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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6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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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집에 가게되면 오미는 편안하게 늑대 모습으로 나오토랑 자주 있게 됨. 나오토도 이제 익숙한지 오미가 늑대로 변하면 기대거나 빗으로 털을 빗겨주기도 하겠지. 전보다 마음이 훨씬 편해지고 가까워졌긴 하지만 관계는 아직 정체되어 있어. 오미는 그 사실이 못내 불만이었음. 이정도면 내 마음 충분히 눈치챌 수 있지 않아? 내가 수인이라 모른 척 그냥 지내는 거야? 저에게 기댄채 티비에만 집중하는 나오토의 속이 어떤지 전혀 모르겠어.

속이 복잡해지니 티비 내용은 전혀 들어오지 않고 나오키의 말이 떠오르겠지. 그날 나오키 말이 틀린 부분도 있지만 사실이었으니까. 함부로 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솔직히 맞는 말이라 찔려서 더 반응했던것도 있어. 그냥 인간인 나오토가 수인들의 방식을 알리 없고 냄새도 못 맡으니 오미가 뭘 하는지 알리가 없잖아. 그렇다고 인간인 모습으로 내가 뭘 했었나?

그냥 수인인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줬다는 사실에 안주해서 관계의 진전은 나오토에게만 맡긴채 자기꺼라는 표식만 일방적으로 엄청 남긴거나 다름 없었던 거야. 그 생각이 들자마자 축 처져서 자기도 모르게 끼잉 소리가 나왔음.


오미? 왜그래? 다른거 볼까?
우웅..
불폈했어? 나 무거웠나, 미안


허둥지둥대며 저를 살피는 나오토에 괜히 서러워졌음. 나오토도 수인이었다면. 내가 인간이었다면. 좀 더 당당하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차라리 그때, 늑대수인인 게 밝혀졌던 그 날 자각하고 고백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니, 만약이나 이미 지나간 과거는 생각할 가치가 없다는 걸 누구보다 오미가 잘 알았음. 그저 자기가 겁쟁이일 뿐인데 말이야.

계속 걱정하는 나오토에 오미는 고개를 저으면서 괜히 하품을 했어. 나오토는 아 졸렸어? 시간을 보니 벌써 밤이 되어가고 있었지. 얼른 방에 들어가서 자라며 오미를 토닥였음. 오미는 일어나 집에 갈 준비를 하는 나오토를 보며 붙잡고 싶었지만 붙잡을 수가 없었지. 머뭇거리는 오미 모습에 내일 약속이 있었다며 집에 가야하니 신경쓰지 말라고 손을 흔들며 나가는 나오토였어. 제대로 표현을 안하니 이 사람이 모를 수 밖에. 오미는 닫힌 문을 뒤로하며 터덜터덜 방에 들어가 억지로 잠을 청했음.




날이 밝고 나오토는 강짱을 만나러 감. 며칠 전 고민이 생겼다며 들어줄 수 있냐는 말에 선뜻 오케이한 나오토였어. 무슨 고민인지 자신의 집까지 와달라는 말에 빈손으로 갈 순 없고 술이 있으면 편하게 말할 수 있겠거니 맥주랑 간단한 안주거리를 들고 강짱 집으로 향하겠지.

벨을 누르자 편안한 차림의 강짱이 문을 열고 반겨줬음. 봉투를 보고는 집에 준비되어 있는데 진작 말할걸 그랬다고 감사하다 말하며 나오토를 안으로 들였지. 나오토는 강짱을 따라 거실에 앉아 테이블에 사온 것들을 펼쳤어.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며 맥주를 따서 한 캔씩 비우고 나서야 나오토가 입을 열었음.


그래서? 고민이 뭔데?
나오토상은...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에, 갑자기? 설마.. 강짱 좋아하는 사람 있어?! 누구? 내가 아는 사람?
...아는 사람이긴 하죠
진짜로?! 누구? 누가 있지?


물음에 대답않고 새로 맥주를 따 마시는 강짱이었음. 그런 모습에 나오토는 안주거리를 강짱 쪽으로 좀 더 밀어줬음. 좋아하는 사람이라.. 나오토는 누군가 생각나려 할 쯤에 맥주캔을 테이블에 세게 내려놓는 소리에 강짱을 바라보고 놀랐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강짱이 보였음. 휴지를 가지려 일어나려는 차에 강짱이 물었음.


나오토상 솔직히 말해줄 수 있어요?
응? 어, 말해줄테니까 우선 휴지 먼저 가져다 줄게
오미상이랑 만나고 있어요?
어, 어제도 만나긴 했는데.. 최근 자주 만나고 있지?


