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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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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고백이후로 황후는 근심걱정일랑 저 멀리 치워버렸어. 어린 황후의 좁은 세상이 황제의 애정으로 가득찼지. 거기다 아기여우님도 쑥쑥 잘 자라고 있고. 더군다나 황제는 매일같이 봉잠을 하고 나타났어. 보란듯이 봉황의 눈에 박힌 홍옥을 반짝이며 나타난 황제가 다정하게 뺨을 보듬을 때면 어린 황후는 심장이 두근두근 울려서 침을 꼴깍 꼴깍 삼키느라 바빠. 부디 폐하께서 이런 꼴사나운건 모르셔야 하는데. 민망해진 황후가 떨리는 손을 숨기려 넓은 소맷자락 안으로 밀어넣어. 안 그래도 매일같이 저를 어리고 귀엽게 보는데 고작 입맞춤에 손까지 떨어대는걸 보시고 속으로 웃으시면 어떡해. 그래도 저를 위해서인지 자주 봉잠을 하고 나타나는 황제라니 얼마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일이야. 황제가 잃어버린 봉잠을 찾았다며 돌려주는걸 스스로 거절했을 때만 해도 상상하지도 못 했던 일이라 아직도 가끔씩 이게 꿈인가 눈을 깜빡이게 된단 말이지. 


 요즘 황후를 가장 기쁘게 한건 애정표현을 더이상 참지 않아도 된다는거였어. 그동안에는 자신의 마음을 선물을 통해 은연중에 드러내려고 했다면, 이제는 더이상 눈치를 보며 손을 잡아도 되지 않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여태까지 조심해오던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 할 순 없었어. 여태 좋아하는 감정을 선물로 내비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회적인 수단에 불과했어. 복숭아가 제철이다 딸기가 제철이다 말로 꾀어내어 황후전으로 불러들이기도 했지만 그정도야 뭐, 직접적인 말이 아니니까. 총애를 바라지 말라 하셨지만 이정도는 괜찮을거라며 스스로 합리화했지. 왜냐하면 황후는 정말로 황제에게 애정을 바라지 않았거든. 기대하지도 않았어. 언젠가 나를 바라보면 좋겠다 생각은 했지만 첫날밤에 총애를 바라지 말라고 못박는 사람에게 그런걸 기대하기는 어려웠지.


그러니 더더욱 황제의 고백은 생각지도 못한 사건일 수 밖에 없어. 황제와 함께 선황후의 사당에 다녀온 다음날엔 어찌나 꿈만 같았는지 아침에 일어나서 볼을 꼬집어 보기도 했어. 그러다가 저보다 먼저 깨어나서 저를 보고 있던 황제의 손에 붙들린채 입맞춤을 하게 되기도 했지.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황후는 마음껏 애정을 드러내고 싶었지만 어차피 그래봐야 황후가 생각할수 있는거라고는 손을 맞잡거나 가벼운 입맞춤 뿐이었지. 조금이라도 더 황제가 늦게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부러 식사를 천천히 한다거나 궁인들에게 최대한 차를 늦게 내온다거나 하는건 어린 황후의 귀여운 속셈이었고. 물론 황제는 그걸 다 알아봤지만 말이야. 어린 황후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황제의 눈에 어린 황후의 수는 빤했을거야. 사실 한눈에 빤히 보였겠지. 성인식을 치른지 고작 몇 년 지난 황후와 성숙하고 노련한 황제그래놓고 황제 기준에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사실 이제는 황후가 뭘 한다해도 귀여워보일 황제 눈에는 역시나 귀엽기 짝이없는 수작이었지. 황제가 모른척 하고 늦게 내어온 차를 마신다는건 황후는 꿈에도 몰랐어. 그저 황제가 날마다 저와 나눠가진 봉잠을 하고 나타나는게 기뻤을 뿐.




