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x Sampson-Play Pretend
프레디가 허니를 좋아한 건 꽤나 오래 되었다, 아마 오래되었을 거다. 로스쿨을 다니던 중에 허니의 로펌에서 인턴을 하던 시절부터였을 테니까. 실무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라 벙쪄있는 프레디에게 그래도 저는 주니어 변호사라고 도와주기도 했고, 커피도 사주고, 격려하는 말도 해주었다. 조금 덤벙거리는 구석은 있어도 다정함이 흘러넘쳐 누군가를 잠겨죽일, 그런 사람. 그런 허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회사 사람들은 누군지 몰랐지만, 프레디는 알고 있었다.
방문할 때마다 매번 달달한 간식을 사들고 들어오는 클라이언트가 어디 있는가. 일을 맡은 시니어 변호사가 아니라 주니어 변호사에게 말을 더 많이 거는 클라이언트도 없다. 그걸 눈치채자마자 프레디는 급격하게 갑갑해지는 이 감정이 뭔지 좀처럼 알아차릴 수 없었다. 왜? 하필 남자친구가 군인 출신 용병 회사를 차린지 얼마 안된 불안정한 사업가라서? 프레디는 한참 뒤에, 로스쿨을 졸업할 때쯤 되어서야 허니가 약속을 잡았을 때에야 알아차렸다.
"나 결혼해, 프레디. 와서 축하해줄 거지?"
"... 그럼요, 변호사님. 당연히 축하해드려야죠. 누구 결혼식인데."
"아, 언제까지 변호사님이라고 꼬박꼬박 부를 거야. 곧 입사할 건데!"
결혼식에서 눈부시게 빛나던 허니도 기억한다. 흰 드레스를 입고, 저와 같이 흑발인 신랑 품에 안겨 입을 맞추던 모습도.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걸 조금 더 빨리 자각했다면 그 결혼식에 안 있었으려나. 고통스러울 만큼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허니는 업계에서 드문,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그 다정에 잠겨죽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을 뿐이지, 그렇게 좋아한다고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냥 다만 입사한 지 좀 지나고 나서, 그녀의 부사수가 되고, 허니가 해외합병인수 전문이 되면서 같이 해외 출장을 더 많이 다닐 수 있게 되어서 기쁠 뿐이었다. 빈손으로 가는 것보다야 반나절 정도 더 머무르면서 남편 선물도 사는 게 낫지 않겠냐, 하며 조금씩 그녀와 함께할 시간을 늘렸을 뿐이고. 안될 접촉을 한 적도 없었으니까. 바란 건 그녀와 있을 반나절, 길어야 한나절 정도였지, 결코 그녀가 이혼하고 불행해지기를 바란 적은 없었다.
"선배, 요즘 왜 이렇게 정신을 못 차려요. 더 쉬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 프레디."
"왜요. 식은땀 봐... 또 속 안 좋아요? 병원 같이 갈까요?"
"나, 이제 진짜로 이혼했다?"
"뭐요?"
"이혼서류처리 다 끝났대... 프레디, 나 어떡하지?"
정신이라도 나간 것처럼 헛웃음을 터뜨리던 허니를 꼭 끌어안고나서야 프레디는 알아차렸다. 아, 나는 이 사람을 가지고 싶었구나. 제 품이 축축해지도록 우는 허니를 안고서야 드는 충족감과 그녀가 이혼했다는 사실에 기쁘다는 죄책감이 가득했다. 그래서 그녀가 안겨서 울 때 미안하다고, 들리지도 않을 사과를 했다. 허니는 한참 울고 나서야 임신했다는 말도 해왔다.
"... 애아빠는 알아요?"
"아니, 몰라. 얼굴 보고 말하려고 했는데, 해외출장 간 건지 일부러 무시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연락을 안 받아. 근데, 그냥... 그렇게 되니까, 애로 붙잡기도 싫어졌고, 내가 얼마나 싫어졌는지도 알겠고... 그래서 그냥 내가 키우게."
"양육비라도 받아야죠."
"이젠 나랑 그런 것도 얽히기 싫어할 사람이야."
"... 이제 어쩌게요. 계속 여기 있으면 애아빠랑 마주칠지도 모르는데."
"나 본국으로 돌아가려고. 가면 부모님도 계시고.. 뭐라도 되겠지. 여기는 가족이 아무도 없어."
