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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6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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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다신 그런 의미로 초상화를 선물하지 말라고 단단히 약조를 받은 어젯밤, 둘은 당연하다는듯이 잠들었어. 정확히 말하자면 황후만 곯아떨어졌고 황제는 심란해서 잠도 못 잤지. 왜냐하면 황후의 손에 봉잠이 쥐어져 있었거든. 손에 꼭 쥐고 놓치지 않겠다는듯이 제가 준 봉잠을 말아쥐고서는. 엄연히 말하자면 본래 황후 본인의 것이었고 잃어버린 뒤에 자신이 맡아두었을 뿐이니 원래대로 제자리를 찾은 셈이었어. 다치면 안 되니 침상 곁에 두고 자자고 하는데도 싫다는듯이 꼭 쥐고서는 혹시나 또 자신이 빼버릴까 품에 껴안고 자는게 애틋하고, 또 귀엽고 또...사랑스럽고. 이렇게 소중히 여길거면서, 또 소중하게 여겼으면서 저에게 다시 돌려줄 때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싶어. 황제가 짐짓 두 번 다시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말하자 황후는 베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여전히 손에 곱게 쥐여있는 봉잠에 웃음이 나오기보다는 가슴이 더 욱씬거렸어. 이렇게 소중하게 여기는걸 다시 제 손에 쥐어줄 때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슨 생각을 하면서 다시 저에게 돌려줬을까. 그 생각만 하면 심장에 무거운 추라도 달아놓은것 같아. 이렇게 애지중지 하면서 손에서 떨어뜨려 놓으려고 하지 않는걸 제 손으로 거절하기까지 무수한 고민을 하고 다짐을 했을까. 이렇게 손에 쥐고 잘 정도면서.
그래도 혹시 자다가 찔려서 다치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황제는 살살 주먹 쥔 손에서 봉잠을 빼냈어. 듣기로 매일같이 이걸 닦고 쓰다듬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윤이 반들반들 나는게 척 봐도 소중하게 여긴게 티가 나. 그렇게 애지중지하던걸 스스로 거절할 때 무슨 마음이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아직도 철렁한거야.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철렁한데, 선물이랍시고 내어놓은게 초상화라서. 



초상화를 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았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기분이었거든. 봉잠을 되돌려 받은건 초상화를 선물로 받았을 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어. 세상에 이 어린 황후가 그런 생각으로 선물을 준비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단말이야. 배가 불러와 아픈 허리를 두들기면서도 화공 앞에 앉아있었을 생각을 하니 심장이 데굴데굴 굴러서 떨어지다못해 아주 그냥 칼로 난도질을 당하는것 같았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고 앉아있었을까 싶은거야. 황후가 그러는줄도 모르고, 그런 생각을 하는 줄도 모르고 멍청하게 양상군자 노릇이나 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지. 그나마 저에게 마지막 기회이자 생명줄이 되어준 초상화를 마냥 내칠수도 없어서, 황제는 제 집무실의 벽에다가 황후의 초상화를 걸어놨어. 볼 때마다 흐뭇해졌거든. 

거기다 회임한 뒤로 잠이 부쩍 늘었다던 황후는 황제가 일어나 아침을 먹을 때에서야 퉁퉁 부은 눈을 뜨곤 했어. 그게 아주 귀여워서 황제는 황후가 깨어날 때까지 일부러 움직이지도 않고 조용히 기다리곤 했지. 허둥지둥 침상에서 내려오려고 하면 황제가 그런 황후를 만류해. 그리고는 아직 채 단장도 하지 않은 침의 차림의 황후 머리에 봉잠을 꽂아주는거야. 그제서야 제 손에 봉잠이 없다는걸 알아차린 황후가 눈동자만 굴려서 제 머리 우에 꽂힌 봉잠을 바라보고. 안 잃어버릴거라고 그렇게 고집을 부리면서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결국 황제의 손에 봉잠이 들려 있어서 면구스러워진 황후가 기침을 하셨으면 좀 깨워주시지 하고 입술을 삐죽댈거야. 하지만 황제는 안타깝게도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일어나기까지의 그 귀한 모습을 구경하기 바쁜데 뭐하러 깨워?