그저 의무적인 다정함뿐이었던 얼굴에 서린 진짜 다정함을 황후는 알아차렸어. 당연하지. 모를수도 없는게 매일같이 황제의 얼굴을 봐왔는걸. 합궁 때가 아니면 기대할 수 없었던 입맞춤은 이제 시시때때로 하다못해 눈만 맞주쳤다 하면 하는것 같아. 대부분의 황제가 먼저 시작하곤 했지만 종종 황후도 용기를 내서 먼저 다가간적도 있어. 기껏해봐야 입술에 도장찍듯 꾹 눌렀다 떼는 정도 뿐이지만, 그러면 십중팔구 다시 황제가 다시 입맞춤을 해온다는걸 알거든. 대부분 그 입맞춤은 깊어졌고 말이야. 입맞춤도, 그렇게 가스아프게 누군가를 그리워해본 것도, 색사도 모두 황제가 처음이었어. 모든걸 황제에게 배웠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야.

자신의 입 안이 좁은 편이라는걸 알리가 없는 황후는 안 그래도 늘 황제의 입맞춤을 따라가기 벅찬데, 다정하고 부드럽지만 선을 그었던 입맞춤에도 버거워했던 황후가 성난 황소처럼 달려드는 황제의 입맞춤이 버겁지 않았을리가 없어. 황제의 힘에 밀려나 주춤거리고 있으면 살며시 두터운 손이 목 뒤를 감쌌고. 두터운 혀가 혀를 옭아매고 깊이 침범해 입 안 깊숙한 곳까지 침범할 참이면 버거워서 할딱거리면서도 황제가 저를 배려해 떨어지는게 싫어서 조급한 마음에 황제의 목을 끌어안고 조르기도 했지. 더요, 더...난 괜찮은데. 좋아한다고 사당에서 엉엉 울어놓고 또 막상 좋아한다 말을 하려니 창피해서 고작 생각한다는게 입맞춤이었지. 그동안은 총애를 바라지 말라던 황제의 말을 어기지 않기 위해서 늘 조심해야했어. 혹시나 제 입에서 좋아한다 말이 나가서 황제의 심기를 어지럽힐까봐. 사당에 멋대로 들어선 이후는 더더욱 조심했지. 

더 이상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에 황후는 감정의 자유를 만끽했지. 그래봐야 고작 황제를 마음놓고 바라보는 정도지만. 그럼 황제는 저를 보는 순간부터 좋아했노라며 엉엉 울며 고백했던게 떠올라 그만 마음이 쓰라리지. 게다가 눈썹을 축 늘어뜨린채 떨어지지 말라고 엉겨오는 어린 황후가 어떻게 사랑스럽지 않겠어? 이제 막 사랑에 눈을 뜬 양인은 사랑하는 음인이 이렇게 예쁘게 굴면 가슴이 뻐근해진단 말이야. 거기다 하필 아이까지 가진 황후가 짙은 입맞춤에 살짝 풀어진 눈을 하고 목을 감싸오면 버틸 재간이 없어. 바쁘다며 있지도 않은 일을 입에 올리며 다 식지도 않은 찻물을 들이키고는 사라지는 수 밖에.






하지만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을 정도로 기쁜 와중에도 마음에 걸리는게 하나 있어. 최근 황제가 굉장히 바쁜데도 시간을 쪼개서 저를 보러 온다는 거였지. 자연히 걱정될 수 밖에 없어. 그렇게 바쁘시면 굳이 매일 걸음 하시지 않아도 되는데. 뭐가 그리 바쁜지 어떨 때는 차만 간신히 마시고 돌아간 적도 있고, 운이 좋을 때는 점심을 먹고 차까지 마시고 돌아간 날도 있어. 거의 날마다 제 침전을 찾긴 하지만 잠든 사이에 왔는지 비몽사몽간에 머리를 어루만지는 손길을 느낄 때도 있었지. 
차를 마시다가도 급하게 들이키더니 사라지고, 산책을 하다가도 불현듯 잊어버린게 생각난 사람처럼 부리나케 급하게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자연스럽게 황후는 걱정이 될 수 밖에 없 어. 그렇게 바쁘시다면 오지 않으셔도 되는데. 혹시 자신이 그날 울었던게 마음이 쓰였을까? 의무감이라도 가지신건 아닐까 몰라. 그날 울었던게 너무 철없어 보였으려나. 자신보다 한참 어린 그렇게 바쁘시면 굳이 오시지 않아도 되는데.

