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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혼 션웨이쿤룬 웨이란 주일룡백우



 



다음날, 쿤룬의 집 앞마당에는 아침부터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손님이래 봤자 어차피 곤륜산의 아이들뿐이지만, 제 주인을 존경하는 만큼 어려워하기도 하는 이들이 특별한 날이 아님에도 집까지 찾아오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이었다.


"그리도 신기할까?"


툇마루에 앉아 분주히 오가는 아이들을 보던 쿤룬이 불쑥 말했다. 시작은 션웨이를 안고 마당으로 나온 것이었다. 션웨이는 아직 갓난아기라 그런지 계속 잠만 잤지만, 아이와 함께 이 화사한 봄날씨를 즐기고 싶었다. 그리하여 잠든 아이에게 구경시켜 주듯 느긋하게 마당을 돌다가 평상에 앉을 무렵, 웬일로 제 집 근처에서 기웃거리는 아이들이 눈에 띄더랬다. 괜히 아는 척했다가 놀라게 할까 봐 가만히 봄바람이나 맞고 있으면, 처음에는 한둘이던 녀석들이 슬금슬금 늘어나 금세 열 명을 넘어섰다. 옹기종기 모인 시선의 끝이 워낙 분명한지라 쿤룬도 그들이 왜 찾아왔는지 모를 수 없었다. 웃음을 터뜨리며 구경할 테냐 묻자 아이들은 쭈뼛거리면서도 후다닥 다가와 션웨이를 이리저리 살펴봤다. 그러면서 자꾸만 제 눈치를 보기에 선뜻 자리를 비켜주었고, 채 한 식경도 지나지 않았을 때는 다른 아이들까지 전부 모여 션웨이를 확인하느라 바빴다.


"신기하겠지."


쿤룬의 다리에 올라앉아 햇빛을 즐기던 다칭이 툭 대답했다.


"외부인을 곤륜산으로 데려온 건 처음이잖아. 그것도 저렇게 갓난아기를."


맞는 말이긴 했다. 태초에 쿤룬이 곤륜산에 터를 잡을 때 요족과 화족 여럿을 대동했으니, 그들이 지금 곤륜산 아이들의 조상이었다. 뿌리가 이곳이라 그럴까, 곤륜산의 아이들은 도통 밖으로 나가는 법이 없었다. 서로 한 다리만 건너면 손바닥 보듯 줄줄이 꿸 만큼 친밀한데도 그랬다. 매일 보는 얼굴들이 그렇게 좋은지, 어딜 가든 늘 짝지어 다니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다들 자연스레 바깥과의 소통이 없다시피 했고, 그들이 보는 외부인이라고는 가끔 쿤룬을 찾아오는 손님이 전부였다. 어쩌다가 한두 번씩 외부에서 반려를 맞이해 곤륜산으로 돌아오는 경우면 모를까, 아무 인연 없는 외부인은 션웨이가 처음이었다.


"심지어 그 갓난아기가 황룡이라는데 찾아오지 않고 배기겠어?"


그것도 맞는 말이지. 명쾌한 해답에 쿤룬은 별 의미 없이 고개를 까닥였다. 용족은 유독 외부와의 교류를 삼가는 폐쇄적인 문화를 고수했다. 제 잘난 맛에 사는 거만함도 있지만, 성질 죽여가며 타인과 어울리는 것 자체를 못 견디는 까탈스러운 천성이 가장 큰 이유였다. 같은 용족이라고 해도 비늘 색이 다르면 조화되지 못해 기어코 저들끼리 또 무리를 나눠버렸으니, 말 다 한 셈이었다.

그리고, 그런 용들마저 유난이라며 혀를 차는 것이 바로 황룡이었다. 황룡의 독보적인 성질머리는 모르는 자가 없었다. 오죽하면 황룡은 피하는 게 상책이고, 예기치 못하게 만나면 일거수일투족을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다칭은 비늘에 금칠을 했더니 제대로 꼴값 떤다며 질색하기도 했다.


