마치다는 손님이니 제외였다.

오늘의 벌칙자는 셋째였다. 기숙사에서 페퍼라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던. 마치다는 도와주겠다며 셋째의 곁을 맴돌았다. "저 사실은 수의사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아빠가 의사 될 거면 사람 고치는 의사를 해야지 무슨 동물 고치는 의사를 하느냐고 뭐라고 하셔서 포기했어요. 근데 지금 마치다상 보니까 나도 그냥 수의학과 갈 걸 그랬나 봐요." 생각지도 못한 속얘기에 마치다는 기분이 이상했다. 이걸 자신이 들어도 되는 건지, 뻘쭘하고 조금은 과분한 느낌이 들었다. 비밀 친구 끼리만 하는 얘기를 엿듣게 된 것 같달까. "이왕이면 사람 치료하는 의사가 낫지. 그런데 난 동물들한테 마음이 더 가더라고. 동물은 스스로 병원을 찾을 수 없잖아. 누군가 먼저 알아봐주지 않으면 혼자 조용히 죽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게 슬픈 것 같아. 난 그래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양 손에 거품을 잔뜩 묻힌 셋째가 고개를 돌려 어깨에 겨우 눈물을 찍어 닦고 있었다. "우, 울어?" 아무래도 마치다상의 이야기를 들으니 역시 자신도 수의사가 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셋째는 감동 받은 얼굴로 설거지를 마저 이어갔다.

"나랑 케이는 방에서 잘게요." 온가족의 시선이 마치다에게 꽂혔다. "아, 아니... 그냥 우리도 거실에서 다같이 자자. 이미 우리 자리도 깔아주셨는데." 스즈키는 원래 자신과 마치다의 자리였을 이불을 발로 푹푹 접어 눌렀다. 방에 들어가서 단둘이 자겠다는 뜻이었다. 사실 그 이불을 깐 건 어머니가 아니라 막내였기 때문에 막내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고 있었지만 스즈키는 눈치 채지 못했다. "노부, 그냥 다같이 자자. 네가 원래 가족들이 다 모인 날엔 함께 자는 거라며. 나도 해보고 싶어." 스즈키의 눈동자가 흐물흐물해졌다. "그럴래요? 불편할 텐데... 새벽에라도 방에 들어가고 싶으면 말해요. 그럼 여기 안쪽에 누워요. 이불 다시 펴줄게요." 장남은 이미 멀찌감치 누워 핸드폰으로 해외 주식 장을 들여다 보고 있었고 영 말이 없는 넷째는 이미 눈을 감고 있었다. 막내와 셋째가 스즈키 곁으로 다가왔다. 둘은 아무래도 마치다가 좋은 모양이었다.

불이 꺼지고 얼마 안 있어 부모님은 작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주식 창을 들여다 보는 장남의 한숨 소리와 막내, 셋째가 킬킬거리는 소리가 전부 꿈 같았다. 마치다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다. 스즈키는 자꾸만 셋째에게 발길질을 하며 조용히 좀 하라고 화를 냈다. 막내는 밤을 새워 다같이 얘기하자더니 생각보다 빨리 꿈나라로 갔다. 셋째는 수의사인 마치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스즈키의 계속 되는 발길질에 멀리 떨어져 누워야했다. 이불 속에서 몰래 손을 잡고, 최대한 수상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애틋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스즈키는 마치다를 재웠다.

문득 잠에서 깬 새벽, 몸을 일으켜 앉으니 여러 사람이 뒤엉켜 잠들어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말이 없던 넷째는 잠버릇이 제일 고약해서 이상한 자세를 하고 있었다. 못참고 작게 웃음을 터뜨린 탓에 스즈키도 덩달아 눈을 떴다. 모두가 자고 있는 걸 확인하더니 바로 마치다의 허리를 껴안고 어깨에 입을 맞췄다. "이렇게 가족 많은 거 싫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매번 좋기만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럿인 편이 좋다는 거 당신도 알게 해주고 싶어요... 케이만 허락해 준다면, 내가 케이한테 가족이 되어주고 싶어요. 내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우리 가족들도 다 받아들일 거예요. 그게 가족이니까." 감동적인 순간, 이불 속에서 훌쩍이는 셋째 때문에 대답할 타이밍을 놓쳐 버렸어도 이 가족이 너무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흉하게 남의 대화나 엿듣는 쥐새끼 같은 놈이라며 또 발길질 하려는 걸 마치다가 가운데서 막았다. "거... 잠 좀 자자..." 참다 못한 아버지의 한 마디에 마치다는 어둠 속에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너 때문에 나까지 혼났다며 이불 속에서 팔뚝을 꼬집었다. 스즈키는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소리로 끙끙대면서 마치다를 꽉 껴안았다. 







c3529dae8f2326ec0c5fabaf4610202a.jpg
d4091eab7205b07d94bc257ea642ab5d.jpg



노부마치
2024.02.06 16:03
ㅇㅇ
센세보고프다
[Code: d8eb]
2024.02.07 19:45
ㅇㅇ
오실거죠 센세ㅠㅠㅠㅠㅠㅠㅠ
[Code: 3dcb]
2024.02.09 14:16
ㅇㅇ
센세 기다리고있어요...
[Code: cab3]
2024.02.10 08:38
ㅇㅇ
모바일
으아아아악 마음이 몽글몽글ㅜㅜㅜㅜㅜ
[Code: 24fb]
2024.02.10 22:47
ㅇㅇ
센세 설날인데 새해 복 많이 받고 어나더로 꼭 와줘ㅠㅠㅠㅠ
[Code: 3ff5]
2024.02.11 22:15
ㅇㅇ
모바일
센세ㅠㅠㅠㅠㅠ
[Code: 6285]
2024.02.12 13:19
ㅇㅇ
모바일
내 센세 언제오실까....
[Code: 0d95]
2024.02.14 16:23
ㅇㅇ
오늘 발렌타인데이라고 센세가 와주셨으면 좋겠다
[Code: 74c8]
2024.02.16 21:53
ㅇㅇ
모바일
센세가 안오신지 보름이나 지났다니ㅠㅠㅠ
[Code: b3d8]
2024.02.18 15:31
ㅇㅇ
센세보고싶어요
[Code: 3f89]
2024.02.20 19:03
ㅇㅇ
부케비 색창 새로고침 하면서 센세 기다리는중
[Code: 799c]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