혹시나 저에 할애하는 시간을 만드느라 그렇게 바쁘신건 아닌가 몰라. 바쁘시면 굳이 오시지 않아도 된다 말하니 펄쩍 뛰면서 하나도 안 빠쁘다 그러시네. 하지만 얘기하던 도중에도 돌아갈 때가 있고 아직 식지도 않은 차를 후딱 마시고 황급히 돌아갈 때도 있어서 그 말을 완전히 믿지는 못 하겠어. 바빠서 당분간 오기 힘들것 같다고 사실대로 말해준다고 해도 응석을 부릴 생각은 없는데. 한참 어린 자신이 투정을 부릴거라 생각하셨나? 그렇다면 그건 그거대로 좀 서운해. 그정도도 이해 못 할건 아닌데. 사당 사건 이후 삼개월동안 제 처소를 찾으신적이 없었을 때도 찾아달라 응석 부린적 없는데.



 어제만 해도 그래. 요즘은 포도가 제철이라며 내와서는 최대한 한 알 한 알을 천천히 먹고 있을 때였어. 포도를 내온건 자신인데 황제 앞에 놓인 그릇의 포도가 줄고 있질 않았지. 정신차려보니까 자기 혼자 포도 한송이를 몽땅 해치운거야. 마음이 편해지고 났더니 입맛이 돌았나봐. 식탐이 많다 생각하시면 어쩌지. 데구르르 눈동자를 굴리며 입술을 모아물고는 힐끔 황제 눈치를 봤지. 에그머니나. 폐하의 앞접시는 그대로야. 혼자서 신나게 떠들면서 먹다보니 제 앞에는 빈접시와 포도씨만 가득하고. 다정하게 웃으며 포도가 그리 맛있느냐 물으시는데, 언제 이만큼 사라졌는지도 모를만큼 포도 한송이를 혼자 홀라당 해치웠으니. 아무리 회임을 했다지만 앞에 사람이 있는데 기본적인 예의도 없이 속도도 맞추지 않고 혼자 게눈감춛듯이 해치운게 민망해진 황후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지. 민망해하는 황후를 알아챈 황제가 자신의 앞접시를 내밀었을 때는 창피해서 찔끔 눈물이 날 지경이었지. 다정한 황제는 자신은 포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황후가 먹으면 되겠다 말해. 설마하니 저를 일부러 놀리나 싶어 빤히 바라보면 황제가 웃음을 터뜨려. 원래 여우는 포도를 먹으면 안 되는걸로 아는데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게다가 손수 한알씩 입에 넣어주니 황후는 체면 따윈 모른체 하고 받아먹을 수 밖에.








최근 급하게 자리를 뜨는 황제가 걱정이 된 황후는 결국 용기를 내 편전에 가보기로 해. 아무일도 없이 편전에 얼굴을 내비치는건 황후의 도리가 아니긴 했지만, 밤에 제 처소를 찾을 때까지 기다릴 수가 있어야지. 하지만 편전에서 나오는건 이제 얼굴이 익숙한 태의령이야. 어라? 폐하께서 옥체 미령하신가? 의외의 인물이 편전에서 나오는걸 보고 걱정이 드는건 당연한 일이야. 오죽하면 태의령이 황제 옥안을 잊어버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황제는 건강한 체질이었어. 회임한 뒤로 이런 저런 일이 많아서 태의령을 자주 마주친 탓에 이것저것 들은게 제법 있었지. 황제는 워낙 강건한 편이라 옥안을 잊어버릴 때즈음 한번씩 부른다고 말야. 그것도 주변에서 황제를 하도 닦달을한 덕분에 하는 일도 없이 녹봉을 받는 일은 면했다고 말이지.
그러니 그렇게 아픈 곳이 없다던 황제가 무슨 일로 태의령을 불렀을까 싶어. 어쩐 일이냐고, 혹시 폐하의 옥체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거냐 물으니 아무일도 없다면서 눈을 피하네. 감히 황후의 말에도 대답을 피하는걸 보면 그 윗선의 입막음이라는 얘기야. 그런데 황후의 윗선이라는게 누구겠어, 황제 뿐이잖아. 