 










근래 황제는 한가지 고민이 생겼어. 심각한 고민이었지. 톰의 사당에 가서 맹세를 한 이후에 황제는 앞으로 아무런 걱정이 없을거라 생각했어. 모든게 완벽할거라고 생각했지. 앞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을거라고 말이야. 하지만 그건 황제의 오판이었어. 황제는 상상도 못 한 고난에 맞딱뜨렸지. 사실 황제 한 사람에게만 그건 고난이었고 남이 보기에는 그저 사이 좋은 잉꼬부부처럼 보였을거야. 황제는 아무도 그러라고 시킨 적이 없었는데 일찍 일어나서 황후가 일어날 때까지 잠든 황후를 구경하고, 정무를 부지런히 끝내고는 황후전으로 거의 날듯이 향했거든. 저보다 한참은 작은 하얗고 말랑한 손을 어루만지며 오늘 하루 일과를 묻곤 했어. 물론 이미 다 보고를 받긴 했지만 그래도 본인 입으로 듣는게 재밌단 말이야. 

반짝거림 가득한 녹음이 사랑에 설레서 들뜬 모습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뻐근해질만큼 사랑스러워. 이전엔 왜 진작엔 몰랐을까? 어쩌면 같은 얼굴에 가려진 예전의 사랑을 그리워하느라 무시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같은 얼굴이 아니었으면 더 일찍 알아차렸을지도 모르지. 지난 세월이 야속하고 안타깝지만 아무리 그래도 황후의 속마음이 저만 하겠나 싶어서 황제는 내색하지 않기로 해.




누군가는 그게 무슨 고민이냐고 할지도 몰라. 하지만 황제는 이제 더 이상 아주 조금이라도 황후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거든. 자신이 생각없이 한 말 하나하나에도 울고 웃었던 황후인걸 이제 알아서. 초상화 하나에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는데, 그동안 자신의 무심한 행동이나 말에 얼마나 심장이 내려앉았겠어. 마음 같아서는 꼭 끌어안은채 빙글빙글 돌고 싶은데 아쉽게도 회임한 몸이라 그럴수가 없는게 정말로 안타깝지. 
거의 매일같이 제가 준 봉잠을 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똑같이 나누어가진 봉잠을 하고 가는 날이면 눈이 막 반짝거리는게, 아주 그냥 어쩜 이렇게 귀엽나 싶지. 대놓고 말을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아직 말로 표현하는데엔 용기가 필요한건지, 말없이 손으로 봉잠을 건드리면서 신기하다는듯이 바라보고있노라면 어떤 충동이 차올라서, 황제는 사랑으로 반짝거리는 황후의 입술을 찾고 말아. 

문제는 황제는 입술에서 끝나고 싶지 않거든. 이제 막 사랑에 눈을 뜬 양인은 사실 음인의 향만 맡아도 눈이 어질어질한단 말이야.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이 어린 황후는 게다가 하필 회임까지 하는 바람에 하루에도 향이 진해졌다 연해졌다 오락가락 하고. 안 그래도 하루종일 눈 앞에 그 얼굴이 어른거리는데 향까지 진해지면 황제는 피하는 것 말고는 도무지 방법이 없단 말야. 입맞춤이 조금만 깊어지기만 할딱거리며 고개를 뒤로 물리는게 귀여우면서도, 이내 부족한듯이 따라오곤 하는 입술이 귀엽고 사랑스러웠지.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른 뺨이 사랑스러워서 황제는 곧잘 그 뺨을 깨물곤 했어.


어린 황후는 이제 황제를 루라고 부르며 살며시 황제의 손을 잡기도 했어. 황제는 뿌듯했지. 어떻게 감히 만인의 주인이신 폐하를 어찌 이름으로 부를 수 있겠냐며 안된다고 잉잉 우는 어린 황후를 어르고 달래며 '루'라고 부르든지 아니면 '루스터' 라고 부르든지 아니면 이름인 '브래들리'라고 부르든지 셋 중 하나를 선택하라 거의 강요를 한 결과였거든. 황후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루'가 좋겠다고 했고.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은 쉽다던 말이 진짜인지 황후는 처음엔 거의 달달 떨면서 황제의 애칭을 입에 올렸지만 몇 번 발음해보더니 귀엽다면서 곧잘 '루'라고 불렀어. 제 눈치를 보며 어떻게 감히, 감히 제가....그 말만 반복할 때는 언제고, 금방 익숙해져서 곧잘 애칭을 부르곤 했지. 아침에 눈을 떠 마주쳤을 때 입꼬리를 올리며 처음으로 "루ㅡ" 하고 불렀을 때 느낀 가슴 가득한 충만함은 영원히 잊지 못할거야. 