선반 위에 있는 휴지를 가져다 줬음에도 눈물 닦을 생각도 없는지 갑자기 오미 얘길 꺼내는 강짱에 나오토는 당황했음. 오미가 나올 이유가 있었나 지금 이 대화에? 내가 알고 강짱이 좋아하는 사람이.. 설마? 나오토 안에서 뭔가 쿵하고 떨어진 기분이 들었음. 그러나 강짱이 뒤이어 말한게 충격이어서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


돌려말하지 않아도 돼요 나오토상한테서 오미상 냄새가 나는걸
에? 에?? 냄새라니? 아니, 근데 너 좋아하는 사람이 혹시..
나오토상 오미상이랑 사귀고 있어요..? 그 사람 수인인 걸 알고도?
아니, 아니.. 잠깐, 그건 어떻게 안거야?
하긴 그러니까 나오토상도 이렇게...
제발 무슨 말인지 제대로, 하아.. 일단 눈물부터 좀 닦을까?
흑.. 나오토상 좋아, 흐.. 좋아하는 건, 내가 먼저 였, 흑, 는데.. 흐엉..


지금 무슨 말을 들은거야. 나를 좋아한다고? 오미 얘기는 그래서? 언제부터? 아니 오미가 수인인 건 어떻게? 오미가 수인인 걸 강짱에게 먼저 털어놨던 건가. 자기보다는 마음을 더 터놓고 있어서? 그럼 왜 나한태? 근데.. 왜 나는 이런 생각이 드는거야?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하기도 전에 몸을 떨며 더욱 눈물을 토해내는 강짱에 나오토는 급하게 휴지를 끊어 강짱에게 다가감. 옆에 앉아 등을 문지르며 달래주며 일단 혼란스러운 머리속을 뒤로 치워버렸음. 우선 강짱을 달래는게 먼저였으니까.


이럴 줄 알.. 큽, 알았으면, 먼저 다가갈 걸, 흐으윽..
강짱? 타카노리? 우선 진정을..
겁내지, 말고, 흑, 먼저 말해볼 걸.. 그런 사람인 걸, 흐윽, 알고있었는데...


머리속에 떠도는 말을 내뱉으며 편히 울지도 못하고 계속 울음을 삼키니 신경쓰지말고 울라고 강짱을 안아줬어. 품에 안기니 더욱 우는 강짱에 되려 탈수 올까싶어 물 가져다주려 떨어지니 나오토의 옷소매를 붙잡고 그대로 강짱의 모습이 사라졌음. 풀석 옷이 앉는 소리가 나고 나오토 팔에 손을 걸친채 엉엉 우는 개가 옷 속에서 보였지.


너.. 너, 너도 수인이었어?!


끼이잉, 깽하고 서럽게 우는 개의 모습에 놀란 마음 집어삼키고 다시 품에 안고 달래줬음. 아니, 내 주변 애들은 왜 술에 취해서 자기가 수인인 걸 보여주는거야. 그래도 강짱이 수인인 걸 알고나니 했던 말이 얼추 아귀가 맞아 떨어졌음. 같은 수인이니 냄새니, 어쩌니, 자기는 알 수 없는 냄새를 맡은 것 같은데 그게 왜 오미랑 저랑 사귀는 걸로 이어지는 건 이해가 안 됐음. 이거는 강짱보다는 오미에게 물어야 할 것 같다는 감에 일단 마저 강짱을 달래줬어.

시간이 지나고 울다 지쳐 잠든 강짱을 안아들고 안방 침대에 눕혀주었음. 작게 끼이잉.. 소리를 내며 눈물자국 남은채 잠든 모습에 괜히 나오토는 죄책감이 들었어. 술을 괜히 사왔나 싶기도하고. 컵에 물을 받아 뚜껑을 덮은채 침대 옆 선반에 올려두었음. 이불을 덮어주고 거실로 나가 남은 맥주를 들이켰지.

집주인도 잠들었으니 나가야 하지만 조용해진 집 안에 미뤄뒀던 생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음. 도저히 마시고 않고는 혼란스런 머리를 정리할 수 없을 것 같았지. 강짱이 왜 그런 오해를 했는지 그 이유를 오미한테서 들어야 할 것 같은데 그 전에 왜 자기가 강짱의 말에 속으로 그랬는지부터 정리해야 오미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야 강짱에게 뭐라 답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았지.


정말 왜 갑자기 이렇게 된거야...


머리를 헝클이며 다 마신 맥주캔과 쓰레기를 정리하고 주섬주섬 일어난 나오토는 강짱에게 짧게 메세지를 남겼음. 그리고 외투를 챙겨 나와 비틀비틀 밤 길을 걸어갔어.


[나중에 내가 연락할게.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할거니까 걱정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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