심장이 철렁해. 이제 막 겨우 마음이 통했는데. 아기여우가 태어나려면 아직 몇 달은 더 있어야 하는데. 그런데. 더럭 겁부터 난 머리속엔 최악의 상황만 뱅글뱅글 돌아가. 아직 이 사람을 데려가진 마세요. 저도 모르게 누군지도 모르는 대상에게 애원했지. 부른 배 위에 두 손을 올려놓고 어쩔줄 몰라하며 덥썩 태의의 손을 붙들며 대체 폐하께서 어디가 어떻게 안 좋은거냐 묻는데도 태의가 말을 아끼며 줄행랑을 치는거야. 감히 황후의 말에 대답을 제대로 하지도 않는다고 말 할 깜냥도 없는 어린 황후는 놀라서 콩알만큼 쪼그라든 심장과 쟁반만큼 커다래진 눈동자를 하고 헐레벌떡 뛰어 들어가.







황후가 잔뜩 울상을 짓고 헐레벌떡 달려오니 황제는 놀라서 벌떡 일어나 황후를 맞이했어. 눈물까지 살짝 고여있는게 분명 큰 일이 아닐리가 없어. 거기다 여태 황후가 편전에 찾아온적이 있기나 해야 말이지. 부른 배를 하고서 달려올 정도니 얼마나 급한 일이겠어. 황제는 황후가 넘어지지 않도록 거의 뛰듯이 달려가 황후의 손을 잡고 진정시켰어.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살아도 모자랄 어여쁜 황후를 대체 누가 울렸을까 싶어. 그리고 다짐하는거지. 황후의 눈에서 눈물을 뽑은게 누구든 용서하지 않을거라고. 사실 그다지 황후는 울고 있지도 않고 살짝 물막이 생긴 정도일 뿐이지만 사랑에 빠진 황제는 눈에 뵈는게 없어. 

그런데 이어지는 말을 들을 수록 황제의 낯빛이 허옇게 질려가. 혹시 옥체 미령하신 곳이라도 있으시냐고, 일년에 한 두번밖에 옥안을 뵙지 못 한다던 태의령이 왜 편전에서 나가는거냐고, 혹시 아프신 곳이라도 있느냐 물었더니 대답을 피하고 줄행랑을 치는데 황후인 제게도 대답을 못 할 정도이면 얼마나 큰일이냐고. 우리 아기여우가 태어나려면 아직 몇 달은 더 있어야 되는데. 스스로 말을 하면서도 울망거리던 눈에서는 기어이 눈물이 떨어져. 그럼 황제의 심장은 철렁 내려앉다못해 데굴데굴 굴러서 무간지옥에 빠져버리는거야.
 

말이 길어질듯해 황제는 얼른 황후를 의자에 앉혔어. 그새 눈시울이 발개져서는 제 가슴에 엎어져서는 아프신 곳이 있으면 숨기지 말고 말해달라고 훌쩍거리는 황후에게 황제가 할 수 있는 말이 달리 뭐가 있겠어. 사실대로 말 하는건 꿈도 못 꾸고 황제는 태의가 그 나이 먹고도 순발력이라고는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그냥 정기 검진이었다고 둘러댔으면 얼마나 좋냐고 속으로 투덜거리는 수 밖에 없었지. 글리고는 원래 황제의 건강은 국가 기밀과도 같아서 황후라도 함부로 발설해서는 안 되서 그랬을거라고 둘러대는데, 황후가 아무리 어려도 바보겠어? 정말로 그렇다면 소인은 감히 말을 올리지 못 하겠다고 말을 했겠지. 어색한 황제의 표정에 훌쩍거리던 황후가 몸을 떼고는 빤히 황제를 바라보지. 감히 황제를 빤히 바라본다는 것조차 인지를 못 한 황후가 눈물에 푹 젖은 속눈썹을 팔랑이며 묻는거야. 신첩에게 거짓말을 하시는게 아니구요? 물막 어렸던 녹음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눈물방울을 매달기 시작하자 황제는 당황해. 여태 한 번도 편전에 황후가 든 적이 없으니 이럴 일이 있을거라 생각이나 했을까.




