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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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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왜 좋냐는 배리의 물음에 피트의 겨울에는 눈도 오고 크리스마스도 있고 눈썰매도 탈 수 있고 핫초코도 있고 하며 좋아하는 걸 하나하나 꼽으며 이야기하다가 "그리고 아빠랑 엄마를 만나서 좋아." 하고 말을 했다.

그 말에 순간 울컥한 배리의 눈에 눈물이 고이고, 아닌 척 했지만 가슴이 뭉클해진 크리스는 요놈의 아기돼쥐가 아침 댓바람부터 짠내나게 만든다며 밥 먹는 피트의 머리를 마구 헤집었고, 피트는 "아!! 쫌!! 나 밥 먹잖아!!" 하면서 포크로 계란을 찍었다.

그 모습을 보며 배리는 이번 겨울은 가게를 2주 정도 닫고서 눈 많이 오는 동네로 놀러가야겠다 생각했고, 크리스는 이번 크리스마스 한정 케이크는 진한 초코케이크 위에 슈가파우더를 잔뜩 뿌리고 그 위에 빨간 딸기를 든 눈다람쥐 모양 초콜렛 장식을 올려야겠단 생각을 했다.


크리스마스 바로 다음날, 도넛가게 출입문에는 [열흘정도 쉽니다. 연말 잘 보내십시오. 내년에 뵙겠습니다. 주인백] 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눈도 제대로 못 뜬 채로 옷만 입고 차타고 다시 잠이 들었던 피트는 "아기돼쥐, 일어나. 눈이다, 눈." / "피트, 아들~ 일어나! 눈썰매 타러가야지!" 하는 소리에 눈을 떴다.

자기 어깨높이까지 쌓인 눈을 본, 크리스 시헬리스-미첼과 배리먼 실-미첼의 아들 피트 미첼 어린이는 환호성을 지르며 차에서 뛰쳐나갔다. 잠바 입고 가라며 옷을 들고 따라내리는 크리스를 보며 배리는 트렁크를 꽉 채운 먹거리를 별장 안으로 옮겼다.


한편 같은 시각, 별장에 도착한 톰 카잔스키 주니어 어린이는 병원에 들렸다가 가야한다는 부모님 대신에 저를 데리고 별장에 온 삼촌 몽고메리의 팔을 막 흔들며 얼른 눈사람을 만들러 가자고 소리를 질렀다. 엊그제까지 남쪽 지방의 섬에 틀어박혀 있었던 삼촌 몽고메리 카잔스키는 두꺼운 패딩을 입은 채로 "조금 천천히 간다고 눈 안 녹아." 하고 슬렁슬렁 걸어가다가 "삼초온~" 하고 보채는 주니어를 들어서 눈밭으로 집어던졌다. 자기 가슴높이까지 쌓인 눈 속에 폭 파묻힌 주니어가 웃음을 터뜨리자 몽고메리는 주니어를 들어서 이리저리 던지고 굴리다가 "네가 눈사람이 됐으니까 이제 장작 준비해서 들어가자. 춥다. 감기 걸리면 내일부터 못 놀아."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약 1시간 후, 눈이 너무 내려 도시가 마비되어서 오늘 안에 못 갈 것 같다는 형의 전화를 받은 몽고메리는 창밖에서 눈사람을 만드는 조카와 저멀리 보이는 호텔을 보며 고민을 했다. 10분 뒤 몽고메리는 별장에서 휴가를 보낸다며 음식도 안 챙겨놓은 형놈을 욕하며 아이를 데리고 호텔로 향했다.

문제는... 호텔로 출발하자마자 내린 눈보라에 차가 맛이 가면서 생겼다. 절반정도 왔는데 퍼진 차를 보며 욕을 하던 몽고메리는 아이를 안고 별장으로 돌아가느냐, 아님 호텔로 걸어가냐 고민을 하다가 "삼촌, 저 집에 가서 도와달라하면 안 돼?" 하는 아이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몇 년전 주니어가 걸음마할 즈음에 왔을 때 못 봤던 새로 지은 별장이 있었다. 큰 톰은 노쓸모지만 작은 톰은 너무나 훌륭하다며 조카를 칭찬한 몽고메리는 어린 주니어를 꽁꽁 싸매다못해 품에 안고서 차를 버리고 이웃 별장을 향해 걸어갔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던 크리스는 씻으러 들어가서 욕조에 빠진 건지 나올 생각을 안 하는 돼쥐들을 부르러 가려던 찰나에 쿵쿵쿵! 하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다시 한 번 들려오는 쿵쿵 소리에 크리스는 가스불을 끄고 어린아이가 열지 못하도록 2중 안전장치를 한 주방서랍에서 총을 꺼내들고 현관으로 가며 "누구시오?" 하고 소리쳤다. 그 말에 도와달라는 어른의 목소리가 들리자 안전장치를 푼 크리스가 누구냐 다시 묻자 이번에는 "도와주세요!!" 하는 어린아이 목소리가 들렸다. 안전장치를 채운 총을 바지 뒤쪽에 넣고 바로 문을 연 크리스는 눈사람이 된 어른과 어른 품안에서 얼굴이 빨개진 아이를 보자 놀라서 입을 떡 벌렸고, 어른은 덜덜 떨며 "저기..옆 별장의 카잔...스키입니다. 일행이 못 와서 호텔로 가다가 차가... 고장나서..." 하며 사정을 설명했다.