"얘는 황룡답지 않게 참 순하다. 황룡은 태어나기만 하면 열흘 밤낮을 빽빽 우느라 천지를 뒤집어놓는데."


션웨이를 구경하던 아이 중, 여우 한 마리가 신기해서 재잘거렸다. 다른 아이들도 딱히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천계 태생이 대부분 그렇듯 용족도 번식에 큰 의의를 두지 않으나, 당연히 서로 사랑하여 혼인하고 아이를 낳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용이라고 해서 특별한 아이를 낳는 것은 아니다. 새끼 용도 여느 아기처럼 쪼글쪼글하고, 잘 울고, 잘 웃고, 잘 먹었다. 다만, 황룡의 핏줄은 갓 태어날 때부터 기세가 어찌나 대단한지, 족히 열흘은 밤낮으로 쉬지 않고 울어 난데없는 천둥과 번개, 벼락, 폭풍우 따위를 불러들이는 것이었다.


"션웨이는 황룡의 기적이지."


여우의 말에 웃음을 터뜨린 다칭이 말했다.


"애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


쿤룬은 다칭을 타박하면서도 그를 따라 바람 빠지듯 웃었다. 사실 쿤룬도 션웨이의 울음을 걱정했던 터라, 얌전히 자는 아이가 무척 안심이긴 했다. 용족 중 청룡이 그나마 온화한 편이라고 들었는데, 어쩌면 어머니를 많이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생긴 건 제 아비랑 똑같길래 성격도 똑같을 줄 알았더니."


같은 생각을 했는지, 웃음을 사그라뜨린 다칭이 의외라는 투로 혼잣말했다. 이 검은 고양이는 쿤룬을 제외하면 곤륜산 아이들이나 신경 쓰지, 외부의 일에는 심드렁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류선의 탄생은 알고 있으니, 울음소리 하나로 천하를 뒤흔들다 못해 곤륜산에까지 지진을 일으킨 탓이었다. 벌써 수만 년이 지난 일인데도 어제 일처럼 생생히 떠올랐다. 전례 없는 대사건이었거니와, 류선이 태어난 이후로도 그런 일이 없어 더 기억에 남았다.


"쿤룬, 쿤룬!"


그때, 아이들이 갑자기 소란을 떨며 쿤룬을 찾았다. 당황한 쿤룬이 얼른 몸을 일으켜 그들에게 향했고, 날쌔게 바닥에 착지한 다칭이 뒤를 쫓았다.


"왜 그러느냐, 무슨 일이라도―"

"션웨이가 깼어요!"


쿤룬이 미처 다 묻기도 전에 참새가 소리쳤다. 깼다고? 눈썹을 치켜올린 쿤룬이 션웨이를 확인하니, 말마따나 잠에서 깬 아이가 순하게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딱 그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션웨이가 엄청난 일을 한 것처럼 저들끼리 안절부절못했다.


"이 녀석들아, 누구 간을 떨어뜨리려고."


어렵지 않게 상황을 파악한 쿤룬은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고작 아이가 잠에서 깼다고 이렇게 호들갑이라니. 갓난아이를 생전 처음 보는 아이들도 있어서 더 그런가 보다. 제 반응을 보고도 계속 션웨이를 꼼꼼히 살피는 모습이 참 웃기고 귀여웠다.


"애가 깬 걸로 왜 이리 소란이야? 놀랐잖아."


마찬가지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놀랐던 다칭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까마귀 하나가 냉큼 다칭을 평상 위에 올렸다.


"봐봐, 다칭, 애가 깼다니까?"

"그럼 애가 깨지, 평생 자냐?"

"션웨이는 내내 잠만 잤는걸? 적어도 성인이 될 때까진 쭉 잘 줄 알았는데!"

"환장한다. 너도 애 키워봤으면서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우리 애가 이만했던 게 벌써 백 년 전이다, 이놈아. 그리고 션웨이가 어디 보통 아이냐? 황룡이잖아! 울지 않으니 잠을 자나 보다 했다고."