황제가 둘러댈 말을 생각하는 사이 황후는 다른 이유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내가 너무 어려서 고민을 상담할 상대가 못 되는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또 서글퍼져. 이렇게 어리게 태어나고 싶어서 그렇게 태어난게 아닌데. 황제에 비하면 자신은 한없이 어린데다가 입궁한지 오래 된 것도 아니라서? 애정의 깊이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걸 알면서도 어쩐지 서운해져. 기어이 황제가 사랑해마지 않는 눈에서 서러운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걸 본 황제가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숨겼나 싶지. 당황해서 황후에 대해서 좀 물었다고 얼렁뚱땅 둘러댈거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황후만 보면 발정이 난다는 말을 할 수가 있어야지. 입이 찢어져도 그런건 못 해. 사실대로 말했다간 황후의 성격에 신첩이 미처 굽어살피지 못 했다며 또 자책을 할게 뻔하고, 황제는 그런 꼴을 두고  보기 싫거든. 거기다 황후의 잘못은 정말로 하나도 없는데.

황제의 자괴감은 비단 황후를 볼 때마다 아랫도리가 벌떡 벌떡 서기 때문이 아니고, 고작 입맞춤과 손잡는 것 하나로 세상이 날아갈듯 구는 황후의 태도도 한 몫 했어. 고작 그런것에 만족할 정도로 그동안 자신이 무심했다는 증거잖아.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시화가 장식된 부채를 선물하거나 제 취향에 맞는 향낭을 차는 작고 소소한 방식으로 애정을 드러냈을 뿐 단 한 번도 없어. 아마도 총애를 바라지 말라던 첫날밤 자신의 말을 명심한거겠지. 처음 본순간부터 좋아했다던 사람이 말이야.  


참담함은 곱절이 되었고, 황제는 하는 수 없이 황제는 황후에 대해서 물었다고 둘러대는 수 밖에 없었어. 그럼 황후가 눈을 동그랗게 뜬채 신첩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거냐며 다급히 부른 배를 바라보지. 두 손을 볼록 올라온 배에 올린채 잔뜩 겁을 집어먹은게 안쓰러워서 걱정할 일은 전혀 없다고 다급히 덧붙이며 말할거야. 이리 놀랄까봐 먼저 자신이 확인한 것이라고. 만약에 문제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듣고 황후가 너무 불안해할까봐 내가 먼저 불러 확인한 것이었다고. 아마 황후를 보고 당황한건 황후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 하게 당사자와 부딪혀서 당황한것 뿐이라고 말이야.

그리 말하니 어린 황후는 미심쩍은 얼굴을 하면서도 감히 황제를 의심할 생각은 못 했는지 조금 뒤에 안심한 얼굴로 부른 배에 두 손을 올리고 살풋 웃어. 살짝 그렁그렁 할 정도로 맺혔던 눈물이 눈꼬리가 휘면서 한 방울 뚝 떨어지는 바람에 황제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 속이는게 미안하고 껄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거든. 태의령에게 황후의 상태를 물은 것도 사실이야. 아기여우가 잘 자라고 있는지, 황후에게 부족한 것은 없는지, 또 내가 조심해야 하는건 무엇인지. 아예 거짓말은 한 건 아니라며 스스로 합리화를 한 황제가 눈물이 고인채 베시시 웃는 황후가 안쓰러워 끌어안고 다독이지. 이렇게 마음 여리고 작은 것에도 놀라는 황후에게 제 아랫도리 사정은 꽁꽁 숨겨야겠다고 다짐하면서. 









