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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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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라고 다를 거 없겠지. 몸이 달면 다리가 이끄는대로 찾아가 욕구를 풀면 그뿐. 연락이랄걸 취할 생각조차 한적 없을거고. 아쉬운 쪽이 먼저 상대의 집에 먼저 닿는다는 것 뿐이겠지. 본일 더 고팠던 쪽은 제시였던가 봐. 한동안 샛노란 머리카락 한올 보이지 않더니. 잠자리에 들 시간, 그러니까 한밤중에 간도 크게 겐지의 집 대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제시였지. 수척해보이는 마른 뺨. 원체 살이 붙은 체형도 아니었지만, 안보이는 새 험한 일이라도 맡았던 모양이야.

자리에 누웠다가 반쯤 허리를 일으킨 겐지를 보고 제시는 잠시 어깨를 들썩 해보였음. 그러더니 곧 스팟이 찍힌 모피와 화려한 티셔츠. 장신구들을 하나둘 벗어놓겠지. 근육으로 꽉 짜인 몸은 오늘따라 수분기하나 없어 보였음. 며칠은 굶은 산짐승마냥. 대화가 필요한 상대도 아니고. 지금 두사람 사이에 섞이는 거라곤 신음소리뿐이었음. 싸움같아 보이는, 몇번의 격한 정사가 끝난 뒤 제시는 느릿느릿 눈꺼풀을 들어올렸어. 만족감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르긴 했지만 몸뚱이 사정은 그와는 영 달라서.

며칠 제대로 먹고마시지도 못한채 주먹질을 한게 사실이긴 했음. 하지만 달아오른 몸뚱이의 불을 끄고 싶어 겐지의 집부터 들렀거든. 당장 우선순위는 허기를 달래는게 맞는데 말이지. 얼마 남지 않은 에너지를 허튼 곳에 소비했으니 자꾸 시동이 꺼지려고 하는거. 일어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게 맞는데, 그런데 자꾸만 눈이 감겨. 이제 몸은 먹을 것을 넣어주지 않는다는걸 알아챈 모양인지 더는 움직이지 못하도록 정신을 꺼뜨리려 했을 거고. 제시는 답지않게 일어서질 못하고 느리게 눈을 끔벅이는 중이었지. 그래서 였을까. 옆에 누웠던 커다란 자의 움직임 역시 영민하게 알아차리지 못했어.

겐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감이 부드럽고 가벼운 유카타를 몸에 걸쳤지. 모를리가 있을까. 아무 것도 입지 않은채 배를 맞대는 사이인데. 여느때보다 홀쭉한 뱃가죽. 평소보다 가느다란 허리는 과장을 보태 부러질 것 같았겠지. 자신의 위에서 몸을 움직이는 내내. 그리고 눈으로 확인하기 전 귀가 먼저 알아챘지. 내장기관들이 요란했으니까.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나는 걸 부끄러워할 치는 아니었지만. 그래서였는지 몰라. 보통때 같으면 열이 식기도 전에 문을 박차고 나갔을 위인이 아직도 제 이불을 차지하고 있는건. 집에 뭔가 있었던가.

제시는 수면욕을 이겨보려 애를 쓰며 눈을 부릅떴어. 유카타를 걸친 겐지는 타스키의 한쪽 끝을 입에 물고 있었지. 흥미로운 그림에 제시의 눈동자가 반짝였지. 덕분에 쏟아지는 잠기운도 달아난 모양이야. 저자가 타스키를 묶는 일이 있으리리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니까. 오른쪽 소매를 걷은 겐지가 흐르는듯한 손놀림으로 겨드랑이 아래로 끈을 매기 시작했음. 소리를 죽이는데 익숙한 자라 그럴까. 끈을 묶는 몸짓에도 군더더기가 없이 조용했지. 드러난 팔의 근육은 그림같이 움직였고, 마지막 매듭을 짓는데까진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았을듯.

제시의 눈꺼풀이 닫혔다가 열리는데 시간이 제법 소요되기 시작했어. 잠깐 잠이 들었을까. 눈을 다시 떴을 땐 반쯤 열린 미닫이 문 사이로 겐지가 보였겠지. 커다란 등을 엑스자로 가로지르는 타스키를 맨 겐지가. 이 집에 어울리지 않는 곳인 부엌에 그보다 더 어울리지 않는 자가 서있는게 재미있어. 

-이젠 내 끼니까지 챙기시겠다? 내 아랫도리 사정만 아니라?

목을 긁고 나오는 거친 목소리에 겐지는 잠시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다 보았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았지. 흐흥-코웃음을 친 제시의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앉았고, 다시 눈이 떠진 건 식욕을 당기게하는 냄새때문이었음. 옷을 주워입을 기운조차 없어서 이불을 질질 끌고 나간 제시가 상 앞에 무릎을 세워 앉았지.

수수해보이지만 비싼 값을 치른게 분명한 접시. 그걸 상에 내려놓는 겐지의 커다란 손이 우스워. 제시는 턱을 고이고 그자가 움직이는대로 눈동자를 따라 움직였음. 빈정대는게 확실한 웃음소리에도 겐지의 조용한 걸음은 멈추지 않았지. 헐벗은 채 이불로 간신히 몸을 가린 제시 앞에 가지런히 놓인 젓가락. 먹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먹는게 맞아. 하지만 처음으로 마주하는 식사자리가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는 제시일거다. 







나오키나오토
인별에서 우연히 기모노 소매 흐르지말라고 끈 묶는거 보고 이건 겐지가 묶었으면 좋겠다 생각함ㅋㅋㅋㅋㅋㅋ그래서 캐붕됏지만 ㅅㅂ겐지가 묶는거 상상하면ㅌㅌㅌㅌㅌㅌㅌㅌ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