 어린 황후가 사랑스러워보일수록 황제의 근심은 늘어났어. 더 이상 황후가 마냥 사랑스럽고 귀여워보이지 않았거든. 황후에 대한 사랑이 식었다는게 아니야. 애정이 깊어져갈수록 정욕도 그에 비례했다는게 문제였지. 황제를 위한 꽃밭에 널린게 꽃밭이라 선황후가 죽은 뒤에 이런 저런 꽃들을 예뻐하긴 했었거든. 진심 없는 애정이긴 했지만 어쨋든 황제라는 자리는 성욕을 참을 필요가 없는 위치의 사람 아니겠어? 제이크 세러신이 황후가 되기 전까지 황제가 금욕을 하진 않았어. 당연히 그럴 필요도 없었지. 

양인이 음인에게 끌리는건 자연스러운 이치고 조화라는걸 머리속으로는 알아. 의학을 배울 때도 그랬고 태의도 그렇게 말했으니까. 하지만 여태까지 의무였던 합궁 외에 황후를 생각하며 수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황제는 최근 황후만 보면 형용할 수 없는 어떤 충동을 느꼈어. 막 성에 눈을 뜰 때로 이런 적이 없었는데. 최근 황후만 보면 이래. 제 애를 배고 더군다나 초산이라 힘들어하는 저보다 한참이나 어린 황후를 볼 때마다 아랫도리가 벌떡벌떡 한다고는 차마 태의에게도 하지 못 한 말이지. 이 나이 먹고 그런다고 하면 나이가 지긋한 태의가 뭐라고 하겠어? 껄껄 웃으며 옥체가 강건하다는 뜻이라는 말이나 내뱉겠지. 어차피 물어보나 마나 정해진 대답일게 뻔해서 황제는 아예 물어볼 생각조차 접어버렸어. 이 나이먹고 망신 당하고 싶진 않단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후궁들에게 가고 싶지도 않아. 그동안 이렇게 벅차오르는 감정을 제이크는 어떻게 참았을까? 혹시 나만큼 좋아했던건 아닌가? 못된 생각도 들지. 보고만 있어도 닿고 싶고, 닿응면 손을 잡고 싶고, 손을 잡으면 그 다음을 원하는게 인지상정 아니겠어? 하지만 적어도 황후는 그래보이지 않았어. 그렇다고 딱히 음전해보이려는 척을 하는것 같지도 않아. 정말로 손을 맞잡고 입을 맞추고, 눈을 마주친채 산책하는것 만으로도 만족해하는것 같았어. 모든걸 얻은 사람의 얼굴처럼 충만함이 가득했지. 재잘거리며 하루 일과를 말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얼마나 이러고 싶었을까 싶어서 안쓰러워지기도 하고, 때론 사랑스러움이 넘쳐서 그만 재잘거리는 입에 입맞춤을 하기도 해. 창피한건지 아니면 제 말을 듣지 않았다 생각한건지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민채 제 말을 듣기는 한거냐고 작게 투덜거리지. 그럼 황제는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어. 어차피 황후의 하루일과는 매일같이 보고를 받고 있으니 조금 다른데 정신을 판다 한들 아쉬울건 없어. 

웃음을 터뜨린채 눈을 흘기고 있는 황후를 보고 있노라면 근심걱정이 사라지지. 바싹 마주앉아 허리를 감싸안으면 못이긴척 어깨에 기대어 올 때도 있고, 아니면 나름 용기를 낸 것인지 눈을 감은채 입술을 내밀 때도 있어. 그럼 황제는 황후를 끌어안고 황후가 원하는, 새가 부리를 쪼듯 새털같이 가벼운 입맞춤을 하거나 때로는 조금 더 제 취향대로 욕심을 채울때도 있었지. 하지만 그래봤자 고작 가느다란 목덜미를 부여잡고 좁은 입안을 좀 더 탐하는 정도에 그칠거야. 왜냐하면 문제가 있었거든. 황후가 회임을 한 상태라는거지.