 
한동안 황제의 거짓말은 효과가 있었어. 문제는 한동안이라는거였지. 그동안 황제도 황후만 보면 벌떡벌떡 일어서려는 아랫도리를 나름 단속하는 법도 터득했고 말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황후만이 까르륵 웃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지. 밤에 엉거주춤 일어난 황제가 몰래 일어나 침전 앞의 작은 정원을 서성이는 것도, 때론 황후의 침소를 찾기 전에 수음을 하고 온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황제로썬 죽을 맛이었지. 저를 루ㅡ라고 부르면 하늘이 날아갈 것 같은 기분과 별개로 말이야. 이제 막 성에 눈을 뜬 철부지도 아니고 이 나이 먹고 이럴줄은 몰랐던 황제는 업무량을 늘려서라도 몸을 피곤하게 만드는 수 밖에 없엇지. 


황후가 장난스럽게 입술을 내밀면 황제는 황후의 아랫입술을 감쳐 물었다가 살짝 잡아당기곤 했어. 진득한 입맞춤 끝에 살짝 부풀어오른 입술을 엄지로 살며시 누르면 물기를 살짝 머금은 녹음이 사르르 접혔지. 눈꼬리가 사르르 접히며 저를 '루' 라고 부르는 모습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겠어. 
그 다음 단계는 생각해본적도 없다는듯이 담백하게 떨어져서는 수줍게 저를 바라보는데, 그 다음을 아는 황제는 갈등이 일 수 밖에. 때로는 아쉬워서 떨어지려는 얼굴을 끌어당겨 조금 전보다 더욱 깊게 입술을 맞대기도 했지. 고개를 틀어 입술을 깊게 머금은채 달아나려는 혀를 옭아매고, 입 안 깊숙한 점막을 자극하며 입천장을 긁어대면 숨이 점점 거칠어져. 몰래 살짝 눈을 뜨면 머리칼을 닮아 민들레 솜털같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지.
깊은 입맞춤엔 적응하지 못 한 황후가 켈록대며 기침을 할 참이면 황제는 살짝 참담한 기분이 되곤 했어. 모든게 자신과 한게 처음일 황후는 입궁을 한지 일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황후가 어색해할만큼 입맞춤을 해 본적이 없다는 방증 아니겠어. 합궁할 때를 제외하고는 해본적이 없으니 아직 익숙하지 못 한다고 이상할건 없는데, 그 사실이 못내 괴로워.



길고 긴 입맞춤 끝에 조금전보다 붉어진 뺨이 사랑스러워. 입맞춤이 끝난 뒤엔 부끄러워 얼굴을 숨길거라 예상했지만 황제의 예상은 보란듯이 빗나갔어. 수줍지만 애정이 가득 담긴 눈동자가 저를 올곧게 바라보고 있었지. 올곧게 저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저의 노골적인 욕심을 질책하는것만 같아 
결국 황후의 애정어린 눈동자를 마주하지 못 하고 황제는 안아버리곤 했어.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황제가 품안에 저를 넣고 등을 토닥이니 황후는 수줍게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고.

수차례의 권유 끝에 애칭이 생겼다는 것도 기쁜데다가 정무를 마치고 나서 서둘러 황후전의 침전으로 돌아가면 침소에 오도카니 앉아 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황제의 마음을 뻐근하게 만들었어. 다른 곳도 뻐근해진다는게 흠이었지만. 물론 매일 그럴 수 있는건 아니야. 바쁜 날에는 가지 못 하겠다고 연락을 하면 황후는 먼저 잠들어있곤 했지. 행차를 알리겠다 전갈을 넣겠다는 이들을 뜯어말리고 잠이 깰까봐 살금살금 들어가서 확인해보면 어디서 났는지 자신은 그런걸 준 적이 없는데 여우인형을 소중이 끌어안고 잠들어있지. 이제 배가 제법 불러와 똑바로 누워서 자는게 불편했는지 옆으로 누워서 인형을 소중히 끌어안고 자네. 그 인형이 마치 저 대신이라는양 소중하게 끌어안은채 고개를 푹 박고 있는게 귀엽기도 하고 살짝은 괘씸하기도 하고. 질투에 돌아버린 양인은 눈에 뵈는게 없거든. 인형을 빼앗아다가 바닥으로 휙 내팽개친건 황후에게 비밀이야. 다음날 아침에 일찍 일어난 황제가 양심에 살짝 찔려서 도로 품 안에 돌려준 것도. 그 인형에 제 향을 잔뜩 묻혀 돌려줬다는 것도.






