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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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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서가 임신하면 온객행 그 날부터 불면의 밤이 시작될 듯.
가뜩이나 몸도 약한데, 아니 임신도 못할거라고 해서 따로 피임도 안하고 살았는데 어느 날 자꾸 헛구역질하고 말라가는 주자서보며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보약에다 제철음식이다 해 바치는데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온객행도 나름 의술을 했기에 맥을 짚어보지만 어떤 병인지 가늠이 안가는데 하루는 우연찮게 들린 대무가 보더니 아주 약한 맥을 짚어내고는 조심스럽게 말하겠지. 아기가 생긴 것 같다고.
그 말에 칠야는 차를 뿜어내고 주자서와 온객행은 서로를 보며 입이 떠억 벌어지는데 온객행은 기쁘긴 했지 왜냐면 중병이 아니라니까 너무 좋았는데 아기...아기라니....?
대무는 주자서의 체력이 너무 떨어졌으니 몸을 보양하라고 하면서 약을 조제해주고 가는데 다들 떠난 후 주자사와 온객행은 어리벙벙해 이게 무슨 일인지 현실파악이 안 될 듯.
그 날부터일까요 온객행이 잠을 못자게 된 것이 ㅎ

아기가 생긴게 좋은지 모르겠어. 하지만 이 아기로 인해 주자서가 안좋아진다면 용서할 수 없는거지. 그래. 지금 주자서가 아픈게 아기때문이란거잖아. 뭔지 모를 분노에 온객행은 혼란스러운데 주자서는 뭐 덤덤하고 기쁘다면 기쁘고.
작은 것이 신통하게도 자리잡기 힘든 곳에도 왔구나. 이왕 왔으니 잘 버텨서 우리가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하며 대무가 주고 간 비위상하는 약도 참고 잘 마시겠지.
둘은 아기에 관해 하루쯤 날 잡고 대화를 했겠지. 온객행은 몸이 약한 주자서가 위험을 감수하고 출산을 한다는 것에 물론 반대를 했지만 주자서에게 된통 혼이 나고 나서 그 말이 쏘옥 들어갈 것 같다.
어찌됐든 온객행은 주자서바라기니까 따를 수 밖에 없어.


온객행은 사계산장과 신의곡에 남은 출산에 관한 책은 두루 섭렵하고 주자서를 챙기기 시작했지. 주자서는 임신 초기에는 제 발을 바닥에 딛지도 못할 것 같다. 눈을 뜨면 온객행이 씻겨주고 옷을 입혀주고 머리도 빗겨주고는 날이 따스하면 그를 안고 밖에 앉혀 햇빛을 쐬게 하거나, 반대로 너무 추우면 돌을 구워 와 안기고는 난로를 이곳저곳 둬 훈훈하게 했지. 음식도 하나하나 신경 써 그가 토해내지 않을 것들을 만들어 한 입이라도 먹이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배가 불러옴에 잠결에 몸을 돌리기 힘드니 자는 내내 그의 자세를 바꿔주며 배 밑에는 베개를 받쳐 부담을 줄였지.

임신초기에는 초기라 위험했고 산달이 다가오면 배가 무거워져서 위험해서 움직이면 안되니 답답했던 주자서는 어느 날 온객행이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혼자 침상에서 일어나 밖에 나와 산책을 하는데 그걸 본 온객행이 바람같이 달려와서는 화를 내는거지. 큰일나면 어쩔려고!
주자서는 가쁜 숨을 내쉬며 말하겠지. 너 때문에 내가 조만간 공처럼 굴러다니게 생겼다고. 이것보라고. 조금 걸었다고 숨이
다 차니 네가 나를 다 망쳤다고.

웃으면서 투정부리는데 주자서 갑자기 놀라며 허리가 앞으로 꺾이겠다. 놀란 온객행이 팔을 뻗어 그를 잡고 주자서를 살피면 주자서 눈이 엄청 커진 채로 온객행을 봐.

로온...

왜, 왜. 아파?

온객행은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었지. 주자서가 온객행의 손을 잡아 끌어 배에 대는데 이게 뭐야.....? 콩,콩,콩...주자서 배 안에서 뭔가 진동이 느껴져. 온객행이 그 박자에 맞추듯 눈을 껌뻑거리면서 느끼는데, ?????? 표정으로 주자서를 쳐다보면 눈빛에 웃음이 가득한 그와 눈이 마주칠 듯.

이거....아기가 움직이는거야?

온객행이 물으면 주자서가 씨익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겠지.
아니, 객행아. 너 책을 다 읽었다며 어디로 이해한거니 ㅎ
멍 때리는 온객행은 아예 두 손을 다 주자서의 배에 대 보는데 어... 이제 안 움직이네?

온객행은 얼른 주자서를 안아 올리고 방 안으로 날라가 듯 향했지. 침상에 그를 올려 놓고 옷끈을 풀어 배를 드러나게 하는데 평소같으면 뭐라고 할 주자서도 가만히 있는거야. 드러난 배는 마른 주자서의 몸과 달리 탄력있게 부풀어 올라있고 윤기가 흘렀지. 온객행은 다시 조심스럽게 두 손을 대보았지. 그러자 다시 콩,콩 태동이 느껴졌을 듯. 그 위로 몸을 숙여 귀를 대보는데 진동이 더 심해졌고 온객행은 눈이 커진 채 그걸 느꼈지.

아슈...네 뱃 속에...아기가 있어.

놀란 표정으로 말하는 온객행을 보며 주자서가 웃음을 터트렸지. 너무 바보같은 말인데 그러게. 자기도 이 안에 아이가 있다는게 이상하다고 종종 생각하니까 그의 마음이 뭔지 알았지.

응. 우리 아기가 있어.

그 말에 온객행의 눈가가 살짝 붉어지는데 주자서도 뭔가 울컥했을 것 같다.

이 아기는 우리가 잘 키우자.

우리처럼 불행한 기억은 주지말자. 란 말은 삼키며 안했지만 두 사람이 생각하는 건 같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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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주자서는 대무와 칠야의 도움으로 무사히 출산을 했고 예쁜 딸을 얻었지.
산실에서 칠야가 안고 나온 자신의 딸을 처음 본 온객행은 세상과 결속되는 느낌으로 정말 한눈에 아기와 사랑에 빠져버렸을 것 같다. 소중히 안고 아직 눈을 뜨지 못하는 자신의 딸을 바라보는데 이미 눈은 평생 벗겨지지 않을 단단한 콩깍지가 씌워졌겠지. 이렇게 작고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존재가 나오다니.


이름은 뭘로 할까 주자서에게 한자를 따고 온객행의 견연에서 한자를 딴다면 자연,일까 서연일까.
그건 두 사람이 정하겠지.

아무튼 세사람은 아니, 잊지 말아야지. 오빠가 되서 너무 좋은 성령이랑 네 사람은 사계산장에서 행복하게 살았겠지.
성령이 등에 업혀서 꽃밭에서 노는 온객행과 주자서의 딸은 얼마나 예쁠까. 보고싶네




산하령 사나비
객행자서
메이비