아이를 가진데다 최근까지 극심한 마음고생을 했을 황후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황제는 동시에 황후만 보면 아랫도리가 동해서 도무지 오랜시간 머무를 수가 없었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황후는 이제 막 마음이 통해서 그런지 아쉬운 눈길로 떨어지는 황제의 손을 쫒았고. 하지만 황제도 어쩔 수 없었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냥 황후의 옆에서 하루종일 입술이나 빨고 있을걸. 거기다 황후는 최근까지 마음고생을 하느라 살이 쪽 빠져 있었단 말이야. 그전에는 앓기까지 한데다가 시간이 지난만큼 배는 더 불러와서 이젠 입맞춤을 할 때에 은근히 배가 맞닿는단 말이지. 그 때문에 입맞춤을 할 때마다 황제는 속으로 깜짝깜짝 놀랐어. 아기 여우가 있다는걸 새카맣게 홀랑 잊어버리고 입맞춤 삼매경에 빠져 있다가 번뜩 번뜩 정신을 차리는거지. 아쉬운듯이 쫒아오는 눈길을 애써 무시하며 황제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척을 해야했고. 

가장 곤란한건 황후를 볼 때마다 이제 황후와 보냈던 밤이 떠오른다는거야. 벌건 대낮에 말이지. 황제는 요즘 자신이 점점 이상해진다고 생각했어. 그도 그럴게 이런적이 단 한번도 없었거든. 얼굴은 보고싶고, 그렇다고 막상 마주하면 머리속에서는 적나라한 정사의 한장면이 지나간단 말이야. 색사고 입맞춤이고 뭐고 다 처음이었던 어린 황후는 자신이 이끄는대로 이끌려올 수 밖에 없었어. 그리 독하지도 않은 합환주였건만 긴장해서 그런지 빈속이나 다름 없었던 속에 들어가서 그런지 고작 세잔에 말과 행동이 느려졌지. 그래도 완전히 취하지는 않았는지 느려진 행동으로도 서로 옷을 벗는걸 도왔어. 




문제는 그 다음이었지. 모든게 처음인 황후는 가느다란 촛불 아래에서도 확연히 보일만큼 새빨갛게 달아올랐어. 별 소용없는 말인걸 알면서도 긴장하지 말란 말을 했고, 역시나 그 말이 소용없다는걸 몸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깨달았지. 황제 딴에는 충분히 적시고 충분히 풀어주었다 생각했는데도 긴장한 탓인지 도통 좁은 입구는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선황후를 똑닮은 얼굴이 괴로움에 헐떡이는걸 볼 수 없었던 황제는 결국 눈을 질끈 감은채 향을 풀어냈더랬어. 의무적으로 후궁을 안은적은 있어도 향은 오직 톰 허드너에게만 허락되는 것이었거든. 톰이 죽은 이후 그 누구에게도 향을 흘리지 않았던 황제가 제 향을 폭발적으로 풀어냈고, 강한 향에 노출된 어린 황후는 자연스럽게 몸이 이완됐지. 이완됐다기보다는 사실 축 늘어진것에 가까웠지만. 

조금전까지만 해도 침입자를 용납하지 않겠다는듯이 굳게 다물려 있던 입구가 물기를 머금은채 잘 익은 과육처럼 벌어졌어. 그런 제 몸이 낯설었던지 어린 황후는 훌쩍이며 저도 모르게 이상하다고 중얼거렸고. 사전에 교육을 받아서 황제가 질문을 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말도 해선 안 된다고 배웠을텐데. 하긴 새로 간택된 황후는 참 어렸지. 아마 모든게 처음일만큼. 커다란 양물을 좁은 틈에 욱여넣고 앞 뒤로 천천히 길을 내듯 움직이자 황후는 자지러지며 고개를 꺾었어. 신성한 음양의 조화는 개뿔이.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했을 뿐이지 천박한 본질은 변하지 않아. 아직 선황후에 대한 마음이 남아있으니 총애는 기대하지 말라는 말에도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던 얼굴이 일그러지는걸 고대하려다가...애먼 사람 잡겠다 싶어서 황제는 차라리 눈을 내리 깔았어. 얇디 얇은 목덜미, 땀방울이 맺혀 움푹 파인 쇄골, 그런것들이 황제의 눈길을 사로잡았거든. 마치 덫에 걸린 어린 사슴마냥 바르작거리다가 이내 훌쩍이며 축 늘어지는게 안타깝기도 하고, 꼭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해서. 똑같은 얼굴 위에 겹치는 환영을 지워내기 위해 황제는 이를 악물었어. 실수로라도 그 이름을 입에 담지 않기 위해서.