다칭과 까마귀의 만담 같은 대화를 듣던 쿤룬이 다시금 웃었다. 아무리 백 년 전이래도 아이를 키워본 녀석까지 이럴 정도면, 다른 아이들에게 션웨이가 얼마나 미지의 존재일지 알만했다.


"이 모습도 오래 보지 못할 테니, 다들 지금 많이 배워야겠구나."


낮게 웃은 쿤룬이 션웨이를 안아 들며 평상에 앉았다. 반사적으로 주춤 물러났던 아이들이 금세 슬그머니 다가왔다.


"왜 오래 못 보나요? 나중에 다른 데로 가는 거예요?"


가장 가까이 서서 션웨이를 들여다보던 어린 뱀이 서운한 목소리로 물었다. 쿤룬은 그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저었다.


"가긴 어딜 간다고. 션웨이는 금방 자란다는 뜻이란다."

"얼마나 빨리 자라는데요?"

"어디 보자……. 용족은 갓난아기로 태어나 반년이면 어린아이로 자라고, 한 번의 탈피 후 한 살을 맞이하는 해에 소년이 된다지."

"겨우 반년이요?"


쿤룬이 기억을 더듬으며 말하자, 어린 뱀은 깜짝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다른 아이들도 웅성거리며 션웨이를 쳐다봤다. 이 작은 아이가 반년 뒤면 걸어 다닌다고 하니 신기한 듯했다.


"어린아이면 얼마나 크는 거지?"

"음, 문경 정도 아닐까? 그 양반이 5살쯤에 성장이 멈췄잖아."

"그러면 소년은?"

"자묵이 올해 딱 11살이 되었다더군."

"근데 자묵은 다른 애들보다 훨씬 커요."

"그래? 아, 너도 10살이니 너와 비슷하겠구나."


머리를 맞댄 아이들은 어느새 쿤룬도 잊고 열심히 션웨이의 성장에 대해 떠들었다. 키득거리던 쿤룬이 문득 션웨이를 봤다. 아이는 눈을 뜬 순간부터 쿤룬만 보고 있었다. 그 말간 시선에 가슴 한쪽에서 따스한 감각이 피어올랐다. 부드럽게 미소 지은 쿤룬이 션웨이의 뺨을 간질였다. 그러자 커다란 눈을 사르르 접어 환하게 웃는 얼굴에 온 마음이 녹아내렸다. 때맞춰 꽃향기를 가득 실은 바람이 불어오니,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너무나도 달았다.

 
∞ ∞ ∞


늦은 점심쯤, 이번에는 집 밖을 돌아볼 겸 션웨이를 안고 나온 쿤룬은 웬 뱀 한 마리와 마주쳤다. 집 마당에 막 들어오던 뱀은 쿤룬을 보자 얼른 그에게 기어 오더니, 앞에 멈췄을 때는 쿤룬보다 머리 하나가 작은 청년으로 바뀌어 있었다. 쿤룬을 따라 곤륜산으로 내려온 최초의 요족 중 하나인 추금여였다.


"아이고, 쿤룬님! 제발 말 좀 하고 움직이시라니까요! 제가 탈피하는 사이에 이런 말도 안 되는 큰 사고를……! 당신 때문에 제 발등이 아주 활활 불타오릅니다! 불 꺼지는 날이 없다고요!"


추금여는 곱상한 외모에 맞지 않게 버럭버럭 소리를 치며 쿤룬을 닦달했다. 이런, 오늘 산책은 텄군. 추금여가 답답해서 넘어가든 말든, 허허 웃은 쿤룬이 그대로 툇마루에 걸터앉았다. 쿤룬을 따라 나오던 다칭은 추금여를 발견하고는 후다닥 담을 넘어 도망쳤다.


"자네도 한번 보게. 예쁘지?"