루스터행맨
2024.01.19 21: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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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내내 미소 지어진다ㅋㅋㅋㅋ황제는 자기 아랫도리 단속하느라 정신없는데 황후는 어디 아픈건 아닌지 걱정하고ㅠㅠㅠㅠ둘이 평화롭고 따뜻한 시간 보내고 있는 거 보니까 나까지 행복해져요 센세...황후가 여우인형 안고 있다고 질투하는 황제 웃긴데 자기 향 잔뜩 묻힌 거 독점욕 드글드글해서 존좋이다ㅠㅠㅠㅠ
[Code: 3a92]
2024.01.19 21: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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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 황후만 보면 아랫도리가 성나서 안되겠다고 직구 날리고 임신떡 한번 달달하게 쳐줘요 폐하.. 아가 한번만 더 울리면 진짜 깨문다
[Code: 9014]
2024.01.19 21: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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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황제 마음이 뻐근해지고 다른 곳도 뻐근해진다는 부분에서 개처럼 웃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어쩜ㅋㅋㅋㅋㅋㅋㅋ 고생이 많으십니다 폐하ㅋㅋㅋㅋㅋㅋ 아이고 귀여워라 여기에서 단내가 폴폴 풍겨요!
[Code: a80e]
2024.01.19 21: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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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에 질투하는 루황제 귀엽네ㅋㅋㅋㅋㅋㅋㅋ제이크 너무 여려서 말을 어떻게 꺼내는데 큰일이다ㅋㅋㅋㅋ
[Code: e06e]
2024.01.19 21: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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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너무 귀여워 루황제 ㅋㅋㅋㅋㅋ 센세
웃어서 잇몸이 마를 것 같아요 ㅜㅜ
[Code: bc94]
2024.01.19 21: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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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력 넘치는 황제를 어카냐... 태의야 임신플은 안될까..?
[Code: 6e6a]
2024.01.19 22: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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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달달하니 좋다
[Code: 6eb9]
2024.01.19 23: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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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를 뵙습니다...🙇‍♂️
[Code: 133e]
2024.01.19 23: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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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한마디 한마디에 울고웃는 행황후 너무 귀여워ㅠㅠㅠㅠㅠㅠ루황제보다 어리다는게 본인의 약점으로 생각할 정도로 모든걸 맞춰주고 싶은가봐 어쩜ㅠㅠㅠㅠㅠ 황후랑 입맞춤에서 끝내야된다는게 얼마나 힘들고 참기힘들짘ㅋㅋㅋㅋ 인형한테도 질투하는 루황제.. 둘이 복닥거리며 알콩달콩(물론 한쪽은 참느라 괴롭지만)사랑하는거 내가 다 행복하고 달다...
[Code: 133e]
2024.01.20 09: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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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쳣다미쳣어
[Code: 332c]
2024.01.20 09: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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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죽겠네 루스터 이제 하나하나 깨달아가서 다행이다 사소한 거까지 전부다 알아채고 안타까워하는만큼 앞으로 잘해주면됨 ㅠㅠ
[Code: 332c]
2024.01.20 10: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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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루스터 인형 내가 준 거 아닌데 뭐지? 이러는거부터 시작해서 질투해서 집어던지고서는 향 뭍혀서 돌려주는 거봐 귀여움ㄹㅈㄷ
[Code: 884a]
2024.01.20 11: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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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량 늘려서 신하들 고통받으면서 이거다 황제 욕구불만때문이라고 그럴듯 개존잼
[Code: 6a9f]
2024.01.20 12: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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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오늘부터 내 루행 바이블임
[Code: 3e17]
2024.01.21 17: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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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는거너무보기좋다..
[Code: 3f24]
2024.01.23 06: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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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번 씩 복습하는데 매일봐도 매일 재밌음 헉헉
[Code: 022d]
2024.01.24 05: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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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오늘도 다시보니 너무 좋다 기다리고 있을게!!
[Code: 4b3b]
2024.01.25 11: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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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복습
[Code: 5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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