"내가,"
내가 있지 않느냐고 입을 떼려던 프레디는 주제넘은 말인 걸 알고 입을 다물었다. 정말 남편하고 갈라서는 데 제가 보탠 것이 아무 것도 없을까? 저가 지금 고백하는 건 허니에 대한 존중이 하나도 없는 행동임에 틀림없었다. 그래서 프레디는 허니의 퇴사와 본국으로 돌아가는 모든 과정을 도왔다. 그러면서 허니의 바뀐 전화번호를 저만 알고 있다는 사실과, 종종 보내오는 허니와 루카스의 사진, 또 영상통화에 행복해했다. 회사에 가끔 벤이 업무 핑계를 대며 찾아올 때, 뻔히 허니를 찾고 있는 걸 알면서도 괘씸해서 입을 다물었다. 내가 그렇게나 소중히 여긴 사람인데, 당신은.
"비 변호사님은 사무실에 안 계신가봅니다."
"... 퇴사하신지 꽤 지났습니다."
"... 어디로 가셨는지는."
"글쎄요. 본인한테 직접 연락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 아, 네. 알겠습니다."
프레디는 일부러 회사에 허니에게 원격으로 맡길 수 있는 업무가 있으면 달라고 부탁까지 했고, 덕분에 허니와의 연락은 걱정할 게 없었다. 장기 휴가를 받으면 허니와 루카스를 보러 허니의 본국까지 갔다. 돌아오지 않겠다는 허니를 설득해서 영국으로 돌아오게 만든 게 일년 전이고, 옆에서 차근차근 자리 잡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나타난 게, 그동안 애가 있는 줄도 모르던 애아빠라니. 프레디는 같은 사람에게 두번이나 뺏길까 속이 타는데, 허니는 앞에서 음식이 자기 취향이라며 잘만 먹고 있었다. 거야 당연하지, 일부러 당신 취향 찾아서 온 데니까.
"... 프레디, 밥맛 없어? 오늘 왜 이렇게 못 먹어?"
"... 선배. 뜬금없는 거 알지만요, 대충 눈치 챘을 거라 생각하고 물어볼게요."
"... 그래. 무슨 얘긴데 이렇게 각잡고,"
"나랑 만날래요? 어차피 전남편이랑 당장 재결합할 마음은 아니잖아요. 정 부담스러우면 데이트라도 몇 번 해보던가."
"나는..."
"몰랐다는 말은 안할 거죠?"
"... 일단 데이트만 몇 번 해봐도 돼?"
걸려들었다. 프레디는 허니가 후자를 고를 거라는 걸 뻔히 알고 있었다. 허니가 오롯이 책임지는 건 루카스 뿐이다. 분명 선한 사람은 맞지만 변호사 특유의 선을 긋거나, 백퍼센트 책임질 일은 만들지 않고자 하는 습관같은 직업병이 모든 곳에서 드러났다. 그래서 두 가지 선택지를 주면 항상 책임을 덜 질 수 있는 걸 찾았다.
"대충은 알고는 있었어. 나도 네가 좋았는데... 일단 나는, 너에게 최고의 선택지는 아니니까. 너는 아직 결혼도 안해봤고... 나는 한 번 갔다 온 데다가 애도 있잖아. 물론 네가 루카스를 엄청 예뻐하는 것도 아는데... 선뜻 만나자고 못하겠어. 루카스도 아직 어려서. ... 애아빠도 재결합하고 싶어하는 눈치고, 나는... 미안, 최악이지."
"내가 루카스도 책임지고, 애아빠랑 만나도 괜찮다고 프리넙이라도 쓰면 결혼해줄 거 같은데."
"..."
"표정 봐. 부담스러워서 도망갈까봐 그런 말은 안할게요. 그런데 잘 생각해봐요. 나 지금껏 잘해왔으니까, 확실히 남자로만 느껴지면 되는 거잖아."
그럼에도 저가 곁에 있던 시간이 있으니 가능할 거라고 프레디는 생각했다. 그래도 부부의 연을 맺었던 사람이 아프다는데 더이상 보호자가 아니라며 내친 사람보다야 신뢰 쌓는 게 더 쉽겠지.
그 사람보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 게 먼저였을지도 몰라. 다시는 당신이 내 눈 앞에서 다른 누군가의 품에 안기는 건 보고 싶지 않아. 다만 그 마음 뿐이었다.
본격 벤반스 분랴 적은 벤반스너붕붕
#전남편벤반스랑마주친너붕
벤반스너붕붕
프레디폭스너붕붕 프레디여우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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