션웨이를 살짝 내민 쿤룬이 태연하게 웃었다. 추금여의 얼굴이 꼬마들이 아무렇게나 주물럭거린 진흙 인형처럼 일그러졌다.


"지금 그게 문제입니까? 저는 곤륜산의 사관입니다! 벌어지는 모든 일을 기록하는 것이 제 숙명이고, 그 숙명을 내려준 분이 당신 아닙니까!"

"그래. 내가 사관 하나는 잘 골랐지. 자네는 아주 훌륭한 인재야."

"그 훌륭한 인재가 지금 천계로 돌아가게 생겼습니다!"


쿤룬의 태연자약함은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야 하는 추금여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못했다. 특히나 이번 일은 평소 쿤룬의 변덕과 비교도 안 되는 사건이었다. 곤륜목에 간다고 해놓고 곤륜산 입구에 핀 들꽃을 구경하거나, 시냇물에 발을 담근다고 해놓고 수풀에 누워 잠드는 것과는 경중이 다르단 말이다.

추금여는 도대체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벌게진 얼굴로 씩씩거렸다. 느긋한 미소를 지은 쿤룬이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금여, 일단 진정하게. 이미 벌어진 일인 걸 어쩌겠는가."

"이게 어디 그렇게 쉽게 넘어갈 일입니까? 황룡입니다, 황룡! 그놈들은 제정신이 아니에요!"


역시나, 추금여도 션웨이의 태생을 걱정했다. 오랫동안 이어진 황룡의 일관적인 행보를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제정신이 아니라니……. 다칭만큼 신랄한 반대다. 물론 다칭은 쿤룬에게 미쳤냐고 다그쳤지만.

어제의 다칭을 떠올리던 쿤룬이 추금여를 살살 끌어 제 옆에 앉혔다.


"일단 진정하래도. 내가 자네에게 숨기는 것 봤나? 어차피 나중에 다 알려주는데 어찌 이리 조급하게 굴어?"

"제 숙명은 당신에게 전해 듣는 말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겪는 모든 것을 이 두 눈과 두 귀로 보고 들어 기록하는 것입니다!"


추금여는 좀처럼 분을 삭이지 못해 불끈 쥔 주먹을 파르르 떨었다. 쿤룬도 제 잘못을 아는지라, 사근사근 웃으며 추금여의 등을 쓸어내렸다. 언제나 마음 가는 대로 훌쩍 움직이는 쿤룬이지만, 그래도 추금여의 탈피 기간은 움직임을 자제하고 발언에 신경 썼다. 이번에도 그럴 작정이었는데 차마 피할 수 없는 변수가 연달아 들이닥쳐 일이 꼬여버렸으니……. 나름 억울한 마음이 들다가도, 품에 안긴 션웨이를 보면 아무래도 좋아 웃음이 나왔다.

물론, 곧 터질 것처럼 벌겋게 열 오른 뱀을 앞에 두고 실없이 웃을 만큼 철면피는 아니었다. 션웨이를 고쳐 안은 쿤룬이 작게 헛기침했다.


"금여, 들어봐. 내게도 사정이 있었네."

"무슨 사정이어야 황룡을 덥석 데려온답니까?"

"나는 말재주가 없는 편이니, 자네가 직접 보는 편이 빠르겠지?"


말재주가 없긴, 누구보다 청산유수면서. 울컥 차오른 반박을 겨우 삼킨 추금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찌 됐든 제가 모르는 일이 벌어졌으니 기록이 먼저였다.


"제가 사관으로 내려와 다행인 줄 아십시오. 물론 당신이 저를 데려와 준 것이고, 늘 감사하지만……. 다른 녀석을 데려왔으면 채 보름을 못 견디고 도망쳤을 겁니다."


추금여는 툴툴거리며 조금 거친 손길로 품에 든 죽간을 꺼냈다.


"그럼, 알지. 그래서 내가 자네를 귀히 여기는 거 아니겠나."