밤은 길고도 짧았어. 눈물로 퉁퉁 부은 얼굴은 꼭 선황후를 닮아있었지. 혈연관계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생각해 이리저리 조사해봤지만, 전혀 연이 없어. 그냥 우연이었던거야. 닮은 얼굴을 오래도록 감상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시간이 빨리 가더라 싶어. 황제는 제법 오랫동안 도톰하게 부풀어오른 입술과 눈물로 촉촉하게 얼룩진 뺨을 눈으로 더듬었어. 아무리 다정하게 했다 해도 처음이니 힘들었을거야. 거부권 따위 없는 입장이니 더욱 그랬을테고. 중간중간 사정을 살펴주려 했지만 닮은 얼굴이 그걸 방해했지. 황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어린 황후를 보며 "톰" 이라는 이름을 내뱉지 않기 위해 정신줄을 단단히 붙드는것 외에는 없었어.







첫날밤은 한참 전이나 다름없었던 일인데 왜 요즘에 갑자기 불쑥 불쑥 생각이 날까 몰라. 사실 불쑥 불쑥 정도가 아니야. 요즘은 황후만 보면 혼인식날 밤이 떠오르거든. 이상하지. 그 이후로도 몸은 수없이 섞었는데 말이야. 왜 하필 그날만 자꾸 떠오를까 몰라. 첫날밤이라서? 혼인식을 한 날이라서? 초상화로만 보던 새 황후의 얼굴을 처음봐서? 사실 그날 밤은 잘 기억 나지도 않는데 말이야. 하기 싫은 혼인을 기어이 억지로 하느라 술을 좀 많이 마셨거든. 몽롱한 시야와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황후를 품었다는 것만 생각날 정도인데, 자꾸만 그 위로 덧칠되는 기억이 떠오른 기억인지 아니면 자신의 환상을 덧입히는건지도 모르겠어. 뭐가 됐든 그날 황후가 피를 본 건 변함없는 사실이라 사실 황후에겐 그닥 좋은 기억은 아닐게 분명한데 이쪽은 볼 때마다 그날 기억을 더듬고 있으니. 거기다 아기 여우 때문에 배가 이만치 불러온 사람을 볼 때마다 아랫도리를 세우며 잘 기억나지도 않는 첫날밤을 되새기고 있으면 어린 황후가 얼마나 놀라겠어. 가뜩이나 여름이라 옷가지도 얇은 철인데 혹시나 흉측한 꼴을 보였다가 황후가 놀라서 아기여우랑 황후가 잘못되면 어떡해? 황제는 이제 숫제 일어나지도 않은 걱정을 하기 시작했지. 

그나마 핑계가 많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실제로 점심을 핑계로 도망치다시피해서 황후전을 찾았기 때문에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라는게 그나마 황제의 양심의 가책을 덜어주었지.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만 가봐야겠다고 말을 하면 황후는 바쁘시면 어쩔 수 없다며 황제를 배웅하곤 했어. 정사를 돌보시는게 급선무이니 신첩은 개념치 마시라고 하면서 축 늘어진 눈꼬리가 그렇게 아쉬워할 수가 없어. 무거운 발걸음 하지 말라고 황제가 훠이훠이, 손을 내저으며 황후가 쫒아올까봐 줄행랑을 쳤고. 그 뒤를 따라 태감들과 궁관들이 종종걸음을 치며 바삐 제 상전을 따라 줄지어 사라졌어. 



혹시나 황후가 따라오지는 않을까 고개를 돌려 확인한 황제는 한숨을 내쉬었어. 이제서야 막 마음이 통해서 하루종일 곁에 있고 싶은데. 봉잠을 돌려받은 뒤로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 일이란 일은 다 끌어들여서 하는 바람에 실제로는 바쁜 일도 없는데. 그런데 입맞춤이 조금만 깊어질 참이면 또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단 말이지. 아쉬운건 자신뿐만이 아니라는게 그나마 황제의 작은 위안이었어. 아쉬워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곧죽어도 입으로는 괜찮다는 황후의 말만 아니라면 말이야. 

혹시나 아직도 무언가 나에게 요구하는게 어려운건가? 하긴 그러고 보면 그동안 황후는 무언가를 요구한게 없긴 해. 안 들어줄거라고 생각한건가? 나에게 기대한게 없었던걸까? 감정과는 별개로? 오랫동안의 기대에 지쳐서 더 이상 기대하는게 없으면 어떡하지? 갑자기 무서움증이 황제를 덥쳤어. 길을 가다 멈춰서서 불안하게 손톱을 물어뜯었지. 황제가 저를 거의 날마다 찾아와 시간이 없으면 차라도 마시고 가고 시간이 허락할 때엔 함께 식사를 하는게 황후의 가장 큰 낙이라는 것도 모르고.









