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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20:08
때는 점심시간..

사귄지 일주일도 안 된 풋풋한 커플 하나와 그걸 눈꼴시려 하는 솔로 네명이 모여 옥상에서 밥을 먹고 있었음

커플이라곤 하지만 손 몇 번 잡은 게 다인 양호열과 정대만은 서로를 한껏 의식하고 있었지만 이내 다른 백군 애들 때문에 서서히 긴장이 풀려갔음

그런데 벌써 빵을 다섯개나 먹었으면서 대만이의 도시락에서 햄만 쏙쏙 빼먹는 백호 때문에 대만이의 미간이 작게 꿈틀거림


"얌마, 햄만 그렇게 집어먹으면 난 뭐 먹냐?"

"엉? 에이~ 아직 많이 남았네, 뭐!!"

"저리가, 임마!!"

"아~ 만만이 치사하다~!"


호열이는 잔잔하게 웃으며 반찬을 뺏으려는 자와 뺏기지 않으려는 자의 작은 투닥거림을 보고 있었음

힘으로는 이길 수 없는 강백호에다가 은근히 강백호한테 약한 정대만의 조합이라 승부의 결과는 불 보듯 뻔했음

결국 대만이의 도시락 중에서 햄은 백호한테 탈탈 털리다시피 해서 대만이는 울상을 지으며 호열이의 곁으로 붙었음


"강백호, 저 자식.. 누가 육식동물 아니랄까봐 햄만 골라 먹는 것 좀 봐!"


그리고 괜히 남친한테 툴툴거리기 시작하는데 호열이는 그 모든 게 귀여워 보였겠지..


"내가 내일 햄 많이 구워 올테니까 기분 풀어요. 응?"

"아니.. 뭐.. 내가 먹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대만이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뒷목을 쓸었음
호열이는 대만이가 뭐 땜에 그러는지 궁금해짐


"너 주려고 내가 새벽부터 준비해왔는데... 아씨... 괜히 쪼잔해 보이네.."


그러다 대만이는 활짝 웃으며


"그래도 내가 계란말이는 지켜냈지!! 너 이거 좋아하잖냐. 강백호가 보기 전에 빨리 먹어!!"


하며 젓가락으로 계란말이를 집어 호열이의 입술에 갖다대었음

해맑게 웃으며 아기남친의 입술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던 정대만...


그 때였음

- 쾅!!!

가만히 정대만을 바라보던 양호열이 웃음을 지우고 갑자기 주먹으로 옥상 문짝을 갈기는 게 아니겠음..?
그러더니


"씨발.. 정대만..."


하며 욕을 읊조리고는 발로 한 번 더 옥상문을 걷어차고 사라짐
덤으로 토끼눈이 되어 자기를 쳐다보는 대만이도 한 번 노려봐주고..

대만이는 존나 어리둥절하겠지
분명히 분위기 좋았는데.. 쟤가 미쳤나 진짜.. 갑자기 무섭게 왜 저러는데;;;


"나, 나 뭐 잘못했냐..?"


대만이가 눈치를 슬슬 살피며 백호군단에게 물었음
근데 보니까 대만이만 놀랐고 나머지 애들은 다 아무렇지도 않아하는 게 좀 이상했음
오히려 실실 웃기만 함


"대만군. 호열이 원래 저래."

"엥? 저렇게 가만 있다가 갑자기..? 저 정도면 인성 파탄 아니냐..?"


대만이가 황당해했더니 백호군단이 낄낄 거리며


"인성 파탄이 아니라 부끄러워 그래. 저 녀석 원래 부끄러우면 저러거든. 예전부터 그랬지, 아마?"

"그래도 몇 년간 안 그러길래 고친 줄 알았는데. 대만군 때문에 재발했나봐."

"그러게 ㅋㅋㅋ 대만군이 좋아 죽겠나 본데?"


이렇게 대만이를 놀려댐

대만이는 존나 황당했고 순간 '나 저런 인간이랑 사귀는 거 정말 괜찮은 걸까..?' 이런 생각도 했었지만 몇 번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점점 양호열이 귀여워 보이겠지

한 번은 또 욕하고 도망가려는 양호열 손목을 붙들었더니 야차같이 노려보며 눈으로 레이저빔을 쏴대서 아;; ㅅㅂ 걍 손 놓을까ㅜ;; 했지만 부끄러우면 좀 정상적으로 부끄러워 하든가..;; 대체 언제까지 이런 분조장 같은 행동을 할 건가 싶었음

그래서 조금 연상의 용기를 내서 양호열의 손목을 잡은 손을 슬금슬금 아래로 내려 단단한 손을 쓰다듬다 슬그머니 깍지를 꼈음

그랬더니 양호열의 눈빛은 더 험악해지고 미간은 더더욱 구겨졌지만 양쪽 귀끝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음

그리고 똑같이 부끄러웠던 정대만이 눈도 못 마주치고


"이제 나 안 버리면 안 되냐..?"


했더니 양호열은 입술이 핏빛이 될 때까지 꼭 깨물었다가 잡히지 않은 손으로 마른 세수를 벅벅하더니 아이씨... 한 마디 하고는


"억!!!"


정대만의 가슴에 박치기를 하듯 품에 안겨 터질 것처럼 붉어졌을 게 분명한 얼굴을 꼭꼭 감췄음

이 귀엽고 과격한 연하남친의 행동은 정대만의 갈비뼈를 부러뜨릴 뻔 했으나 정대만은 콜록거리면서도 양호열을 꼬옥 끌어 안아주었음


"야, 야, 호열아.. 나.. 숨.. 숨..!!"


덕분에 더더 부끄러워진 아기 남친이 이번엔 정대만의 폐를 터뜨릴 뻔 했지만...


아무튼 그 이후로 부끄럼쟁이 양호열은 정대만을 죽일 듯 노려보는 건 똑같았지만 더 이상은 도망가지 않았음

그 결과, 정대만과 양호열의 방 벽에는 패싸움을 앞둔 야쿠자 표정이지만 머리띠는 야무지게 바꿔 쓴 양호열과 그 옆에서 양호열의 볼에 뽀뽀를 하고, 양호열의 손을 붙들고 하트를 그리고, 호쾌하게 웃으며 브이를 하는 정대만의 인생네컷 몇 장이 붙여졌겠지..



호댐 호열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