"진정 귀히 여기신다면 부디 이 몸을 목에 감고라도 다니세요."


쿤룬의 너스레에 톡 쏘아붙인 추금여가 죽간을 펼쳤다. 기껏해야 쿤룬의 팔뚝만 한 죽간은 꽤 길게 펼쳤음에도 두께가 줄어들지 않았다. 양손으로 죽간의 끄트머리를 잡은 쿤룬이 허리를 살짝 숙였다. 내리깐 속눈썹 아래의 눈동자가 일순 차분한 빛을 띠었다.

뒤이어 쿤룬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는데, 대신 입에서 금색의 빛무리가 흘러나와 실처럼 엮이더니 죽간 위에 내렸다. 금색 실은 제 자리를 찾아가듯 알아서 죽간을 헤엄치다가, 각자 어느 부분에 멈춰 검은 먹으로 변해 완전히 스며들었다.

추금여는 그 일련의 과정을 홀린 듯 멍하니 지켜봤다. 쿤룬에게 전해 듣는 기록 방식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과정이 무척이나 신비롭고 아름다움은 틀림없었다.


"다 됐군."


어느새 마지막 글자까지 새겨지고, 바로 앉은 쿤룬이 씩 웃었다. 퍼뜩 정신 차린 추금여가 조금 허둥거리며 죽간을 확인했다. 빠르게 글을 읽어내리는 눈동자가 세로로 길게 좁아 들었다.


"그 애가……."


오래 지나지 않아 모든 내용을 읽은 추금여는 돌연 탄식 같은 목소리를 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죽간을 들여다보던 그가 쿤룬을 휙 쳐다봤다. 얼빠진 얼굴에 혼란한 기색이 완연했다.


"그, 그 황룡이 운명의 짝이라고요? 정말 각인된 겁니까?"

"그렇게 되었네."


쿤룬은 나지막이 대답하며 션웨이의 눈가를 어루만졌다. 추금여는 그제야 션웨이를 보는 쿤룬의 눈빛에 애정이 가득함을 깨달았다. 맙소사, 아무리 세상일은 모른다지만, 그래도 어떻게 이런…….

할 말을 찾지 못해 끙끙대던 추금여가 한참 만에 답답한 한숨을 터뜨렸다.


"류선의 반응을 보건대…… 당신도 짐작하셨겠지요?"


추금여는 제 짧은 머리카락을 벅벅 헤집으며 물었다. 션웨이의 머리를 쓰다듬은 쿤룬이 고개를 끄덕였다.


"류선과 그의 아내도 운명의 짝이겠지."


류선이 션웨이에게 쏟아낸 것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깊고 강렬한 것에서 피어난 증오였다. 영혼을 뜯어낸 것과 다름없는 끔찍한 상실감이었다. 쿤룬은 알 수 있었다. 저 역시 션웨이와 각인됐으니까. 만약 너를 잃게 된다면 나도……. 그저 만약을 가정하는 것뿐이건만, 순간 심장이 세게 옥죄었다.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이 발끝부터 무서운 기세로 타고 올라왔다. 가쁜 숨을 몰아쉰 쿤룬이 션웨이를 더 세게 안았다.


"앞날이 고될 겁니다. 용족에게는 부모가 특히 중요함을 아시지 않습니까."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추금여가 말했다.


"그래……. 알고 있네. 걱정하지 말게, 잘 보살필 수 있어."


쿤룬은 속삭이듯 답하며 션웨이의 작은 손을 조심히 쥐었다. 그 조용한 움직임이 더없이 애달파 보는 사람의 마음이 쓰릴 정도였다.


"당분간은 아이의 신력을 완전히 눌러놓는 편이 낫겠습니다. 어미의 특성을 물려받은 듯하니, 조심해서 나쁠 거 없지요."


추금여는 누그러진 목소리로 조언하며 죽간을 품에 넣었다.


"션웨이라니, 좋은 이름을 지어주셨습니다."