루스터행맨

2024.01.16 01:32
ㅇㅇ
모바일
선설리
[Code: a359]
2024.01.16 01: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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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삐죽이고 투정부리는거 너무귀여움 루스터 어떻게 황제하냐 일이 손에 잡힐수가있나
제이크보고 '반짝거림 가득한 녹음이 사랑에 설레서 들뜬 모습' 이라고 한 거 너무 좋다 문장에서 화자의 사랑이 이렇게 잘느껴질수있는거임? 루스터가 제이크보면서 저 생각했을거라니까 감동심함
이제 반대로 루스터가 초조해하니까 그만큼 제이크는 마음 편안했으면 좋겠다 어리광 실컷부리고ㅠㅠ 너무행복한 무순이야...
[Code: a359]
2024.01.16 01: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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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는 황제 날마다 보는걸로 좋아하는데 지금 황제는 큰 문제가 있네 어떡하냐ㅋㅋㅋㅋㅋㅋ임신떡...먹어도 되나 어떻게 안될까 참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마음 통하고 달달떡 너무 좋을거 같은데 양심 박살 난거 같기도함ㅠㅠㅠ
[Code: f10b]
2024.01.16 01:38
ㅇㅇ
모바일
내센세왔다ㅜㅜㅜㅜ
[Code: 2b43]
2024.01.16 01:39
ㅇㅇ
모바일
하 이제 루스터가 구르는게 너무 맛있다.....
[Code: 2b43]
2024.01.16 01: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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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루황제 구르는거 대존맛... 먹어도 먹어도 부족할듯
[Code: c254]
2024.01.16 02: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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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걸보려고 이 새벽까지 안잤구나 사랑받는 황후로 제목이 바뀌는 그날까지 어나더는 계속되어야해요
[Code: e776]
2024.01.16 02: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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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하필 첫날밤 생각하는게 설마 루스터도 기억못하고 상처준거 있는 건 아니겠지 별수없다 달달떡으로 해감하며 루스터도 1타2피 가보자고
[Code: e776]
2024.01.16 03: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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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루스터 애칭도 불려지고ㅠㅠㅠㅠㅠㅠㅠ안정기 언제되너요ㅠㅠㅠㅠㅠㅠㅠ
[Code: affc]
2024.01.16 07:09
ㅇㅇ
모바일
내 센세ㅠㅠㅠㅠㅠ센세 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
[Code: f646]
2024.01.16 10: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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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황제 아주 건강하시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 애긔황후는 그냥 지금 단 둘이서 차마시고 밥먹기만 해도 행복해하는데 아랫도리 벌떡거리는거 넘 동상이몽이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래 참으셔야 할겁니닿ㅎㅎㅎㅎㅎㅎ 쌓은 업보 청산은 하셔야지욯ㅎㅎㅎㅎㅎㅎㅎ 하 너무 행복해
[Code: 0626]
2024.01.16 09: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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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아주 깜찍한 걱정이다ㅠㅠㅠㅠㅠ지금까지 서로 마음고생한 거에 비하면 정말 괜찮은 거지ㅋㅋㅋㅋ물론 혼자 흥분하는 것이 민망머쓱하다는 이유로 계속 황후 피해다니면 문제가 되겠지만ㅠㅠㅠㅠㅠ솔직하게 밀고 나가보자!!!
[Code: aee5]
2024.01.16 12: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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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센세 왔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센세 나 기다려짜나 뽀뽀부터 받아 거절은 거절한다
[Code: db35]
2024.01.16 13: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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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좋아서대가리팍팍침 루행연애맛달달하다 다음편올때까지여기서산다
[Code: 6433]
2024.01.16 13: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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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황제는 죽을 맛이겠지만 왤케 귀여운 고민이냐ㅋㅋㅋㅋㅋㅋㅋ 아 거 안정기 때는 좀 해도 되잖아요 황후가 저리 이쁜데 어쩌라구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00ba]
2024.01.16 17: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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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제이크한테 또 한번 첫눈에 반한거 아녀..? 바부탱황제같으니ㅜㅜ
[Code: 3b88]
2024.01.16 19: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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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잉 센세 와주셨군요 너무 좋아요 ㅠㅜ
[Code: 08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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