크리스는 설명은 나중에하고 일단 들어오라며 두 사람을 끌어다 벽난로 앞으로 데려가 앉혔고, 씻고 나온 두 돼쥐들을 위해 타놓은 뜨끈한 핫초코를 주며 일단 마시고 우리 집사람이랑 애 나오면 바로 들어가 씻으라고 말했다. 몽고메리와 주니어가 감사인사를 하자 크리스는 아니라고 애를 데리고 고생이 많다고 우리는 먹을걸 넉넉하게 싸왔으니 눈이 그칠 때까지 여기에 머물라고 말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빠를 부르면서 팔짝팔짝 뛰어나오던 피트는 낯선 이들을 보자 재빠르게 방향을 틀더니 크리스의 다리 뒤로 모습을 감췄다.

피트를 품에 안은 크리스는 한발 늦게 나타난 배리의 허리에 팔을 두르더니 눈보라 속에서 차가 고장나서 우리 별장으로 오신 옆 별장 분들이라며 소개를 했다. 어른들이 인사를 하는 동안 크리스 품 안의 피트는 안경 쓴 짧은머리 아저씨 옆의 금발 소년을 슬며시 쳐다봤다. 또래친구가 생겼단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 피트는 배시시 웃었고, 빼꼼 내민 피트와 눈이 마주친 주니어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른들은 아이가 너무 추웠는지 얼굴이 빨갛다고 얼른 씻으라는 얘기를 주고받았다. 삼촌과 함께 손님방 욕실로 가던 주니어는 크리스와 배리의 사이에서 웃는 피트를 멍하니 보다가 얼른 씻자는 몽고메리의 말에 호다닥 달려갔다.


두 명의 카잔스키가 사라진 후 피트는 크리스와 배리에게 쟤는 누구냐고 물었고 배리는 방긋 웃으며 "눈의 요정이 보내준 피트의 친구야. 눈이 그칠 때까지 우리랑 있을 것 같아." 하고 설명해줬다. 피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걸 본 크리스는 그게 아니지 않냐고 말을 하려다가 즐거워보이는 돼쥐와 기뻐하는 아기돼쥐의 얼굴을 보더니 사람이 늘었으니 요리를 더 해야겠다며 주방으로 사라졌다.

크리스는 거실에서 들려오는 "눈의 요정이 뭐야? 눈 내려주는 요정이야? / 피트도 잘 알다시피 산타할아버지의 썰매는 엄마 비행기마냥 눈 위에서 달려서 하늘로 날아오르잖아. 그 눈활주로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게 눈의 요정인데, 이번 요정은 크리스마스가 끝난 줄 모르고 일을 더 한 것 같아. 그래서 아까 그 친구랑 아저씨가 여기에 온 거니까 눈의 요정이 보내준 거지." 하는 대화를 듣게 됐다.

산타의 하청 직원이 된 눈의 요정의 실수를 산타와 같은 물류배달업계의 종사자이자 파일럿인 엄마가 잘 해결해주면 다음 비행면허 갱신에 가산점이 있을 거란 말에 피트는 자기도 돕겠다고 친구랑 잘 놀아주고 아저씨한테 착하게 굴 거라고 소리를 쳤다. 현실과 적절히 섞은 이야기에 의심도 안하고 홀라당 넘어간 아기돼쥐의 손님맞이 계획을 듣던 크리스는 이제는 마약대신 다른 약을 파는 돼쥐의 창의력에 감탄했다.



돼쥐가족 별장에서 신나는 약팔이가 이루어지는 동안 조카와 씻으러 들어간 몽고메리는 뜨신물에 몸을 녹이고도 볼이 붉은 조카를 보며 피식 웃었다.

‘어린 놈이 이쁜 건 알아가지고-’

조카가 사랑에 빠진 순간을 목격한 삼촌 몬티는 형을 놀려먹을 건덕지가 생겼음에 기뻐하며 "아까 그 애는 뭘 좋아할까? 되게 작고 이쁜데 나랑 눈놀이 해도 되겠지? 아빠한테 배운 눈사슴 만들어서 보여주면 좋아겠지?? 삼초온-" 하는 조카의 머리를 격하게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어린 조카의 눈높이에 맞춰서 마음을 얻고 싶은 상대한테 해야 할 올바른 행동을 설명해줬다.

"너네 아빠가 엄마한테 하는 것처럼 해줘. 예쁘고 예쁘다, 멋지면 멋지다 칭찬해주고, 좋은 거 있으면 먼저 챙겨주고, 맛있는 거 있으면 먼저 먹여줘. 재밌는 거 있으면 같이 하고 그럼 되는 거야. 삼촌은 그걸 잘 못해서 지금 혼자 있지만 우리 주니어는 잘할 수 있지?"
"응!!"
"역시 톰 중의 톰은 우리 주니어다. 자! 이제 눈 감아, 머리 헹구게."
"응."

미첼 가의 귀하고 사랑스러운 아기돼쥐 피트 미첼이 겨울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하나가 더 추가된 겨울휴가의 첫 날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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