쿤룬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추금여와 눈을 맞췄다. 얼굴이 조금 희게 질려있으니, 다칭 다음으로 쿤룬의 곁을 가장 오랫동안 지켜온 추금여는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괜히 이상한 생각하지 마시고 션웨이나 잘 챙겨주십시오. 애 키워본 적도 없지 않으십니까."


일부러 가벼운 투로 말하는 추금여에 쿤룬이 설핏 웃었다. 바짝 힘이 들어간 어깨가 서서히 느슨해지면서, 긴 숨을 내쉰 그가 기둥에 등을 툭 기댔다.


"걱정하지 말게. 남 부럽지 않은 아이로 키울 거야."

"애 핑계 대고 저 따돌릴 생각은 하지 마시고요."

"글쎄, 그건 장담 못하겠는데……. 아마 나를 더 부지런히 따라와야 할걸."

"제 뱃가죽 비늘 다 떨어질 일 있습니까?"


추금여가 황당한 투로 대꾸했다. 유쾌한 웃음을 터뜨린 쿤룬이 눈을 감았다. 구름에 잠시 가려졌던 태양이 드러나면서 따사로운 햇살이 쿤룬의 얼굴을 비췄다. 션웨이를 끌어당기듯 빈틈없이 안자 냉기가 그만큼 가까워졌다. 봄 날씨에 품기에는 조금 차가운 감이 있지만, 쿤룬은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엥?? 이 내용 원래 없었던 것 같은디??? 싶으십니까?? 삐빅 정상입니다 속에서 혼자만 생각하고 있던 설정들 들어갈 예정임 당시에 ㄹㅇ 매편을 bgsd 수준으로 그때그때 휘갈겨썼더니 나 혼자만 아는 설정 > 그래서 생긴 구멍이 심한 것 같아섴ㅋㅋㅋㅋㅋㅋㅠㅠㅠㅜ 바뀌고 삭제되고 추가되는 게 꽤 있을 것 같읍니다...! 그래도 이야기 큰 틀은 그대로 진행됨ㅇㅇㅇ!!!

 
2024.01.31 15: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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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센세 필력 오졌다.. 나도 곤륜산 가서 션웨이랑 쿤룬 구경하는 나무가 된거 같은 기분을 느꼈어 너무 좋다ㅠㅠㅠㅠㅠ 센세가 뭘 추가하거나 바꾸든 센세만 믿고 따라간다 센세 또 어나더 기다릴게 어나더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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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22:19
ㅇㅇ
모바일
꺄아아 센세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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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22: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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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센세 필력에 감탄의 눈물만 흘리고 있어요ㅠㅠㅠㅠ 머리속에서 자동재생되는 이 생생한 영상은 뭐죠ㅠㅠㅠ 눈으로 보는 것처럼 술술 읽힌다 존좋ㅠㅠㅠㅠㅠ 션웨이 대하는 쿤룬한테서 애정이 넘치네ㅠㅠㅠ 가끔 각인상대에 대한 소유욕 튀어나오는거 좋다 아기 션웨이 쑥쑥커서 언젠가 쿤룬 잡아먹겠지ㅌㅌㅌㅌ ㄷㄱㄷㄱ 센세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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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2 09: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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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센세 언제 또 어나더를 주셨어ㅠㅠㅠㅠㅠㅠ 내가 계속 기다렸어ㅠㅠㅠㅠㅠㅠ (센세 혹시 괜찮다면 웨이란 룡백 색창도 추가해줄 수 있나오ㅠㅠ) 옹기종기 모여서 황룡웨이 구경하는 요족들 ㄱㅇㅇㅠㅠㅋㅋㅋ 여유 넘치는 쿤룬한테 으른미랑 대책없이 사고치는 애샛기미가 같이 느껴지는 거 무엇.. 센세는 신이구나 그저 감탄만ㅠㅠㅠㅠㅠㅠㅠ 센세만 기다린다 어나더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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